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5년 만의 아시아 정복을 위한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
[풋볼리스트=전주] 서호정 기자= 결국 이번에도 K리그 팀끼리 펼치는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무산됐다. 8강에 세 팀, 4강에 두 팀을 진출시키며 아시아 최강의 축구 리그임을 증명한 K리그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이 만나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기대했다. 원정과 홈에서 중동의 왕자 알 이티하드를 모두 제압한 전북이 결승에 선착했다. 그러나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논란의 실점으로 무릎 꿇은 수원은 원정에서 이겼지만 득실 차를 만회 못하고 아쉽게 탈락했다.
대신 전북의 결승 진출로 K리그는 챔피언스리그 3년 연속 제패(2009년 포항, 2010년 성남)에의 도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전북 쪽으로 사실상 기울고 있다. 최강희 감독 역시 자신이 봉동왕조를 세우는 데 가장 큰 기틀이 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5년 만에 재현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전북의 그런 분위기는 자만심이 아닌, 약점을 찾을 수 없는 자신감이다. 전북이 이번에도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전북은 주전 1, 2명의 결장으로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
이유 하나, 경기력과 정신력이 완벽하다
전북은 지난 10년 간 K리그에 등장한 팀 중 가장 완벽한 팀으로 꼽힌다. 수비에 대한 불안감은 있지만 탈아시아 수준의 공격력으로 늘 상대를 압도한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고, 우승으로 가는 정답이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최강희 감독은 올 시즌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컨셉과 철학을 앞세워 공격 축구를 펼쳐왔다. 시즌 초반 잠시 흔들린 순간도 있었지만 5월 이후 닥공은 정상궤도에 돌입했고 정규리그 19경기째(12승 7무) 패배가 없다. 상대가 누구든 이길 수 있다, 그리고 절대 지지 않는다는 두 가지 자신감이 섞인 전북은 경기를 치를수록 더 강한 팀이 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최근 전북이 치른 챔피언스리그 8강과 4강 경기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세레소 오사카와의 8강전에서는 원정에서 수비 불안으로 3-4 역전패를 당하고 돌아왔지만 홈에서 강력한 공격력으로 6-1 대승을 거뒀다. 마지막 고비였던 알 이티하드와의 4강 원정 1차전에선 3-2 승리를 거뒀다. 최강희 감독은 이 경기에 엔트리조차 다 채우지 못하는 15명의 선수만 데려가는 호연지기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자신감이 아니냐고 우려했지만 결국 전북은 원정에서 승리를 거뒀다. 또한 종아리 부상을 입은 이동국을 무리시키지 않고 전반 도중 바로 교체한 대목에서는 전북이라는 팀이 선수 한 명에 의존하지 않는 팀원 전체가 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6일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경기 초반부터 선제골을 넣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고 결국 전반에만 에닝요가 두 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찌감치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두마리 토끼에만 초점을 맞춘 팀 운영을 해 온 최강희 감독은 현재 자신의 팀이 완벽한 상태에 있음을 자신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팀에 부상과 같은 큰 문제가 없고,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완벽히 준비돼 있다. 5년 만에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반 중반 이후 전북이 다소 소극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그것은 경고 누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주장 조성환이 전반에 경고를 받으며 결승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되자 후반 들어 선수들이 그것을 다소 의식한 것. 결승전은 단판으로 열리기 때문에 그러한 불안요소마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며 전북은 내유외강의 힘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전주성은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홈 편향 분위기를 보여준다 (사진=연합뉴스) |
이유 둘, 난공불락의 요새 전주성
전북이 통산 두 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자신하는 다음 이유는 결승전이 열리는 장소에 있다. 올 시즌 AFC는 중립지역에서 결승전을 치르던 이전과 달리 결승전에 진출한 두 팀 중 한 팀의 홈에서 경기를 치르는 방식을 채택했다. 8강 토너먼트 대진 추첨 당시 AFC는 홈 개최권의 우선 순위도 동시에 부여했다. 2순위였던 전북은 8강에서 1순위 세레소를 꺾으며 결승 진출 시 자신들의 홈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결승전을 치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까지 거머쥐었다.
전북이 결승까지 진출함에 따라 결승전은 오는 11월 5일 토요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일명 전주성으로 불리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전북에게 있어 난공불락의 요새다. 올 시즌 전북이 홈에서 패한 것은 단 두 차례다. 상대의 강력한 수비와 골대 불운으로 경기를 지배하고도 패한 전남과의 리그 개막전, 그리고 1.5군을 투입했던 부산과의 FA컵 16강전이다. 최강희 감독은 팀을 완성시킨 2009년 이후 홈 경기에서는 ‘강력한 공격 축구와 지지 않는 것’, 두 가지를 목표로 삼고 있고 실제로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 수년 간 호성적과 화끈한 축구를 펼친 결과 전북은 팬층이 단단히 결집되고 있다. 올 시즌 서울, 수원 다음으로 많은 평균 관중수를 기록하고 있다. 알 이티하드와의 4강 2차전에도 평일 경기고 추운 날씨라는 악재가 겹쳤음에도 1만 7천명이 넘는 관중이 입장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전북 홈 관중들의 경기 몰입도와 호응이다. 서포터즈 뿐만 아니라 일반 관중들이 상대의 파울에 강력히 야유하고, 전북 선수들의 활약엔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는 완벽한 홈 편향의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전북은 다음달 열릴 결승전에 창단 후 첫 전주월드컵경기장 만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6월 국가대표팀과 가나의 A매치가 열렸을 당시 4만 2,477개의 좌석이 모두 찼던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전북을 위해서도 다시 메워질 지 관심이 모인다.
종아리 부상을 입은 이동국의 결승전 출전 가능성은 100%다 (사진=연합뉴스) |
이유 셋, 이동국 복귀 가능성 100%
전북은 알 이티하드와의 4강 2차전을 이동국 없이 치렀다. 1차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종아리를 다친 이동국은 귀국 후 서울에 남아 검사를 받고 치료에 매진했다. 다행히 우려했던 근육 파열이나 손상이 아닌 근육통으로 확인됐다. 최강희 감독은 2차전을 정성훈, 김동찬, 로브렉 등에게 맡긴 채 이동국에게 철저한 휴식을 주문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정성훈이 대체자 역할을 훌륭히 해내며 에닝요의 선제골을 도왔다. 지난 5월에도 이동국이 포항 원정 경기 도중 부상을 입었지만 즉각적으로 교체아웃시키는 빠른 대응과 회복 때까지 팀 전력에서 철저히 배제하며 열흘 만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동국은 28일 팀에 합류해 가벼운 러닝으로 몸 상태를 점검하게 된다. 최강희 감독은 “몸 상태를 점검하겠지만 결승전 출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현재 선수의 부상 정도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이동국은 만 32세라는 나이에 비해 철저한 자기 관리로 20대 선수를 능가하는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선수 본인도 결승전 출전에 대한 의지가 강경해 치료와 재활에만 집중하고 있다. 만일 몸 상태가 100%가 되지 않으면 교체 출전 형태로 투입해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게 최강희 감독의 복안이다.
알 사드를 상대하는 전북의 최대 불안요소는 상대의 침대축구다 (사진=연합뉴스) |
이유 넷, 침대축구를 잡는 법을 안다
전북이 챔피언스리그를 정복할 수 밖에 없는 마지막 이유는 중동 축구에 대한 확실한 노하우다. 특히 일명 ‘침대축구’로 불리는 의도적인 시간 끌기로 결과를 가져가려는 중동 특유의 축구를 잡는 방법을 안다. 전북의 결승전 상대인 알 사드는 4강 2차전에서 역시나 침대축구를 선보였다. 전반에 오장은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자 알 사드는 후반 중반 이후부터 부상과 근육통을 핑계로 필드 플레이어는 물론 골키퍼까지 쓰러져 시간을 버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했다. 공을 돌리거나 선수 교체를 통해 시간을 버는 행위는 있었지만 당하지도 않은 부상을 핑계로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1-2분 씩 지연하는 행위는 중동 축구만의 특징이다. 결국 수원은 홈 팬들 앞에서 침대축구를 펼친 알 사드에 말려 후반 중반 이후 제대로 된 플레이 진행을 못한 채 골 득실 차로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최강희 감독은 알 사드의 침대축구에 대해 “경기 외적인 요소를 조심해야 된다. 그쪽 친구들은 자기들이 조금만 불리하거나 우리가 강하게 나오면 그대로 드러눕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알 사드의 경우 알 이티하드보다 수비가 좋아 버티는 힘이 있기 때문에 그런 축구에 더욱 의존한다. 그가 전제한 침대축구 섬멸의 조건은 선제골이다. “먼저 골을 넣으면 중동 선수들은 반드시 쓰러진다. 절대 선제골을 먹으면 안 된다. 우리가 넣어야 한다”며 알 이티하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전북이 선제골을 넣으며 얻은 이득을 설명했다. 당시 알 이티하드는 전북에게 골을 내준 뒤 적극적으로 나왔고 양팀은 난타전을 펼쳤다. 그 밖에도 세트피스에서 벌어지는 작은 실수, 중동 특유의 신경전, 경기 지연 요소에 대한 것들을 전부 선수들에게 강조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켜 전주성에서 침대축구가 재현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전북과 최강희 감독의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