예술의 전당에 스페인의 레티로 플라멩코 그룹이 온다는 소식에
쏜살같이 내달린 기분으로 티켓팅을 했다
플라멩코는 앞자리에 앉아서 무희들의 발동작을 잘 봐야 해 하며
앞자리를 빛의 속도로 확보했다
공연 그룹의 이름인 '레티로' 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스페인 어로 마드리드를 의미한다고 한다
덕분에 선명하고 경쾌한 구두소리는
구두 옆 쪽에 붙여 굽 사이로 장치한 아주 작은 마이크에서 울려준 소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하, 그래서 구둣소리가 이렇게 큰 울림이 있었구나
스페인 여행 중에 관람했을 때는 이런 사실을 몰랐었다
그저 무희들의 현란한 동작과 흉내내기 조차 힘든 발 동작에 감탄만 했었다
그러니 플라멩코 그룹의 내한 공연이 이리도 반가울 수 밖에.
이번에 알게된 용어들이 있다
해설자의 설명을 들으며 감상하니 이해가 좀 쉽다
*아나비코 - 플라멩코의 가장 전통적인 춤으로 부채를 사용하여 추는 춤
*말라게냐 - 사랑의 아픔을 노래하는 춤
*마르테냐 -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음악과 춤이 만나 하나의 새롭게 표현하는 춤
*팬 데 페스타 - 축제를 마무리 하는 춤
'레티로 플라멩코' 그룹의 리더인 라파엘 카사도는 퍼커셔니스트다
작은 상자 하나 갖다놓고 그 위에 척 걸터 앉아서는
상자 몸통을 두드려 소리를 낸다
몸통의 가운데를 두드리기도 하고 모서리 윗부분 등 분주하게 손이 움직이는데
그 음색이 얼마나 다양한지 도대체 저 상자안엔 뭐가 들어있지? 하는 궁금증이 인다
기타리스트인 듀란은 현재 스페인 국립음악원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뮤지션이다
작곡까지 하는데 특히 이번 한국공연을 위해 작곡한 곡을 연주해 줘서 너무 감동했다
공연 오프닝이 듀란의 기타연주였는데
지금 저 사람이 혼자 연주하는 거 맞나?
클래식기타에서는 통기타 주법인 스트로크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플라멩코를 연주할 때는 라스게야도 등의 주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라스게야도 주법을 잘 알진 못하지만 오늘 듀란이 보여준 연주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리 현란하게 손가락을 튕기지 않는데도 풍부한 소리와 옥타브를 넘나드는 듯한 음폭이
귀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절제와 현란함 모두를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집시라는 용어는 스페인 어로 '히타노'로 불린다
안달루시아 지방의 히타노들이 슬픔 기쁨 환희 절망 등을 춤으로 표현한 것이
플라멩코의 시작이라고 한다
이 공연의 유일한 남자 무용수 '호세 후라도'
머리카락이 흠뻑 젖어 얼굴에 달라붙을 정도로 땀을 흘리며
그가 온몸으로 말하려는 게 무엇일까
상체를 거의 움직이지 않으며 발을 구르는 고독한 시간은
마치 해탈을 위한 막바지 몸짓같아 보인다
영혼은 이미 이승의 것이 아닌 듯하고 표정 또한 달관한 해탈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인들의 레이스자락 흘리며, 사뿐히 들어올리며
눈을 내리 깔고 도도히 걸어가는 모습은 정말 플라멩코 아름다움의 극치다
커튼콜이 끝나고 객석이 비어갈 즈음
악기를 정리하러 나온 단원들
유창한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당신들이 정말 멋진 밤을 선사해줬노라고 외쳐주고 싶었다
같이 발 구르고 손뼉치고 감탄사를 외쳤더니
팔도 아프고 목도 칼칼하고
온 몸이 노곤하다
오늘 플라멩코 너무 열심히 췄어요
스페인 여행 2시간 동안 아주 잘 했답니다
첫댓글 오래전 중학동창들하고 스페인여행 갔을때
옵션으로 플라멩고 춤을 보러 간적 있었는데,
그땐 가이드를 흉보며 비싸다고 하며
억지로 들어가서 봤던거 같아.
이렇게 동숙이처럼 심오한 뜻을 알았다면
안그랬을텐데 하고 생각이드네.ㅎ
나도 심오한 뜻은 모른다네. 그저 무희들이 몸으로 전해주는 언어를 눈으로 즐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