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이번에 연극원 연출과에 시험을 보는 학생입니다.
(저 아시져? ^^; 모르시나요? 한번씩 글을 올렸는데)
한 친구가 오늘 유난히도 많이 힘들어 하기에 이렇게 옛날 생각이 나서 별 쓰잘 데기 없는
글을 올립니다.
며칠있음 연극원 입시가 시작되죠?
1차는 아마도 이번주 토요일.일요일.다음주 월요일 3일안에 끝나는 것 같던데,
이곳에 계신 분들도 한예종을 목표로 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전국의 많은 사람들
직업인.연극인.대학생.고등학생. 등등 많은 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그 발판으로 연극원으로 모여 듭니다.
물론 저나 그리고 여러분도 그 중의 한 사람이구요.
그리고 다같이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해왔고, 기다려왔을테구요.
(사실 저는 게을러서 열심히 안해요^^;;)
전, 올해초에 열렸던 한예종 연극원 틀별실기연수과정을 수료하였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몇분 수료하셨죠.
거기서 만난 연극에 다른 남다른 애정을 가진 친구들을 통해..
평소 제가 속한 세상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가게
된 것이 연극을 조금 배웠다는 것보다 더 값지게 느껴졌습니다.
전 지방에 사는 촌놈입니다. 저기 남동쪽의 부산 바로 위의 울산에 삽니다.
울산은 우리나라에서 공업도시로 아주 유명한 도시죠.
한마디로 말해보자면 공업대신, 문화의 볼모지입니다.
연극을 보기 위해선 몇달을 새빠지게 기다려야 한편 볼 기회가 생깁니다.
(다행이 제가 고2때 울산서 전국연극제가 열려서 많은 작품을 볼 수 있었지만)
그리고 어쩌다가 큰 기회가 주어져 멋진 작품 한편 보려면..
3,4만원정도 들어야 볼 수 있습니다. (학생의 신분치곤 꽤 큰 돈이죠)
하지만 울산서 연극을 배우는 학생들은 그 한번의 공연이 넘 좋아서
어떻게든 돈을 훔쳐서라도 꼭 보러 갑니다. 제가 서울서 수업을 받으며 가장
부러웠던건 대학로에 가면 언제든지 맘껏 연극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아주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는 거죠.
많이 보고 접하는 만큼 시각도 넓어지고 느낌이 짙어진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만 봐도 저같은 촌놈들은 확실히 불리한 조건입니다.
청소년들이 딱 한번 공연의 기회가 보장되는 울산청소년연극제...
그 한편의 공연을 위해 일년동안 준비합니다. 그치만..
경기서울학생들에 비해서 열정적인 학생은 20명 집단 중에 1,2명...정도
그 1,2 명이 혼신의 힘을 다해 그 일년간의 긴 싸움을 이끌어 갑니다.
나머지는 본의 아니게 나가 주는 것 비슷하게 되버립니다.
좀 더 좋은 환경서 연극을 할 수 있다면 이런 친구들과는 연극을 안하고
말아버리지만, 그래도 저런 사람들 하나라도 있어야 연극한편을 해보는
기회가 있기에 쓴 웃음을 삼키며 하게 됩니다.
전, 울산서 16년째 되는 극회의 14기로 활동했었습니다.(현재는 제 임기가 끝난 상태)
극회서는 일년에 2번의 정기공연을 갖는게 관습적이지만..
저희 기수때부턴 공연보가 끊어졌습니다.
저는 1년내내 숱하게 많은 작품들을 대하며 연습하고 연습하고..
그러면 또 공연계획에 실패해서 또 다른 연출을 구해서 또 작품을 바꾸고
역할을 바꾸고 연습에 연습을... 그치만 또 다시 실패...
한해 내내 이러한 악행적 현실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연극팀에서 떠나는 동기들.. 선배들.. 후배들..
혼자 남으면 혼자서라도 해보고 싶어서 악을 물고 사람을 다시 모아서
시작하고 또 실패하고... 핫핫,, 공연이 연극의 전부는 아닙니다.
그치만 그토록 한편의 연극이 해보고 싶었습니다.
피천득님의 "은전 한닢" 이 생각나네요.
제가 여기 분들께.. 제가 공연한편을 했어요. 공연했어요. 제가 공연을 한번
해본게 맞습니까? 이렇게 묻는다면 .. 여러분은 어떻겠습니까?
그냥 픽 한번 웃어 보실테죠? .. 그치만.. 전 그 연극 한편이 그토록
해보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지방사는 여러분의 또래들은 이렇게 연극을 해갑니다.
(물론 지방에서 다 이런건 아닙니다.울산이 문화적배경이 잡히지 않아서 그런겁니다)
갑자기 한때의 추억이 나서 또 얘기합니다만,
고등학교 1학년때 "윤동주와 헤어져" 라는 작품을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전 윤동주 역을 맡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연습했습니다만..
딱히 연출을 맡는 분도 없었습니다. 여러번 연출보는 선배님들이 바뀌었
습니다. 이분 저분.. 맡다가 다 포기하고 가버리십니다...
그때 연기에 대해서 제가 뭘 알고 연출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
(물론 지금도 암것도 모르는 애송이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혼자 책사들고 인터넷 들어가보며 브로킹도 그어가고..
작품 구상도 해보고 그랬습니다. 참가하는 고2선배들은 공부 준비에도
바빴기에 저 혼자서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연출을 구하기 전까진 공동연출이란 명목으로라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때 극회선생님은 연극에 대해 많이 방황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몇해동안 부재중이었죠)
선생님이 안계셨기에 딱히 연습실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문화원이라는 주마다 모이는 정규장소가 있었지만.. 평일 늦은 저녁까진
빌릴 수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예술회관 야외공연장에서 매일매일 연습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해 여름.. 울산에는 비가 참 많이 왔습니다.
학교마치면 불이나케 달려와서 공연장 주변을 정리하고 청소하며..
연습 준비에 임합니다.. 간단히 빵 몇조각을 주어 먹고..
연습을 시작합니다..
비가 옵니다.. 어쩔 수 있습니까? 비맞아가며 연습합니다...
그렇게 밤늦도록 연습을 해가면서 쉬는 시간엔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뜁니다. 그리곤 쪼그리고 앉아서 딱딱한 빵과
물을 먹으며 모기한테 헌혈 아닌 헌혈을 해주죠... 그 시간도 잠시
또다시 연습이 시각되면 비오는 그 위치로 돌아가서 땀.. 눈물 콧물 섞어
가며 연기에 임했습니다... 그렇게 연극을 배워갔습니다..
물론 공연은 실패.. 무대에 그럴 듯 하게 서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가능성없는 공연에 왜 매달리냐고 물으신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네요.
당신의 인생은 밝은 가능성이 보이시기에 사시는겁니까?
노력이란거.. 사람은 부족한 동물이라 끊임없이 노력하며 삽니다..
그 한편의 연극 공연.. 어쩜 못할지도 모르는.. 아니 못하게 될 것 같은
그 한편의 작업을 위해, 비 맞아가면서 연극이란 걸 배웠습니다..
그때 제게 연극이란 것은 (그땐 제가 연극쪽으로 나갈 거라고 생각도 못했죠)
정말 힘들고 벅차고 어려운 하나의 높은 장벽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 장벽을 넘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작게나마 연극에 대한 꿈을 키워오다가 고2 늦게서야
이 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전 사실, 연극이 뭔지 잘 모릅니다. 연기라는 것도 모르고..
연출, 극작이란것은 더더욱 모릅니다. 그리고 인간과 삶에 대한..
철학적 바탕도 없습니다. 다만 아는게 있다면.. 어릴때부터 많이 힘들게
살아서 그런지 사람 대하는 법이나.. 인생살이가 너무나 어려운 거라는거
그리고 내가 많이 부족한 인간이란거... 그리고 연극은 내게 피할 수 없는
큰 적이자, 행복이란거... 그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요즘 들어 고민에 빠져서 잠을 못 이룹니다.
'나란 놈은 왜 연극을 하려는 거지?'
이 한마디의 질문을 해결하지 못해서 밤새 뒤척이며 꿈에서까지 괴로워
합니다. 어떤 이유라도 대보라면.. 억지로 각종 미사어구를 동원해서
치장해보겠지만 그런 답보단 진실한 답을 원합니다.
목적과 이유가 분명해야 뭘 해도 확실히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굳이 그런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인가?
아무 이유없이 마음이 원하고 내 스스로가 원하고 손길 발길 시선이
가니까 하는 것은 아닌가? 맞는 말 같더군요.. 그치만 그것보다
전 더 확실한 답을 찾고 싶습니다. 갈증을 해소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평생을 연극을 하면서 살아 가게될 지 모르는데,
그렇게 평생을 연극에 투자하면서도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왜 연극을 하는지.. 그 답을 죽기직전까지도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죽으면 알 수 있을라나? 다만,
그 이유가..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만한 값진 것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지 원하는데로 되는 것들은
없습니다. 그 속에서 '나'라는.. 작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뿐입니다.. 전, 너무나 부족하고 모자란 인간인지라...
남들보다 열배는 더 뛰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전 넘 게을러서 힘듭니다 ^^a)
아마도 이번 시험을 치면 많은 분들이 울고 많은 분들이 웃을 것 같네요
모두가 붙을 수는 없고 모두가 떨어질 수는 없는 거니깐요.
떨어지지만 웃는 사람이 있을테고.. 떨어져서 우는 사람도 있을테죠.
전 후자보단 전자가 되고 싶네요 (물론 붙는게 젤 좋겠지만 ^^)
떨어져서 웃는다 ... 늘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이번에 확연히 느꼈네..
날 알게 되는 기회 .. 하늘로 부터 나란 인간을 좀더 알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역시나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
노력의 채찍을 가해야 겠군...... 이런 생각하면 좋겠지만..
그래도 떨어지면 서글프고 울고 싶겠죠? 그게 본능이니까...
슬퍼하는 건 잠깐 하고 다음 길을 찾아 열심히 하는 모습을 가졌음
합니다. 여기 다 연기과 보시죠? 전 연출과 봅니다...
연기과를 볼려고 했었는데.. 3학년들어서 바꾸었습니다.
연출과는 연기과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경쟁률입니다만,
적고 많고 간에 어차피 붙을 사람은 붙고 떨어질 사람은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경쟁률이 적다고 실력안되는 사람이 붙는건 아니니깐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자기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면 뭣땜에 연극원 시험보나?
학교안가도 잘할껀데... 하하 너무 잘할려고 하지 맙시다..
자기선에서의 최선을 우선시 해야지 너무 잘할려고 자신을 만들지는 맙시다.
솔직히 저도 정말 붙었으면 좋겠습니다..
연극을 하는데 있어서 관련 학교를 가나 안가냐는 큰 의미가 없겠지만..
그래도 정식코스를 밟아가며 하나 하나 배우고 싶습니다.
그런 이기적인 욕심에 오늘도 예수님부처님알라신 그리고 기타 잡신들께..
기도를 했습니다.. '꼭 붙게해주십시오' 신들이 보심 기가 막힐 노릇이겠네요
평소에 맨탕 놀기만 하는 놈이 시험때가 되니깐 기도한다고... 핫핫
여러분..
학교에 들어가고 싶어 하기전에.. 연극을 하고 싶어 하고..
왜 연극을 하고 싶어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그 후에.. 합격을 위해 노력하기전에.. 연극을 위해 노력하고..
그리고 합격을 기원해 보세요...
여러분은 외길을 걷는게 아닙니다..
많은 동지들이.. (그들은 당신의 적이지만 동반자입니다)
끊임없이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으니깐요.....
시험치시는 분들께.. 합격을 기원하기 보단,,,
시험 직전까지 불타는 열정으로 투혼의 노력을 할 수 있길 기원하겠습니다!!
나의 준거집단... 세원고 연극부 1막의 연극이란 걸 하실 분들에게...
저의 미천한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출지망생..
노랭이,, 라 불리우는 촌구석에 사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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ㅴ*.제1막 놀이공원☆.*ㆋ
연극.. 이란 걸 하시게 될 분들 꼭 보세요..
박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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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09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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