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위대한 것(Great)의 적(敵)은 좋은 것(Good)이다’ 짐 콜린스가 저술한 경영학의 고전 ‘Good to Great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 나오는 명언이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들을 분석했다. 끊임없이 좋은 것을 넘어서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에 주목했다. ‘냉철한 현실 분석’이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첫 걸음이라고 그의 연구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4.11총선이 끝났다.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과반의석인 152석을 획득했다. 개표결과가 발표된 직후 박근혜는 웃었고, 한명숙은 선거를 말아먹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그는 13일(금) 기자회견을 예고해 대표직 사퇴 등 선거참패에 대한 책임을 질 것으로 보인다. 산술적인 수치는 새누리당 152석대 야권연대 140석으로 졌다. 그러나 과연 진 것인가? 냉철한 현실 분석이 요구된다. 12월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정확한 표심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 1표로 승패가 갈리는 냉정한 선거판에서 자기합리화는 정당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요소이다. 그러나 명확한 현실 분석을 도외시한 채 ‘패배주의’에 사로잡혀서는 국민의 지지를 온전히 받아낼 수 없다. 조중동과 이명박이 장악한 방송에서는 ‘야권연대가 박근혜 1인에게 졌다’는 내용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과연 4.11총선에서 야권이 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이 나와야 한다. 퓰리처가 말한 것처럼 ‘해석은 자유이나 사실(Fact)은 신성’하기 때문이다. 누가, 무엇을 근거로 야권연대가 졌다고 하는가
새누리당의 획득 의석수 152석과 득표수 932만 표는 ‘야권연대’의 의석과 득표수와 비교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이 지역구 후보를 낸 곳에 민주당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았다. 합당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공동으로 선거를 치렀다. 야권연대는 140석과 944만 표를 획득했다. 이것이 만일 대선이었다면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는 12만 표 차이로 졌다. 박근혜가 선거 하루가 지난 이 시점에 웃지 못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4.11총선에서 득표수가 중요한 까닭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유고’ 상황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을 제외한 모든 선거에서, 즉 정상적으로 치러진 전국단위 선거에서 득표수로 새누리당을 이긴 첫 선거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설명하면 ‘선거 말아먹었다’는 모든 비난을 감수한 채 대표직 사퇴를 선언할 예정인 한명숙은 개표 분석결과 잘한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들어야 하는 처지가 안쓰럽다. 2010년 지방선거 결과와 비교해도 이번 4.11총선의 표심은 ‘야권’에 있었고 이명박 심판을 지속적으로 표출했다. 이 표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다만, 4.11총선의 표심은 ‘소선거구제’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노출시켰다. 민심은 이명박을 심판했지만 선거 제도의 맹점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이 대목은 지난 2005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을 다 내놓겠다’면서 박근혜에게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전제로 한 ‘연정’을 제안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는 포인트이다. 제수씨를 추행한 후보도, 논문을 복사한 후보도 새누리당 후보라면 영남에서는 당선됐다. 이러한 지역구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영남이 압도적인 67석의 의석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야권이 의석수로 이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체제하에서는 대통령 초유의 탄핵이라는 ‘헌정 유고’ 사태를 겪어야지만 간신히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었다. 당시 매일 광화문은 촛불시위로 들끓었다. 한나라당은 ‘무조건 잘못했습니다’하며 천막당사로 연명했다. 그렇게 해서 야권은 ‘영남당’을 간신히 이길 수 있었다. 2000년 IMF 직후에 실시된 선거에서조차 새누리당은 133석으로 민주당(115석)을 압도했다. 야권이 선거를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새누리당은 영남에서 이미 60석 이상을 먹고 시작하기 때문에 지려야 질 수가 없다. 야권의 대승리로 끝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이 획득한 광역단체장 득표수는 955만 표였다(한나라당 공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제주지사 후보 현명관 득표수 포함). 반면 유시민, 김두관, 김창현(민노당 울산시장 후보)을 포함한 야권연대의 득표수는 934만 표였다. 한나라당이 21만 표 더 획득한 것이 당시 지방선거의 결과였다. 서울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민주당이 2만 6천 표 뒤졌다. 조중동 왜곡을 벗어나 제대로 해석한 4.11총선 표심은 ‘이명박 심판’
4.11총선의 표심(득표수)을 살펴보자. 새누리당은 932만 표를 얻었고, 야권연대는 944만 표를 획득했다. 6.2지방선거보다 새누리당은 -23만 표를 잃었고, 야권연대는 +10만 표를 더 획득했다. 조중동에 의하면 그토록 탄탄하게 응집했다던 새누리당 보수표는 오히려 감소했고 결집하지 못했다던 야권연대 득표수는 오히려 증가한 점이 새롭다. 이 대목은 조중동뿐만 아니라 한겨레, 경향에서조차 다루지 않고 있음에 주목하자. 당장 서울만 놓고 보더라도 4.11총선에서의 표심을 설명하는 한 단어는 ‘놀랍다’이다. 서울지역에서 야권연대가 새누리당보다 20만 표를 더 획득했다. 이 수치는 역대 선거결과와 비교해 볼 때 주목할만한 수치다. 역대 새누리당과 비교할 때 가장 많은 표차를 기록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탄핵선거였던 제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보다 7만 4천 표 더 득표하는데 만족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2만 6천 표 뒤졌고, 18대 총선에서는 무려 49만 표 뒤졌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20만 표를 더 획득했다. 의석수만 보더라도 왜 야권이 졌다고 하는지 동의하기 어렵다. 역대 총선과 비교할 때 가장 선전했기 때문이다. 15대 총선(60석 차이), 16대 총선(18석 차이), 18대 총선(72석 차이)과 비교할 때 이번 19대 총선의 의석수 차이(12석)는 가장 대등하게 선거를 치러낸 결과이다. 표심의 정확한 분석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들이 보여주었던 ‘이명박 심판’ 행렬의 강화이다. ‘야당이 이명박 심판만 되뇌었기 때문에 졌다’가 아닌 것이다. 야권연대를 지지한 표심이 지방선거 대비 10만 표 이상 증가했다. 반대로 새누리당을 지지한 표심은 20만 표 이상 감소했다. 지난 지방선거보다 더욱 힘을 실어준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이라는 표심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음에도 ‘야권연대가 졌다’고 보도하는 조중동의 용기가 놀랍다. 4.11총선이 대선이었다면 박근혜가 졌다
| ▲ 12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19대 총선 당선자와 함께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
야권연대가 제1당이 못된 것을 놓고 혹자는 막판에 터진 김용민 막말 때문이라고, 혹자는 한명숙 리더십 때문이라고도 한다. 일각에서는 ‘나꼼수’ 그 자체가 조중동과 싸움에서 힘에 부쳤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12월 대선 전에 한명숙 체제는 조기강판하고, 나꼼수와 결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조중동에서 이런 내용이 주로 등장하고 야권의 비주류들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다. 명확한 표심은 2010년 지방선거 때보다 더욱 이명박 심판에 가담했고, 한명숙 체제는 역대 가장 훌륭한 총선 결과를 선보였다.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이는 앞서 보았듯이 소선거구제의 맹점에 기인한 것이며, 과반에 근접한 140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양당체제하에서 제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다. 새누리당 후보들의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인한 재보궐선거 등을 고려할 때 원내 과반의석이 무너지는 데에는 1년이면 충분할 것이다. 조중동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4.11총선의 표심은 이대로 야권연대에 충실하면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의 권력을 부여하겠다는 것으로 표출됐다. 6.2 지방선거가 대선이었다면 야권연대는 패배했고 대통령은 박근혜가 됐다. 그러나 4.11총선이 대선이었다면 박근혜가 졌다. 표심을 제대로 분석해 보기 바란다. 주권자는 힘을 실어주었는데도 자꾸 ‘패배했다’고 말한다면 누가 또 힘을 실어주고 싶겠는가. 표심을 정확히 분석해야 좋은 정당을 넘어서 위대한 정당으로 도약할 수 있다. 야권연대는 그 과정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4.11 표심은 수치로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주권자가 힘을 실어주었음에도 계속 스스로 흔들릴 것인가. |
첫댓글 좋은글잘읽었습니다
아!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글입니다. 정말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