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章 富를 돌려주다.
남궁청우가 사대호위와 함께 집무실에 도착하자 가백령이 이미 와서 대기하고 있다가 즉시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맞이했다.
"안녕하셨습니까? 가주님!"
남궁청우는 웃으며 답례했다.
"백호당주께서도 잘 지내셨소?"
가백령은 웃으며 대답했다.
"예, 가주님께서 염려해주신 덕분에 이렇게 멀쩡합니다."
정말로 그저께에 심하게 부상을 입었었던 가백령의 몸은 이미 말끔하게 치료된 상태였다.
남궁청우는 미소하며 물었다.
"소회의의 준비는 이미 되었소?"
가백령은 공손히 대답했다.
"예, 이미 준비가 되어서 나머지 삼당의 당주들은 소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궁청우는 즉시 그쪽으로 신형을 움직였다.
"그렇다면 어서 가보기로 합시다!“
* * *
가우왕 등의 사대호위의 몸은 이미 거의 멀쩡하게 치료되어 있는 상태였다.
남궁청우는 그들의 쾌유에 대해서 상당히 든든한 심정을 느끼면서 가백령의 인도를 받으며 소회의실에 도착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사당주의 인삿말이 끝나고 나자 좌중의 사람들은 일제히 자리에 앉았고 가우왕 등은 남궁청우의 뒤에 각기 두 명씩 나뉘어서 시립하고 조용히 섰다. 남궁청우는 사당주를 향해 말했다.
"여러분, 오늘은 제가 처음으로 주재하는 소회의를 개최하는 날입니다. 사실상 본 회의는 앞으로 본가(本 의 가업을 이끌어 나가는데 있어서 주축이 될 회의가 될 것입니다. 그럼 먼저 여러분께서 저에게 하시고 싶은 의견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잠시 시간이 흐른 뒤에 문득 좌현보가 입을 열어 말했다.
"저어, 가주님께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찰을 나가실 생각이시라면 우리들과 함께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무래도 그래야만 그곳의 상황을 빨리 알게 될 것이 아닙니까?"
남궁청우는 즉시 좌현보가 이미 자신이 목장을 다녀온 상황에 대해서 눈치챈 것을 알고는 웃으며 대꾸했다.
"내가 지금 본가의 가업들을 시찰하는 것은 그저 단순히 구경을 하자는 것
이고 감찰(監察)하려는 것은 아니니 당주들께서는 구태여 저를 따라오실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상황하에서 저 때문에 본가의 가업들이 소홀해지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본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에 해를 가하게 되는 일이 되겠지요. 그리고 저는 지금과 같이 사대호위를 대동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기실 여러분과 함께 다니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
(......!)
좌현보는 남궁청우의 뒤에 서 있는 사대호위를 한번 바라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남궁청우는 그를 향해 다시 물었다.
"좌당주께서는 이미 들으셨겠지만, 그 육지상이라는 인물(人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좌현보는 다소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솔직히 그는 무공만큼은 제법 한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는 제가 일부러 자세하게 가르쳐 주지 않아도 나중에는 스스로 깨우쳐서 높은 경지에 오르고야 마는 자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는 치명적으로 본가의 단체적인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의 독선(獨善)과 이기심(利己心)이 많기 때문입니다."
남궁청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점은 알고 있소. 그래서 나는 즉각 그자의 직위를 해제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 볼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오. 즉 그는 내가 가서 확인해 보니 그곳에서도 거의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오."
좌현보는 말했다.
"가주께서 특위(特衛)라는 것을 만드시겠다고 하셨다는 얘기를 이미 들었습니다. 우선 그 취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남궁청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나는 육지상이라는 사람을 보면서 비단 그뿐만이 아니라 본가에는 적응을 하지 못하면서 무학에 대한 열정이 순수(純粹)한 사람들이 더러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소. 과거에는 그러한 사람들을 나중에 강제로 굴복시키거나, 혹은 적응하지 못하게 되어서 낙오한 사람들을 쫓아내기도 했었다고 알고 있으나, 앞으로는 그런 특별한 인재(人才)들을 보다 유용하게 채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오."
좌현보는 다시 질문했다.
"하지만 만일 그렇게 되면 본가에서 특별히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될 것이 아닙니까?"
남궁청우는 말했다.
"물론 그러한 체제를 허술하게 운용할 경우에는 제자들이 그러한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쉽게 복종하지 않으려는 습성이 붙게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나는 그러한 것을 없애기 위해서 우선은 두 가지의 조건을 달도록 하겠습니다. 즉 첫째는 본가에서 특별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만큼의 인재(人才)인가 하는 점이요, 둘째는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러한 특위에 들어있는 사람들에게는 오직 무학을 스스로 연마할 수 있을 뿐이요 다른 어떠한 권리도 주지 않음으로써 매사에 강한 통제를 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본가의 제자들이 결코 그러한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좌현보가 다시 질문했다.
"그럼 그 특위에 들어 있는 사람들의 지위는 어느 정도로 하겠습니까?"
남궁청우는 대답했다.
"특위에 들어 있는 사람은 평소에는 본가의 밖에서 거주하고 본가의 일에거의 관여할 수가 없으므로 본가와는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들은 일단 가주의 명령을 받고나서 비로소 본가에 올 수가 있는 것이므로 평소에는 본가에 들어오는 것도 허락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구태여 그 지위를 논하려고 한다면 아마도 현재의 십위(十衛)와 비슷한 것이 될 것입니다."
좌현보는 이에 다소 수긍하듯이 입을 다물었다. 남궁청우는 미소하며 말을 이었다.
"나는 그 특위를 가능하면 오늘이나 혹은 가까운 시일 내에 가동시키려고 합니다. 그 특위의 첫 번째 사람은 바로 육지상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좌당주께서는 우선은 목장으로 책임자를 다시 보내도록 하시고 또한 가까운 시일내에 육지상의 위치를 대신하는 한명의 위사(衛士)를 다시 선출하도록하십시오. 그리고...... 가능하면 그곳으로 좀더 비용을 넉넉하게 보내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좌현보는 약간 안색이 붉어지면서 말했다.
"예, 그것은 사실 육지상을 견제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입니다. 만일 일이 그렇게 매듭이 되게 되면 물론 저도 좀 더 융통성을 보일 것이며 본가의 일들도 좀더 원활하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궁청우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각당의 당주들께서 육지상과 같이 특별한 인물들이 있다면 앞으로 저에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잠시의 침묵이 흘러간 뒤에 남궁청우는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오늘의 본격적인 사안(事筵에 대해서 말하기로 하겠습니다. 우선 당주들께서는 오늘 제출하라고 했던 내역의 자료들을 즉시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남궁청우의 말에 사당의 당주들은 즉시 자료들을 탁자위에 올려놓았고 그것을 보고 가우왕과 좌선비가 빠르게 움직여서 다가가서 그것들을 걷어다가 남궁청우의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남궁청우는 대강 그것들을 훑어본 이후에 당주들을 향해서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여러분들께서는 이미 부당주급에 대한 선정을 마치셨겠지요? 지금 즉시 그 사람들에 관한 자료도 저에게 넘겨주십시오."
......
* * *
이윽고 회의가 끝난 다음에 남궁청우는 다시 사대호위와 함께 집무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미 거기에는 그를 기다리는 한 사람이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바로 다름이 아닌 육지상(陸志常)이었다.
"가주님을 뵈옵니다!"
육지상은 말끔하게 차리기는 했으나 그동안 많은 고민을 했는지 다소 수척한 모습이 되어서 남궁청우에게 절을 했다.
남궁청우는 미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기다리고 있었소. 그래, 목장에서의 일은 이미 정리를 하고 온 것이오?"
(......)
육지상은 부복한 자세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남궁청우는 미소하며 다시 물었다.
"좋소. 그럼 특위에 들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것이오?"
육지상은 다시 고개를 조아렸다.
"그렇습니다."
남궁청우는 다시 물었다.
"혹시 이미 딸린 가족이 있소?"
육지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속하는 어렸을 때부터 고아였고 또한 아직 여자를 맞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남궁청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특위라는 것은 이미 말했지만 특별한 기관은 아니오. 따라서 그대가 아직 가족이 없다고 하니 앞으로 일단은 혼자서 살게 되는 수밖에 없겠구려. 즉 그대는 본가에서 떨어진 곳이면서 일단 지시가 하달되면 한 시진 이내로 본가에 도달할 수 있는 곳이라면 마음대로 장소를 정해서 살도록 하시오. 단 일단 거취가 정해지면 그곳을 반드시 본인에게 보고해야 하는 것이오. 알겠소?"
(......)
육지상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남궁청우는 웃으며 다시 덧붙였다.
"앞으로 그곳에서 그대가 여자를 맞아들여서 가정을 꾸미든 무학에만 연마하든 간에 모든 것은 그대의 마음대로이오. 하지만 그대는 앞으로 본인의 허락 없이는 본가를 마음대로 찾아올 수가 없으며, 반드시 나에게 전하고 자 하는 사항이 있다면 서신을 사용하면 될 것이오. 자! 이것은 그대가 우선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비용이고, 앞으로의 그대의 월급은 전과 액수가 같은 것으로 내가 따로 사람을 보내서 전해주게 될 것이오."
남궁청우가 건네준 은표는 바로 오백 냥짜리 두 장이었다. 육지상은 그것을 받고는 크게 감읍하는 표정을 지었다.
"감사하옵니다, 가주님!"
남궁청우는 웃으며 다시 말했다.
"그대는 먼저 거처를 구하고 난 이후에 다시 나를 찾아오도록 하시오. 그때에 내가 보다 상세한 규칙을 정하여 가르쳐 줄 것이오. 우선 가르쳐 줄 것은, 그러니까 그대가 만일 무공수련을 게을리하여 폐인이라도 된다면 나는 그대를 본가에서 완전히 추방시킬 수가 있다는 것이오. 따라서 앞으로 그대는 더욱 무공수련(武功修練)에 전념하도록 하고 또한 아주 성실하게 생활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알겠소?"
육지상은 공손히 허리를 굽히면서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 * *
육지상을 보내고 난 뒤에 남궁청우는 잠시동안 서류들을 검토하고 난 뒤에 곧장 사대호위와 함께 시찰을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그는 오늘은 소작인(小作人)들이 부치고 있는 세가의 전답(田畓)들을 시찰
할 생각이었다.
남궁세가의 가업(健浦들 가운데에서 철광(鐵鑛)이나 염전(鹽田), 그리고 표국(標局) 등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들은 남궁세가에서 일정한 보수를 주고서 부리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욱 생각해줘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만 그러나 이 소작농(小作農)들의 경우는 달랐다.
중원(中燐의 소작농들은 대부분이 지주(地主)들로부터 지나치게 많은 비율의 도지(賭地)를 내야했기 때문에 상당히 가난하여 그저 먹고사는 것이 고작이었고, 더러는 그나마 그것으로 끼니를 때우기가 어려워서 굶기를 예사로 하는 경우가 허다했었기 때문이었다.
본래 남궁세가의 사람들은 부리는 보수나 도지의 비율은 다른 곳들보다는상당히 높게 책정되어 있어서 가난한 농부들은 남궁세가의 땅을 빌어서 농사를 짓게 되는 것을 매우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었지만 그러나 여전히 그 소작농들의 가난은 없애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남궁세가의 전답이 집중되어 있는 곳은 역시 남쪽의 태호(太湖)의 북쪽이었는데 그 넓이는 대략 수천만 평에 달하고 있었다.
자료에 의하면 그러한 전체의 전답에서 남궁세가가 벌어들이는 곡식은 백미로 대략 수만섬에서 풍작일 경우에는 십 수 만 섬에 달하고 있다고 했다.
남궁청우는 사대호위와 함께 마차를 달려서 그날 정오 무렵에는 소작농들이 무리를 지어서 살고 있는 커다란 마을에 이르렀다.
그 마을에는 이미 가주가 내려온다는 얘기가 전해져서 마을의 중앙에 있는 관리인의 집에서 마을사람들이 모여서 남궁청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궁청우는 그 마을에 들어서자 이내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면서 마을사람들이 정성을 다해서 준비해 놓은 점심식사를 들게 되었다.
물론 그 식사는 그다지 고급스러운 것이 아니라 고기와 만두, 그리고 국수 등이었다.
하지만 남궁청우는 많은 마을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그와 같은 음식들을 함께 먹으면서 매우 흔쾌한 표정을 지었다.
남궁청우는 이내 그곳의 관리자와 마을사람들의 대표가 되는 몇몇 사람들을 불렀다.
남궁청우는 먼저 관리자에게 물었다.
"현재 본가에서 소작농들에게 받는 도지의 비율은 어떻게 되는가?"
남궁청우는 이미 자료상으로 그와 같은 사항을 대략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확인하기 위해서 묻고 있는 것이었다.
그 관리인은 물론 남궁세가의 청룡당 소속 십위 가운데의 한 사람이었다..
그 관리자는 대답했다.
"현재 이곳의 농가에서 본가에 바치는 도지의 비율은 칠할 오푼입니다."
(......)
남궁청우는 순간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니, 본가에서 현재 받고 있는 도지는 모두가 칠할(七割)이라고 했다. 그런데 어째서 그들이 내는 것은 칠할 오푼이라는 말인가?"
그 관리자는 공손히 대답했다.
"사실, 본가로 올라가는 도지의 양은 그 정도가 되는 것이지만 기실 이곳에서의 운반비용이나 기타의 비용들을 빼게 되면 거기에 다시 오푼이 추가되는 것입니다. 사실 그러한 것은 관행으로서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궁청우는 다시 물었다.
"그럼 본가에서 지금 받고 있는 도지의 비율은 당금의 다른 곳들과 비교해서 어떤 편인가?"
그 관리자는 대답했다.
"현재 본가에서 받고 있는 도지의 비율은 상당히 높은 것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대개가 팔할이나 팔할 오푼, 그리고 심지어는 구할의 높은 도지를 받기도 하는 것이지만 본가에서는 겨우 칠할의 도지를 받는 것이므로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본가의 인심(人心)을 칭송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남궁청우는 주위의 사람들의 남루한 차림새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저들은 보아하니 가난하게 보이는데?"
그 관리자는 대답했다.
"본가에서 칠할의 도지를 받고 또한 그것을 운송하는데 있어서 오푼의 도지가 들어가는 것은 관행입니다. 다른 곳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죠. 본가의 전답을 부치는 사람들의 경우만이 대개가 끼니의 걱정을 하지 않고 배부르게 살고 있는 편입니다. 이런 곳에서 전답을 조금씩 부치면서 호의호식(好衣好食)을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남궁청우는 알았다고 하고서 이번에는 마을사람들의 대표들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들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계시오?"
그 마을사람들은 즉시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예, 만족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가주님의 은혜(恩惠)에 항상 감복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남궁청우는 다시 물었다.
"현재의 도지가 칠할 오푼이나 되는데도 말이오?"
마을사람들은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아무리 많다고 해도 최소한 팔할이기 때문에 저희들은 항상 은혜를 입고 사는 것입죠."
남궁청우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모든 운반비용을 본가에서 부담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소?"
(......)
마을사람들은 다소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었으나 대답했다.
"그야...... 저희들은 오푼의 도지를 새로 얻는 것이 될 것이지만, 헤헤 구태여 그렇게 하실 것은 없습니다."
남궁청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오. 본래 본가가 이렇게 많은 전답을 마련한 것은 어떤 사업의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차후를 대비하여 본가의 식량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였던 것이오. 즉 여러분들은 우리들을 먹여 살리는 귀한 사람들인데 어찌 그와 같이 쉽게 생각할 수가 있겠소? 그대들이야말로 실로 본가의 은인(恩人)들이라고 할 수가 있소."
......?
마을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들이었다. 그들은 남궁청우가 그렇게 말하자 오히려 그가 뭔가 기분 나쁜 일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남궁청우는 웃으며 다시 말했다.
"앞으로 본가는 이곳의 관리인의 제도를 없앨 것이오. 그렇게 되면 일단은 이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촌장(村長)을 뽑아서 나중에 도지가 마련되면 본가에 알려줘야 하는데 그러한 일들을 해주시겠소? 물론 앞으로 이곳의 안전은 수시로 본가에서 책임지도록 하겠소."
마을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거야말로 우리들에게는 이익이 되는 일이죠."
남궁청우는 그들을 향해 웃으며 다시 말했다.
"나는 진정으로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해서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곳은 본가에서 관여하지 않을 것이므로 여러분들이 자체적으로 살아가도록 하십시오. 다만 외적이 침입했을 경우나, 혹은 도지가 마련되었다고 하면 그러한 일들은 본가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하여 처리해드릴 것입니다."
(......?)
마을사람들은 이에 어리둥절해져서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도지는 정말로 계속해서 칠할로 하는 것입니까?"
남궁청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앞으로의 도지는 육할(六割)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
사람들은 그 말에 일시 크게 놀랐다.
심지어 사대호위들조차 크게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현재의 칠할이라는 도지조차 남궁세가에서 거의 파격적으로 해주고 있는 것이었는데 거기에 다시 일할의 도지를 감해준다면 그것은 실로 소작농들에게는 꿈과 같은 일이었다.
마을사람들은 즉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들은 지금의 그 칠할이라고 해도 상당히 풍족한 편입니다. 육할이라는 것은 실로 너무...... 너무나도 심하신 것입니다. 거두어 주십시오."
남궁청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나의 그 말을 거둘 수가 없소. 당신들은 혹시 오할(五割)로 해달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오?"
마을사람들은 크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이구, 저희들이 감히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천벌(天罰)을 받게 될 것입니다."
남궁청우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내가 말한 대로 육할의 도지를 내도록 하는 것이 어떻
겠소?"
마을사람들은 놀라며 다시 물었다.
"그럼 정말로 그렇게 하자는 말씀이십니까?"
남궁청우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본가의 가주로서 한갓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이오? 나는 한 입에 두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오. 나는 본가의 식량을 책임져 주고 있는 여러분들이 비단 끼니의 걱정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다 풍족한 생활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그래야만 서로가 돕는 것이 아니겠소?"
......
남궁청우는 즉시 몸을 일으켰다.
"그럼 그렇게 알도록 하고 자체적으로 촌장을 선출해서 살아가기를 바라겠소."
남궁청우는 즉시 마차위에 올라서 사대호위와 함께 떠나가기 시작하자 마을 사람들은 일시 너무나도 놀라고 감격하여 인사를 하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
이윽고 마을을 벗어나자 남궁청우는 옆에 앉은 좌선비를 바라보면서 입을열어 물었다.
"자네는 내가 지나친 일을 했다고 생각되는가?"
좌선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답에서 나오는 소득은 그다지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남궁청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도 하지만 이미 본가는 그들의 덕분으로 많은 영화(英華)를 누려왔소. 이제는 그들에게도 부(富)를 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니겠소?"
좌선비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말했다.
"가주님께서 그렇게 많은 은혜를 베푸시니 아마도 하늘이 이번의 어려운 난관을 이겨나가도록 도와주실 것입니다."
남궁청우는 웃으며 대꾸했다.
"사실은 내가 그렇게 한 이유는 거기에 있기도 한 것이라오."
앞쪽에서 가우왕이 마차를 몰면서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나 도지가 적다면 저도 무림인이 되는 것은 그만두고 농사나 지을 것을 그랬나 봅니다."
남궁청우는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그렇게만 하겠다면 나도 말리지는 않겠네. 내 특별히 자네에게는 사할(四割)의 도지로 해주도록 하지."
가우왕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이내 껄껄 웃으며 대꾸했다.
"하하하, 농담이었습니다.“
* * *
남궁청우의 일행은 이미 한가지의 일을 마쳤기 때문에 다소 한가한 기분으
로 근처의 주루에 들러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들이 마악 주루에 앉아서 점원이 가져오는 술과 음식들을 먹고 마시려고 할 때에 느닷없이 한필의 말이 빠르게 달려와서는 주루의 앞에 다급하게 멈춰서는 것이었다.
뜻밖에도 그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은 바로 조금 전에 남궁청우의 일행이 머물렀었던 곳의 관리인으로 있던 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