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학창 시절의 추억이 있다.
그중에 소중한 추억은 자신의 사춘기 시절인 것 같다.
소년은 사춘기를 고교생이 되어 경험했고 집안이 가장 어려웠던 그 시절이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그런데 그 시절에 다녔던 고등학교는 당시에 상당히 특이한 학교여서 소년에게는 참 감개무량한 시절로 남아있다.
소년이 다녔던 학교는 고교 입시제도 하에서는 인문계 고교 중 서울에서 최하위권 수준이었는데
추첨제로 바뀐 후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게 되면서 좋아지기 시작한 학교였다.
낮에에는 남자중·고교였고, 야간에는 여자고교로 운영되는 재밌는 학교였다.
소년은 닭띠형이 그 학교 중학 시절에 성적이 크게 떨어진 것을 보아서인지
처음 그 학교에 배정되었을 땐 학교가 나빠 대학 가기가 어려워진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었다.
입학하고 나니 그 학교에서는 대학 진학률을 높여 학교 수준을 올리려고 입학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로만
특수반을 편성하여 학원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입학 전까지 바둑 두며 놀기만 했던 소년은 모든 게 생소한 내용들이어서 놀랐다.
두 달 후 정부 방침으로 특수반이 해체되었으나 소년은 그 때 받은 자극으로 인해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게 되었다.
학교 수준은 학생들이 좋은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는 선생님들의 실력에 좌우되었는데
당시 그 학교에는 늘어난 우수한 학생 수에 비해 가르칠 선생님이 부족했다.
그나마 조금 실력이 있는 선생님들은 얼마 근무하지 않고 학원으로 떠나는 경우가 잦아
많은 학생이 과외나 학원 수업으로 대학 진학을 준비했다.
당시 선생님들은 3개 등급으로 평가받았다.
1등급은 대학 본고사 과목인 국어·영어·수학 과목 선생님 중 실력이 있는 분들로,
학교에서도 대우받고 방과 후에도 과외지도로 인기를 누렸다.
2등급은 대학 본고사 과목은 아니지만, 담임을 맡아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분들로,
부유한 학부모들에게 대우받았다.
3등급은 본고사 과목 담당도 아니면서 담임도 맡지 않는 분들인데 그야말로 찬밥 신세였다.
그러나 그들은 성적이나 학부모를 보고 학생들을 대하지 않았다.
그래선지 소년은 오히려 그런 선생님들로부터 스승의 모습을 보았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서 역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선생님들이 보는 학생들은 어땠을까?
아마, 첫째는 공부도 잘하면서 집안도 잘사는 친구였을 테고,
둘째는 공부는 못해도 열심히 하려고 하면서 집안도 잘 사는 학생이며,
그다음은 공부는 잘하는데 집안이 어려운 경우일 테고,
가장 최악인 학생은 공부도 못 하는 게 말도 안 듣고 집안도 어려운 학생이었던 것 같다.
소년은 어려운 가정환경이었지만 자기는 최악은 아니었다고 자위하며 웃어본다.
그 학교에서는 당시 고교 교련검열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 학생들에게 군사훈련을 매우 엄하게 시켰다.
유능한 교련 선생님들의 지도하에 학생들은 방과 후에도 수준에 도달 할 때까지 계속 훈련받아야 했다.
그때 소년은 제식훈련을 하며 선배들과 교련 선생님들에게 혼나고는
나중에 군대에 가서 어떻게 견디나 하고 걱정을 많이 했었다.
3년 후 어쩔 수 없이 직업군인으로 살아가게 될 줄도 모르고.
대학 진학을 위해 남들처럼 과외나 학원에 다닐 수 없었던 소년은 고교 3년 동안 거의 학교에 남아서 지냈다.
소년에게는 어두운 교실에서 공부하면서 학교 운동장에서 휴식을 취하며 미래를 꿈꾸었으며
학교 앞 라면집에서 우동국물로 허기를 때웠던 시절이 아련하다.
그렇게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소년은 소위 명문대학으로 평가받는 곳에 진학하면서
그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사라지고 사춘기의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면서 세상에 나쁜 학교는 없고 오직 학생 자신이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나 보다.
첫댓글 박수를 드립니다
단결!! 저흰 구호가 이거였습니다~^^
나도 구호가 단결이었음...거여동 생활이 조금은 그리워지는군요
옛 추억의 소환
신선님의 글에서 다시한번 느껴봅니다
또뽑기 고교생활의 또다른 낭만도 있군요....
내 친구들은 고교졸업후 한동안 또뽑기 후배들을 진정한 후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졸업후 50여년이 흐르다 보니 그런 생각들이 아예 없지만.....
아~마지막 구절 너무 맘에 와닿습니다...
저는 작은 학원을 운영하는데....
아이들이 너무 학원에 의지하는 현실이 안타까울때가 있어요..
자신들의 노력도 있어야 하는데....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