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해설 삶의 회한과 성찰의 인생론적 진실 --조영숙 시집 『내 인생의 하모니』 김 송 배 (시인.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1. “삶의 여정”에서 인식하는 인생 우리 시인들이 시를 청작하는 발상이나 동기를 살펴보면 대체로 자신이 살아온 과거의 체험을 중시하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이는 그 시인의 삶에 대한 행적(行蹟)에서 재생된 이미지들이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경향을 자주 대하게 대는데 이러한 궤적(軌跡)들 가운데는 우리 인간들이 소유한 칠정(七情-喜怒哀樂 愛惡慾)에서 감응(感應)한 다채로운 인생 체험이 창작의 동기(motif)가 시심(詩心)의 충동으로써 작품의 소재나 제재(題材)로 연결되어서 나아가서는 발상을 통해서 시적인 주제로 정립되는 시작법을 많은 시인들에게서 접할 수 있게 한다. 여기 조영숙 시인이 상재하는 시집 『내 인생의 하모니』를 일별하면서 이러한 전제(前提)를 적시하는 것은 그가 <시집을 출간하면서>에서 “여기 사계절의 인생이 있습니다./ 인생이 그렇게 흘러가듯 아쉬움을 느끼며 황혼의 꽃을 노래합니다.”라는 자신의 진솔한 창작 동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그의 작품 전편에서 들려주려는(telling) 시적인 상황이나 전개 그리고 주제에 이르기까지 그의 상상력에서 창출한 이미지와 의미들이 “사계절 인생”을 함축한 “노래”라는 점이 명징(明澄)한 감도(感度)에 흡인(吸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보편적인 일상적인 소재에서도 “무엇을 위해 그리도 바쁘게 살아왔는지 허망한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아쉬움과 회한(悔恨)의 시간을 보냈”다는 자성(自省)의 어조를 투영하여 자신과 교통(交通)하는 인생론과 밀접한 진실을 형상화하고 있어서 그의 작품 읽기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그는 작품 「나눔의 행복」 중에서 “이 세상 잠시 여행 왔다가/ 내 주어진 삶의 무게에 최선을 다하고/ 이제는 여행의 끝자락에서/ 좋은 추억만을 가슴에 안고/ 올 때의 그 모습 그대로/ 빈손으로 가야 하기에/ 그대에게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는 소박한 소망을 전하는 어조는 그가 이미 삶에 대한 가치관을 명민(明敏)하게 정립한 그의 내면에는 인생과 시와 융합으로 여생(餘生)의 지향점을 발현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발 딛고 한 걸음 한 걸음 세상 밖으로 나간 나의 인생길 초년의 여린 새싹 들풀처럼 자랐네 내 뜻도 내 목표도 정하기 어려움 속에서 인생은 물 따라 구름 따라 세월 따라 흘러가고 중년의 새싹은 어느덧 꽃을 피워 내고 있네 삶의 꽃을 피워 열매로 맺기까지 고통과 고난을 함께하며 정신없는 세월이 지나가고 이제는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숙된 시간의 여유가 생긴다 어찌 보면 삶이란 한 편의 드라마요, 소설인 것을 옆을 보며 살아갈 여유 없이 왜 그리 바쁘게 살아왔는지 되돌아보니 인간의 삶은 긴 여행길이었네 돌부리에 진흙탕에 좋은 씨를 뿌려놓고 아름다운 열매로 결실 이루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야 되는 것을 느끼며 인생의 깊이를 깨닫고 돌아가는 길은 흐뭇한 나그네 길이었네. --「삶의 여정」전문 조영숙 시인이 설정한 “삶의 여정”에는 그가 삶을 통해서 인식하는 인생 여정(旅情)이 적나라하게 현현(顯現)되고 있어서 그의 사유의 향방(向方)이나 지향하는 중심에는 “나의 인생길”이 적시되고 있는데 정신없는 세월과 고통과 고난 등 “내 뜻도 내 목표도 정하기 어려움”이 동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생은 “물 따라 구름 따라 세월 따라 흘러가” 버린 채 지금은 중년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숙된/ 시간의 여유”도 동행하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어찌 보면 삶이란/ 한 편의 드라마요, 소설인 것을/ 옆을 보며 살아갈 여유 없이/ 왜 그리 바쁘게 살아왔는지/ 되돌아보니 인간의 삶은 긴 여행길이었네”라는 인식의 어조로 자신을 참회(懺悔)하고 있어서 그의 삶에서 혹은 인생에서 그 깊은 깨달음은 성찰의 “나그네 길”을 회상하고 있어서 공감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박목월 시인은 말한다. 삶은 결코 미래에도 과거에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셰익스피어도 말했다. 인생은 불안정한 항해다. 그렇다. 니체의 말대로 인생 그 자체가 기둥과 계단이라서 자기 자신을 건축하면서 올라가야 한다는 명언과 같이 우리가 삶에 대한 회의나 고난은 스스로 인내와 극복의 의지로 현재를 살아가야 할 것이다. 가난과 배고픔에 싸워 가던 어린 시절 삶의 고달픔에 눈물짓던 젊은 시절 삶의 여정이 길면 길수록 애달픈 세월 속에 태어난 죄 원망하며 지내던 시간 속에 인생은 그렇게 물 흐르듯 흘러가 버리고 끈질긴 목숨 여기까지 와 보니 이유가 이해가 되었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씀 지금 생각하면 약이 되고 살이 되는 것이었네 노년의 깊은 맛 그간 쌓아올린 역사의 보물들 지금 이 순간 누릴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 꾹꾹 눌러 참고 견디며 수없이 곱씹었던 장 자크 루소의 말 새삼 기억나네 이것이 내게 준 인생의 선물이란 걸 느끼니 행복 또한 따라와 내 곁에 머물고 이 순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황금기를 즐기고 있네. --「인생이 준 선물」 전문 다시 조영숙 시인은 인생론에 대한 감회를 “노년의 깊은 맛”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는 “삶의 고달픔에 눈물짓던 젊은 시절”과 “태어난 죄 원망하며 지내던 시간”을 회상하면서 “인생이 준 서물”을 즐기고 있다. 그가 젊어서 한 고생에서 고진감래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지금은 여유로운 시간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는 지금 이 순간에는 행복이 내 곁에 머물고 있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환금기”를 음미하면서도 회한(悔恨)에 깊이 젖어 있다. 작품 「황혼에 핀 꽃」 중에서도 “세월의 흐름 속에/ 황혼의 저녁노을 맞이하고/ 무료한 시간 속에/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는 순간--중략--고목나무에도 꽃이 피듯이/ 황혼에도 꽃은 피울 수 있겠지/ 더 아름다운 저녁노을 꼭꼭 채워/ 빛난 불꽃 피워 보리라.”는 어조로 희망의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아끼고 사랑하고 소중했던/ 나의 일생 동안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또 누군가에게 그 모든 것을 인계하고 싶습니다/ 나눔의 행복은 나의 전부이니까요.(「나눔의 행복」 중에서)”라거나 “야망도 희망도 잃어버린 시대에도/ 존재를 잊지 말고 희망을 바라보고 싶다. (「소중한 존재들」 중에서)”는 기원의 순정적인 어조로 의식의 흐름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2. 계절의 언어와 시간성과의 동화 조영숙 시인은 삶과 동행한 시간성(혹은 세월)에 민감한 감응을 발현하고 있다. 그 시간에서도 사계절에 대한 변화의 섭리에서 함축하는 언어의 묘미를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시간 개념과 계절의 변화는 우리들에게 다양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별 특색이 우리 생활과도 밀접한 상관이 있지만 춘하추동의 섭리에 따른 자연 현상이 제공하는 변화의 이미지는 크게 다른 것을 목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계절 중에서도 특히 봄에 대한 생명력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대목을 많이 접하게 된다. 작품에서도 「봄비」 「봄바람 나들이」 「봄꽃 인사」 등에서 만화방창한 봄의 향기를 만끽(滿喫)하면서 그 정경을 보여주고(showing) 있어서 훈훈한 정감이 넘치고 있는 것이다. 매섭던 추운 겨울도 따스한 봄이 오면 자리 내어주고 만물은 기지개 켜고 용트림한다 만물이 소생하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은 희망이요, 사랑이다 자연의 흥겨운 소리에 내 마음도 저만치 먼저 가 있고 산들바람 불어오고 동산엔 꽃 피고 새들이 노래하는 봄이 오는 소리 희망을 꿈꾸며 일 년을 준비하는 봄 부푼 가슴 설레어 동구 밖을 기웃대고 봄의 노래 듣고 싶어 나들이 갈 준비에 입춘은 아직인데 벌써부터 가슴 설레인다. --「봄은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전문 조영숙 시인의 시야 펼쳐지는 봄의 정경에서 희망의 노래가 들린다. 그는 청각적인 이미지에 예리한 감응을 발현하고 있다. 그는 “만물이 기지개 켜고 용트림”하는 소리, 자연의 흥겨운 소리, 산들바람 소리, 새들의 노래 소리 등 “봄의 노래”를 의미심장하게 경청하면서 희망의 노래를 합창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봄의 향연에서 “만물이 소생하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은 희망이요, 사랑이다”라는 어조로 희망을 갈망(혹은 예견)하고 있어서 봄이 내포한 상징이나 이미지인 생명에서 창출하는 희망이 그의 내면에 잠재한 인생의 활력소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짐작하게 된다. 일찍이 영국의 시인 A. 포프의 글 「사람에 대한 試論」에서 “희망은 영구히 사람의 가슴에 들끓는다. 사람은 언제든지 현재 행복된 일은 없고 언제든지 행복이 있는 것이다.”라는 명언처럼 우리들에게는 해마다 새봄을 맞이하는 날에는 희망의 염원이 마음 속에 용트림하고 있는 것이다. 깊어 가는 가을 초목(草木)들은 산마다 거리마다 울긋불긋 옷 갈아입고 곱디고운 모습으로 다가와 속삭이며 유혹하는 계절 인생도 낙엽 따라 한 잎 두 잎 물들어 가네 가을이 부르는 소리에 삼삼오오 모여서 나들이 가고 무지개 꽃처럼 아름다운 낙엽들 바라보며 마음의 정취를 만끽하고 아쉬움의 눈물 가슴 속에 감추고 모두가 시인이 되어 한 줄 시 읊으니 내 인생도 한 잎의 낙엽 되어 고운 옷 갈아입고 황혼의 노을을 즐기기 위해 내 마음 구름 속에 감추고 가을 노래 부르며 바람 따라 세월 따라 흘러가는구나. --「가을이 부르는 소리」 전문 조영숙 시인의 가을에 대한 여운도 남다르게 현현되고 있다. 그는 가을의 미미지를 다채롭게 형상화하고 있는데 “초목(草木)들은 산마다 거리마다 울긋불긋 옷 갈아입고/ 곱디고운 모습으로 다가와 속삭이며 유혹하는” 계절적인 향취(香臭)와 “무지개 꽃처럼 아름다운 낙엽들”을 응시(凝視)하면서 감회에 잠기는 현상들이 그의 시흥(詩興)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감흥에서 그에게 내재된 진정한 진실의 일단이 “인생도 낙엽 따라 한 잎 두 잎 물들어” 간다거나 “아쉬움의 눈물 가슴 속에 감추고/ 모두가 시인이 되어 한 줄 시 읊”고 있는 가을의 소리에 심취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심안(心眼)에서는 결론으로 적시한 “내 인생도 한 잎의 낙엽 되어 고운 옷 갈아입고/ 황혼의 노을을 즐기기 위해/ 내 마음 구름 속에 감추고 가을 노래 부르”면서 세월과 함께 흘러가는 아쉬움을 토로(吐露)하고 있어서 공감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가 가을에 관한 상념은 작품 「낙엽 위에 쓴 편지」 「가을비 머문 생각」 「가을비에 잠 못이루는 밤」 「가을비」 「물안개 피는 두물강가에」 등등에서 가을의 향훈을 감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그는 겨울에 대한 시편도 많이 창작하였으나 대체로 살펴보면 작품 「겨울 바람」 「겨울나무를 바라보며」 「기나긴 겨울밤」 「겨울비 내리는 날」 「겨울을 준비하는 날」 「눈 내리는 날」 「눈꽃」 등에서 “굶주린 자 없는 세상이기를 기도”하는 등의 차가운 겨울 이미지를 확인하게 된다. 3. 회상의 어머니와 그리움의 형상화 우리 시인들은 누구나 어머니에 대한 시를 창작하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상상은 무엇보다도 나의 생명을 탄생하게 해준 원천(源泉)이기에 영원한 불망(不忘)의 존재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영숙 시인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작품으로 재생하고 있어서 모두에게 공감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생전에 모정(母情)으로 정감적인 이미지를 현현하지만, 사후에는 사모곡으로 그리움의 대상으로 우리 곁에 떠나지 않는 시혼(詩魂)으로 각인되는 영원성을 간직한다. 조영숙 시인은 이러한 정념(情念)의 이미지들이 그의 뇌리에서 “그리운 고향 찾아/ 부모님 떠난 자리 추억 못 잊고// 형제자매 다시 모여 힘을 합쳐 보금자리 만들고/ 새로운 꿈 엮어 남은 세월 사랑하며 살자 하네 (「나의 사랑 나의 형제」 중에서)”거나 “어린 시절 내 부모님 곁의 삶은/ 부족한 것 많았어도 근심 걱정 없었다(「나의 빈 둥지」 중에서)”와 같이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눈물겨운 그리움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내 마음 외로울 때 생각나는 어머니 내 마음 괴로울 때 더욱 그리운 우리 어머니 내 마음 행복할 때 함께하고픈 어머니 우리 형제 다 두고서 어디로 급히 가시었나요 올망졸망 토끼 같은 손주들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한 번 가면 다시 올 수 없는 곳 무엇이 그리 좋아 미련 없이 떠나셨나요 시간아, 세월아 가지를 말아라 울 어머니 모습 잊혀질까 두렵구나. --「그리운 나의 어머니」 전문 어머니에 대한 그의 사모곡은 애련(哀憐)의 극치(極致)이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과 애정은 필설(筆舌)로 모두 형언(形言)할 수 없겠으나 현실적으로 외롭거나 괴로울 때, 그리고 행복할 때에도 그리움은 그의 곁에 있어야 한다. 그는 지금 “한 번 가면 다시 올 수 없는 곳/ 무엇이 그리 좋아 미련 없이 떠나셨나요”라고 절규(絶叫)하면서 “우리 형제 다 두고서/ 어디로 급히 가시었나요/ 올망졸망 토끼 같은 손주들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라는 어조로 생전의 애환을 분사(噴射)하고 있어서 우리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시간아, 세월아 가지를 말아라/ 울 어머니 모습 잊혀질까 두렵구나.”라는 결론적인 어조로 세월이 오래도록 지나가면 그의 사모곡이 지워지고 어머니의 형상이 잊혀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회갑을 맞이하여 자손들이 해드린 반짝반짝 빛나는 어머니의 금반지 오늘 따라 더욱 빛나 보이네 온갖 고초 겪으시며 굶주린 배 부여잡고 물 한 바가지로 허기진 배 채우시고 자식들 굶주리지 않으시려 고단함 속에 한세월 훨훨 날려 보낸 모진 삶 그동안 자식 키운 보람 금빛에 물들여 놓고 황혼의 태양은 더욱 빛나는데 마르고 닳도록 오래오래 간직하고 사시길 두 손 모아 기도드린 금반지 어머니는 아까워서 끼지 못하고 장롱 속에 고이고이 간직한 채 미련 없이 떠나셨네 목숨처럼 아끼시던 자식들 남겨두고 다시 못 올 요단강 건너 멀리멀리 떠나셨네 반짝반짝 빛나는 금반지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 접어두고 어찌 그리 가셨는가 다 소용없는 인생, 속절없는 인생이구나. --「어머니의 금반지」 전문 조영숙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회상은 계속된다. 회갑 때 자손들이 해드린 금반지에 대한 추억이 그의 심중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온갖 고초 겪으시며 굶주린 배 부여잡고/ 물 한 바가지로 허기진 배 채우시고/ 자식들 굶주리지 않으시려/ 고단함 속에 한세월 훨훨 날려 보낸 모진 삶”에 대한 조그마한 보답으로 자식들이 금반지를 선물하는 미덕이 있었다. 그런 어머니는 그 반지를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한 채 끼어보지도 못하고 떠났으며 이러한 애절한 사연을 애석해 하는 그의 진정한 효심(孝心)을 결론으로 적시하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금반지/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 접어두고/ 어찌 그리 가셨는가/ 다 소용없는 인생, 속절없는 인생이구나.”라는 사모(思慕)의 정감을 진하게 현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다시 “어머니 생전에 못다 한 이야기들/ 구슬 꿰듯 꿰어도 지구 열 바퀴도 더 돌아오겠나이다/ 어머니만 생각하면 그립고 보고 싶어 / 먼 하늘 바라보며 목놓아 불러봅니다--중략--오늘 따라 더욱 그리운 어머니/ 꿈 속에서 뵈오니 평안한 모습, 웃는 그 모습/ 천국이 좋으신가 봅니다/ 다시금 팔월이 오면 생각나는 그리운 어머니여~/꿈에서라도 자주 만나기를 소원해 봅니다. (「꿈속에서 본 어머니」 중에서)”라는 어조로 그의 그리움은 절정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인들이 생애를 통해서 추억하는 것 가운데 가장 감도 높게 회상하면서 반추하는 사안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이는 생명의 모태(母胎)일 뿐만 아니라, 유년에서 생장기, 청년기 등 나에게서 불변의 사랑과 축복을 전수한 존재가 바로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4. 꽃들의 속삭임과 자연서정의 향연 조영숙 시인이 다시 심취하는 시적 대상은 화훼류(花卉類)에 대한 자연의 서정적인 이미지가 그의 내면에서 미적(美的)으로 잠재한 심리적인 사유가 충만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그가 만유(萬有)의 자연에서 지각(知覺)하는 사물은 지천(至賤)으로 우리들의 시야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꽃들과 속삭임을 엿듣는 일에 몰입하고 있다. 그가 친자연의 환경에서 감응한 꽃들은 작품으로 형상화하면서 그들의 언어를 새겨 들은 것은 대체로 유채꽃, 벚꽃, 제비꽃, 진달래, 개나리, 국화, 명자나무꽃, 싸리꽃, 목련꽃, 산수유꽃, 앵두꽃, 채송화 등 이루어 헤아릴 수 없이 많흔 꽃들과 다채로운 대화로 교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우선 작품 「제비꽃」 중에서도 “척박하고 메마른 땅 속에서도/ 불평불만 없이 최선을 다하는 삶에/ 나의 온 마음이 숙연함을 느낀다”라는 대화에서 읽을 수 있듯이 그가 숙연함을 느끼는 마음은 지금까지 화평한 삶을 살아온 삶의 행로에서 이 제비꽃의 척박하고 험난한 생명력에 감동하고 있는 것이다. 메마른 가지에서 형형색색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들을 보노라면 자연의 위대함에 빠져든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그 속에 꽁꽁 숨겨져 있는 자연의 비밀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운 듯 앞 다투어 피어나는 수많은 꽃들 속에 이름을 가진 꽃과 이름 모를 꽃 함께하고 연초록 잎새 틈새를 비집고 보드라운 모습으로 아름답게 수놓으며 피어나는 꽃잎에 살짝 입맞춤하니 그 느낌 그 향기 가슴 속에 깊이 황홀함이라 내 마음 꽃의 궁전 속에서 행복함이 솔솔 불어오누나. --「꽃들의 유혹에 빠져들다」 전문 이처럼 꽃들의 유혹에 빠져든 그의 심저(心底)에는 자연의 위대함과 자연의 비밀에 대한 경건한 경의를 함축하면서 “그 느낌 그 향기 가슴 속에 깊이 황홀함”과 “내 마음 꽃의 궁전 속에서 행복함”을 발원(發源)하는 의식의 흐름이 현란한 꽃들의 유혹에 매료(魅了)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꽃을 대하면서 그 자태나 향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난히도 조영숙 시인은 만산(滿山)에 물들인 봄의 생기를 따라 피어난 꽃들의 향훈에 흡인하여 감동하는 그의 표정에는 형언할 수 없는 순정한 모습으로 현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산책로엔/ 벚꽃, 노오란 개나리, 분홍 진달래/ 빨간 명자나무꽃, 하얀 싸리꽃/ 목련, 산수유 등 많고 많은/ 이름 모를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올라/ 너도 나도 자태를 뽐내며 경쟁하고 있다(「꽃 속에서 노닐다」중에서)“는 정황(情況-situation)과 같이 화초의 종류는 이루어 모두 적시할 수 없이 온 산야에 피어나고 있다. 조영숙 시인은 이렇게 착목(着目)한 만발의 꽃 세상에 노닐면서 “어쩜 이리도 아름답고 예쁠까/ 보아도보아도 질리지 않는 꽃들의 모습/ 내 마음을 사로잡아 묶어 두었다”는 미감(美感)의 언어로 꽃들을 찬양하면서 동화(同化)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작품 「꽃사랑」 중에서 “세상 모든 꽃들은 사랑과 마음의 증표/ 마음속에 묻어 둔 사랑의 꽃 활짝 피워내고 싶다.”는 꽃들에게 동화한 미적인 정감을 그의 마음속에 활짝 피워내고 싶은 여망을 하나의 기원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내 마음 속에 꽃씨 하나 심었네 고운 마음 무럭무럭 자라나 암울한 마음 걷어 내고 예쁘고 귀한 꽃 피워 내어 모든 이들의 사랑 받으며 이 세상의 삶이 모두 행복해질 때까지 사랑과 행복의 꽃밭을 일구어 좋은 열매 맺어 행복의 나라 만들어 가세. --「꽃씨」 전문 이제 그는 꽃씨를 뿌리면서 확고한 다짐으로 “이 세상의 삶이 모두/ 행복해질 때까지/ 사랑과 행복의 꽃밭을 일구어/ 좋은 열매 맺어 행복의 나라/ 만들어 가세.”라는 꽃에 대한 보편적인 개념을 우리 인간들에게 융합하여 그가 지향하는 시혼에서 인본주의(humanism)를 실현하려는 시법을 높이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작품 「벚꽃길을 걸으며」 중에서 “모든 마음 비워 내고 봄의 기운 가득 채워 / 새 힘 받아 새로운 일 년을 준비하여/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정원을 꾸미어 볼까나.”라거나 「유채꽃 피는 강가에서」 중에서도 “너울대며 춤추는 강물 위에/ 떼지어 모인 철새들도 출렁이는 물결 따라/ 춤을 추며 즐기는 모습 정겨운 봄날/ 내 마음에도 행복의 물결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는 어조와 같이 균질화(均質化)한 꽃과의 정감적인 소통은 바로 그가 구현하려는 미적인 세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식을 가독성 (可讀性)이 성립하는 명징한 조화의 해법임을 이해하게 한다. 5. 結- “황혼에 핀 꽃” 그 인생의 전환점 조영숙 시인은 지금 황혼기의 인생울 향유(享有)하고 있다. 그는 작품 「황혼에 핀 꽃”」에서 “세월의 흐름 속에/ 황혼의 저녁 노을 맞이하고// 무료한 시간 속에/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는 순간” 그는 내면 심저에 깊이 잠겨있던 “한 줄기의 꿈”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그가 심기일전하여 “제2인생 펼쳐 꽃을 피”우고 “더 아름다운 저녁노을 꼭꼭 채워/ 빛난 불꽃 피워 보리라.”라는 의미심장한 여망으로 다시 새로운 삶의 지향적인 지표를 세운다. 그것이 바로 시인의 길이었다. 글은 나의 삶이고 인생이다 내 인생의 마지막 희망을 주는 끈 시(詩)와 함께 아름다운 황혼의 길을 걸으며 오늘도 나는 글과 더불어 시간을 즐기고 있다 소중한 나의 시간 하루하루 짧아져 가는 다시 오지 못할 시간을 위하여 내게 주어진 시간 백배 즐기며 시를 짓는 시간 나는 행복 바구니를 가득 채워 간다 마지막 나의 열정 내 인생의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 아름다운 내 삶의 발자국을 남기고파 오늘도 나는 시(詩)를 낚는다. --「내 삶을 바꾼 인생」 전문 조영숙 시인은 지금까지 고난과 갈등의 현실적인 삶에서 무력과 절망을 체험하면서 새로운 기치(旗幟)를 세우고 황혼의 삶에서 인생의 보람과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서 “오늘도 나는 시(詩)를 낚는” 시인으로서 삶과 인생을 전화시키는 지성인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각오는 대단하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지점이 시라는 결론에서 “이 세상의 삶이 다 할 때까지/ 운명의 끈을 놓을 수 없으니/ 어려움도 슬픔도 다 지나가기를 위로받으며// 나의 값진 삶과 미래를 위하여/ 오늘도 나는 희망과 사랑의 속삭임 속에 시를 쓰고 있다.(「시는 내 삶의 전환점이 되었네」 중에서)”라는 참신한 가치관을 정립하면서 “마지막 열정”을 투영하고 있는 시인이다. 이처럼 그의 전환점을 찬양하면서도 그가 영속적으로 발원하려는 작품에는 시의 위의(威儀)와 본령(本領)에서 벗어나지 않는 시법의 조탁(彫琢)이 차원높게 안정되도록 더욱 가멸찬 사랑과 노력이 충만되어야 할 것이다. 시집 출간을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