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메머드급 재건축 단지인 가락시영과 둔촌주공이 재건축 사업진행을 위한 중요한 인허가절차를 최근 각각 끝냈다. 가락시영은 9월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해 재건축 계획안을 승인받았고 둔촌주공은 7월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호재에도 요즘 가락시영과 둔촌주공 매매시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대선을 앞두고 매도ㆍ매수세들의 관망세가 심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 재건축 규제가 워낙 많아 지금 상태에서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실익이 없다는 분석도 많다. 대기 매수세 입장에선 지금 매수할 경우 투자성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가락시영, 90개동 8106가구의 초대형 단지로 탈바꿈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단지. 재건축을 통해 현재 6600가구인 단지가 90개동 8106가구(임대 1506가구 포함)의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조합 측은 올해 교통영향평가ㆍ환경영향평가ㆍ사업시행인가ㆍ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을 거쳐 내년 초 아파트 철거에 들어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009년 초에 착공해 2011년 하반기에 입주한다는 계획도 함께 갖고 있다. 용적률은 265%, 건폐율은 22%다.
이 단지는 인기 주거단지가 갖춰야 할 조건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호선 송파역과 접해 있고 송파대로와 남부순환도로도 가깝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배명고, 잠실여고 등이 가까이 있고 롯데월드 등 주변 편의시설도 풍부하다.
투자성 불투명…가격 약세
요즘 시세는 약세다. 가락시영 1차 42㎡형(13평형)의 경우 가장 낮은 매도 호가가 5억6000만원선으로 두 달 전에 비해 2000만원 가량 빠졌다. 가락동 동남공인(02-400-5534) 관계자는 “매수문의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매수세가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건 투자 이점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조합 측은 1차 42㎡형 조합원에게 99㎡형(30평형)과 112㎡형(34평형)이 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112㎡형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 매수자들이 투입해야 하는 돈은 금융비용을 제외하고 8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 집값에다 세금ㆍ중개수수료 등 거래비용을 합해 6억원이 들어가고 조합원 분담금이 1억5000만~2억원 될 것으로 추산한다. 내년 입주를 앞둔 잠실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분양권이 요즘 8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큰 투자 이점이 없는 셈이다.
조합원 분담금이 조합원들의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사업추진은 또 장벽에 부닥칠 수 있다. 관리처분은 조합원 80% 이상이 동의를 해야 조합 측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할 수 있는 데 분담금이 많을 경우 이에 반대하는 조합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서다.
또 조합이 설립돼 있는 상태여서 지금 가락시영을 사면 입주 때까지 되팔 수 없다는 점도 매수세를 위축시키고 있는 원인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9조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지분을 입주 시점까지 매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락시영의 경우 대지지분 크기에 따라 집값이 차이 난다. 1차 42㎡형의 대지지지분은 49㎡인데 2차 42㎡형은 56㎡다. 56㎡형도 1차는 지분이 63㎡인 반면 2차는 71㎡다.
둔촌주공 “재건축 서두를 필요 있나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1980년 3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25년이 넘은 아파트다. 4개 단지 중 1단지와 2단지는 5층 건물로 3단지와 4단지는 10층으로 지어졌다. 총 145개동 5930가구로 연 면적이 51만8894㎡에 달한다.
이 단지는 올 7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D등급으로 분류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것이다. 조건부 재건축 판정은 지자체 단체장이 주택시장과 지역 요건 등을 고려해 재건축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정밀안전진단 통과는 둔촌주공이 2003년 12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3년 7개월 만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추진위원회는 1~4단지 5930가구를 허물고 9090가구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일반 분양분도 1800여가구 나올 것으로 추진위 측은 보고 있다. 현재 둔촌주공 재건축에는 규제가 많다. 평균 16층 층고 제한, 소형 평형 의무비율, 개발부담금, 분양가 상한제 등이 그것이다.
앞으로 남은 재건축 절차는 조합원 동의서 징수,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시공사 선정,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이다. 둔촌주공은 지난해 11월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안이 통과되면서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됐다. 평균 16층, 최고 30층, 용적률 230% 범위 내에서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추진위 측은 “재건축 규제완화 여부 등을 지켜보면서 천천히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둔촌주공은 대단지 이점이 충분히 누릴 수 있는데다 교통여건도 빼어나다. 올림픽대로,서울외곽순환도로가 인근에 있고 9호선 2단계 구간의 마지막 역인 오륜역(가칭)도 단지 가까이에 들어설 예정이다.
대출 규제로 매수세 꽁꽁…가격 약세 지속
서울시 내 대부분의 재건축 단지와 마찬가지로 둔촌주공 시세도 요즘 약세다. 대출이 막힌데다 재건축 투자시 비교대상이 되는 기존 아파트값까지 약세를 보이자 매수심리가 위축된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0억6000만원에 실거래 신고됐던 둔촌 주공 1단지 82㎡형(25평형)의 요즘 시세는 9억6000만~9억8000만원으로 지난해말 실거래가에 비해 최대 1억원 가량 내렸다.
투자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기존 입주민들이 재건축 이후 어떤 면적의 아파트를 배정받게 될 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지난해 2종 주거지역 총 56만8597㎡ 중 아파트가 들어설 자리 48만2646㎡를 3종으로 상향하고 학교나 공원ㆍ도로 등 도시기반시설이 들어설 6만2810㎡를 1종이나 2종 주거지역(층고 7층)으로 내리겠다는 재건축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업성과 계획을 다시 검토중이다.
중ㆍ장기적으로 볼 때는 급매물이 많이 나오는 지금 시점이 매수 적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둔촌동 드림공인(02-478-9800) 관계자는“서울 시내에서 이만한 입지의 대형 아파트 단지가 더 이상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둔촌 주공의 재건축 매력은 충분하다”며 “지난해 가을보다 최대 1억5000만원 가량 값을 내린 급매물이 나오는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둔촌주공의 경우 아직 조합이 설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락시영과 달리 전매제한 등의 규제가 없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