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뻗어 내리던 낙남정맥은 함안을 벗어나 창원으로 들어서며 광려산, 대산, 대곡산, 무학산 등을 일으켜 세운다. 이 중 대산은 서쪽에 광려산을 두고 동쪽으로는 대곡산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대산은 사실 잘 알려진 산이 아니다. 낙남정맥을 종주하는 일부 산꾼에게 알려져 있을 뿐 인근의 마산 사람들조차도 모를 정도다. 이는 이웃에 마산을 대표하는 무학산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대산大山의 지명 유래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산의 북쪽에 정확한 규모와 시기를 알 수 없는 산성山城이 있다고만 전해진다. 대산은 무엇보다도 조망이 좋은 산이다. 그래서 산과 바다, 도시와 산골의 마을까지 와 닿는 풍경이 시원하다. 산길 또한 번잡하지 않고 한적해서 매력적인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대산은 주로 서쪽의 광려산과 연계해 내서읍 쪽에서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코스는 마산합포구 진동면 태봉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전체 코스는 태봉 시내버스정류장에서 무등산을 지나 517.9m봉~광산먼등을 거쳐 대산 정상에 올라선다. 하산은 시루봉 능선 분기점~내추마을 갈림길~364.1m봉~태봉재~시루봉~등대산~창원 황씨 묘~남양 홍씨 묘를 뒤로하고 태봉 버스정류장으로 되돌아온다. 원점회귀 산행으로 거리는 약 11㎞이다. 이 코스는 대산을 정점으로 골짜기에 태봉리를 두고 좌우 산릉을 따르게 된다.
산행 들머리 태봉마을은 고려 때 왕의 태를 봉한 곳이 있어 태봉이라 했다. 일설에는 옛 현감의 자손이 태어나면 신생아의 태를 묻은 곳이라 하여 태봉胎封이던 것이 태봉台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 그 흔적은 찾을 길이 없고 이야기로만 전해진다.
![무등산은 진양 강씨 묘지가 있는 그저 평범한 산봉우리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8%2F10%2F11%2F2018101102434_1.jpg)
![무등산 능선의 전망바위에 서면 건너편 시루봉 능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8%2F10%2F11%2F2018101102434_2.jpg)
시내버스정류장에서 태봉고등학교 쪽으로 이동해 학교 정문이 보이는 맞은편 산비탈로 오른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 어느새 그 끝자락에 와 있지만 산은 여전히 푸른 색깔이다. 능선 길을 만나면서 밀성 박씨 합장묘를 지난다. 여름 내내 키보다 웃자란 풀과 잡목이 짙으나 산길은 뚜렷하다. 대산까지는 두 시간 정도 지긋한 오름길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의 능선 길은 완만해서 여유롭다. 능선에 자리한 무등산(350.6m)은 진양 강씨 묘지가 있는 그저 평범한 산봉우리다. 표지판이 걸려 있어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지명 유래는 알 수 없다. 동행한 김태영 선생이 “무등은 계급이 없이 모두 평등하다는 뜻이 아닐까”라며 그럴싸한 지명풀이를 내놓았다. 주변이 평평하고 완만하니 봉우리인지 능선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아 내린 추측이다.
한 굽이 살짝 내려선다. 정면 우거진 숲 사이로 517.9m봉이 잠시 머리를 내민다. 유달리 큰 노란 리본이 달렸다. 한국전력에서 단 리본인데 송전탑 주변 산불 신고를 당부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송전탑을 지나면 지금까지와 달리 점점 경사가 심해진다. 한풀 꺾인 더위에 바람까지 불어 줘 다행이다. 더위가 물러가니 매미의 울음소리도 힘이 빠진 듯하다. 처음으로 전망이 트이는 바위지대를 만난다. 골짜기 건너 하산 코스인 시루봉 능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뒤이어 517.9m봉에 닿으니 한층 가까워진 대산이 또렷하게 다가온다.
![대산 위치도](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8%2F10%2F11%2F2018101102434_3.jpg)
![대산은 전망이 빼어나 산과 바다, 도시와 산골의 마을까지 와 닿는 풍경이 시원하다. 무학산과 마산 앞바다, 창원시가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8%2F10%2F11%2F2018101102434_4.jpg)
두 번째 송전탑을 지나면 능선 길의 경사가 더욱 가팔라진다. 땀방울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릴 무렵 낙남정맥 길에 선다. 운치 있는 소나무 아래에 장의자가 놓인 평지다. 옆에는 광산(광산먼등)이라고 새긴 표석이 서있다. 여기서 대산 정상은 빤히 보이는 아주 가까운 거리다. 산길은 역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정맥 길이라 훤하다. 주변은 참싸리가 군락을 이뤄 분홍색의 꽃을 피웠다. 대산까지 짧은 능선 곳곳이 뛰어난 전망대다.
지나온 무등산 능선과 가야 할 시루봉 능선이 한눈에 파악된다. 옛 진해현(진동)의 진산이었던 수리봉이 두 능선 끝자락 뒤에 우뚝하고, 그 너머 호수 같은 진동 앞바다는 하늘과 바다를 구별하기 어렵다. 바다 건너 거제와 갯가에 인접한 고성의 구절산, 거류산, 통영의 벽방산도 어렴풋이 다가온다. 산과 바다를 끼고 터를 잡은 마을들도 아늑해 보인다. 수채화같이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이 오랫동안 발길을 붙든다.
발걸음을 옮겨 성큼 올라선 대산은 역시 큰 산다운 면모를 지녔다. 대산은 인근의 이름깨나 알려진 광려산, 무학산보다 지명도에서 한참 떨어지지만 전망만큼은 빼어나다. 동북쪽 건너편 무학산은 마산의 진산답게 위풍당당한 모습이다. 잔물결이 일렁이는 마산 앞바다를 비롯해 창원시가지는 물론 멀리 가덕도와 진해만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해군사관학교가 위치한 곶출산, 일명 콰이강의 다리로 알려진 저도연륙교, 마창대교 등이 조망되고, 멀리 정병산, 비음산, 용지봉, 불모산, 웅산, 시루봉, 천자봉 등이 일자로 이어 가며 통합 창원시의 동쪽 울타리 역할을 한다.
하산은 대산을 등지고 광려산 방향의 정맥 길로 잇는다. 목재 계단을 만나면 또 다른 전망이 기다린다. 멀리 함안의 진산인 여항산이 보이고, 내처 뻗어온 낙남정맥이 서북산, 대부산을 지나 한티재로 내려앉는다. 정맥을 떠받치는 광려산은 북쪽 상투봉으로 화개지맥을 낳고 대산으로 달려온다. 정맥에서 갈래 뻗은 산줄기와 높고 낮은 산봉우리는 어머니의 치마폭 같은 넉넉함을 안겨 준다. 이어갈 시루봉 능선은 지나왔던 무등산 능선과 골짜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쪽으로 나란히 뻗었다.
![시루봉 능선에서 본 망곡리 골짜기의 흉물스러운 채석장. 그 너머로는 진북면의 베틀산, 야반산, 인성산이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8%2F10%2F11%2F2018101102434_5.jpg)
![숲으로 둘러싸인 등대산은 조그만 돌탑 몇 기가 있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8%2F10%2F11%2F2018101102434_6.jpg)
시루봉 능선의 분기점을 찾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정맥 길이 워낙 좋아 잘못하면 지나치기 쉽다. 목재 계단을 지나 10분쯤이면 사람이 다닌 흔적을 따라 왼쪽 낮은 봉우리로 살짝 올라선다. 정맥 길을 벗어나 제법 무성한 수풀을 헤치고 살피면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뚜렷하다. 여기서부터 능선만 놓치지 않으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청정한 산길은 곳곳이 야생의 흔적이다. 먹이를 찾아 땅을 파헤친 멧돼지의 흔적에 군데군데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기도 한다.
송전탑을 지나 내추마을 갈림길까지 내리막의 능선은 숲길이다. 내추마을로 내려서는 산길은 희미하다. 능선 따라 직진하면 나지막한 364.1m봉을 넘어 태봉재에 이른다. 태봉재는 진동면 태봉리와 진북면 추곡리를 이어 주던 고갯길이다. 세월이 흘러 이용하는 사람이 없는지 옛길은 묵어가고 있다. 시루봉으로 올려치는 산길은 희미하고 가파르다. 또 다른 송전탑을 지나면 이내 삼각점(함안 427, 1986 재설)이 설치된 시루봉(448.0m)이다. 우거진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대산의 정상부만 조망된다.
시루봉에서 등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 내려선다. 잠시 전망이 트이는 오른쪽 망곡리 골짜기는 흉물스러운 채석장이다. 그 너머로는 진북면의 베틀산, 야반산, 인성산이다. 시루봉에서 안부까지는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안부에서 다시 한 굽이 올라서면 등대산에 닿는다. 등대산의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산정은 숲으로 둘러싸이고 조그만 돌탑 몇 기가 있다. 돌탑 위에 등대산 397m라 쓴 돌을 올려놓았다. 산정에서 약간 비켜난 곳에 대산과 태봉마을 골짜기가 훤히 드러나는 조망처가 있다.
동쪽 능선을 따라 태봉마을로 향한다. 서남쪽 능선은 진동면소재지로 연결된다. 급경사의 바윗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완만한 숲길로 창원 황씨 묘지를 지난다. 이후 갈림길인 남양 홍씨 묘지에서 오른쪽 길은 나중 과수원 담장에 막힌다. 묘지 앞으로 내려서면 산자락 왼쪽으로 희미한 길이 이어진다. 결국 산길은 사라지고 마을을 보고 10분 정도 길을 만들며 내려가 논둑을 건넌다. 마을길로 빠져나와 산행을 시작했던 버스정류장에서 마무리한다.
![대산 등산지도](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8%2F10%2F11%2F2018101102434_7.jpg)
산행길잡이
태봉버스정류장~무등산~517.9m봉~ 광산먼등~대산 정상~시루봉 능선 분기점~ 내추마을 갈림길~364.1m봉~태봉재~시루봉~ 등대산~창원 황씨 묘지~남양 홍씨 묘지~태봉 버스 정류장. 소요시간 6시간.
교통
산행 들머리까지 대중교통 편이 좋다. 기차 또는 시외버스를 이용해 마산을 경유한다. 마산회원구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1688-3233)에서 산행 들머리인 진동면 태봉마을로 가려면 70번, 65번, 73번, 64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기차를 타고 마산역에서 내렸다면 마산역 치안센터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72번, 74번, 78번, 75번 시내버스를 타고 태봉버스정류소까지 갈 수 있다. 산행을 마친 후 같은 곳에서 창원 시내 방면의 시내버스는 노선별로 많다.
숙식
마산은 창원과 통합해 이제 2개 구로 재편됐지만 시내 어디를 가든지 숙박에 어려움은 없다. 마산회원구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 인근과 마산합포구 오동동 어시장 주변은 오래 전부터 대형 모텔들이 많았던 전통적인 모텔촌이다. 마산은 해안가 도시답게 해산물 위주의 먹거리가 다양하고 풍부하다. 마산합포구 오동동 어시장 주변에 특화된 먹거리 거리가 있어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 마산지방의 별미인 ‘마산아구찜거리’를 비롯해 ‘마산장어구이거리’, ‘마산복요리거리’, ‘마산통술거리’, ‘마산어시장 횟집거리’ 등의 먹자골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