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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 8. 3 ~ 8. 5 (2박3일)
근무지 : 농협중앙회 여주군지부
주 소 : 경기도 이천시 창전7동 456번지 대호2차@911호
성 명 : 정 지 홍
여름 휴가를 즐겁고 알차게 보내야겠다고 계획하던 때에 이천시 설봉산 영월암에서 수련대회가 있다고 하여 참가하기로 아내와 의견을 모으고 휴가날짜를 정했다. 영월암 주지스님은 수련대회를 통하여 바르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신다니 마음이 더 끌렸다. 비가 부슬 거리며 내리는 한여름의 입산 첫날이다. 10시에 입소식을 한다고 하여서 9시쯤 설봉산을 향했다. 작은 절 입구를 지나서 왼편으로 급경사를 오르면서 큰 느티나무를 지나자 예전에 걸어서 오르곤 했던 절 길이 작은 오솔길로 희미하게 보인다. 비탈진 산길을 더 올라가니 절 앞에 있는 큰 은행나무가 허리를 굽혀 우리를 반긴다. 640년이나 됐다고 하며 나옹 대사께서 지팡이를 꽂은 것이 이렇게 크게 자랐다니 대단하다. 객실인 듯한 큰 방이 있고
"안심당(安心堂)"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안심당 앞으로 절 마당이 있고 오른편으로 대웅전이 자리하고 있다. 안심당에 들어가니 먼저 오신 듯한 네 분이 앉아 계신다. 입소카드를 적고 11시쯤 대웅전에 올라가 헌공 행사에 참여했다. 헌공 행사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주지스님의 손주 상좌인
보문 스님이 법당에서 자리를 정돈하고 있으니 키가 팔척이나 되시는 주지스님이 들어 오셔서 큰 부처님 앞에 앉으신다. 법당에는 세 분의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데 맨 중앙에 석가모니 부처님, 오른편에 관세음보살님, 왼편에 계신 분이 지장보살님이라고 하신다. 예불의식이 시작되고 경을 읽고 절하고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행사가 시작되었다. 절에 다닌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반야심경을 암송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따라서 하고 있으니 불심이 적은 탓은 아닐까? 헌공 행사가 끝나고 얼마 후 안심당 앞에서 행자님이 공양시간을 알리는 목탁을 "떽 떼그르르"하고 세 번을 치신다. 대웅전에서 내려와 안심당 큰 방으로 자리를 옮겨서 벽면을 등뒤에 두고 직사각형으로 줄을 맞춰 둘러 앉으니 보문스님이 수련카드를 가지고 이름을 부르고 주는 발우 번호는 23번이다. 23번 발우는 오늘부터 수련대회동안 내가 써야할 밥그릇이다. 발우 공양은 현대식 식사법이나 양식 식사법 보다도 훨씬 경제적이고 청정하며 건강에 좋고 대중공양에 더없이 편리한 공양법이라고 큰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공양할 때는 5가지를 생각해야한다. 첫째 공양이 오기까지 공로를 생각하며, 둘째 자신의 덕행을 반성해 볼 것이며, 셋째 탐진치를 막는 방패로 할 것이며, 넷째 여윈 몸 치료하는 약으로 먹을 것이며, 다섯째 다만 도업을 이루기 위해 먹을 것이라고 하셨다. 주지스님의 법명은 "정무"스님으로 조계종에서 덕이 높으신 큰 스님이라고 들었다. 큰 스님께서 좌복(방석)을 깔고 큰 방 정중앙에 앉으시고 그 오른편에 내가 앉았고 왼편에는 큰 스님의 손주 상좌인 보문스님이 자리에 앉으시니 공양간에서 큰 차관이 나오고, 그 뒤로 밥그릇, 국그릇, 반찬그릇, 과일그릇, 숭늉주전자가 차례로 나와서 큰 스님 앞에 차례로 한 줄로 늘어 놓는다. 맨 앞에 있는 물주전자를 큰 스님 앞에 가지고 가자 스님은 두 손으로 네 개의 발우 중 제일 큰 발우를 들으시니 물주전자를 든 사람이 물을 따르고 스님은 적당량을 받으시면 발우를 좌우로 두세 번 돌려서 그만 따르라고 표시한다. 공양시간에는 도대체 말이 필요없다. 물주전자 뒤에는 큰 밥그릇을 든 사람이 간다. 스님은 밥발우(어시발우)를 두 손으로 공손히 들고 밥을 받은 뒤 이마까지 올려서 부처님께 감사의 표시를 하고는 밥이든 발우를 받침보 좌측 앞에 놓으신다. 발우 받침보는 회색 빛으로 된 큰 사각형의 무명천으로 누벼서 만들고, 그 위에 흰색실로 누벼서 4등분으로 나누어 표시를 해 놓았다. 맨 앞에 좌측에는 밥발우, 그 뒤에는 반찬발우, 우측 앞에는 국발우, 그 뒤에는 천수발우를 놓고 수저는 천수발우에 담가 놓는다. 발우는 모두 짙은 갈색으로 목기같은 플라스틱류의 그릇이나 큰 스님 발우와 보문스님 발우는 색이 조금 옅은 실제 목기인 듯하다. 크기도 조금 더 커서 지름이 20cm는 넘을 것같다. 4개의 발우 중 제일 큰 발우가 밥발우이고 그 다음이 국발우, 그다음이 천수발우이고 제일 작은 것이 찬발우이다. 수저는 천수발우에 놓았다가 공양시작 후에는 국발우나 찬발우에 놓을 수도 있다. 국을 받을 때는 국양동이 위에서 발우를 대고 받아야 한다. 바닥에 흘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4가지 이상의 반찬이 담긴 큰 그릇이 오른쪽과 왼쪽으로 돌아가고 자기 앞에 오면 적당량을 반찬발우에 옮겨 덜고는 다음 사람에게 돌린다. 반찬까지 받으면 큰 스님이 먼저 「불생가비라(부처님은 가비라에서 나시다)」하고 큰소리로 선창하시면 모두 따라 하고 「성도마갈타(도는 마갈타에서 이루다)」,「설법바라나(설법은 바라나에서 하시다)」,「입멸구시라(구시라에서 입적하시다)」하고 따라서 크게 낭송한다. 이제 공양시작이다. 목기인 탓도 있겠지만 모두들 조용히 공양을 한다. 도대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말도 없고 그릇소리도 없다. 목기인데다가 그릇받침이 있으니 소리가 나지 않는다. 스물 여섯 명이라는 대중(大衆)공양이지만 불법 대로하는 공양인 탓인가 보다. 한참 후 공양이 끝날 때쯤이면 숭늉이 들어있는 큰 주전자가 반찬그릇 돌았던 순서대로 돌아가면 숭늉을 받아 놓고 맨끝에서 다시 돌아서 큰스님 앞으로 온다. 공양 때에는 백김치 한 개는 꼭 남겨 놓아야 한다. 숭늉은 밥발우에 받아서 수저로 백김치를 눌러서 밥발우를 깨끗이 닦고 그물을 국발우로 옮기고 국발우도 백김치로 닦은 뒤에 그 숭늉을 반찬발우에 따르고 반찬발우도 닦은 뒤에는 숭늉을 두 손으로 들고 마신다. 구수하고 짭짜롬한 맛이 섞인 독특한 맛이다. 다음은 천수발우에 담긴 물로 밥발우, 국발우, 반찬발우를 차례로 씻고 수저를 씻은 다음에 큰 물그릇(천수그릇)이 자기 앞으로 오면 그릇 씻은 물을 그 곳에 담는다. 큰 물그릇이 큰 방을 한 바퀴 돌아서 스물 여섯 명의 발우 씻은 물이 모두 모였으나 물은 맑고 깨끗하다. 모두들 발우 공양을 법대로 행한 것이다. 큰 스님께서 말씀하신다. 「이 물이 맑아야 하고 고춧가루라도 있으면 발우 공양을 잘못하는 것이니 안 된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청정공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생활은 어떤가? 뷔페식당에서 조차 밥을 남기는 사람도 있고 반찬을 남기는 사람도 있어 음식물의 찌꺼기와 남은 음식물의 량이 너무도 많지 않은가? 그러나 이런 것은 모두 개인의 소양(素養)이고 습관일 것이다. 밥 한 톨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들의 소행일 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음식 찌꺼기를 남기고 버리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공양시간이 끝나자 보문스님이「한시까지 쉬고 한시부터 맡은 구역을 청소한 다음 두 시에 안심당에 모이라」고 하신다. 발우 번호가 23번인 나는 3조에 속했는데 3조는 대웅전 마당과 거사들의 방을 청소하는 것이다. 대웅전 마당은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으니 청소를 할 수 없고 거사들의 방청소만 했다. 2시에 다시 안심당에 모여 좌선자세로 앉아 큰 스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ㆍ 마음을 닦아서 고요하게 하여 평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ㆍ 이익, 손해, 즐거움, 괴로움에 상관없이 마음을 평화롭게 하라.
ㆍ 오계를 행하라. (-불상생, 불투도, 불망어, 불음주, 불사음)
곧 수련회의 목표는 잘못된 업을 소멸하는 것과 좋은 규칙을 맹훈련하는 것이다. 결단을 배우는 시간과 자세, 습의 등을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찾은 뒤에 저녁 공양 후에 예불, 좌선, 게송을 배웠다. 그리고는 은행나무 앞에 있는 요사채(寮舍)에 들어가 까맣게 익는 밤을 보냈다.
둘째 날-
새벽에 맑은 범종소리와 도량석 목탁소리에 잠을 깨고 일어나 차가운 계곡 물에 세수를 하니 정신이 맑아진다. 대웅전에 들어가 아침예불을 시작하면서 108배를 올리고 예불을 드렸다. 문밖에서는 비가 계속해 내리고 있다. 대웅전 문을 활짝 열고 검은 빛 새벽녘을 맞이하여 좌선시간을 갖었다. 가부좌를 하고 앉아 비내리는 새벽 산을 바라보면서 이번 수련대회에 참가하였으니 불.법.승에 대하여 더 많이 배우고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요가시간에는 누웠다 일어나고 허리를 앞으로 굽히고 발을 옆으로 젖히고 흔들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비비고 하는 등의 요가를 배운 뒤 안심당에 내려가 아침공양을 받았다. 공양 후 청소를 끝내고는 큰 스님께서 은혜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큰 은혜는 부모님은혜, 국가에 대한 은혜, 스승에 대한 은혜가 있는데 그 중에서 제일 은 부모님에 대한 은혜라고 하셨다. 첫째가 잉태했을 때의 은혜, 둘째가 태어나게 해주신 은혜, 셋째 젖을 먹여 길러 주신 은혜, 넷째 낳고 서야 근심 걱정 잊으신 은혜, 다섯째 쓴 것은 삼키시고 단 것은 먹여 주신 은혜, 여섯째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는 은혜, 일곱째 더러움을 씻어 주신 은혜, 일곱째 더러움을 씻어 주신 은혜, 여덟 번째 멀리 나가면 걱정하시는 은혜, 아홉 번째 모진일도 마다 않고 다 겪으신 은혜, 열 번째 마지막까지도 자녀를 걱정하신 은혜라고 말씀하셨다. 다음은 보은(報恩)에 대하여 "생일에 대하여 올바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라, 생일은 어머님께 감사해야 하는 날이다. 생일에는 미역국을 어머님께 먼저 드려야 하고 감사해야 한다. 부모님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 부모님의 은혜는 물질로는 못 갚는다. 부모님을 위해 자기의 잘못을 참회하라. 부모님을 위해 삼보에 귀의하라. 부모님을 위해 보시공덕을 베풀어라"라고 말씀하셨다. 나도 부모은중경을 읽고 바른 마음으로 올바르게 행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문밖에는 비가 계속 내리고 있으니 맨발로 등산하는 극기 등산은 내일로 바뀌고 절에서의 예의에 대해 공부했다. 합장에서 왼손은 중생이요, 바른손은 부처님의 마음이다. 곧 중생이 부처의 마음과 하나가 되라고 바라는 것이다. 절하는 법과 결가부좌, 반가부좌를 배우고 몸소 해 봤다. 저녁공양을 마친 뒤 저녁예불을 올리고 큰 스님의 설법이 계셨다. "사람은 교만하지 마라. 겸손해야 한다. 건강장수는 5곡을 소식하고 생채를 먹어야 한다. 생으로 소식하면 좋으며 사지운동은 바르게 걷는 것이 제일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셋째 날.
비가 그치고 짙은 안개가 절을 에워싸고 있고 산 전체가 안개 속에 잠겨 있다. 새벽예불과 좌선, 요가를 마치고 아침공양을 끝내고 절 마당에 모여 극기등산준비를 했다. 395m의 설봉산을 맨발로 등산하는 것이다. 젊은 거사들이 빗자루를 들고 앞서 가며 돌길을 정리하고 뒤에는 노보살님들이 따라오는 것이다. 한 시간 반 코스. 절에서 남 서쪽 능선을 타고 서쪽으로 정상을 올랐다가 동 북쪽에 있는 칼바위를 돌아서 다시 절로 돌아오는 것이다. 두 명의 아기도 맨발로 따라 나선다. 대여섯 살은 됐음직 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다. 남쪽능선을 오르는데 꽤 가파르지만, 짧다. 맨발이라 작은 돌들이 발바닥을 아프게 자극한다. 돌이나 큰 모래를 밟으면 아프지만 지압효과가 있단다. 좁은 능선 길은 좋기만 하다. 뿌연 안개 길을 올라 정상에 도착하니 안개가 걷히고 있다. 멀리에 산들이 뾰족한 꼭대기만 조금 보일 뿐이다. 이 십여 년을 산을 올랐지만 맨발등산은 처음이다. 한 시간 반을 맨발로 등산한 것은 아주 좋은 체험이었다. 절에 내려와 대웅전에서 헌공을 올린 뒤 점심 공양을 끝으로 수련회를 마무리했다. 대웅전에서의 회향식에서 큰 스님께서 "재산은 죽을 때 갖고 가지 못하나 2박 3일의 정신을 닦은 것은 죽을 때 갖고 가는 것이다. 배운 것으로 끝이 아니고 배운 것을 행해서 복을 쌓아라"라고 말씀하셨다. 2박 3일의 짧은 수련회였지만 나를 생각해 볼 수 있고 좋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으며 새롭고 귀중한 체험을 하였던 소중한 수련회였으며 보람찬 여름 휴가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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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글은 10여년전에 농협중앙회 여주군지부에 근무할때 하기휴가를 얻어 절에서 체험한 작은 기록입니다. 바르게 살아보려고 마음은 있는데 행(行)이 안되니 자꾸 연습을 하며 살아 가는게지요...
그래서 인간인게지요^^*
좋은글 공감!
선배님 감사합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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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방을 다시 복원시킬려고 하는데 의견이 어떠하신지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일요일에는 ![종](https://t1.daumcdn.net/daumtop_deco/icon/deco.hanmail.net/contents/emoticon/things_34.gif)
교활동을 하십니까![?](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언제 날잡아서 신행을 하면서 환담을 할 기회을 갖기를 원합니다
종교방을 복원 시키는것은 좋을것 같아요. 살아 가면서 종교를 갖고 바르게 살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단 생각을 해봅니다. 사후에야 어쨌던 살아가는데 필요하단 생각입니다. 일요일엔 산에 가는걸 종교활동처럼 합니다.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6월쯤엔 정선쪽에도 가볼까 생각 중이고...
선배님 감사합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선배님을 이렇게 접하다 보니 선배님의 사상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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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