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갔다 그날도 라디오를 들었다 어느 먼 나라의 죽은 가수를 사랑하게 되었다 기차를 타고 갔다 버스를 타고 갔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늦은 밤 이어폰을 끼고 안개 속으로 걸어가는 아이들 여러 대의 오토바이들이 연이어 달려갔다 화장한 언니들이 담벼락에 구토했다 모두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버스를 타고 갔다 자전거를 타고 갔다 페달을 밟으면 눈송이 같은 별들이 쏟아졌다 눈을 감아도 떨어질 곳은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갔다 음악에 실려갔다 어디로 가니 밤이 내게 물었다 좋은 냄새를 찾아서 신의 요람으로 음악에 실려갔다 맨발로 뛰어갔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 레일을 이탈하고 싶어 기차는 맨발로 이 밤을 지나 혹한의 시베리아를 지나 꽃잎을 밟고 유령들을 싣고 혼자서 질주한다 태양과 달을 지나 은하계를 가로질러 보이지 않는 레일의 끝을 향해 누군가 폭발물을 설치했으면 좋겠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모두 시체 나쁜 냄새들이야 맨발로 뛰어갔다 파도에 휩쓸려갔다 무섭지 않았다
* 강성은,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에서 - 창비시선 303. , 2009. 6.22
: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지나
태양과 달을 지나 은하계를 가로질러
무섭지 않았... 정말?
( 230111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포스터 :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 설국열차(2013), 은하철도999-극장판(1979)
500 Miles(Peter, Faul & Mary, by Hedy West) Sax Cover 박건구 200817제가 태어나기 전에 발표된 노래입니다.연휴를 집에서 지내다 보니..고등학교 때 영어공부하다가 들은 곡인데, 음반을 찾아서 2년을 세운상가를 뒤진 곡이죠. 초등학교 친구가 요청한 곡인데, Backing Track은 제가 편곡하여 만들었습니다.If you missed the train...www.youtube.com
첫댓글 유명인이 썼으니 시로 읽힐 뿐 제겐 두 번 읽었지만 이게 왜 시일까? 궁시렁댑니다.
며칠 노모 병간호와 더불어 무리를 했더니 대상포진이 찾아와 들풀...님 글에 댓글도 못달았다는...
에효. 이제야 보았네요.
대상포진..엄청 아픈....
지금은 제대로 잘 나으셨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