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정체 위기감에 중도 확장 노리며 반등 도모 김건희 녹취→형수 욕설 역풍에 사전 공세 차단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부천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노동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6일 “네거티브 선거전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선 경쟁 상대인 국민의힘에게도 네거티브 자제를 요청했다. 대선을 42일 남겨두고 이 후보가 공세적 선거운동에서 한 발 물러선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이 후보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를 받아 국민께 면목이 없다”고도 하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일견 비호감 대선의 주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각오로도 읽힌다.
정가에선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이 후보로선 정권 교체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야권 단일화까지 성사될 경우 열세에 놓일 공산이 큰 만큼,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 30%대에 갇힌 현 지지율로는 야권 단일화 국면에 정면 대응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자성적 제스처로 중도 표심에 호소하며 지지층 유입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개된 민주당 서울시당의 ‘서울시 유권자 정치 지형과 대선 전략 함의’ 보고서에는 서울 시민들의 정권교체 여론이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 때 보다 높고,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면 필패’라는 진단이 담겼다. 이에 “반감과 불신의 원인 제공에 대한 자성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라고 여당 선대위 측에 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여당 내에서도 위기감이 표출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민주당) 당원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불안이 감지된다”며 “현(30%대) 지지율로는 야권의 후보 단일화 이슈에 대응하기 난감한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바뀌고 있다’라는 내부 쇄신 기류를 국민들께 잘 이해시킨다면 분명 반등의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은 이 후보의 사과·반성 행보에 이어 이른바 ‘7인회’로 불리는 측근그룹의 백의종군, 송영길 대표의 총선 불출마, 3.9 재보궐선거 무(無)공천을 선언하는 등 자세를 낮추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아울러 이 후보의 네거티브 중단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털어내기 위한 사과 릴레이 행보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아들 불법도박 논란 등 각종 리스크에 노출된 이 후보가 대야(對野)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갈 경우 자칫 ‘내로남불’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를 겨냥한 ‘7시간 녹취록’ 공세가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형수 욕설’ 파일로 역풍을 맞은 데 따른 극약처방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여기에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이 후보의 장남 이 씨가 군 복무 시절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인사 명령도 없이 ‘특혜 입원’을 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야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집중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도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