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꽃
말꽃 두번째 수업으로 짧은 소설, <운수 좋은 날> 함께 읽고 이야기꽃 활짝 피우는 시간 보냈어요.
운수 좋은 날은 일제강점기 시절 비 오는 어느 겨울날을 시점으로 쓰여졌어요. 서민들의 일상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고, 짧지만 소설을 통해 김첨지가 처한 상황과 감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먼저 소설이 쓰여 졌을 시대에 대해 (화폐의 단위, 인력거 사용 등) 간단하게 알아보고, 아래 세 가지 질문을 가지고 서로의 생각 나눴어요.
- 김첨지가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면서도 마지막 손님을 태워준 뒤 집으로 향하지 않은 까닭이 무엇일까요? 선술집에서 친구 치삼에게 아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며 엉엉 운 김첨지의 속마음이 어땠을지 나눠봅시다.
: 많이 두려웠을 것 같다, 불안했을 것 같다, 자신의 상황을 피하고 있는 것 같다.
- 다른 일에 몰두하다가 정작 중요한 순간을 놓친 적이 있나요? 살면서 후회했던 순간을 떠올려보고, 그때 마음이 어땠는지 나눠봅시다.
: 숙제를 미룰 때. 놀면서도 계속 신경이 쓰이고, 결국 늦게 하게 되거나 밀렸을 때 후회가 됐다.
- 비 오는 날 집을 나서는 김첨지 앞에 여러분이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김첨지에게 딱 한 마디를 해줄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나요?
: 얼른 집으로 가라고 할거다. 내가 손님이 되어서 김첨지네 집으로 데리고 간다.
소설의 시점과 소설 속 낯선 낱말을 익히는 시간도 가졌어요. 모르는 단어지만, 듣기만 해도 그 뜻이 단어에 이미 담겨있어서 알뜻말뜻했어요. 단어 알아 맞추고, 동무들의 이름이 담긴 예시 읽으며 깔깔 웃으며 재밌었네요^^
말본
지난 시간에 함께 배움 했던 곳 낱낱이 읽고, 기억에 남는 대목과 까닭은 2군데 넘게 써오는 숙제 있었어요.
<'우리말 생각' 읽으며>
재인
‘익숙하다는 대로 그냥 쓰고, 젖어든 대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씁니다. (...) 가장 낮고 가장 초라하며 가장 구석진 자리부터 차근차근 가누면서 아름다운 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책에서는 어른들의 말버릇을 이야기하지만 이걸 읽으면서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 고쳐야 할 부분을 노력하지 않는 모습 같은 게 생각났다. 가장 낮고, 가장 초라하고, 가장 구석지고, 가장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부터 달라져야 하는데 나는 노력하지 않고 바뀐 내 모습을 “상상” 하면서 김칫국 마실 때가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돌아봐진 부분인 것 같다.
‘나쁜 법도 법이라서 지켜야 한다 이야기하고, 알맞지 않아도 이렇게 하기로 다짐했으면 서로 지켜야 한다 이야기 합니다.’
: 나는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걸 잘 못한다. 그래서 틀린 것 같아서 쉽게 물어보지 않는데, 이 대목에서 ‘되게 중요한 거구나!’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나쁜 말과 나쁜 짓으로 말글하나를 일삼는다면, 이러한 사람을 가리켜 ‘멍청이’라 하고, 이러한 삶을 가리켜 ‘바보짓’이라 합니다.’
: 바보, 멍청이 이런 말들을 나는 가볍게 썼는데 읽고 멍청이가 심각한(?) 뜻을 갖고 있었고, 나는 재미로 이런 말을 했었구나 알게 됐다.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해졌다.
지현
나는 16쪽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어른들부터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는데 내 생각엔 고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건 맞지만 이미 굳어진 말은 고치기 힘들다. 그러니까 어른들이 잘못한 건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우리말 수업하면서 나의 굳어진 말을 고쳐가고 싶다.
그다음은 경기 지방 사투리 같은 말들 이 잘못됐다는 걸 알려주는 대목들이 기억에 남는다. 재밌기도 했고 우리가 정말 말도 안 되는 말들을 쓰고 있었구나를 알게 됐다. 이런 말들이 앞으로 고쳐 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랬으면 좋겠고 경기 지방 사투리 같은 말들이 틀렸다는 걸 알게 돼서 좋았다.
상준
'지난날에는 ‘독서’라고만 얘기했으나 오늘날에는 ‘책읽기’ 라고도 함께 얘기해요. 어쩌면 이제는 ‘독서’보다 ‘책읽기’라는 낱말을 훨씬 자주 많이 이야기할 텐데, 아직까지 이 낱말은 낱말책에 안 실려요. 낱말 책에 안 실린 낱말은 우리나라 맞춤법으로 띄어서 적도록 하지만 사람들이 새로 빚는 낱말로 여기며 즐겁게 쓰시면 좋아요. ‘책읽기’와 맞물려 ‘삶읽기’나 ‘글읽기’나 ‘시읽기’나 ’영화읽기‘나 ’정치읽기‘나 ’사회읽기‘같은 새 말을 마음껏 빚어도 되고요. ’사랑읽기‘라든지 ’믿음읽기‘처럼 새말을 빚어도 됩니다.'
: 좋은 새 한글 말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좋았고 나도 새말을 만들어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한글’은 글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우리말’은 말을 가리키는 이름이에요. ‘한글’과 맞물려 ‘한말’이라는 낱말도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합니다. 말사랑벗들은 들어본 적 있나요? 말과 글이 다르니 마땅히 이처럼 이야기할 만해요. 이제 신문이든 잡지이든 방송이든 한자를 드러내어 쓰는 일이 없어요. 몇몇 신문사는 종이로 찍혀 나오는 신문에 적는 이름에만 한자를 쓸 뿐. 이제는 99.999% ‘한글만 쓰기’ 나라 이 겨레네요. 2%가 아닌 0.001%가 모자라 ‘말과 글이 하나 되지’는 못 했으나, 2011년을 놓고 보면 거의 빈틈없이 말이랑 글이랑 하나로 모두었답니다.'
: 99.999%가 아닌 100%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말이 있는데 왜 다른 외국어를 쓰는지 모르겠다. 외국어를 안 쓰려고 노력해야겠다.
환
‘우리들이 옳고 바른 삶터를 꿈꾼다면 우리가 늘 쓰는 말부터 옳고 바른 말이 되도록 땀 흘려야 한다고 느껴요. 가장 낮고 초라하면 가장 구석진 자리부터 차근차근 가누면서 아름다운 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이 글은 우리말에 대한 생각 역시 들었지만 모든 것을 할 때마다 해당하는 글이라고 느꼈다. 가장 아래 있던 것들을 시작해야 언젠가 꼭대기에 다다를 수 있다. 기억하며 지내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기본적인 말부터 생각하며 하고 싶다.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이나 초등학교 조차 나오지 못한 사람하고도 즐거이 나눌 말일 때에 좋은 우리말입니다.’
한글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쉽게 말할 수 있다. 학교를 나오든 안 나오든 즐거이 말이 통하면 좋은 우리말. 말하는 것이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준
‘通(통) 하다’가 기억에 남았다. ‘通 하다’는 일본 한자말인데 ‘우리말 바로 쓰기’ 책 이름에 ‘通하다’가 들어가는 게 좀 못마땅하다. 그치만 이 종규아저씨도 혼자만 모난 돌이 될 수는 없다고 한다. 이걸 보며 아, 하필이면 시리즈 이름이 10대와 ‘通 하는’이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럴 땐 내 주장만 고집하지 말고 맞춰줄 줄도 알아야 한다. 맞춰주면서 자기중심만 잘 잡으면 문제없는 거 같다. 이 책처럼.
두 번째로는 <경기지방 사투리 (...) 배려의 마음> 부분이다. 다 같은 뜻인데 우리말이랑 한자만 달라도 슥 대충 보면 얼마나 웃긴 말인지 몰랐다. 근데 자세히 톺아보니 참 어이없었다. 왜 이렇게 같은 말을 두 번 쓰지? 잘 몰라서 그런 거 같다. 겉으로 보기에 그럴 듯하면 잘 확인 안 하고 써버리는 데 나도 좀 그렇다. (꼭 낱말 두 개 겹치는 게 아니어도) 이번 숙제에 있을지도... 이렇게 이상한 말을 쓴 사람들에게 위로를 하고 싶다(농담).
학생들 정성껏 적바림한 글 보며, 이미 우리는 마음과 생각에 밝은 넋 담는 일상 지내고 있다는 것 알 수 있었어요.
이어 말본 수업으로 '글쓰기 삶쓰기' 부분 함께 읽고, 글을 통해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갈래들 배움했어요. (산문, 시, 소설과 동화, 회곡과 대본,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날적이, 느낌글(독후감), 생각글(논설문)에 대해서도 새롭게 짚어지는 부분 있었어요.
'일기이든 산문이든 시이든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쓰는 글이 아니에요. 나 스스로 내 삶을 돌아보면서 내 하루를 가다듬는 글이에요. (...) 이렇게 얻거나 느낀 좋은 넋이 나로서는 다시 태어나는 좋은 삶이 되면서 저절로 샘솟는 글이 느낌글입니다.'_68쪽
''논설'이든 '주장'이든 "내 생각"이에요. 다른 사람 생각을 빌지 않고, 내 줏대와 깜냥대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밝혀서, 우리가 서로 어울리는 이 자리에서 한결 슬기로우면서 올바르거나 착하거나 참다운 길을 찾자고 하는 글입니다.'_69쪽
빛알찬에서의 배움과 일상 통해 삶의 고갱이를 채워가요!
*고갱이: 풀이나 나무의 줄기 한가운데에 있는 연한 심, 사물의 중심이 되는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