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히브리어 성경을 읽어야 하는가
기독교인 중에서 성경이 구약과 신약으로 되어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구약 성경이 히브리어(Hebrew)와 약간의 아람어(Aramaic)로 기록되었다는 것과 신약 성경이 헬라어(Biblical Greek)로 기록된 것을 모르는 사람은 많다. 그것은 오늘날 세계 모든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자국어로 번역된 성경을 가지고 신앙 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성경을 원래 기록한 원어를 알아야 할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번역 성경은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수없이 많은 번역을 거듭하여 현재에 이르게 된 오늘날의 번역 성경은 원문과의 시대적, 지리적, 문화적, 종교적 차이는 물론이거니와 번역자들의 신앙적, 교리적 배경의 차이까지 개연(蓋然)됨으로써 원문이 가르치는 본래의 온전한 의미를 간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독교 신앙의 모든 근거가 성경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그것은 잘못된 신앙과 이단 사상들이 모두 말씀의 왜곡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성경이 하나님의 뜻을 바르게 전해주고 있는가의 여부는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모든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깨달으면서도 풍성한 은혜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말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말씀이 생명력 있게 역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씀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성경 언어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을 수 없고, 가르치는 자들은 쉼 없이 성경 언어를 연구하여 하나님의 정확한 뜻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원어 성경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원어 성경 역시 많은 사본이 존재하기 때문에 문제는 상존하는데, 헬라어 신약 성경은 어느 계열의 사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제법 차이를 보이는 신앙 노선으로 양분되지만, 히브리어 성경은 기본적으로 맛소라 사본(Codex Massora)을 텍스트로 하게 되므로 히브리어 사본 선정에는 큰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 사본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말할 기회를 갖기로 하고 여기서는 원문을 읽고 또 원어를 배울 때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유익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빌 프리맨(Bill Freeman)에 의하면 원어를 배워야할 가치가 적어도 여섯 가지는 있다고 한다. 첫째는 원어를 공부하는 그 자체가 주님을 섬기는 봉사와 훈련이 되며, 주님께서는 맡은 사명을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수행하는 것으로 증명된 자를 사용하시기 때문에 주님께 쓰임 받기 위해 원어를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원어를 앎으로써 하나님의 말씀으로부터 오는 진리의 빛과 계시를 깨닫는 능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셋째는 원어를 이해함으로써 성경에 드러난 하나님의 뜻을 좀더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는 사고력, 감성, 상태 판별력, 본문 파악 능력을 증가시켜준다는 것이다.
넷째는 성경 전체를 파악하는 일관된 통찰력을 증진시켜 줄 수 있는데, 그것은 번역 성경에서 이상하게 번역함으로써 뜻이 통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정확한 원어의 뜻을 안다면 곧바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약 성경을 읽으면서 뜻이 통하지 않을 때 히브리어 성경을 참고하면 즉시 해결되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다섯째는 주님과의 인격적인 교제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마지막 여섯째는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의 영혼에 능력과 권세를 더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상에서 원어를 배우고 아는 것은 우리의 신앙과 영혼에까지 크나큰 유익이 있으며, 이는 어떤 특별한 자들에게만 선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주님께 순종하는 자들이 부지런하기만 하면 누구든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님의 제자 된 자로서 히브리어 성경을 몰라도 된다고 하는 것은 통할 수 없으며, 우리의 연약함을 호소하기에 앞서서 자신이 하나님 앞에 게으르지 않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힘으로 불가능한 것을 우리가 하지 않는 것은 허물이 되지 않겠지만, 우리가 힘써서 할 때 분명히 이룰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음은 엄연한 허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유 섭 목사)
히브리어 사본에는 무엇이 있는가 오늘날 우리들이 보고 있는 히브리어 성경은 원본(Original)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보존되어진 사본을 비교 분석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사본(Copy)은 원본의 보존을 위해 필사(筆寫)된 것으로 원본으로부터 사본이 생산되었는데, 언젠가 원본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후엔 더 이상 원본을 필사할 수 있는 길은 없어졌다. 따라서 그 다음부터는 이전의 사본을 계속해서 베껴나갈 수밖에 없었으며, 이런 과정에서 원래의 본문이 전혀 훼손되지 않고 보존되어지기란 불가능하였다. 히브리어 성경의 사본을 필사하는 서기관들은 누락이나 오기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성경을 베끼긴 했지만 방대한 분량을 일일이 손으로 쓰다보니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본 필사 과정에서 나타난 인위적 오류는 종류가 다양하여 중복, 탈락, 오사(誤寫), 도치, 융합, 분리, 오독(誤讀) 등으로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때로는 성경 안에 서로 모순되는 표현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도 하는 것이다. 필사본의 경우 전적으로 일치하는 사본이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일부 필사본의 경우는 필사자의 신앙에 따라 의도적으로 부분적인 첨가와 삭제의 관행이 있었음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현재까지 발견된 사본들의 보존 상태도 문제가 된다. 사본은 처음에는 주로 파피루스(Papyrus)에 기록하였는데, 보존성이 떨어져서 발견되는 것들이 대부분 조각으로 남아있다. 성경을 뜻하는 영어 Bible은 애굽에서 나는 식물이름인 '파피루스'를 음역한 헬라어 비블로스( )에서 온 말이다. 양피지(Parchment)는 파피루스보다 낫지만 습한 곳에서 썩기는 마찬가지이다. 양피지는 두루마리(Scroll) 형태가 많으나 후에는 코덱스(Codex)라는 일종의 책과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튼 파피루스와 양피지에 기록된 사본들도 천년 이상 꽤 오랜 기간동안 보존된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 많은 내용이 훼손된 채 발견되기 때문에 사본 중에서 온전하게 참고할 만한 것은 매우 드물다고 하겠다. 이렇게 사본이 희귀하고 보존성에 의문이 많게 된 데다가 점차 수많은 번역본까지 등장하게 되었으므로 히브리어 성경의 원본이 가르친 진정한 뜻은 사라지고 말 위험에 처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은 상존하였다. 사본이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들은 고대에 벌써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AD 2세기경의 랍비 아키바는 당시에 산재한 사본들을 집대성하고 정리하여 정통적인 히브리어 성경을 제정하고자 주창하였다. 이를 계기로 히브리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많은 구약 주석방법이 개발되었으며, 히브리어 성경의 본문 내용을 구분하기 위한 절(節)의 구분과 각종 부호(符號)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그 노력은 계속되어 마침내 AD 6-7세기경에 맛소라 사본이 만들어짐으로써 결실을 거두게 되었다. 맛소라 사본(Codex Massora)은 전통이라는 뜻을 가진 맛소라(Massorah) 학자들에 의해 구약 성경을 히브리어로 정확하게 보존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히브리어는 원래 별도의 모음이 없이 단어를 이루는 글자 자체의 고유한 소리를 일일이 기억하여 발음하였었다. 그런데 유대인들이 포로생활로 인하여 세계 각지로 흩어지면서 팔레스타인에서조차 히브리어가 그들의 생활 언어로 사용되지 않음으로써 히브리어 발음이 유실될 우려가 있게 되자, 맛소라 학자들은 발음의 보존을 위하여 새롭게 히브리어의 모음을 고안하였는데 이를 맛소라 모음(문법편 히브리어 모음의 형성과 특징을 참고)이라고 한다. 맛소라 사본은 모든 자음에다 새롭게 고안된 모음을 붙여서 표기함으로써 정확한 발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게다가 랍비들이 성경을 필사함에 있어서 다시는 개인적 오류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글자 수와 글자 배열까지 치밀하게 규정한 '표준 필사법'을 제정하여 그 기준에 미달한 성경은 여지없이 폐기하는 엄격함을 유지하였기 때문에 맛소라 사본이 만들어지고 나서부터 히브리어 성경은 비교적 정확하게 보존되어져 갔다. 그러나 맛소라 학자들은 자신들이 당시에 입수 가능한 모든 사본을 참조하여 그들 나름의 본문을 만들었기 때문에 지역과 가문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맛소라 사본은 지역에 따라 바벨론 맛소라와 팔레스타인 지역의 티베리아 맛소라의 두 종류로 나뉜다. 바벨론 맛소라는 근거 사본의 취약 때문에 가치가 적으며 티베리아 맛소라가 중요하다. 티베리아 맛소라는 다시 가문에 따라 벤 납달리 사본과 벤 아쉐르 사본으로 나뉘어지며, 벤 아쉐르 가문의 권위가 더 인정받고 있다. 벤 아쉐르 사본 중에서 AD 9세기경 모세 벤 아쉐르가 필사한 레닌그라드 박물관 소장의 사본(Codex of Moses Ben Asher 또는 Codex Leningradensis)이 유명한데, 이는 전문이 보존된 상태였다. 히브리어 사본은 맛소라 사본 외에도 몇 가지 더 발견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명한 사본은 1947년 사해 근처 쿰란의 여러 동굴에서 양치는 목동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사해 사본(Dead Sea Scrolls)이다. 사해 사본은 BC 2-1세기경 로마의 예루살렘 침략 때 무혈 저항하던 쿰란 종단에 속한 유대인들이 동굴에 은거하면서 당시의 성경을 필사한 것들인데, 외경도 다수 포함하고 있다. 한편 사해에서 발견된 성경과 맛소라 사본을 대조해 본 결과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곧 맛소라 사본의 신뢰성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그 다음으로는 고대 히브리어의 예리한 각 모양의 서체로 기록된 사마리아 오경이 있다. 이는 BC 722년 북 이스라엘 멸망 후 앗수르의 지방민 이주 정책에 의해 이스라엘 사람과 이방인과의 국제 결혼으로 생겨난 혼혈족속인 사마리아인에 의해 만들어진 사본이다. 남 유다 왕국의 유대인들에게 완전히 버림받은 사마리아인들은 '그리심 산'을 성지화하고 BC 3-2세기경에는 사마리아 오경을 만들어서 그들 나름대로 신앙을 지켜온 것이다. 시대적으로 오래된 가치가 있는 본문전승이지만 맛소라 본문과 너무 많은 차이가 있으므로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밖에 사본으로는 이집트에서 발견된 오경의 일부만이 보존된 나쉬 파피루스 사본, AD 9세기에 필사된 것으로 보이는 자음만으로 되어있는 대영박물관 사본, 또 현재 히브리 대학에서 발간중인 HUB(Hebrew University Bible) 히브리어 성경의 모체가 되고 있는 알렙포 사본(레닌그라드 사본 이전 것으로 추정) 등이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히브리어 사본 수는 대략 1,000여 개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서 주전(主前)에 필사된 사본은 사해 사본 말고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편 인쇄술이 발명된 이후에는 필사본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으며, 인쇄된 맛소라 사본이 탄생하게 되었다. 제일 처음 히브리어 성경이 인쇄된 것은 1477년에 시편(詩篇)이었다. 곧 이어 1488년에 구약 전문이 인쇄되었는데, 이것이 히브리어 인쇄본의 효시이다. 이후에 몇몇 히브리어 성경이 계속해서 출간되었는데, 그 중에서 1524년에 야곱 벤 하임이라는 유대인에 의하여 편집되고 봄베르그가 출판 제작한 '제2 랍비 성경(Bombergiana)'이 가장 유명하다. 벤 하임의 제2 랍비 성경은 기존의 맛소라 사본들을 최대한 참고하여 편집한 것으로 20세기까지 세계 모든 구약 성경의 근간이 되었다. 특히 독일의 신학자 키텔은 1906년 벤 하임의 제2 랍비 성경을 토대로 BHK(Biblia Hebraica Kittel)라고 부르는 히브리어 성경 두 권(BHK¹과 BHK²)을 차례로 펴냈었다. 그런데 키텔은 1937년에 제 3판(BHK³)을 내면서 본문을 벤 하임 인쇄본 대신 레닌그라드 사본을 채택하였다. 그것은 벤 하임 인쇄본이 15세기에 편집된 작품임에 비하여, 레닌그라드 사본은 9세기경의 권위 있는 랍비인 모세 벤 아쉐르가 직접 필사한 것이었고, 또 전문이 훼손되지 않은 채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그후 1977년에 독일성서공회는 BHK³의 오기와 난외에 맛소라 주기를 보충하여 BHS(Biblia Hebraica Stuttgartensia)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발간하였으며 오늘날은 전세계적으로 이것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안 유 섭 목사) |
히브리어 번역본은 어떤 것들인가
히브리어가 속한 셈어의 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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