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농업기술센터에서 함께 공부하는 이웃 농가들과 견학을 다녀왔습니다.
견학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고,
바쁜 농사철 앞두고 맛난 것도 먹고, 콧바람도 좀 쐬고 오자는 데 뜻을 모은 여행이었습니다.
토마토 농장하시는 분, 오미자, 감, 고구마, 장뇌삼, 복분자 농사지으시는 분...그리고 저희 부부까지
다양한 농가들이 관광버스에 올랐습니다.
함양을 벗어나자마자 마이크가 켜지고,
버스 안은 라이브 카페처럼 잔잔한 노래가 이어졌습니다.
비닐 하우스 안에서, 밭이나 과수원에서 일복차림으로 종종걸음치는 모습만 봐 오다가
발라드곡들을 골라 부르는 농민들의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르게 가슴 뭉클했습니다.
그 분위기에 젖어 남편도 노래를 몇 곡 불렀습니다.
남편이 조하문의 "이 밤을 다시 한번"이란 곡을 부를 때
언니들이 "오빠!!! 오빠" 하고 추임새를 넣어주어 괜히 제 어깨가 으쓱했답니다. ^^*
저희 일행이 도착한 곳은 충남 연기군.
묘목을 키우시는 분의 농장이었는데,
인터넷 카페를 잘 운영하시는 분으로 유행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한창 묘목을 심을 시기라 저희가 간 날도 일하시느라 눈코뜰새없이 바쁘셨습니다.
사진 속에서 빨간색 옷을 입고 있는 분이 농장 주인되는 분입니다.
"아침의 농부"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지기님.
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참 좁다고 느낀 게 제가 그 카페 회원인데,
그분 농장일 거라는 걸 생각도 못하고 갔다가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된 겁니다.
푸른하늘님이 귀틀댁이란 제 닉네임을 기억하고 계시더군요.
얼마나 놀라고 또 한편으론 얼마나 반갑던지요.
저는 자꾸자꾸 웃음이 나왔습니다.
묘목밭 한켠에 놓여 있는 항아리들.
오시는 분들께 대접하려고 담아놓은 약주와 효소들이었습니다.
뚜껑을 열어 오미자주도 먹어보고, 포도주도 맛보고....
넉넉한 주인장의 마음씀씀이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 때가 되어 돼지고기를 장작불에 구웠습니다.
기름이 쫙 빠지고 고기가 노릇노릇 구워질 때까지 불앞에서 군침을 삼켰습니다.
집으로 들어와 구운 고기에 밥을 차려먹고,
푸른 하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농사를 짓고 있는 저희들에게
인터넷 카페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분은 인터넷에서 참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셨다고 하셨습니다.
진심은 통하게 되어 있다고
농산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카페가 아니라
회원분들과 정보를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거듭 해주었습니다.
푸른 하늘님이 꺾어온 미선나무꽃.
은은한 향을 머금고 있는 참 고운 꽃이었습니다.
그리고 제제님이 생강나무꽃으로 차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꽃을 따서 찌고 덖는 걸 서너 번 하면 집에서도 쉽게 꽃차를 만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따뜻한 물에 피어난 생강나무꽃. 찻물이 참 곱습니다.
그 집에서 만난 발바리 두 녀석.
제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어리광을 부립니다.
농장을 떠나는 시간.
푸른하늘님이 먼길까지 배웅을 해주었습니다.
일손이 바빠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없었지만,
먼길 온 손님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그 마음만은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녁엔 회센타에 들러 쭈꾸미도 먹고
광어회도 먹고....
돌아오는 관광버스 안.
갑자기 버스안에 불이 꺼지고 레이저가 번쩍거리는 가운데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시간이 왔습니다.맨 정신으론 도저히 빠져들 수 없는 시간.
올 것이 왔구나! 했습니다.
저는 정신이 혼미해지도록 소주를 몇 잔 들이켰습니다.
버스는 들썩들썩 쿵짝쿵짝....
순식간에 묻지마 관광차로 돌변했습니다.
저는 시골와서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관광차 분위기에 익숙합니다.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살살 흔들어주고, 손가락 찔러주고....
그런데 남편은 난생 처음 겪는 일이라 어리둥절,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술을 한 모금도 먹지 못하는 남편은
혼자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끝내 분위기에 빠져 들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기만 했습니다. ㅋㅋㅋ
연기에서 함양으로 이어진 광란의 관광버스.
언니, 오빠들 춤추는 거 보면서 웃겨서 입이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며 원없이 웃었습니다.
저도 전형적인 시골아줌마가 되어가나 봅니다.
관광버스에서 정신줄 놓고 춤추는 게 마냥 신나는 걸 보면.....
첫댓글 ㅋㅋㅋㅋㅋㅋ 먼길 걸음 하신 보람이 있으셨네요^^ 하루 온종일 아주 꽉차게 알차셨습니다. 저도 만나서 반가웠어요.^^ 광관의 관광버스 타 본지가 언제인지... 부럽다.ㅋㅋㅋㅋ
참, 사과꽃향기님. 오늘에서야 뒤늦게 제가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전정가위로 전나무를 자르시던 분이 향기님이라는 걸.... 젊고 잘 생기신 청년이 잠깐 일손도우러 왔나 보다,했습니다. 그분이 향기님이실줄은..... 제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했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아무튼 그날 지기님뿐 아니라 제제님, 사과꽃향기님까지 줄줄이 뵈었네요. 다음에 인근에서 번개할 때 함 뵈요.
카페 방문해서 한줄인사라도 남길려 했더니 그것도 막혔네요^^ 회원가입 하면 받아 주실라나...ㅎㅎㅎㅎ
맨아래분이 남편분이시군요. 함양에서 갔으면.. 저도 낑기는건데... -_-
저도 십이월님 생각나서 혹시 아시나 여쭤보고 싶었지만... 참았었어요^^ 오신 분들이 근처 사시는가 싶어 오봉리 아냐고만 물어 봤어요^^
기행일기가 아니라 단편() 미니소설을 읽는 느낌이에요 어쩌면 이렇게 글을 잘 정리해서 쓰실 수가 있으신지 모판에 가지런히 자라나는 예쁜 모들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글 솜씨가 농사와도 무관하지 않은 건지.. 타고난 재능이신지는 모르겠지만 ... 아침에농부 카페에는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정말 많네요 겁게 보고 갑니다 ^^
미투요... 하이디도 그리 하고픈디... 안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