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8·8 개각이 ‘청문회 난관’에 부딪혔다. 민주당은 은행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신재민(문화체육관광부)·조현오(경찰청) 등 7명의 후보자가 야당으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청문회에서 이런저런 흠결이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청문회에서 나온 일부 의혹들이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흠결은 아니었다”는 전언도 있다.
그렇다면, 과거 청문회에서 낙마한 후보자들의 ‘흠결’은 어느 수준이었을까. 지난 2000년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제도가 도입된 뒤로, 고위급 인사들의 주요 낙마 사례를 살펴봤다.
-
- ▲ 지난 2002년 총리서리 취임 축하 전화를 받는 장상씨(왼쪽). 인준안 부결 뒤 장상씨.
◆가장 흔한 법 위반은 위장전입… 파급력은 낮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는 바로 위장전입(주민등록법 위반)이다.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의 첫 여성 총리로 발탁됐던 장상 당시 이화여대 총장은 위장전입 의혹으로 낙마했다. 한 달 뒤 총리로 지명된 장대환 매일경제신문사 사장(현재 회장)도 위장전입 의혹 탓에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공직자들의 위장전입 사례는 줄을 이었다. 지난해 9월 청문회에서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는 배우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했다. 뒤이어 정운찬 국무총리, 이귀남 법무부장관, 임태희 노동부장관 후보자들도 위장전입 문제에 연루됐다. 그러나 이들은 의혹에도 결국 임명됐다.
이에 대해 ‘위장전입 만으로 사퇴안하더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상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뿐 아니라, 부동산 투기의혹, 장남 국적, 학력 시비 등을 맞았다. 이어 지명된 장대환 후보자도 부동산 증여세 누락, 9억7000여만 원의 재산신고 누락 등 모두 10건의 실정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다.
반면 위장전입 하나만이 문제가 된 경우에는 대체로 ‘논란’만 있었을 뿐, 청문회 통과 자체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김명곤 문화부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의혹으로 야당의 공격을 받았으나 청문회를 통과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산자부장관 후보자 시절 청문회 과정에서 부인과 자녀들의 주소를 20여일간 자신의 지역구로 옮겨놓았던 것이 위장전입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으나 무사 통과됐다.
-
- ▲ 지난 2008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자 "걸림돌이 되기 싫다"며 자진 사퇴했던 이춘호 당시 여성부 장관 후보자
◆부동산 투기는 걸리면 낙마, 논문 표절도 공격 대상
부동산 투기 의혹도 단골손님이었다. 다만 파급력이 위장전입보다 훨씬 셌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지난 2008년 이춘호 여성부 장관,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모두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줄줄이 자진해서 사퇴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취임 이후 뒤늦게 부동산 투기 사실이 알려져 사퇴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2005년 3월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는 부동산 투기 의혹에다가 3·1절 골프 파문이 겹치면서 결국 사퇴했다. 이어 강동석 건교부 장관과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도 각각 처제와 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잇따라 사표를 냈다.
논문 표절 의혹도 흔하디흔한 일이 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는 논문 표절과 중복게재 문제로 청문회에서 야당의 집중공격을 받았고, 취임 며칠 만에 사퇴해야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운찬 전 총리, 현인택 통일부 장관,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유사한 논문 중복게재 사실이 드러났지만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