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자 작가는 어려서부터 꽃과 함께 생활하며 살았다. 친정아버지가 꽃을 좋아해 봄이 되면 화단에 맨드라미, 옥잠화, 채송화, 봉숭아, 양귀비, 한련화 등 여러 가지 꽃씨를 뿌리고 싹이나면 가꾸며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꽃향기와 함께 살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야생화를 찾아 산으로 들로 다닐만큼 작가에게 꽃은 삶의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들판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들꽃까지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작가를 매료시켰고 많은 시간들을 꽃과 함께 지낸 작가는 작품속에 그 기록들을 세세하게 나타내고 있다.
ⒸADAGP 귀향 53×45.5cm 장지에 석채 분채
꽃을 주제로 그림을 그릴 때는 옛날의 아름다운 추억과 화단에 꽃을 가꾸며 행복해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고, 어머니와 가족들이 생각난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작가는 사생대회를 나갈 때마다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작가가 그림을 그리게 된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직에 31년동안 근무하고 퇴직하면서 전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품에서는 화려한 채색화면과 터치의 섬세함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기초적인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밑작업이 시작된다. 특히나 한국채색화는 밑작업이 힘들다. 작가는 이합지로 합판을 만들어 옅은 아교를 세 번 발라주고 호분을 세 번 바르고, 무엇을 그릴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해지면 스케치를 하고 복사하듯이 그려내어 분채를 풀어 보색으로 칠하는 과정을 거쳐 총 약 10번의 기초적인 밑작업을 거치게 된다. 그렇게 밑작업이 끝나면 색감의 농도를 맞추며 섬세하게 색을 내게 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을 써야하는 과정으로 온 힘을 다해 수를 놓듯이 작업에 임한다. 작가의 작품속 꽃과 나비가 관람객속으로 빠져나올 듯이 유혹하고 있다.
ⒸADAGP 사랑 162.5×130cm 장지에 석채 분채
작가의 작품 ‘사랑’은 전통도자기 그림에 꽃으로 뒤덮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전통도자기의 지혜롭고 슬기로운 장인정신으로 한국인의 혼을 표현하였으며 그 단아하고 영롱한 자태는 우리 민족의 살아있는 모습으로 우주와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있으며 작품속 한련화는 작가의 어릴적 고향집 장독대와 그 주변에 만개한 꽃들이었다.
‘귀향’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라는 의미로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는 귀소본능을 자극하고 있다. 고향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과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는 작품으로 만개한 한련화와 나비들의 조화가 추억을 조화롭게 어루만지고 있다.
‘환생’은 죽은 생명체가 다시 태어나는 것으로 불교의 “윤회”라는 단어와 함께 지금까지는 환생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례는 없지만 작가의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키워드는 도자기로 탄생되어 어두운 공간에 나비라는 생명체가 날아오고 반짝이는 빛 처리를 함으로써 다시 도자기로 환생함을 표현하였다.
ⒸADAGP 환생 53×45.5cm 장지에 석채 분채
‘동행’ 이란 작품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함께가는 것을 의미하며, 조상의 얼이 담긴 도자기에 한국 채색화의 기법을 더함으로써 역사시대와 멀티미디어 시대가 함께하고 도자기의 아름다운 선이 한련화의 색감을 받아 더욱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건강을 먼저 생각한다는 작가는 한국화의 재료에 매료를 느낀다고 한다. 화선지와 아교와 호분 등 그 어느 것도 우리몸을 해치지 않는 재료라서 한국화가 좋다고 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채색화와 한국전통문양을 융합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작품속에서 아름답고 오묘한 색채가 표현될 때 더없이 기쁘다고 한다. 비록 밑작업이 힘들고 어렵지만 젊은 작가들이 이 기법을 이어나가 아름다운 채색의 묘미를 널리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었다.
꽃을 좋아하는 작가가 꽃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환화게 웃는 모습에서 소녀같은 순수한 감성을 엿볼 수 있었다.
ⒸADAGP 동행 53×45.5cm 장지에 석채 분채
동행 글 : 이인평
꽃잎보다 붉은 생을 함께 가고 있다.
사랑이 아름다워 뜨거운 삶을 깊이 안아주며 한 생애가 온통 꽃무리지는 기쁨의 경지를 심금에 그려 넣은 부드러운 정감에 눈물이 절로 어린다
은총에 안긴 너와 나 영롱한 꿈이 불멸의 흰 꽃으로 새겨져 함께 살아 온 열정의 시간들이 서로를 감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