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81명 감원-남북교류조직 축소
교류협력 4개 조직 하나로 통폐합
정원 617명→536명… 13% 감축
장관 직속 ‘납북자대책팀’ 신설
北인권대응-대북정보 기능은 강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여야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훈구 기자
통일부가 정원을 현재 617명에서 536명으로 13%에 해당하는 81명을 감축한다. 남북 교류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교류협력국·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남북회담본부·남북출입사무소 등 4개 조직은 남북관계관리단(국장급)으로 통폐합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대북 교류협력 업무 비중을 확 줄인 것.
그 대신 장관 직속의 납북자대책팀을 신설하는 등 납북자 및 북한 인권 문제 대응, 북한 정세 분석 등의 기능은 강화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통일부 장차관과 대통령통일비서관을 모두 외부 인사로 교체하면서 “대북지원부 같은 역할은 안 된다”며 통일부 내 대대적인 변화를 주문한 바 있다.
● 대통령실 “통일부 조직, 그동안 방만 운영”
통일부는 이와 같은 조직개편 방향이 담긴 통일부 직제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고위공무원단 직위도 23개에서 18개로 축소된다. 이에 조직은 현재 ‘3실 3국 6관 1단 31과 4팀’ 체제에서 ‘3실 3국 5관 27과 6팀’으로 바뀐다. 통일부는 정원 축소 배경에 대해 “정부의 인력 운영 효율화 방침에 부합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통일부 일부 조직들이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돼온 게 사실”이라며 “(정원 축소는) 환골탈태에 준하는 쇄신의 상징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기존 4개의 남북 교류협력 조직이 남북관계관리단 1개로 통폐합되는 등 교류협력 업무가 축소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달 초 부임한 외교부 출신 문승현 신임 차관 지시에 따라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러한 내용이 중심이 된 부서·인력 개편안을 마련해 왔다. 1998년 출범한 통일부에서 ‘국’ 이상 조직에 교류협력 명칭이 완전히 빠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그동안 통일부의 핵심이던 교류협력 업무가 이젠 후순위로 밀려난 것”이라고 했다.
통일정책실에선 평화정책과가 폐지되는 대신 위기대응과, 통일기반조성과, 메시지기획팀 등이 신설된다. 단기적인 대북 협상에 매달리기보단 중장기 통일 전략·기획 기능을 강화하고, 북한의 도발 등이 이어지면 단호한 대북 메시지까지 내기 위한 개편 조치로 풀이된다.
● 장관 직속 납북자대책팀 신설
이번 개편으로 납북자 및 북한 인권 대응, 대북정보 분석 기능 등은 강화된다. 우선 장관 직속으로 납북자대책팀이 신설된다. 이 팀은 팀장 포함 5명으로 구성돼 납북자, 국군포로, 억류자 문제 해결 방안 등과 관련해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았지만 통일부는 북한 인권 문제 대응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문 차관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일부 내 정세분석국은 정보분석국으로 명칭이 바뀐다. 기존의 ‘국’이 ‘실’로 확대되진 않았지만 통일부는 “정보 협력을 통한 분석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역할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신진우 기자
통일부, 부처의 특수성 살린 새 역할 찾아야
통일부, 남북관계 특수성 관련 이해도 높은 조직
역할, 임무 조정해 전문성 높인 정책 추진해야
북핵 등 변화 반영한 새 통일정책 수립도 필요
통일부가 다시금 큰 변화 앞에 섰다. 1969년 발족한 이래 노태우 김대중 이명박 정부 등에서 주요 변화를 경험한 통일부이지만, 여전히 온전한 미래를 그려내지 못한 결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존폐를 포함하여 통일부의 의미와 역할을 심도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선 통일부 존재 근거가 되는 통일 자체에 대해 변화한 인식을 파악해야 한다. 서울대 2022 통일의식 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매우 필요하다’ 또는 ‘통일이 약간 필요하다’라고 응답한 20대는 2018년 48%, 2019년 41.7%, 2020년 35.3%, 2021년 27.8%, 2022년 27.4%로 급감하고 있다. 통일 최종 상태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가 제시된다. 11일 공개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조사에 따르면 바람직한 한반도 미래상으로 52%가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2국가’를 선택했다. ‘통일된 단일국가’(28.5%), ‘하나의 국가 내 2개의 체제’(9.8%), ‘현재와 같은 2국가’(7.9%) 순이다.
여론조사는 한국민의 다수, 특히 젊은층일수록 더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에 동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오천 년의 유구한 역사를 공유한 하나의 민족이므로 다시 뭉쳐야 한다는 당위성을 수용하지 않는다. 북한이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면 적당히 왕래하면서 상호 분리된 공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를 따르면 통일부는 사라져야 한다. 단일 ‘민족’ 국가 설립이 목표가 되지 않는다면 남북문제를 더는 ‘특수한 상황’으로 규정할 수 없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개별 주권국가로서 ‘보편적 관계’에 기반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 여론과 상치되더라도 ‘한반도의 특수성’은 소멸하지 않는다. 한반도는 역사적, 제도적, 국제정치적으로 여전히 보편성을 온전히 담보하지 못한다.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경쟁의 중심지로서 강대국 간 세력 다툼의 단층선에 위치한 한반도는 가장 먼저 긴장이 고조되고 가장 늦게 해빙되는 ‘한반도의 특수성’을 증명해 왔다. 1970년대 세계 차원에서 시도된 데탕트가 미중관계 정상화로 이어진 반면 한반도의 긴장은 결국 완화되지 못했다. 1990년 도래한 탈냉전으로 독일은 통일했지만, 남북은 북핵 개발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제도적으로도 한국의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북한도 노동당 규약에 “(한반도 전체를 상정하여) 최종 목적은 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라고 천명한다. 남과 북 모두 성문화된 최고 상위 문서에서 각각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정치는 더 복잡하다. 불완전 주권국가로서 통일의 당위성을 국제사회에서 당연히 인정받아야 하지만, 실체는 한반도 통일보다는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이번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매우 이례적임이 이를 방증한다. 그간 국제무대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성명에 ‘통일’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통일부는 존치되어야 한다. 특수한 한반도 상황을 다룰 ‘특별한 부서’가 있어야 한다. 다만 통일부의 역할과 임무는 조정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 보편적 규범과 한반도의 특수성을 제대로 조합해야 한다. 전술한 여론조사는 한국민 다수, 특히 젊은층일수록 북한을 민족 개념이 아닌 분리된 독립국으로 인지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를 반영한 새로운 통일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남북관계 특수성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통일부가 보편적 국제규범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복합 통일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세계질서 측면은 외교부의 이해도가 높겠지만, 남북관계 경험을 축적한 통일부의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 더불어 완성된 복합 통일정책은 국립통일교육원을 통해 체계적으로 전파될 수 있다.
북한 비핵화에도 통일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북한 핵 문제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인 핵 비확산, 인권과 직결된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에 가장 중요한 전제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주창하듯이 북핵의 실존적 위협을 받는 한국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통일부의 세계화를 추구하여 보편 의제를 통일정책과 연계하는 역할을 수행토록 할 필요가 있다. 완성된 통일정책을 국내에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세계를 상대로도 공감대를 확대하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 통일은 당위성을 확보하고 걸림돌을 제거하면서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는 지난하면서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임을 상기해야 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