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도권 택지지구서 여러 차례 분양해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경기도 양주시 고읍지구 한 모델하우스에서 분양 업무를 맡고 한 분양대행사 임원의 말이다.
경기도 남양주 진접지구와 양주 고읍지구 분양업체들이 낮은 계약률 때문에 울상이다. 수도권의 웬만한 택지지구에서는 아무리 분양시장이 침체됐다고 하더라도 분양 개시 3~4개월 후면 거의 분양을 마감하면서 모델하우스 문을 닫는다.
하지만 진접·고읍지구는 예외다. 분양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분양률이 50%를 밑도는 업체가 적지 않다. 물론 계약률이 80% 선에 접근한 업체도 있다.
이는 우선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침체에다 비싼 분양가 책정이 수요자들의 외면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진접지구의 중소형 분양가가 ㎡당 224만~236만원에 책정된데 비해 주변 아파트 시세는 ㎡당 121만~181만원 선에 불과했다.
공급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도 업체들이 미분양 해소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일시에 많아지다 보니 구매 수요가 더욱 위축되면서 장기 미분양 사태가 야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4순위 청약’ 더 이상 힘 못써요"
4순위 청약도 맥을 못추고 있다. 한때 새로운 분양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이른바 순위 외 접수인 ‘4순위자’의 기대효과가 크지 않은 것이다.
‘4순위자’란 정식 청약인 1~3순위 청약에서 미분양된 물량에 대해 선착순 계약을 노리고 사전 예약 신청을 하는 분양 대기자를 일컫는 업계 용어다.
이들은 4순위에서 계약하더라도 청약통장을 사용할 수 있으며 청약통장 가입 기간도 이어진다. 당첨 후 계약을 안 해도 재당첨 금지 조항에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일반 순위 내 청약자와 마찬가지로 전매 제한은 그대로 적용받는다. 전용 85㎡ 이하 중소형은 등기 후 10년, 85㎡ 초과 중대형은 5년간 주택을 팔 수 없는 것이다.
고읍지구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4순위자의 경우 통장사용을 아낄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최근 침체된 시장 영향에다 향후 가격 상승 등 미래 가치가 별로 없다고 수요자들이 판단한 때문인지 막상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털어놨다.
순위 내 ‘분양 참패’를 겪었던 진접지구와 고읍지구에선 9월 말 추석 이후 한때 4순위자 몰리면서 계약률이 잠깐 오름세를 탔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착순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중도금 무이자 등 파격 마케팅도 안 먹혀
분양업체들은 계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파격적인 분양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남양주 진접지구 한 업체는 최근 중도금을 무이자로 돌렸다.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고육책이다.
양주 고읍지구에서는 이 보다 더 파격적인 조건이 내걸렸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은 기본이고, 발코니 확장, 베란다 새시 무료 서비스등을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그런데도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중도금 이자를 업체가 끌어안고 간다는 데도 수요자들의 입질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진접지구 모델하우스 옮겨야 하나"
진접지구 분양 업체들의 걱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팔아야 할 미분양이 많은 데도 현재 남양주 별내지구에 마련된 모델하우스를 연말에 철거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시분양 6개 업체는 아파트 분양에 앞서 12월 31일까지 모델하우스 부지를 사용키로 부지 소유자인 토공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모델하우스 사용기간이 한 달 보름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이들 업체는 토공 측에게 계약 기간 연장을 요청한 상태이지만, 토공 측은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토지공사 남양주지사 이원삼 차장은 “별내지구는 이미 확정된 주택 건설계획에 따라 올 연말 이후 토지 조성공사에 들어가야 한다”며 “동시분양 업체들의 입장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원칙상으로는 계약 연장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공은 현재 올 연말까지 모델하우스 철거해야 하는지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계약 기간 연장 여부는 이달 말께 결정날 예정이다.
주변 여건도 호락하지 않다. 입지 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싼 서울 은평뉴타운과 파주 신도시에서 연내 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것이다.
남양주 진접은 비바패밀리공인 안영안 사장은 “유망 단지로 꼽혀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곳인 데도 저렴한 분양가에 아파트 공급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데, 입지 여건도 썩 좋지 않고 분양가도 비싼 진접·고읍지구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요가 많겠냐”고 반문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