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 소문난 추어탕집 위치 : 필름포럼 매표소쪽 출구에서 우측으로 10M 전화번호 : 02)742-1633 이런 사람, 꼭 : - 도대체 천오백원짜리 해장국이 무슨 맛인지 궁금한사람 - 종로 근처에서 가장 싸게 한끼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 - 낙원상가로 악기 사러 갔다가 배가 고파졌는데 주머니에 남은 돈 이 천오백원 밖에 없는 뮤지샨 |
서울 토박이나 도심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어르신들, 낙원상가 주변을 풀빵구리 쥐 드나들듯 들락거리는 뮤지샨들에게는 상당히 유명한 집이다.. TV며 신문 등 매스컴도 꽤 많이 타서 이제는 제법 이름난 맛집 축에 속한다고 한다.
상호가 '소문난 추어탕'이라고 해서 추어탕을 팔거라는 당연한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 붕어빵에 붕어 안들어가고 가래떡에 가래 안들어간다지만 추어탕 간판 걸고 추어탕 안파는 집은 또 첨 봤음이다. 이 집의 메뉴는 천지에 단 한가지. '우거지 얼큰탕'이라고 명명된 천 오백원짜리 우거지 해장국이다.
'일사 후퇴 이후로 청소해 본 적 없셈'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사방군데 꼬질꼬질 때가 끼어있는 실내로 들어가면 나무로 짠 테이블이 군데군데 놓여있다. 가게 밖에 있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도 좋다. 어느 자리던 합석은 기본이다.
어쨌든 자리를 잡고 앉으면 주문이고 뭐고 할 틈없이 바로 국그릇이 눈 앞에 철푸덕 내려앉는다. 그 신속함에 벙쪄 잠시 앉아있으면 이내 밥과 반찬이 온다. 반찬이래봐야 고춧가루에 절이다 만 것 같은 희끄무레한 깍두기 하나 뿐이다.
국 속의 건더기는 온통 식물성이다. 국물에 기름기도 둥둥 떠있는 것이 제법 남의 살이 들어있을 듯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실제로 들어있는 건더기들은 단호할 정도로 식물성을 유지하고 있다. 국그릇 안으로 가득한 우거지 사이로 조촐하게 자리잡고 있는 두부 한 조각. 그것이 이 풀 천지의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그러나 고 이주일 선생의 격언이 있지 않던가. '일단 한번 잡숴보시라니까요'. 이 국물에 밥을 말아 한 숟갈 먹으면 사고의 일대 전환이 일어난다. 이 오로지 풀 때기로만 이뤄진 해장국, 참 동물적으로 맛있다. 건더기의 식물성이 국물의 진한 동물성 향기로 모두 상쇄될 정도이다. 그렇다고 고기냄새가 역한 것도 아니다. 아주 진하게 잘 우러낸 고기국물이다. 양념도 잘 되어있다. 하여간 참 맛있다.
밥을 말아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면 '한끼 정말 제대로 자알 먹었다'는 뿌듯한 만족감이 밀려온다. 다 먹고 이를 쑤시며 밖을 나서면 수금 전문 청년이 대기하고 있다. '여기 얼마예요?' 따위 물을 필요 없이 그에게 천 오백원을 쥐어주면 식사 끝이다. 참으로 간단하고도 편한 영업 흐름이 아닐 수 없음이다.
이 집 맛의 알파며 오메가는 바로 국물이다. 이 집의 국물은 나름 꽤 정성을 기울이는 괴기국물이란다. 주인아자씨가 새벽부터 마장동으로 나가 소잡뼈, 내장 등을 사들여 정성들여 다듬어 우거지 넣고 푹푹 끓여 만든단다. 가격은 비싸지 않지만 정성과 솜씨는 제법 필요한 재료들이라고 사료되는 바이다. 이 가게의 바깥에서는 국물 끓이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얍살하게 마장동에서 파는 '고기국물 엑기스' 같은걸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아닌, 정직하게 끓여낸 고기국이다.
자고로 코리안의 과거로부터 부의 척도는 '이밥에 고깃국'이 아니었던가. 이 집은 바로 그 기본에 충실하다. 그것도 천오백원에 말이다. 화학조미료 맛이 적지 않게 나지만 천오백원짜리한테 그런 것 까지 바라면 안되는 거 아닌감.
이 집의 좋지 않은 점. 청결은 밥말아 먹고 친절은 국말아 먹었다. 때가 꼬질꼬질한 벽에서는 지금 당장 바퀴벌레가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을 듯 하며 테이블에 놓인 소금통에는 누구 수저에서 묻어나온 건지 판단이 불가한 고춧가루가 더덕더덕 붙어있다. 일하는 아줌마들에게 국그릇 갖다주는 정도의 봉사정신 외의 싸비쓰란 기대할 수 없다. 물 그릇도 없어서 밥을 국에 말고 난 후 빈 밥 그릇에 물을 떠먹어야 한다. 부디 이 집을 깔끔한 애인님이나 마나님과의 데이트 코스로 잡지 않는 정도의 센스는 발휘해주시길 앙망하는 바이다.
2,000원 - 선짓국
상호 : 고향집 위치 : 필름포럼 매표소쪽 출구에서 우측으로 20M 간 후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보인다. 전화번호 : 02)742-4120 이런 사람, 꼭 : - 오백원 더 줘도 되니 동물성 단백질을 좀 섭취해야 쓰것다는 사람 - 그래도 요식업소라면 모름지기 깔끔해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사람 - 낙원상가로 악기 사러 갔다가 배가 고파졌는데 주머니에 남은 돈 |
우거지 얼큰탕집의 지저분에 학을 떼는 양반, 우거지 해장국에 취미 없으신 어르신. 천오백원 보다는 경제 사정이 나으신 분. 오백원 정도는 더 쓸 배포 되시는가? 그런 당신께는 고향집을 추천드린다. 이곳은 제법 번듯한 식당의 꼴을 갖추고 있다. 잘 닦은 테이블에 제대로 된 물 컵도 있다. 가게 안도 밝고 깔끔하다. 심지어 에어콘도 있다. 그럼에도 가격은 이천원이다. 이천원.
고향집은 이천원으로 '고르는 즐거움'까지 안겨주는 집이다. 소뼈 선지해장국과 버섯콩나물 해장국, 순두부를 이천원에 맛볼 수 있다. 아까보다 오백원 비싸지긴 했다만, 이 메뉴들도 분명 이천원에 팔 음식들은 아니다. 게다가 가게까지 깔끔하고 번듯하니 이 아니 훌륭할소냐. 술과 안주도 판매하는데 소주는 2천원이고 안주거리는 5천원~만원선이다.
이 집의 대표적인 메뉴는 바로 선지해장국이다. 진한 고기국물안에 콩나물과 네모지게 성형된 선지가 딱 세 개 들어있다. 이렇게 야무지게 네모난 선지도 첨 봤을뿐더러 달랑 세 개라는 사실에 살짝 빈정이 상하기도 할 만하다. 그러나 이 반듯한 선지를 불규칙하게 쪼개보면 그 양이 적지 않음을 알 게 된다. 꼭, 우리가 오천원 내고 먹는 선짓국만큼의 선지가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맛은 어떠한가. 천오백원짜리 해장국집 국물에 선지를 담근 맛이라 보면 되겠다. 두 집의 국물맛은 형제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비슷하다. 화학조미료를 이 집이 좀 더 세게쓰는게 차이라면 차이일까. 그 집 국물에 선지가 오백원 어치 더 들어가있다고 표현하면 맞을 듯 하다.
천오백원짜리집 국물에 대해 앞에 길게 설명한 바 있으니 이 집에서는 더 설명 안해도 될 듯 하다. 충분히 진하고 맛있는 국물 되겠다. 게다가 선지까지 들어가 있으니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그리움도 충분히 해소된다. 다만 선지가 좀 밍밍한 게 맛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약간 불친절 하다는 것. 특히 바쁘게 돌아가는 점심시간 부근에는 친절을 기대해선 안된다. 손님에게 약간 언성을 높이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손님들이 대부분 '허허허 이 가격에 밥먹으면서 점심장사 때 폐 끼치면 안되지'라며 너그럽게 군다. 이런 것이 바로 싼맛의 파워가 아닐까.
2,500원 -순대국
상호 : 소나무 위치 : 필름포럼 매표소 출구 바로 옆 전화번호 : 02)764-9221 이런 사람, 꼭 : - 가격이 아무리 싸도 외식이라면 모름지기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육식주의자. - 다른 곳 반값에 진한 만족을 느끼기 원하는 순대국 마니아 |
낙원상가 옆 좁은 골목으로는 돼지머리, 수육을 전문으로 하는 허름하고 작은 식당들이 다닥다닥 밀집되어 있다. 나름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돼지 머리 골목이다.
이 곳에 위치한 5~6개의 식당들의 메뉴는 모두 대동소이하다. 돼지머리 편육과 수육, 그리고 순대국이다. 싼맛의 중원 답게 가격 또한 전부 저렴하다. 가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 동네의 순대국 값은 삼천원에서 삼천 오백원이다. 이 중 소나무가 간택된 이유. 간단하다. 제일 싸다. 이 집은 이천 오백원이걸랑.
이 동네의 순대국은 다른 동네에서 먹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순대국이라면 순대와 함께 돼지 내장, 머릿고기 등이 들어있지 않대. 이 동네 순대국은 순대보다는 머리고기 중심이다. 머리고기 썬 것을 중심 건더기로 하고 순대와 곱창을 취향에 따라 추가할 수 있는 것이 낙원상가 순대국이다.
소나무의 순대국도 이 동네 스타일에 충실하다. 뚝배기에 머리고기에 순대와 곱창을 넣은 후 국물을 붓고 양념을 해서 내온다. 거기에 더해서 이 집은 주문을 받으면 한 그릇 한 그릇을 일일이 센 불에 팔팔 끓여서 가지고 나온다. 딸려 나오는 반찬도 이천 오백원 치고는 무척 푸짐하다. 깍두기 김치를 기본으로 풋고추와 마늘이 나온다. 좁은 상이 가득차는 상차림이다.
맛 또한 그 어느 순대국집에 뒤지지 않는다. 국물은 진하고 건더기는 푸짐하다. 돼지 냄새도 별로 나지 않는다. 워낙 머리고기 중심 설계인지라 건더기 중에 비계가 많은 것이 입맛에 안 맞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만 마늘과 쌈장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 정 못먹겠으면 남겨도 된다. 건더기가 충분하여 다 먹지 않아도 충분히 배부르다.
아주머니가 친절한 것도 이 집의 장점 되겠다. 웃는 얼굴로 손님 한명 한명에게 자상하게 대해주는 주인 아주머니의 인심이 제법 흐뭇하다. 2평 안팎의 좁은 가게 내의 손님들이 서로서로 따뜻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도 또하나의 장점으로 꼽고 싶다.
3,000원 - 평양냉면
상호 : 유진식당 위치 : 탑골 공원 북문 앞 이런 사람, 꼭 : - 싼 값에 지대로 된 평양냉면을 맛보고 싶은 냉면 마니아 - 오래 끓인 곰탕 국물같은 다정한 부부를 보고 싶은 로만티스트 - 낙원상가의 싼맛 역사를 알고 자픈 학구파 |
유진식당의 겉보기는 별로 싼맛 고수스럽지 않다. 에어콘 까지 갖춘 번듯한 가게 모양새며 밖에 붙인 '평양 냉면 삼천원'플랭카드가 각종 하수의 혐의를 부여한다. 혹시 이 동네의 싼맛 분위기에 편승하여 맛 없는 음식 싸게 팔면서 생색만 내려는 집이 아닌가 하는 의심 말이다.
그러나 실제의 유진식당은 상당한 고수이다. 아니, 낙원 상가 싼 맛 역사의 원조라고 봐도 무방한 집이다. '유진식당'이라는 이름 자체는 낯설어도 '대머리 형님 가게'라고 하면 이 지역에 모이는 원로 음악인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최근 수리를 해서 외관이 젊어졌을 뿐 역사가 벌써 40년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천오백원 해장국이며 이천원 선짓국은 이 집의 후배뻘이 된다니 가히 낙원상가 싼맛 중원 최고 고수라 지칭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 집의 40년 역사와 함께하는 대표 메뉴는 설렁탕과 돼지머리 국밥이다. 가격은 둘 다 이천오백원. 본 기사에서 소개하는 냉면은 이제 개시한 지 한달 된 신참메뉴라고 한다. 사실 삼천원 짜리 냉면은 굳이 낙원상가가 아니더라도 발견하기 어렵지 않다. 당장 탑골공원 정문 옆에 이천 구백원짜리 냉면집이 있고, 김밥류를 파는 분식 체인점 냉면도 그 비슷한 가격이다.
그럼에도 유진식당의 냉면을 강력 추천하는 이유. 이집의 삼천원짜리 냉면은 그냥 그렇게 흔히 먹을 수 있는 냉면과는 다르다. 바로 평양냉면이다. 그것도 상당히 제대로 된. 을지로의 우래옥에서 팔천오백원에 팔고 있는 그 냉면의 맛이다. 물론 오천원이 넘는 가격의 갭이 있는 만큼 맛은 우래옥보다 약간 떨어진다. 한 사촌 동생쯤 되는 맛이라고 해야 맞을 듯 싶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삼천원에 만날 만한 맛은 아니다.
딴데서 팔천 오백원 받는 걸 삼천원 받는 이 집의 명랑정신. 그것은 이 집의 사장님과 역사를 소개함으로서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낙원상가 주변에 모이는 원로 음악인들의 큰형님 역할을 하고 있는 이집 '대머리형님' 사장님은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의 할아버지 사장님이시다. 1.4 후퇴때 서울로 내려와 낙원상가에 자리 잡은 후 40여년을 이 곳의 터줏대감으로 장사하고 계신단다.
첫댓글 ㅋㅋ낙원 갈때마다 들려서 먹어본집이 많네..ㅎㅎ
가고프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