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6 장 ------ 終 結
율리극.
그는 자신의 애병인 벽력마도를 힘 있게 움켜잡았다.
압력!
정말이지 지금까지 이토록 숨막히는 압력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자신의 앞에 다가오는 한 인물에게 느껴지는......
무신 옥사황.
그는 담담한 안색으로 율리극을 응시한 채 서서히 검 자루를 잡
아 갔다.
"벽력천도라 했던가? 훌륭한 도법... 견식해보고 싶군."
쩡------!
말과 함께 시원하게 느껴지는 금속성이 아리하게 울리며 눈부신
광휘가 솟았다.
"이 검의 이름은 추로라 불리네. 아마도 그대의 벽력마도에 욕되
지 않는 것이리라 생각하네."
추로신검------!
이름 그대로 이슬처럼 맑고 투명한 검.
그 검은 서서히 포물선을 그으며 비스듬히 대지를 가리켰다.
어찌 보자면 허허롭게 서 있는 모습인데......
무(無).
그런 그의 전신에서는 절대의 무가 자리하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없다. 나를 압박하던 그 엄청난 기도도... 빈틈도...
모든 것이 무다.)
율리극.
그는 오히려 절대무에 가까운 옥사황의 허허로운 자세에서 또다
른 압력을 느껴야만 했다.
그것은 결코 피부로 느껴지는 압력이 아니었다.
아예 마음을 송두리째 상대에게 짓눌리는 듯 한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손등에는 그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시퍼런 힘줄이
툭툭 불거져 나오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자리한 것은 무에 가까운 흔들림 없는 고요함인
데......
그러던 어느 한순간이었을까?
"벽력이 하늘을 가른다! 벽력------ 천도------!"
율리극의 대갈성이 터져 울렸고 그의 벽력마도가 전광과도 같이
허공을 극쾌일섬으로 갈랐다.
버언------ 쩍!
오, 벽력이 내리 꽂히는 것인가?
한 줄기 도광이 눈이 부시도록 곧장 옥사황의 정수리를 내려갔다.
산악이 웅크리고 서 있던 한가롭고 허허로운 가운데 절대무의 기
도를 뿌리고 있던 옥사황이 무심한 시선으로 자신의 추로신검에 시
선을 힐끗 던졌다.
동시에, 그는 추로신검을 마치 어린아이가 힘든 물건을 집어 올
리듯 서서히 치켜올렸다.
지극히 완만하고도 단조로운 동작.
빛......
그 순간 울리극은 한줄기 희디흰 빛이 환상처럼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
동시에 그는 전신을 비스듬히 한차례 훑어버리면서 지나가는 듯
한 화끈한 충격을 느꼈다.
"크윽......!"
담담한 신음이 그의 입술 사이로 비집고 흘러나온 것은 그 충격
을 느끼고 난 바로 직후.
더불어 그의 몸이 얼어붙듯 굳어졌고, 벼락같은 빛을 토해낸 그
의 벽력마도도 허공에서 딱 멈추어 섰다.
벽력마도의 시퍼런 날이 옥사황의 머리 위에서 멈추어 선 것은
불과 한 치!
힘만 가하면 그대로 옥사황의 전신은 두쪽이 나고 말 극한의 상
황인데......
그러나 옥사황은 지극히 완만한 자세로 추로신검은 다시금 검집
에 집어넣고 있었다.
"보았는지 모르겠군. 대승천검도결을......!"
대승천검도결------!
지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최강의 검도라는 그 이름.
옥사황은 무심스레 음성을 흘려내고는 몸을 돌렸다.
순간이다.
쫘악------
피보라가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일어나며 율리극의 전신이 서서히
파열하듯 검흔으로 쩍쩍 균열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고 그의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신음성.
"삼백육십이 변...... 정말이지 멋진... 쾌변......!"
쿵!
미처 말을 끝맺지도 못하고 그의 몸은 지면으로부터 무너져 내렸
다.
쾌(快)!
상상을 불허하는 절대의 쾌가 보여준 마인의 처절한 종말이었다.
"네놈은......?"
사천대제 위지태궁.
그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젊은이에게 짜증이 난다는 듯이 미간
을 모았다.
"후훗! 금천풍호... 들어보았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이 이름을 기
억해 두어야 할 것이오. 염라대왕에게 어떻게 죽었는지 자초지종
설명을 하자면......"
"금천풍호... 그렇군. 그대가 십절공자라고 불리며 이름을 혜성
처럼 떨치고 있는 애송이였군."
위지태궁은 입가에 흐릿한 미소를 떠올렸다.
"그대 정도라면 나 위지태궁의 혈금상령의 제물로 삼을 만하지."
말과 함께 그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쫘르르릉......!
순간 심혼을 삼켜버릴 것만 같은 사기를 뿌리는 방울소리가 울리
며 혈광이 금천풍호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혈금쌍령.
끔찍하리만큼 전율스러운 핏빛을 머금은 두 개의 금령이 어느 사
인가 위지태궁의 손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혈금쌍령......? 사도의 종주라는 당신도 재미있는 인물이군."
"......?"
"어린아이의 장난감이나 갖고 놀려하니 말이오."
"이런... 하늘이 얼마나 높고 땅이 얼마나 두터운지도 모르는 애
송이 녀석......!"
"후훗! 흥분할 것 없소. 나도 그 물건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보았으니까. 다만 나도 보여줄 것이 있어서 장난삼아 한 마디 한
것에 지나지 않소."
"으......!"
위지태궁의 혈기가 모조리 머리 위로 치솟는지 그의 머리카락마
져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들어보았는지 모르지만... 심검이라는 검도가 있는데 누군가에
게 시전해야겠는데 먼저 당신을 대상으로 시험해 보아야겠소. 조
심하시오."
그 누군가가 아마도 옥사황을 지칭하는 말인 것 같은데 그렇기는
하지만 자신을 시험대상으로 삼아 펼치겠다는 말에는 위지태궁으로
서는 이미 뻗친 분노를 도저히 터뜨리지 않을수 없었다.
"미친 놈! 가랏!"
대갈과 함께 그의 우수가 벼락처럼 쏟아졌다.
순간,
짜르르르릉......!
예의 사이로운 방울소리와 함께 혈금쌍령이 비쾌무비하게 허공을
가르며 금천풍호를 노리고 쏘아갔다.
그 순간이다.
위지태궁이 하나의 환상을 보아야만 하는 순간은......
"무심불변이나 만변 또한 마음에서 일도다! 심검!"
사자후와도 같은 금천풍호의 대갈.
그리고 뒤이은 것은 그의 정수리 중앙의 백회혈에서부터 치솟는
백색의 휘황한 빛!
빛!
그것은 신비하게도 검의 형체를 이루고 있었다.
눈부시리만큼 휘황한 광검...... 빛의 검!
오오......!
마침내 천년이란 세월의 공간을 뛰어넘어 무후대선사의 마지막
절예비전이 화려하게 전개된 것이다.
콰아아아아------
빛의 검이 발하는 소리는 그야말로 천지간을 함몰시키는 듯한 신
비로운 소리인데......
콰쾅------!
엄청난 폭음이 울리며 벼락처럼 쏘아가던 혈금쌍령은 산산조각이
나서 사방으로 비산하였고,
"크아아악------!"
처절한 단말마가 울리며 위지태궁의 신형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
다.
아니 튀어 올랐다고 느낀 순간,
쫘아아아------!
그의 전신에서 피보라가 환상적으로 뿜어져 나오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저승고혼이 되어 버렸다.
사천대제 위지태궁.
그의 죽음은 너무도 허무하게 느껴지는 종말이었다.
금천풍호.
그는 마치 태산과도 같이 고요한 자태로 서 있을 뿐......
그때였다.
"대단하군. 그대가 심검까지 연성했으리라고는 노부조차 상상치
못했네."
중후하고 담담하게 느껴지는 음성이 그의 뒤로부터 조용히 울려
왔다.
미소.
금천풍호는 흐릿한 미소를 떠올렸다.
음성의 주인이 옥사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느릿하게 신형
을 돌렸다.
"후훗! 그래도 아직은 선배님의 그 대승천검도결을 이기기에는
좀 더 많은 노력과 세월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자네라면... 앞으로 일 년 후면 아마도 나에게 다시 찾아올 것이
네. 다시 한번 승부를 내기 위해 도전하러......"
옥사황은 담담한 음성을 흘려내며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떠올렸
다.
일순 금천풍호는 가슴이 훈훈해 지는 것을 느꼈다.
무황 옥사황의 미소.
그는 그 미소가 절대무신으로 군림하고 있는 그가 곧 자신을 인
정해 주고 있는 뜻이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후훗! 그보다는 우선 이 혈전을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만......?"
"물론......!"
"그럼 계획대로 명령을 발동하시오."
계획이라니......?
옥사황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순간,
"오호호호! 너무 지루했어요. 이 음월이 지금까지 참고 기다리기
에는......!"
"하하! 사매는 이 삼사형 낭천보다 성질이 더 급하군."
암천오제의 농담이 어울리는 가운데,
휘휙!
한 누각으로부터 암천오제가 벼락처럼 쏘아 나오며 마도 무리를
향하 덮쳐갔다.
아니 그 뿐만이 아니다.
"봉황곡의 제자들이여! 본좌의 이름으로 명한다. 모든 마도무리
들을 척살하라."
"존명!"
영롱한 음성과 교갈처럼 울리는 대답에 이어 각 전각 안으로부터
수많은 여인들이 조수처럼 소아져 나오며 마도무림을 향해 짓쳐들
었다.
여인들 가운데에는 사사천교의 한 명인 사화호접 추소란의 모습
도 가장 선두에 비쳤다.
버쩍------!
파츠츠츳------!
엄청난 검광이 서리서리 피어오르는가 싶자,
"크아아악------!"
"으악!"
처절한 단말마가 한꺼번에 단속적으로 울리면서 피보라가 뿌연
안개처럼 하늘을 가리는 장막인 양 피어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사천대제 위지태궁과 파천마종 율리극의 죽음을
보고 충격 속에 혼란스러워진 마도무리들이건만, 그들의 공격을 받
자 순식간에 전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술(戰術)!
그런 것을 쓰기에는 쌍방의 숫자와 힘이 너무도 막강했다.
힘과 힘!
오직 이 혈전에는 그것만이 동원되고 있을 뿐이었다.
금천풍호와 옥사황.
그들은 서로 한차례 시선을 교환하고는 이내 밖으로 향했다.
석양(夕陽).
세상을 불태우는 듯한 붉은 빛의 황혼이 서서히 서천을 물들여
가는 시각.
혈전은 개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었다.
시산혈해(屍山血海)!
쌍방간에 속출하는 희생자에 의해 피는 대지를 적시다못해 시냇
물을 이루기 시작했고 수많은 주검들이 쌓이면서 대지를 덮어 버렸
다.
목불인견의 지옥.
아마도 지금의 혈전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마지막으로 끝나가는 혈전은... 마도 무리는 거의 무너져 이제
오만에 불과하였고, 정도 측의 손실 또한 막대하여 그 수가 반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그리고 전세가 점점 굳어져 감에 따라 마도인들은 아무도 모르게
하나 둘 빠져나가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쾨콰쾅------!
카카캉!
굉음이 울리고 생사간의 격렬한 혈투가 약간의 공백을 두고 육문
칠가의 지주들이 주르르 밀려났다.
육문칠가의 주인들.
역대사상 이처럼 곤욕스러운 모습은 단언컨데 단 한번도 없었으
리라.
점점이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이 적잖은 중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
으며, 그들의 병기 가운데 멀쩡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호호호! 이제는 너희들의 힘도 다했을 것이다. 이제 이 싸움을
종식시키고 옥사황과 겨룰 때가 된 것 같다.“
마녀 단봉중옥.
그녀의 행색 또한 그다지 온전한 것은 아니었다.
머리는 산발되고 화려한 백의궁장은 군데군데 찢겨져 나갔으며
오른발에는 자상을 입어 피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힘!
그녀는 도대체 지칠 줄 모르는 엄청난 마력이 있었다.
우우우웅......!
핏빛의 손. 그리고 거기에서 발하는 혈무가 다시금 폭장하며 순
식간에 삼 장 넓이로 퍼져갔다.
그때였다.
적용가문의 가주인 적용휘세가 눈에 벼락같은 광망을 토해낸 것
은!
"죽음으로 가문을 빛내고 천하를 지킬수 있다면 그 어찌 자랑스
럽다 하지 않으랴!"
외침과 함께 그는 부러진 도를 꼬나쥐고 벼락처럼 핏빛의 운무를
향해 짓쳐 들어갔다.
죽음을 결심한 무모한 공격!
그때 강남의 화문세가인 철극대제 화운룡이 그 뒤를 이어 몸을
날린 것은.
"남궁세형 또한 천하를 위해 자신을 버렸으니 내 어찌 그 뒤를
따르지 않으랴! 으하하! 남궁세형, 잠시 기다리시오! 이 우형이 저
승길이나마 동반하여 술을 올리게 될 터이니!"
외침.
뒤이어 쏘아나가는 두 사람의 옷이 갑자기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
는 모습이 언뜻 중인들의 시선 속에 떠올랐다.
"아......! 동귀어진......!"
"모든 잠재력을 격발시켜 몸을 터뜨리는 것을......!"
"안돼------!"
다급한 외침이 울리는 가운데...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던 적용휘
세와 화운룡의 전신이 굉열한 폭음과 함께 폭발하였다.
콰------ 쾅!
천지가 무너질 엄청난 폭음.
"아......!"
핏빛의 운무 속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흘러나온 것은 거의 동시.
뒤이어 핏빛의 운무가 안개처럼 흩어지며 단봉중옥의 신형이 서
서히 드러났다.
오, 보라!
전신을 피로 뒤집어 쓴 그 처참한 모습을......!
단봉중옥은 엄청난 충격을 이기지 못한 듯 연신 비틀거리며 주르
르 밀려났다.
그런 그녀의 입가에 흘러내리는 것은 검붉은 선혈.
"구천회장(九天廻掌)!"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팽천위가 몸을 날리며 쌍장을 펼쳐
냈다.
쑤우왕------!
전력을 다한 굉열한 장강이 벼락처럼 단봉중옥의 전신을 휩쓸었
다.
쾅------!
"윽......! 왁!"
단봉중옥은 미쳐 신형을 가다듬지 못한 채 팽천위의 공격을 고스
란히 받고 다시금 주르르 일장이나 밀려나며 선혈을 토해냈다.
마력이 이미 극한으로 폭발한 그녀.
팽천위의 전력을 다한 일장을 받고도 그녀는 단지 내부가 격동하
여 피를 토한 채 일장 거리를 밀려나는 정도에서 끝났다.
그러나 그 일장의 충격은 이제 그녀에게 더 이상 진력을 돋을 수
없는 충격을 주어 그녀의 안색은 창백하게 탈색되었다.
"마녀! 각오해라!"
팽천위는 허공에서 한바퀴 회전하며 뷰러진 검으로 단봉중옥의
정수리를 노리고 벼락처럼 쪼개어 갔다.
그 순간이었다.
"잠깐!"
낭랑한 일갈과 함께 하나의 신형이 섬광처럼 쏘아갔다.
번쩍------!
카카캉------!
두 줄기의 검광이 화려하게 폭발하여 금속성이 터져 울렸고 수많
은 불꽃이 장렬하였다.
팽천위는 손목이 울리는 진동에 검을 놓치고 황급히 뒤로 물러서
며 자신을 막은 인물을 살피다 미간을 모았다.
"그대는... 금천풍호......!"
"그렇소. 본인이오."
아닌 게 아니라 팽천위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인물은 산악과 같은
장중한 기도를 뿌리고 있는 금천풍호가 아닌가?
"왜......?"
"용서하시오. 팽선배! 그러나 본인은 그녀가 죽는 것을 지켜 볼
수가 없어 나선 것이오."
"그대는 그녀가 누구인줄 알고 있는가? 마녀 단봉중옥......!"
"물론이오. 나는 그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소. 왜냐하면 그
녀는 나의 내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
일순 장내의 인물들 속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내자------!
그것은 곧 단봉중옥이 자기 부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를 바
가 없지 않은가?
"나는 누구에게도 그녀가 죽음을 당하는 것을 원치 않소. 만일
그녀를 해치려는 자가 있다면 먼저 나의 검을 받아내야만 할 것이
오."
"......!"
"만일 업사면 나는 그녀를 데리고 떠날 것이오. 여러분은 안심하
시오. 나는 그녀의 마성을 제거할 것이며 마성을 제거하지 못했을
때는 그녀의 무공을 폐할 것이오."
"원한다면......"
금천풍호의 단호한 말을 받아 나직한 음성이 장내에서 똑똑하게
들린 것은 그때.
"데리고 가게. 아무도 자네를 막을 수 없음을 나 옥사황이 보장
하겠네."
음성의 주인은 다름 아닌 옥사황, 바로 그였다.
일순 모든 중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로 향했다.
어느 사인가?
옥사황은 금천풍호의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마인이라면... 죽여야겠지만 그 마성을 없앨 수 있
다면 호생지덕을 베푸는 것이 마땅한 도리."
"......!"
"본인은 그 누구든 그를 막지 않기 바라오."
옥사황은 중인들을 쓸어 보고는 이내 시선을 금천풍호에게로 돌
렸다.
"내가 그녀의 가문을 피로 씻었다면... 그녀는 나의 아들을 죽음
으로 몰아 넣었네. 이로서 서로 빛은 해결된 셈이지. 만일 그녀가
복수를 원한다면 나를 다시 찾아오도록 하게. 언제고 기다리고 있
을 테니까."
"아마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만일 선배님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본인이 될 것이오."
옥사황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라면 언제든지 환영하네. 다시 만나는 날 우리의 승부를 기
다리는 사람들도 많은 테니까."
말과 함께 옥사황은 신형을 돌렸다.
금천풍호는 말없이 단봉중옥에게로 다가가 혼혈을 짚고 안아들었
다.
(옥사황... 그는 앞으로 정도무림이 자신을 배척하게 될 것이라
는 것을 알고 있구나. 그가 한 마지막 말의 의미는 바로 그것이다.
강인한 인물...... 오직 자신의 의지만을 관철시키는......)
너무도 패도적이긴 하지만 그 강한 기질이 어쩐지 금천풍호 자신
의 심중에 다가오는지라 입가에 흐릿한 미소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말......
"노선배... 정확히 일 년 후 본인은 당신을 찾아올 것이오."
말을 끝내고 그는 신형을 돌리며 땅을 박찼다.
파앙------!
그의 신형은 순식간에 하나의 점으로 화하여 사라져 갔다.
****** 大 尾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