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길 1953년생 건국대 무역학 고려대 경영학석사, 런던대 비즈니스 스쿨 석사 한국전력 국제금융부장 우리금융지주 상무 칸서스파트너스 대표이사 사장 2009년 3월~ 메디슨 부회장 |
회사는 부도를 맞고 상장 폐지됐다. 겨우 살아 4년간 법정관리를 받았다. 그러다 사모펀드에 인수됐고 다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당신이 이런 회사 직원이라면 웃을 수 있을까?
메디슨은 웃는다. 2002년 1월 주거래은행에서 돌아온 어음 44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를 맞은 메디슨의 지난 9년간 재무제표는 신기할 정도다. 부도 직전 이 회사의 부채 비율은 650%. 적자는 1000억원이 넘었다. 부도를 맞고 빚잔치를 한 후 남은 부채만 3500억원이었다. 가망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 회사, 보란 듯이 살아났다. 부도 이듬해부터 매출은 계속 늘었다. 지난해까지 매년 170억~4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회사를 떠난 직원은 거의 없다. 오히려 연구 인력이 늘었고 특허는 쌓여갔다. 주력 제품인 초음파 진단기는 100여 개 나라에 수출된다. 벤처 왕국을 꿈꿨던 기업가치 1조원짜리 회사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서로 인수하겠다고 경쟁을 벌이는 이 미스터리한 회사의 실체는 과연 뭘까?
삼성전자·SK 등 5개사 인수 의향 밝혀
손원길(57) 메디슨 부회장은 “메디슨은 사람이 전부인 회사”라고 했다. 그는 “이 회사에는 젊고 다이내믹한 열정과 도전이 뭉친 보이지 않는 밸류가 있다”며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지 못할 만큼 가능성이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손 부회장은 원래 메디슨 사람이 아니다. 그는 2005년 이 회사의 우리사주조합과 MOU(양해각서)를 맺고 재무적 투자자로 메디슨 주주가 된 자산운용사 칸서스파트너스의 사장이었다. 칸서스의 회장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낸 김영재씨다.칸서스는 곧 메디슨을 떠난다. PEF(경영권 인수 목적 사모펀드) 형식으로 메디슨 지분을 인수한 지 5년 만이다. 칸서스는 지난 10월 중순 메디슨 지분 40.9%를 매각하기 위한 인수 의향서를 접수했다. 10여 곳이 의수 의향을 밝혔다.
이 중 삼성전자, SK, KT&G, 필립스, 올림푸스 다섯 곳이 본입찰 자격을 얻었다. 손 부회장은 “11월 중 우선협상 대상자가 결정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 KT&G는 의료기기 및 헬스케어를 그룹의 신성장 전략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곳이다. 필립스는 세계 6위 의료기기 업체고 올림푸스는 일본을 대표하는 의료기기 회사다. 이들이 주목한 메디슨의 가치는 ‘기술과 사람’이다.부도·법정관리 중에도 신기술 쏟아내 … ‘대기업·다국적 기업 러브콜’ 속 화려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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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슨은 사람이 전부인 회사다.
이 회사에는 젊고 다이내믹한 열정과 도전이 뭉친 보이지 않는 밸류가 있다.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지 못할 만큼 가능성이 있는 회사다”
-손원길 메디슨 부회장-
메디슨은 지난 25년간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만만찮은 내공을 보였다. 칸서스가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2005년 전후만 살펴도 안다. 메디슨과 칸서스의 만남은 극적이었다.
메디슨은 2003년 초 법정관리 결정 직후 매각이 추진됐다. 당시 세계 의료기기 3, 4위였던 GE와 지멘스가 인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제시한 가격은 터무니없는 헐값이었다. 당시 세계 초음파 진단기 시장을 장악했던 GE와 지멘스는 기술과 가격으로 무장한 메디슨의 등장에 시장을 조금씩 잃고 있었다. 눈엣가시였던 셈이다. 손 부회장은 “만약 당시 두 회사 중 한 곳이 인수했다면 메디슨은 해체됐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메디슨은 결국 독자생존을 택한다. 이때 메디슨 직원들은 독특한 경영실험을 한다. ESOP(종업원 지주제)다. 퇴직금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우리사주조합(이하 조합)을 결성한 것이다.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인수합병) 및 투기적 자본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조합은 종업원 중심의 회사를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재무적 파트너를 물색한다. 결국 2005년 조합은 메디슨 장외 지분 16%를 보유하고 있던 칸서스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는다. 당시 양측이 합의한 내용은 법정관리 조기 졸업, 졸업 후 공동 경영체제 구축, R&D(연구개발) 및 글로벌 마케팅 강화, 향후 메디슨 임직원 중심의 회사로 전환 등이었다.
당시 칸서스 말고도 메디슨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은 많았다. 하지만 높은 인수가격이 문제였다. 칸서스의 생각은 달랐다. 메디슨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순수 국내자금으로 바이아웃 PEF를 결성한 칸서스는 2005년 장내외에서 메디슨의 주식을 주당 2000원에 매입했다. 김영재 칸서스 회장은 “지분매입이 여의치 않으면 주당 4000~5000원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메디슨에 올인하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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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부회장은 “갈등의 원인을 한마디로 하면 벤처 시스템과 금융자본 시스템의 충돌이었다”고 설명했다. “메디슨은 내 것이라는 창립멤버들의 의식과 지배구조가 명확하고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칸서스의 생각이 부닥쳤다”는 것이다.
만만치 않은 메디슨의 내공
이승우 대표는 메디슨 창립멤버로 부도 후 법정관리인 역할을 맡았던 인물. 그런 이 대표가 해임됐으니 조합이 들고 일어난 건 어쩌면 당연했다. 법정소송도 불사했다. 내홍은 100일 넘게 계속됐다. ESOP 실험이 끝내 실패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2007년 3월 양측은 극적으로 합의했다. 화해의 다리는 1대 주주 신보가 놨다. 표 대결의 키를 쥐고 있는 신보가 얼마 후 열릴 주주총회에서 엄정중립 원칙을 선언하면서 중재에 나선 게 극적 타결로 이어졌다. 결국 신보, 칸서스자산운용, 조합은 각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하는 데 합의했다. 신임 대표는 공모를 통해 공동 선정하기로 확정했다. 이런 합의를 통해 GE의 백색가전 부문 대표였던 최재범씨가 CEO로 영입됐다(손원길 부회장은 2008년 환율 하락으로 380억원의 환헤지 손실을 보는 등 위기를 맞자 2009년 초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손 부회장은 “조합과 몇 년간 소통하면서 칸서스가 회사를 키우고 싶어한다는 것을 조합이 신뢰하게 됐다”며 “2008년 위기 이후 조합 측이 경영권 행사 지분을 칸서스에 전폭 위임하면서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해져 지난해와 올해 성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칸서스자산운용이 경영에 참여한 후 메디슨의 실적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2008년 2299억원의 매출과 44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부도 나기 전 최고 기록은 매출 2074억원, 영입이익 62억원이었다.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지 불과 2년 만에 전성기 기록을 경신한 셈이다. 올해는 매출 2600억원에 5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한다.
부도와 상장폐지, 법정관리, 경영권 분쟁을 겪은 회사가 어떻게 이런 실적을 낼 수 있을까? 여기에는 일반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안 되는 메디슨만의 문화가 깔려 있다.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로열티와 프라이드다.
창립 후 25년간 이 회사의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30%에 이른다. 초음파 진단장비 세계시장 점유율은 7%, 세계 5위다. 세계 최초로 3차원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한 이 회사의 R&D에 대한 집착과 자부심은 남다르다. 메디슨은 매년 매출액의 10~12%를 R&D에 투자한다. 부도를 맞은 해에도 매출액 대비 8%를 썼고 연구인력을 50% 더 늘렸다니 두말할 필요 없다. 메디슨이 지난해까지 출원한 특허는 950건, 이 중 400건을 등록했다.
직원들은 어려운 와중에 신의를 지켰다. 부도 후 숱한 스카우트 제의에도 이직한 직원은 손꼽을 정도였다. 회사와 기술을 신뢰했기에 가능했다는 게 메디슨 임직원의 공통된 얘기다. 한 최고참급 연구원은 “부도 당시에도 개발 중이던 모델이 많아서 완결하고 싶었고 신제품이 시장에서 인정받아 분명히 일어설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메디슨은 전형적인 연구 중심 조직이다. 손 부회장이 창립 25주년 기념 사사에서도 밝혔듯이 ‘연구조직 특유의 도전과 열정, 끈끈한 동료애와 동질감으로 조직적인 상하개념보다는 형과 동생 사이 같은 가족적인 관계’가 메디슨의 문화였다. 김영재 회장 역시 “메디슨을 잘 들여다보면 스타 플레이어는 없지만 평범한 직원들이 뭉쳐 최고의 성과를 낸다”며 “메디슨이 부활한 건 직원들의 힘”이라고 인정했다. 이는 숱한 역경 속에도 메디슨이 살아남은 DNA이자 성장의 동력이다.
하지만 약간의 변화는 필요했다. 손 부회장은 “기업문화란 경영환경과 기업의 성장에 따라 진화하고 발전해야 한다”며 “하지만 메디슨은 변화된 환경에 맞춰 변하지도, 유지되지도 않는 혼란 상태였다”고 말했다.
법정관리기간 동안 새로운 들어온 구성원과 잦은 경영진의 교체로 신구 가치가 혼재하고 상하개념은 불명확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작된 게 문화 재정립 프로젝트였다. 과거의 문화를 인정하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보다 선진적인 경영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결과는 치솟은 메디슨의 몸값과 실적이 말해주듯 성공적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자랑스럽다”
여기에 탄탄한 해외영업망도 버팀목이 됐다. 법정관리 중에도 해외법인 6곳과 100개에 달하는 국내외 대리점은 거의 이탈하지 않았다. 본사와 해외 딜러 간 신뢰가 그만큼 두터웠다는 얘기다. 수출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메디슨이 흔들리지 않았던 요인이다. 손원길 부회장이 취임 후 가장 신경 쓴 것도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현재 메디슨은 총 11개 해외법인, 1개 지점을 중심으로 세계 90여 개국에 100여 개의 딜러망을 구축했다. 하루 이틀에 쌓을 수 없는 메디슨의 자산이다. 이제 메디슨은 새로운 대주주를 맞아야 한다. 애초 시장에서는 메디슨의 재상장을 점쳤다. 손 부회장 역시 “2011년 IPO(기업공개)를 계획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PEF 만기가 9월이고 투자 회수를 원하는 주주의 요구가 있어 매각으로 결정했다.
칸서스의 한 임원 역시 “재상장을 준비했지만 의료시장이 급변하고 있어 칸서스의 능력으로는 이를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메디슨을 위해 좋은 게 무엇인지 논의를 많이 했다”며 “그 결과 책임 있는 대주주가 인수하고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메디슨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메디슨을 원하는 곳은 모두 굴지의 기업이다. 물론 인수를 하려는 목적이 모두 같지 않고 인수 후 메디슨이 어떤 모습이 될지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스스로를 ‘M2(Medison Men)’라고 부르는 메디슨 사람들의 바람은 무얼까? 그 생각을 들어봤다. 한 명은 최장수 직원 또 한 명은 새내기다.
메디슨이 창립한 1985년에 입사한 25년 차 오태형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우리가 잘해왔다는 것에 대해 직원 모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메디슨은 일반 회사와 달리 형·동생, 선·후배 관계로 끈끈하게 맺은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았다”며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회사가 인수하길 바란다”고 했다.
새내기 직원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올 8월 입사한 마케팅전략실의 심다영씨는 “열린 마음을 가진 기업이 인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숱한 어려움에도 이만큼 키워온 메디슨의 핵심가치와 정신을 지켜나가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회사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잘 투자해서 열정을 다해 키우고 수익을 내고 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손원길 부회장 역시 메디슨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메디슨은 인적 자원이 재산인 회사입니다. 인수하려는 회사가 단지 메디슨의 브랜드만 인수해서는 큰 것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메디슨은 벤처 정신이 살아 있고 기술과 영업력이 굉장히 좋습니다. 누가 되든 메디슨을 세계적인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로 키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드라마 같았던 메디슨이 또 한 번 큰 변화의 물결 앞에 섰다
급성장하는 의료기기 산업
한국 기술 경쟁력 선진국 60~70% 수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낸 ‘2009년 의료기기산업 분석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료기기는 무역수지 만년 적자 품목이다. 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08년 의료기기 생산액은 2조5300억원. 성장세는 좋다. 2002년부터 계산해도 연평균 11% 정도 성장이다. 수출 증가폭도 크다. 2008년 의료기기 수출액은 1조2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입 규모가 2배 정도 더 크다. 같은 해 의료기기 수입액은 2조3400억원이다. 의료기기 수입이 가파르게 늘면서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의 수입 의존도는 60~65%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한·EU FTA’에 따라 무역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0개 연구원과 공동 분석한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기기 산업의 대(對) EU수출 증가 효과는 비준 후 5년간 연평균 600만 달러다. 하지만 수입 증가 효과는 3100만 달러로 예상됐다. 해외 전문리서치 회사인 에스피컴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2233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2373억 달러, 2012년에는 2860억 달러에 달한다는 게 이 회사 전망이다. 연평균 6% 정도 성장한다는 계산이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내년 25억 달러(약 2조8000억원)로 전망했다.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세는 글로벌 메이저 기업의 실적에서 잘 나타난다. 2008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위는 존슨앤존슨이다. 매출액은 230억 달러. 메디슨과 초음파 진단기 시장에서 경쟁하는 GE는 3위(173억 달러), 지멘스는 4위(164억 달러)다. 에스피콤 자료를 분석해 보면 2008년 매출 기준 상위 20위 이내 기업 중 전년에 비해 매출이 감소한 곳은 한 곳뿐이다. 매출 증가율도 높다. 10% 이상 증가한 곳이 13곳이다. 이 중 20%대 증가한 곳이 3곳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도 2000년 이후 연평균 10% 정도 성장했지만 선진국에 비해 규모는 영세하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의료기기 업체 223곳을 조사한 결과 2008년 기준으로 이들 회사의 총 매출액은 1조9000억원이었다. 세계 20위인 스위스의 의료기기업체 신디스 매출의 절반 수준이다. 전망은 밝은 편이다. 정부가 의료기기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의지가 있고 최근에는 대기업 진출이 잇따르면서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기대는 고조돼 있다. 특히 의료기기 산업이 반도체, 이동통신, 재료공학, 정보공학, 바이오 등 첨단 복합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강점이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일부에서는 대기업의 잇따른 진출로 영세한 의료기기 업체가 다수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급성장하는 의료기기 산업
한국 기술 경쟁력 선진국 60~70% 수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낸 ‘2009년 의료기기산업 분석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료기기는 무역수지 만년 적자 품목이다. 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08년 의료기기 생산액은 2조5300억원. 성장세는 좋다. 2002년부터 계산해도 연평균 11% 정도 성장이다. 수출 증가폭도 크다. 2008년 의료기기 수출액은 1조2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입 규모가 2배 정도 더 크다. 같은 해 의료기기 수입액은 2조3400억원이다. 의료기기 수입이 가파르게 늘면서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의 수입 의존도는 60~65%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한·EU FTA’에 따라 무역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0개 연구원과 공동 분석한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기기 산업의 대(對) EU수출 증가 효과는 비준 후 5년간 연평균 600만 달러다. 하지만 수입 증가 효과는 3100만 달러로 예상됐다. 해외 전문리서치 회사인 에스피컴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2233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2373억 달러, 2012년에는 2860억 달러에 달한다는 게 이 회사 전망이다. 연평균 6% 정도 성장한다는 계산이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내년 25억 달러(약 2조8000억원)로 전망했다.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세는 글로벌 메이저 기업의 실적에서 잘 나타난다. 2008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위는 존슨앤존슨이다. 매출액은 230억 달러. 메디슨과 초음파 진단기 시장에서 경쟁하는 GE는 3위(173억 달러), 지멘스는 4위(164억 달러)다. 에스피콤 자료를 분석해 보면 2008년 매출 기준 상위 20위 이내 기업 중 전년에 비해 매출이 감소한 곳은 한 곳뿐이다. 매출 증가율도 높다. 10% 이상 증가한 곳이 13곳이다. 이 중 20%대 증가한 곳이 3곳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도 2000년 이후 연평균 10% 정도 성장했지만 선진국에 비해 규모는 영세하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의료기기 업체 223곳을 조사한 결과 2008년 기준으로 이들 회사의 총 매출액은 1조9000억원이었다. 세계 20위인 스위스의 의료기기업체 신디스 매출의 절반 수준이다. 전망은 밝은 편이다. 정부가 의료기기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의지가 있고 최근에는 대기업 진출이 잇따르면서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기대는 고조돼 있다. 특히 의료기기 산업이 반도체, 이동통신, 재료공학, 정보공학, 바이오 등 첨단 복합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강점이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일부에서는 대기업의 잇따른 진출로 영세한 의료기기 업체가 다수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메디슨은 어떤 회사
롤러코스터 같았던 흥망의 역사
아이로니컬하게도 메디슨의 위기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잘나가던 회사는 2002년 부도를 맞는다. 메디슨이 무너진 건 본업인 의류기기 사업의 부진 때문이 아니었다. 벤처자본으로 사업영역을 무리하게 넓혔던 게 발목을 잡았다. 2000년 메디슨이 국내외 벤처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800억원가량. 계열사는 23곳, 관계사는 40곳이 넘었다. 해외 출자회사도 12곳에 달했다. 목표는 원대했다. 벤처기업을 엮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벤처연방제. 이게 이민화 전 회장의 꿈이었다. 하지만 벤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2001년 이후 벤처연방제는 독배로 돌변했다. 사업 확장을 위해 빌린 차입금이 부실로 이어졌다. 부실을 만회하기 위해 차입금을 또다시 투자하는 무리수까지 던졌다. 결정타였다. 칸서스자산운용 김영재 회장은 “메디슨이 본업보단 투자 등 금융사업에 신경 쓴 게 패착이었다”며 “만약 본업에 충실했다면 GE, 지멘스에 버금가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의 상징에서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메디슨은 말 그대로 벼랑 끝에 섰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경영진은 우왕좌왕했고, 핵심 기술은 헐값에 팔렸다. 부활의 씨앗은 이 역시 아이로니컬하게 법정관리를 담당한 법원의 판단이었다. 2002년 3월 춘천지방법원은 법정관리 개시 결정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메디슨이 국내외 초음파 진단기 시장을 각각 57%와 5%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 의료기 제조업체인 GE, 지멘스와 같은 수준의 첨단 초음파 진단기 기술을 갖추고 있는 등 한국 의료산업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당신 메디슨의 법정관리 대리인인 태평양 법무법인이 산출한 기업가치에 따르면 계속기업 가치 2560억원, 청산 가치 1830억원으로 계속기업 가치가 730억원 더 많았다.) 법정관리에 돌입한 메디슨은 철저하게 ‘본업 살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비핵심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수익성 없는 해외법인도 줄였다. 주력산업인 진단기 부문엔 반대로 투자를 늘렸다. 인력을 보강하고, R&D 비율을 높인 것이다. 역발상의 결과는 알찼다. 신제품이 쏟아졌고, 실적은 상승곡선을 탔다. 법정관리에 돌입한 2002년 1000억원 넘게 적자를 기록했던 메디슨은 2004년 453억원, 2005년 243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극적 반전이었다. 메디슨의 기적은 그렇게 시작됐고, 국내 M&A사에 성공 사례로 남을 만한 칸서스와의 만남을 통해 다시 큰 날개를 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