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 대상
진정한 보물을 찾기 위한 모험
―『보물섬의 비밀』을 읽고
대전 관평초등학교 6학년 이하경
우리 부모님은 선물을 종종 특이한 방법으로 주신다. 선물을 집 안 어딘가에 보물처럼 감춰 놓고 수수께끼를 순서대로 풀어서 얻은 답을 단서로 선물이 숨겨진 곳을 찾는 방법이다. 동생과 나는 선물을 받는 과정을 무척 좋아한다. 누가 먼저 찾을까 긴장감도 있고 수수께끼를 푸는 재미와 성취감도 있다. 단서를 가지고 집 안 여기저기를 관찰하다 보면 평소에는 관심이 없던 물건과 장소도 다시 보게 되고 전에는 몰랐던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보물섬의 비밀』이라는 책도 그렇게 해서 찾은 선물이다. 이 책은 찾은 걸로 끝나지 않았다. 책을 펼치자 또 다시 찾아야 할 보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산호와 현민이와 함께 한 번 더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야 했다. 보물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다른 책보다도 꼼꼼히 이야기를 읽어 나갔고, 단서를 찾기 위해 읽은 부분을 다시 돌아가 읽기도 하며 이야기 속으로 빠졌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야기의 배경이다. 외국 소설 속의 보물 이야기나 모험 이야기도 물론 재밌지만 나는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TV에서 충남의 마도 앞바다에 보물선이 4척이나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어서 이 책의 배경은 더 진짜 같았다. 산호와 현민이가 내 친구를 닮기도 해서 친근하고 흥미진진하기도 했다. 둘이서 노란 고무보트를 타고 용난섬으로 갈 때는 걱정이 되어 구명조끼를 챙기라고 소리치고 싶었고, 보트가 당장이라도 뒤집어질까 봐 나도 손에 땀을 쥐었다. 산호의 손이 굴껍데기에 베여 피가 나고 보트까지 구멍이 나서 바람이 빠질 때는 나까지 아찔했다. 보트의 공기 주머니가 두 개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저녁을 먹고 선착장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갑작스럽게 약속 장소에서 보물 사냥꾼들을 만난 산호가 기름통 뒤에 숨어 대화를 엿들을 때는 나도 같이 엿듣는 것처럼 귀를 쫑긋 세웠다. 말줄임표가 나오는 보물 사냥꾼들의 대화가 귓가에 잘 안 들리는 목소리 같아서 답답하고 궁금한 마음에 자꾸 책 가까이 귀를 대고 싶었다. 그리고 곧 충격적인 사실을 산호와 함께 알게 되었다. 검은 턱수염의 정체가 고고 할아버지였다는 사실! 친절하고 다정히 대해 준 이유가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하니 나까지 배신감이 들어서 분했다. 할머니의 노래 가사에 대한 수수께끼를 푼 산호랑 현민이가 보물을 막 찾는 순간은 조마조마해서 책을 꽉 쥐었다. 속상하게도 보물 사냥꾼들이 나타나서 보물을 빼앗고 산호와 현민이는 잡혀 버렸다. 그러나 보물 사냥꾼들의 보트에서 산호랑 현민이가 용기 있게 대처해서 무사히 돌아왔고 보물 사냥꾼들은 체포되었다. 산호와 현민이가 보물을 얻진 못했지만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은 더 멋진 보물을 찾은 것 같았다. 바로 둘 만의 ‘우정’이라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었다.
보물이 보석이나 물건만을 의미하지 않고 ‘우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듯, 모험도 낯설고 특이한 장소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깨달음을 최근 내 경험에서 얻었다. 자전거를 타는 게 겁이 나서 새 자전거를 선물 받고도 일 년 넘게 그냥 세워 두고 있을 때는 자전거를 잘 타는 게 꿈이었다. 그러다가 내 친구들 중에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자 나는 용기를 내어 이를 악물고 혼자서 자전거 타는 연습을 했다. 며칠을 혼자서 연습하여 자전거 타는 법을 익혔을 때 나는 정말 모험을 해서 보물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자전거를 타고 처음으로 동네 한 바퀴를 돌 때는 매일 보던 풍경도, 내게 스치는 바람도 다르게 느껴졌다.
보통의 생활 속에서도 작은 모험을 하고 작은 꿈을 보물처럼 찾는다면 보물섬은 바로 여기, 내가 있는 곳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 나서 들었다. 모험을 할 만한 멋진 장소와 귀하고 값비싼 보물이 없어도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나만의 보물을 찾기 위한 모험이 나오는 진짜 ‘보물섬의 비밀’은 내가 만들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