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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글날이 탄생한 1926년에는 한글날을 '가갸날'이라고 했다. 한글을 만들어 완성한 날이 아니라 한글의 창제 동기와 제자 원리 등을 설명한 책자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완성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글날을 한글의 완성일이 아닌 '훈민정음(해례본)'의 완성일로 정한 것은 이날이 그야말로 '훈민정음'이 공식적으로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한글날을 하루 앞둔 국회 정문 앞에서는 이색적인 1인 시위가 전개됐다.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 추진위원회(한글학회 등 50여개 단체)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91년 경제논리를 앞세워 국경일에서 제외한 한글날의 국경일 부활을 촉구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1인 시위를 통해 내보이고 있는 것. 이들은 "한글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수년동안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을 전개해 왔다"며 "그러나 한글날 국경일 제정청원은 정치권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 몇 년째 방치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지난 8월 14일 서울 종로 느티나무 카페에서도 또 하나의 '33인 모임'인 '한글날이 국경일이기를 바라는 33인 모임'이 발족해 관심을 끌었다. 김영명 한글문화연대 대표, 소설가 이외수씨, 이수호 전교조 위원장 등 33명이 참가한 이 모임은 한글날을 국경일로 하자는 것은 단순히 노는 날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한글날을 민족의 경사스런 날로 삼아 한글을 제대로 대접하자는 염원이 담겨 있다. 이같이 최근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자는 목소리가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경일은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등이 있으나 정부가 정한 39개의 기념일 가운데 하나인 한글날은 1990년부터 법정 공휴일에서도 제외됐다. 이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것도 정부인 실정에 국경일로 다시 제정하는 것이 불가능 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반면,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해 유네스코에서는 세계 문명 퇴치에 현격한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을 '세종대왕상'(The Prize of King Sejong)이라고 명명할 만큼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지난 1996년 세종대왕의 천문학에 관한 발명(간의대, 혼천의 등)과 업적을 높이 평가해 천문학자 와다나베 박사가 새로 발견한 소행성을 자기 나라 위인의 이름을 따지 않고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서 '세종성'이라 명명한 일이 있어 한글의 주인이 누구인가하는 의문도 갖게 한다. 이렇듯 국외에서는 한글의 우수성을 칭찬하지만 오히려 안에서 푸대접을 받는다. 세계에는 약 3,000개의 언어가 있지만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이번 세기안에 대다수의 언어가 사라지리라는 전망이다. 불행하게도 사라질 언어 가운데 한글도 속해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세계 언어학자들의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부기관마저 한자가 주민등록증에 반드시 병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영어조기교육, 영어 공용화 붐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1946년부터 공휴일로 기념해 온 한글날이 국경일에서 제외된 것은 노는 날이 많아 산업생산력이 떨어지고 과소비 풍조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는 성명을 내 한글날의 국경일 지정을 공식적으로 반대했다. 당시 이들은 "공휴일이 하루 늘어나면 기업이 부담하는 추가금액은 7천억원 정도로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한다"며 "운영자금 조달마저 어려운 중소기업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됐고, 한글날 하루 쉬는 게 경제에 큰 악영향이나 미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게 한글날의 국경일 제정을 바라는 사람들의 여론이다. 특히 3년전 문화관광부가 한글날의 국경일로 지정을 추진하겠다던 약속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더욱이 당시 한글날을 국경일로 삼자는 데 찬성해 서명한 의원은 당적 구분 없이 100여명이 넘었고, 3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국경일 지정을 위한 개정법률안을 공동발의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올해 한글날도 그저 그런 기념일로 전락된 채 보낼 것으로 보인다. 한글학자들은 "우리의 글이 세계적 문자로 발돋움하려면 우선 한글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하려는 자세와 그 가치에 상응하는 국가적 배려가 필요하다"며 "국가적 배려라면 우선 한글의 위상에 걸맞게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는 일이고 한글의 가치를 살려 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는 문자로 거듭 가다듬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세계의 여러 문자 가운데 우리의 한글만이 창제자와 반포된 날짜가 정확히 알려져 있다"며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기에는 이것 하나만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국경일 제정에 대한 최종 판단은 국민에게 맡길 일이지만 우선 국가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 한편,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 추진위원회는 9일 11시부터는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한글날 국경일 제정 촉구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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