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며칠은 특별한 날이 된 것 같다,
어제도 9시에 누웠다가 그만 잠이 들어버렸던 것,
눈을 뜨고 대충 시계를 쳐다 보았을 때는 이른 아침 5시,
대체 내가 몇 시간동안 잠에 빠졌던 걸까,
아침에 일어나 피부과 약에 혹시 수면제 성분이 있는 걸까 했더니,
딸아이는 그 말을 받아,
피곤했던게 한꺼번에 몰려온 걸 꺼야 한다,
그랬던 걸까,
생각해 보니 분주한 생활임은 틀림없을 것 같아,
집안 살림도 해야지,
학교에 나가 밥벌이도 해야지,
틈틈이 시장이나, 장터를 다니며 찬거리를 궁리해야지,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신대방동 엄마네 집 주방일까지 하게 되었으니,
피곤했던 건 맞는 말일 듯 싶다.
예전보다 이제는 사람과의 관계는 상당부분 정리가 된 것 같고,
원래부터 사람과의 관계를 복잡하게 매달고 사는 일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인간동물의 변덕스럽고, 기회적인 습성에
개인적인 환멸감을 갖고있기 때문에, 인간동물과의 거리는 일정한 감각적 거리만을
유지한채 내 자신의 본연의 직관에 근거한 모든 대상들에 대한 통찰력있는 지각의 세계로
다시 돌아온 것 뿐이다. 그러므로 인간동물을 포함한 대상과의 관계는 지극히 단순성을
유지한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바로 그 단순성이 나의 심정을 평화로운 상태로 만든다.
지난 일이긴 하지만,
오래도록 일상적 만남의 관계를 유지한채 지내왔던 사람들 중에는 이런 나의 생각을
종종 오해하고 비틀어지는 경우도 간혹있긴 하다.
그러한 이들은 나와 타자가 관계하는 길에서 '나'라는 존재가 이탈했다고 생각할 테지만,
그것은 그의 생각 속에서 '나'라는 타자가 '지워짐erasure' 현상일 뿐, 여전히 '나'라는 존재는
세계와 현상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타자의 직접적 접촉과 직관의 근거함에 '나'라는 대상이 주체적 대상으로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어쩌면 타자는 간과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제 오후는 날씨가 제법 더웠다,
한낮 낮잠도 즐겼고,
햇빛의 열기는 전이된 열기에 지칠즈음, 집을 나섰다.
대중들은 더위를 피해 나들이를 가거나, 산을 찾거나, 바다를 찾거나, 혹은
매스컴들의 열띤 홍보에 시내 고궁를 찾거나, 향하고 있을 테지만,
나는 양재동 코스트코Costco로 시내버스를 이용해 향했다.
일요일 외국계매장인 이곳은 주차가 어려울 지경으로 사람들이 많은 곳이어서,
가급적 주말에는 차를 끌고가지 않고 배낭을 메고 간다.
내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소고기와 김치를 사기 위해서였고, 나 혼자라면
생전 이곳을 올 일이 없을 테지만,
아직은 소고기(뉴질랜드 혹은 호주산)를 먹여야할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소고기와 김치5kg, 원당순두부double pack을 사들고 들어와야했지만,
매번 놀라는 일은 그곳에 온 사람들의 쇼핑의 양이다.
고기와 과일, 가공식품은 물론 음료, 주류할 것 없이 어마어마한 양을 쓸어 담아 나간다.
놀랍기도하고 신기하기도한 정경이다, 외국, 그것도 미국회사니까 모든 물건들이
모두 믿을만하고 품질은 물론 안전성에 있어서도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또한 그곳의 매장 카운터 데스크counter desk밖에 상설된 패스트푸드점에 앉아
기름진 미국산 핏자pizzas와 각종 패스트푸드를 먹느라 아우성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천천이 이동계단moving stairs를 이용해 빠져나오며 잠시 재미있는 상상에 빠졌다.
저런 정경은 전혀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음식이란 생명을 흡수하는 일이거늘.
마치 공장식 사육장의 먹이를 먹는 광경처럼 보이다니,
나는 가능한한 빨리 그곳을 빠져 나와 버스에 올랐다. 왜냐하면
이상한 광경에서, 우스꽝스런 광경으로, 다시 무서운 광경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