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수동리 효자효부 정문 및 박선명 의사묘
둔일을 나와 수동리로 들어갔다. 조금 걸어서 가자니 온통 토목공사의 흔적이다. 비는 계속 내려서
땅 길이 질었다.
막 산자락을 오르는데 끝자락 부분의 아름드리 잣나무들이 온통 잘렸고 무슨 공사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밀양박씨 박성규와 그 부인 연안김씨의 효성에 내린 정문으로 1800년대 말엽의 일이었음을
안내판이 전해주었다.
그런데 막상 올라와 보니 아뿔싸! 정려각이 없어져버렸다!
일주일 전에 사전답사를 왔던 오국장님도 놀랐다. 일요일을 지내고 월요일에 창촌리 이장 일을
하기도 했던 한희민 감사님한테 물어보니, 이미 이광희 님한테서 말을 듣고 물어봤단다. 밀양박씨
종손 말로는 산속에 있어서 관리도 안 되어서 마을의 집 곁으로 옮기려고 한다는 전언이었다.
이어서 예정엔 없었지만 산자락 바로 위에 있는 박종근 의사의 묘를 찾아보기로 하고 모두 올라
갔다. 커다란 묘역이었고 석물도 요란하게 갖추고 있었다. 박종근이란 이름이 낯설었지만 비문을
차분히 읽을 시간을 못 냈다. 나중에 찾아보니 비석엔 관명(冠名:관례 때의 이름)을 적었단다.
의병사에서는 대부분 '박선명' 의병으로 알려져 있다. 1907년 정미의병으로 유홍석과 함께 가평
가는 쪽의 주길리 전투를 치른 분이다. 비문은 강원대의 박한설 교수가 단기 4334년(2001년)에
지었다.
5) 수동리 좌불석상
다시 차를 타고 다른 골짜기로 가서 밭가의 길을 잠시 걸어올라갔다. 길가 나무 아래에는 농막이
마치 서낭당처럼 서 있었고 넓적하게 누운 바위가 꼭 고인돌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주변에는 사찰지였는지 와편이 다수 보였다. 조씨라는 어느 개인이 관리한다고 하였다. 석상은
마모가 심했다. 부드러운 색깔의 석질과 통통한 모습이 친근감을 주는 모습이었다.
머리는 꼭 삭발을 하지 않은 모습으로 보였다. 불상이라기보다는 보살상이다. 석보살좌상!
6) 강촌리 습재 이소응 의병장 생가터
마지막 차례는 누구나 가본 구곡폭포 대신 습재 생가터로 잡았다.
구곡리 폭포로 접어드는 초입의 길가에 빈 밭으로 변한 곳이 생가가 있던 터이다. 지금은 누군가
임차하여 주차장으로 쓰려고 흙을 다져 놓은 것이라고 하였다.
잠시 습재선생 집안이 이곳에 영조 대에 낙향하여 자리잡고 살게 된 이야기부터 간략한 소개를
하였다. 사촌형님 직헌 이진응과 봉화산 너머의 가정리로 성재선생을 찾아 오가며 살다가 의병에
나서고, 또 을미의병 뒤에 제천으로 이사간 사정과 자양영당을 운영하다 망명한 이야기, 후손들이 대대로 영당을 지켜온 이야기를 지난 강좌 때의 내용을 곁들여서 설명하였다.
누군들 고향을 지키며 살고 싶지 않을까! 근래에 확인한 내용으로, 의병 전에 관직에 나갔던 습재의
재종제 제자 이민응의 이야기는 내게도 의병사의 새로운 관심거리로 여겨지고 있다. 이 생가터는
이진응, 이소응 의병장과 이민응의 성장기를 담고 있는 남산면과 춘천시 역사문화의 유적으로, 우리 근대사의 아픈 곡절을 가로지른 우리 지역의 역사현장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평가받아서 장차
손대지 못할 정도로 터의 땅이 변해버리기 전에 지역사회나 전주이씨 문중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금은 남산도서관 마당 한켠에 습재선생의 공적비와 시비가 있을 뿐이다. 방곡리 갯골의
직헌 의병장 묘에도 바일길가 입구에 표지석을 세우자는 마을 이장들의 연명건의가 재작년에
있었지만 보훈지청에서는 사례가 없다는 답변만 보내와 유야무야하고 말았다.
오늘 둘러본 유적들이 많지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정기적으로 둘러보며 유물유적의 현시점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일 자체가 중요하기도 하다. 정문각이 헐린 일처럼, 우리가 오늘 본 유적은
어제의 유적 그대로가 아닌 것이다. 그저 그렇게 있으려니 한 유물유적들을 2015년 6월 20일에
눈으로, 손으로, 마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그렇게 이 지역의 역사문화는 우리 삶과 함께 흘러간다.
답사를 마무리짓고 사무실로 돌아와 차를 마시며 오국장님, 이광택 화백과는 저녘 때가 되도록
담소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윤사국과 관련한 고은리의 칠원윤씨종친회 답사는 차후 시간을 내서 확인한 뒤에 보충하기로
하면서 이번 답사기를 마친다.
첫댓글 지난 토요일 답사 후 남면 남산면 몇몇 분들께 습재 선생님 생가터 복원에 대한 의견을 여쭤 봤습니다.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주셨어요. 조금 더 준비해서 상의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