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心은 한 번에 생성되는 게 아니다. 민중의 가슴 속에 켜켜이 쌓였다가 다른 요인들과 합쳐져 큰 덩어리를 만들고 마침내 다수의 뜻으로 표출되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파급력이 강하고 어느 순간 최종 의사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 그런 덩어리의 일단이 추석 밥상머리에서 드러났다. 정치권이 머리를 싸매고 진흙탕 싸움판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울산 시민들은 대개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했다. 이전과 달리 특히 고물가와 고금리에 입을 보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 정치권들은 이런 흐름을 얼마나 제대로 파악했는지 궁금하다.
추석 연휴기간 울산 시민들의 관심사는 역시 먹고사는 문제였다. 검찰이 청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것,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것 등은 관심사 밖이었고 밥상머리 화두는 주로 경제에 몰렸다. 추석 민심을 의식해 여야가 모두 상대방 공격에 초점을 맞췄지만 서민들에겐 역시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국 불안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국회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는 등 무리수를 두는 게 정국 불안의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정치권에 대한 비판 여론도 적지 않았다. 현 정부의 인사정책 실패와 인사 경직성을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으뜸으로 꼽았다. 보수 정당 지지층은 보수정당을 지지해 주고 싶어도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지지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했다. 진보 진영의 패착을 확인하고 이에 대처할 새로운 목표와 인물을 내 놔야 하는데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비판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많은 시민들이 아직도 지역사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현대중공업과 현대 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담협을 타결한 것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일부 시민들은 노사 문화의 성숙됨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그런 믿음 때문에 당장은 어렵고 정치권 돌아가는 모양새가 썩 내키지 않아도 지켜보고 있노라고도 했다. 많은 울산 시민들은 그래도 다른 지역에 비해 울산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반면 보수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곳에서도 보수 정권에 대한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120만 시민들의 추석 밥상머리 이야기를 지역 정치권들은 얼마나 파악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