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봄> 현대사 픽션화의 위험성
대한민국 역사극의 발자취
대한민국 영화사에서 역사극을 다룬 영화가 성공한 사례가 꽤 많다. 역대 최다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도 역사극으로 이순신 장군의 해전을 다룬 명량(2014년작, 1천7백6십만명)이 1위다. 관객수 3백만명이 넘은 역사극만 봐도, 광해(2012년작, 1천2백3십만명), 사도(2015년작, 6백2십만명), 한산(2022년작, 6백만명), 안시성(2018년작, 4백6십만명), 역린(2014년작, 3백 8십만명), 남한산성(2017년작, 3백8십만명) 등 6개가 넘는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극은 시대적으로 조선시대와 삼국시대 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역사서에 의존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또한 정사로 씌여진 조선왕조실록 등을 참고로 한다고 해도, 영화화 하기에는 사실의 나열이 제한적으로 되어 있어, 역사서의 행간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덧붙여 가며 시나리오를 완성해 나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판 <왕자와 거지>처럼 광해군과 동일한 얼굴의 광대가 있었다는 가정하에 영화를 완성시킨 <광해>만 해도 역사서에는 어느 한 곳도 그러한 뉘앙스가 기록된 사실이 없으며, 민간의 기록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지만, 오로지 작가의 필력으로 시나리오가 만들어 졌고, 영화화 되었던 것이다.
물론, 역사극으로 제목조차 광해라고 명확하게 기록한 영화치고는 픽션이 거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역사적 내용은 드물었지만, 관객들은 조선시대라는 판타지와 같은 시대상을 "픽션"말고는 조응할 길이 없기에 실제 역사와 혼동될 여지 없이, 이병헌의 <광해>를 즐길 수 있었다. 그 <광해>를 보고, 실제 조선시대에서 광해군 재임기 중에 광해군을 닮은 왕이 잠시 통치를 하던 중에 갑자기 정치가 민생을 위한 것으로 바뀌었다라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될까?
그것은 역사적인 시간적 한계 때문에 허용되는 "역사극의 영화적 상상력 이미 사실이 있는 현대사를 영화적 상상력 허용?
그런데, 현대 역사극으로 40여년을 갓 넘은, 현대 역사를 다루면서, "역사극의 영화적 상상력 허용"을 말하는 영화가 있다면 그것은 사실상 역사극으로 표현하는 것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서울의봄>을 보면 그렇다. 제목도 역사적 시기를 별칭으로 불렀던 실제 '역사'를 표방하고 있고, 등장인물들도 실제인물과 한글자를 제외하고 똑같다.
'전두환'을 '전두광'으로, '노태우'를 '노태건'으로 바꾸어 놓았는데, 용모 등도 가능한 역사적 인물과 동일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앞서, 흥행한 조선시대나 삼국시대 역사극은 '시간적 한계' 때문에 픽션의 과다함도 인정했다고 보는데, 어찌된 셈인지 역사책이나 신문, 책 등에 이미 현대 역사로 정리되어 있는 내용에 대해서, 픽션화해 영화화한 것은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또, 기왕 픽션으로 할 요량이면, 아예 <광해>처럼 시종일관 픽션으로 영화를 끌고 갔어야 했는데, 12.12 사태 라는 현대 역사를 다루면서, 논픽션을 할 것 처럼 중간 중간 사망자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계급과 성명 등을 자막으로 보여줘, 어디까지나 사실을 다루는 것처럼 해놓고는, 정작 영화 클라이막스에서 어벤져스 영화 처럼 허구를 보여주는 것은 도대체 이 영화의 성격 <역사극>을 뿌리채 흔들리게 만든다.
<서울의봄> 영화에서 전두환 세력에 대한 진압에 나서 대치하는 장면, 포격을 요청했다는 내용 등은 영화 클라이 막스 처럼 선보이는데, 픽션에 불과하다.
실제 12.12 사태 때는 아예 출동조차 하지 못했다는것이 당시 수경사령관의 증언이다.
현대사의 픽션화가 아니라, 탄탄한 시나리오, 편집 등으로 재미를 이끌어내야
우리는 과거 MBC 드라마 <제5공화국>과 <제4공화국>, <제3공화국> 등에서 극화한 현대사를 기억한다.
거기서는 어디까지나 사실에 기반해서 드라마의 호흡을 끌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거나, 극적 재미가 덜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 자체로 훌륭한 역사극으로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2.12라는 현대사 중에서도 기록이 제대로 남아있고, 이후에도 증언과 채록 등으로 거의 사건의 전모가 명백히 드러나 있음에도, "영화적 상상력"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종의 역사적 왜곡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영화평에서, 특정 인물에 대한 분노와, 12.12사태를 다시 생각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상당하다.
현대 역사극, 특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작가적 상상력"은 도대체 어느 정도나 허용하고 감안하면서 관람해야 하는 것일까?
있는 역사를 치밀한 고증 속에 다양한 해석을 시도하는 현대 역사극은 미국이나 세계 영화 속에서만 발견해야 할 것인가?
존 F 케네디의 암살 사건을 다룬 JFK(1991년, 2,000억 흥행)는 그런 의미에서 픽션을 최소화 했지만 극의 재미도 놓치지 않았던 수작이었다.
말콤X(1992년, 576억 흥행)도 제작비를 넘어서 흥행했고, 무거운 주제였지만 굳이 픽션을 과다 배치하지 않고서도 탄탄한 시나리오와 사건에 대한 극적 긴장감, 편집으로 충분히 영화적 성공도 거두었다.
대한민국의 영화가 흥행이 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대사를 왜곡한다거나, 해석의 여지를 두지 않고, 선과악의 대결로 현대사를 끌고가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영화적 재미보다는 역사적인 오인과 오해라는 더 큰 폐악을 관객에서 남겨주는 것이기에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쪼록
보시는 관객분들은 너무 진지한 영화 감상은 지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