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퀴터블>이 선정한 한국의 50대 재단
<에퀴터블>이 국내 최초로 작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한국의 50대 재단 리스트>는 또 하나의 재계 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다. 경제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단기적으로 기업들의 부침이 심하여 <에퀴터블>이 발표하는 일반적인 재계 리스트에는 최근에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는 대기업집단들만이 포함되지만 재단 리스트를 보면 수십년 간 한국 자본주의에 족적을 남긴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집단들이 대부분 나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령 대표적인 민족기업가로서 한국 경제의 근대화에 빠질 수 없는 수당 김연수의 수당장학회(35위)와 수당의 형인 인촌 김성수의 인촌기념회(45위)가 그것이다. 삼양그룹이나 동아일보그룹은 2003년 한국의 50대 그룹에는 포함되지 않을지언정 그 발자취는 50대 재단 리스트에 분명히 남아 있는 것이다. 태광그룹의 일주학술문화재단도 또 하나의 예이다. 태광그룹의 경우 시가총액과 순자산가치로 평가한 <에퀴터블>의 50대 그룹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기라성같은 대기업집단들을 누르고 그 재단은 11위에 랭크되어 태광그룹의 저력이 눈에 보이는 숫자만으로는 설명하지 못함을 말해주고 있다. 이렇듯 한국 재계를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2003년도 한국의 50대 재단 리스트>를 만나보자.
변화하는 한국 자본주의
작년 최초로 재단 리스트를 만들고자 <에퀴터블>이 수 많은 대기업 홍보실에 설문지를 돌렸을 때 작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담당자들의 호응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몇몇 재단 담당자들은 반드시 자기가 관련하고 있는 재단에 대하여 기사화를 요구할 정도로 재단 조사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뀜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에퀴터블>이 작년 조사시 약속한 대로 그간 언론에서 항상 부각시켰던 재단의 역작용(가령 절세나 지배구조 강화 등)보다는 사회에 대한 재단의 선기능을 강조하였고 각 재단간의 선의의 경쟁을 유도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재단은 자산규모나 사업비 등 재단 활동사항이 대외적으로 밝혀지는 것을 극히 꺼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에퀴터블>은 그 재단의 자산규모를 간접적으로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재단 리스트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즉 <에퀴터블>의 재단 리스트에 포함된 재단들은 그 사회적 역할에 대하여 어느 정도 확신이 있는 재단들로만 구성되었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편집 방향은 재단의 선기능을 부각시켜 보다 많은 기업인들의 재단 형성을 유도하고 한국 자본주의를 변화시키려는 본 기획 기사의 취지와 부합한다.
<에퀴터블>의 이러한 노력에 힘을 실어 주듯, 2003년에도 새로운 재단 설립 발표가 줄을 이었다. 부산 지역 최고 유지로 손 꼽히는 (주)태양의 송금조 회장은 1,000억 원을 출연하여 경암교육문화재단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나 고 이홍종 홍문사 사장이 100억 원에 상당하는 백암복지재단을 설립하기로 한 것 등이 그 예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의 재단은 아산재단
단일 재단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자산을 자랑하는 재단은 작년에 이어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차지하였다. 아산재단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4,700억 원규모였으나, 올해는 이보다 100억원 이상 증가한 4,832억 원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산재단은 현대그룹 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우리 사회의 가장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뜻으로 사재를 출연하여 설립한 공익재단으로 설립 초부터 의료시설이 전무했던 서울 아산병원을 비롯 정읍, 보성, 보령, 영덕, 홍천, 강릉 등 농어촌 지역을 비롯해 전국 8개의 종합병원을 설립하여 의료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적정한 치료를 못 받는 국민들을 위해서는 무료진료 사업을 펼치는 등의 다양한 복지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인재양성을 위한 장학사업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집단 별로 재단을 분류할 경우 가장 많은 재단을 보유하고 규모가 가장 큰 대기업집단은 삼성그룹이었다. 2위에 랭크된 삼성문화재단을 비롯하여 삼성의료원과 노블카운티로 유명한 삼성생명공익재단(3위), 작년 이건희 회장이 800억 원, 이재용 상무가 700억 원 등을 출연하여 설립한 삼성이건희장학재단(6위), 삼성복지재단(16위), 삼성언론재단(46위) 등이 모두 삼성그룹의 뒷받침하에 운영되고 있는 재단들인 것이다. 10위 권 안을 보면 현대 및 삼성 계열 재단 외에도 작년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삼영화학그룹의 관정이종환교육재단(4위), LG그룹의 LG연암문화재단(5위), 귀뚜라미그룹의 귀뚜라미문화재단(7위) 등이 전년도와 큰 변화없이 나열되어 있다.
한편, 전년도 리스트에서 누락되었던 태영그룹의 SBS문화재단(12위)과 대덕전자그룹의 해동전자기술진흥재단(30위), 그리고 미래에셋그룹의 박현주재단(41위)이 새로이 리스트에 진입하였고 동부그룹의 동부문화재단은 그 자산규모가 급상승하여 눈길을 끌었다. 그 외에도 관심을 가질만한 개성있는 재단들이 많은데 <에퀴터블>은 리스트에 포함되거나 향후 주목할 만한 6개의 재단을 선정해 보았다.
세계 최대의 장학재단을 지향하는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지난 한해에는 삼성이건희 장학재단의 발족과 함께 삼영화학 이종환 회장의 추가 출연 등 굵직한 재단들이 속속 등장하기도 했다. ‘천사처럼 벌지는 못했어도, 천사처럼 쓰고 가겠다’는 신념으로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삼영화학 이종환 회장은 지난 해 재단의 3,000억 원을 출연하여 국내 최대의 장학재단을 설립하였다. 관정 이종환 재단의 2002년 결산기준으로는 2,020억 원 규모의 자산을 나타내고 있으나, 이는 장부상의 금액이며 이를 싯가로 환산할 경우 3,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이는 단일 장학재단으로서는 국내 최대의 규모일 뿐만 아니라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종환 회장의 천사의 날개짓은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었다. 최근 이종환 회장은 내년까지 5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의 장학재단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의 규모를 현재의 두배로 키우기로 한 것이다. 관정 이종환교육재단 측은 ‘5억 달러의 재단 규모는 미국의 100대 종합자선재단과 비교하면 93위에 해당하는 규모이나, 순수 장학재단으로서는 세계 최대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종환 회장이 이렇게 장학재단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나라나 기업이나 가계도 돈이 아니라 사람이 키운다’는 신념에 따른 것으로 이에 따라 관정재단은 매년 150억 원 규모를 장학사업해 투입해 연간 국내 장학생 1,000명 및 국외유학장학생 100명을 내보내고 있다. 이종환 회장은 그 동안 석유합성수지가공제품산업을 최첨단 기술개발로 선도하는 등의 공로와 함께 동양 최대의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인생양성에 매진한 점을 높게 평가 받아 지난 10월에는 기업인에게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삼성의 사회공헌 문화를 대변하는 <삼성이건희장학재단>
대기업 집단으로 가장 많은 수의 재단을 보유한 삼성그룹은 지난 해 1,500억 원 규모의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을 다시 한번 설립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02년 재단 설립시 이건희 회장이 800억 원을 사재출연한 것을 비롯, 이재용 상무는 700억 원을 출연하여 이건희 부자가 1500억 원을 사재 출연했으며, 삼성 그룹 관계사가 100 억 원 상당을 출연하여 총 자산규모 1598억 원으로 설립과 동시에 국내 주요재단 순위에서 6위에 뛰어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건희 장학재단은 올 해 삼성그룹 주요 관계사 들이 300억원을 각각 출연한 것을 비롯해 향후 3년간 계열사에서 800 억원을 출연할 계획에 있어 앞으로 이건희 장학재단의 규모는 더욱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공익재단을 지향하는 < SBS문화재단 >
SBS문화재단은 서암학술문화재단과 함께 태영그룹 윤세영 회장이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재단으로, 자산규모가 350억원에 이르며 12위에 새로이 올라 있다. SBS문화재단은 SBS가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공익기업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으로 지난 1993년 설립되었다. 설립 당시 재단의 기본재산은 3억 원으로 시작하였으나, 2002년 말 자산이 350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SBS교육문화재단은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분야 사업 뿐 아니라 방송사와 관련된 재단의 이점을 살려 언론, 학술, 문화예술, 스포츠, 사회 분야에 대한 지원 및? 방송아카데미 운영 등 다양한 사회공헌을 펼치고 있다. 또한 앞으로 기금의 추가 출연과 적립을 통해 사산과 사업비 규모를 확대하여 한국의 대표적인 방송공익재단으로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3년 순위 상승 가장 높은 <동부문화재단>
재계 순위 13위인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은 2002년 10월 동부문화재단에 자신이 보유한 150억 원 상당의 주식과 부동산을 출연하고 동부건설과 동부제강 등의 주력 계열사 등이 5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동부재단에 출연하면서 재단 규모를 크게 늘이며 사회공헌 활동분야를 대폭 강화했다. 1988년 설립된 이래 장학사업과 학술연구지원, 교육기관지원 등의 공익사업을 시행하며 지금까지 누계인원 1600명에게 30여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해 왔던 동부문화재단은 김준기 회장의 추가 출연에 따라? 재단의 운영 수익금으로 장학금 수혜 대상을 넓히는 물론, 과학 기술인력 육성 차원에서 전체 장학생들 중 이공계 비율을 최대 70%까지 확대 시행하고있으며, 2004년 부터는 해외유학 지원 장학생 선발 등 기존 사업을 확대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과학기술에 특화된 <해동전자기술진흥재단>
10여 년 넘게 국내 과학기술의 발달을 위해 묵묵히 사회공헌활동을 해 온 재단이 있다. 바로 해동전자기술진흥재단이다. 해동전자기술진흥재단은 대덕전자 및 대덕GDS 김정식 회장이 지난 1991년 개인 사재를 기부해 설립한 재단으로 설립 이후 수년에 걸쳐 재산을 출연하여 자산이 증가, 현재의 152억 원 규모의 재단으로 성장했다. 해동전자기술진흥재단은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이 전자기술 분야의 진흥을 위한 후원을 하고 있는 재단이다. 이는 대덕전자 김정식 회장이 서울대 공대 통신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지난 30여 년 동안 국내 인쇄회로기판(PCB)산업을 이끌어온 전자기술계의 대부로 손꼽히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PCB산업의 1세대로 전자기술력을 바탕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김정식 회장이기에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애착이 해동전자기술재단을 설립한 원동력이 되었다. 해동전자기술진흥재단은 설립 후 전자기술 진흥을 지원은 물론 서울대학교 공과대에 전자통신 학술지원금을 지원하는 한편, 광운대학교에도 발전기금 및 IT센터 지원금을 후원하기도 했다.
해동전자기술재단의 이러한 전자기술 진흥 노력은 현재 이공계 기피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전자기술을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또한 김정식회장은 2002년에는 대덕복지재단도 추가로 설립하면서 전자기술 진흥 뿐 아니라 장애인의 복지증진 및 사회 소외계층의 복지증진 지원사업을 펼침으로써 사회 공헌활동분야를 넓히기도 했다.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박현주재단>
올해 새로이 순위에 오른 박현주 재단은 가장 최근에 설립된 재단인 동시에 가장 신선한 재단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재단의 모태가 된 미래에셋 증권이 1999년 설립된 것으로 4년 밖에 되지 않았고, 재단이 설립된 지도 3년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재단들이 경영 일선에서 모은 돈을 자신의 수중에 들어온 뒤 기부나 재단을 설립한 것과는 달리 박현주 회장은 ‘때만 되면 뭘 한다던지 아니면 부자가 된 다음에 남을 돕겠다는 발상은 매우 늦은 발상’이라 생각하고 정당한 과정으로 돈을 벌어가는 과정 속에서 설립한 재단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현주 회장은 1999년 증권사를 설립한 바로 다음 해인 2000년 3월에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나눔의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지금의 재단을 설립하였다. 그러나 박현주 회장은 기금만 출연했을 뿐 재단 운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재단은 독립적인 의사결정체로 운영되고 있다. 재단의 운영을 맏고 있는 변형윤 이사장 앞으로 박현주 재단이 모범적인 공익활동을 펼쳐나감으로써 국내 공익재단으로서의 훌륭한 모델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표) 2002년 한국의 50대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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