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위에 새겨진 삶의 나침반... 청정도량 청암사(靑岩寺) (1)
며칠 전 우연히 어느 방송에서 청암사(靑岩寺) 승가대학 졸업식 소식을 들었다.
경상북도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에 있는 청암사는 조계종 제8교구본사인 직지사의 말사다.
청도 운문사와 더불어 비구니도량으로서 승가대학(僧伽大學)과 율원(律院)을 갖춘 사찰로도 유명하다.
올해로 승가대학(강원:講院)은 스물다섯 번째, 율원(律院)은 세 번째 졸업식이라고 한다.
청암사(靑岩寺) '란 말에 잊고 있었던 사진이 생각났다. 지난 해 여름, 그동안 마음 속으로만 염두에 두고 참배
를 미루고 있던 청암사를 절정에 다다른 불볕더위를 피한다는 핑계로 찾아가 첫 인연을 맺고, 가을이 빨갛게 익
어갈 무렵 꿈길을 걷듯 거닐며 다시 담아온 사진들을 두고 이름이다.
서랍 속에 방치된 채 해를 넘긴 청암사의 여름과 가을이 승가대학 졸업식 덕분에 게으른 범부의 손을 벗어나게
된 것이다.
▲ 청암사(靑岩寺) 가는 길은 눈을 붙잡는 수려한 경관에 정신이 팔려 지루한 줄 모른다.
경부고속국도로는 김천 나들목, 중부내륙고속국도에서는 성주나들목으로 빠져나와 30번 국도를 따라 성주댐
을 향한다.
성주(星州)댐 둘레의 굽이친 길을 숨가쁘게 휘돌아 나오면 대가천(大家川 )의 맑은 물과 주변 계곡의 기암괴
석, 수목이 절경을 이루어 조선시대 성주(星州)가 낳은 대유학자인 한강 정구(寒岡 鄭逑 1543~1620)가 중국
남송(南宋)시대 주희(朱熹)의 무이구곡 (武夷九曲)을 본받아 7언절구의 시를 지어 노래한 무흘구곡(武屹九曲)
이 선경(仙景)처럼 차례로 펼쳐진다.
(찾아 가는 길, 청암사 홈피참조 www.chungamsa.org/ )
▲ 가을을 따는 농부
▲ 무흘(武屹)의 선경을 빠져나와 청암사를 알리는 커다란 표지석을 지나면 작은 초소가 있는 간이주차장이 있다.
청암사는 차량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어 차량은 여기까지만 운행할 수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열지어 선 바위 중 하나에 '불령동천(佛靈洞天)'이란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불령(佛靈)'은 곧 부처요 '동천(洞天)'은 하늘에 잇닿아 신선이 노니는 세계이니 여기가 극락이요 무릉도원임을
알리는 것이다. '불령동천(佛靈洞天)'은 불교와 도교(道敎)를 함께 아우르는 이름이다.
▲ 절집으로 오르는 길 오른쪽은 울창한 삼림이 들어선 산지이고, 왼쪽은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청류계곡이 이어진
다.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은 계곡의 바위들이 제자리를 꿋꿋이 지켜온 시간이 짧지않았음은 그들의 몸을 덮은
파란 이끼가 대신 말해주고 있다.
어쩌면 '청암사(靑岩寺)'란 절이름이 이곳의 이끼 덮힌 바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지 모를 일이다.
▲ 마치 원시의 처녀지를 걷는 듯한 경외심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지금의 청암사계곡은 본래의 모습을 많이 잃은 모습이라고 한다.
김천일대가 물에 잠긴 2002년의 태풍 '루사'와 다음해 불어닥친 태풍'매미'에 의해 계곡의 대부분이 훼손되는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 오늘날의 청정한 환경을 지켜내기 위해 청암사에서 쏟은 노력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연의 위력에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도 있었지만, 바위나 목재의 무분별한 남획이나, 종교의 원칙을 무
시한 안하무인의 무지무식한 집단으로부터 비구니도량이 대항할 수 있는 물리적인 힘의 한계도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종교의 원칙'이란, 내가 따르는 종교의 절대자에게는 무한한 '믿음'을, 다른 종교에는 틀림이 아닌
다름의 가치를 인정할 줄 아는 '존중'을 의미한다.
여름날, 간이주차장의 식당 앞 개울에는 고기판의 찌든 기름과 도를 넘은 알코올에 감각을 잃은 탐욕의 혓바닥들이
눈으로 그어도 쉽게 알 수 있는 금지선을 물뱀처럼 넘어, 계곡의 파란 이끼와 청정수를 날름날름 핥아가며 역겨운
구정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 길가에 혹처럼 볼록 솟은 작은 바위의 전면에는 '南無阿彌陀佛(나무아미타불)', 후면에는 '靑岩寺院(청암사원)'이 음각되어 있다.
▲ 청암사처럼 글씨를 새겨놓은 바위가 많은 사찰도 드물 것이다.
새겨놓은 내용도 다양하다. 부처의 명호나 주문을 비롯하여 청암사팔경을 노래한 글, 간단한 한자명구 등이 있으나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사람이름이다.
이름을 새긴 사정이야 그 수만큼 많을 테지만, 그 중에서도 두드러져 보이는 이름이 '崔松雪堂(최송설당)'이다.
▲'崔松雪堂(최송설당)'은 영친왕의 생모 엄비(嚴妃)와 인연이 닿아 덕수궁에서 10여 년간 영친왕의 보모로 살았다.
순종의 생모 명성황후(明成皇后) 휘하에서 영친왕(英親王)을 잘 지켜내어 고종과 엄비로 부터 환대를 받았다.
고종은 그녀에게 '송설당(松雪堂)'이란 호와 적지않은 재산을 하사하였다.
최송설당은 이 재산으로 고향인 김천에 김천중고등학교를 설립하였다.
그녀는 대장부같은 활달한 기개가 있음은 물론, 한시와 가사에도 능하여 여류시인으로도 재능을 발휘하였다.
조선말에 대운(大雲) 스님이 두 차례의 청암사 보수 때 대시주(大施主)가 최송설당이었고, 그녀를 통해 많은 궁녀
들의 시주를 얻을 수 있어, 짧은 시간에 큰 불사를 두 차례나 일으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그녀의 공덕에 대한 찬탄의 의미로 청암사 곳곳에 그 이름이 남아 있으리란 짐작이다.
▲ 기온이 체온을 웃도는 찜통더위에도 청암사계곡에 들어서면 써늘한 기운에 감싸여 맺힌 땀방울이 금새 자취를 감춘다.
그 기운이 얼마나 강했던지 비구니도량이라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았더라도 강한 음기가 엄습해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기운은 여름날의 공포영화를 볼 때 흐르는 식은 땀의 칙칙하고 음산한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맑고 청량한 샘물을 마신 것 같은 상쾌하고 시원한 전율이 전신에 감돈다.
옷을 갈아입은 가을이라고 그 느낌이 다를손가. 형형색색의 가을빛에 물든 계곡의 물소리가 하얀 달항아리 두드린 듯
청아하다.
▲ 청암사 일주문, 佛靈山 靑岩寺(불령산 청암사)
일주문의 편액은 근세의 명필 성당(惺堂) 김돈희(金敦熙 1871∼1937)의 글씨다.
김돈희의 글씨는 가야산 해인사의 팔만경각(八萬經閣)을 비롯해 팔공산 파계사의 진동루(鎭洞樓) 등 사찰의
편액에도 많이 남아 있다.
▲ 일주문에서 천왕문으로 통하는 길에 하늘을 가리고 솟은 아름드리 키높은 소나무와 굴참나무는 마치 꿈길에 서
있는 듯 황홀경에 빠져들게 한다. 정말이지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가기가 싫은 길이다.
▲ 천왕문과 비각
천왕문 오른쪽에는 두 채의 비각(碑閣)이 서 있다.
문쪽 가까운 것은 대운당비각(大雲堂碑閣)으로 청암사 중흥에 지대한 노력을 기울인 대운(大雲)스님(1868~1936)
의 비문을 모신 전각이고, 그 옆의 근래에 보수한 회당비각(晦堂碑閣)은 조선조 영조 때 대 강백이며 선사인 회암
정혜(晦庵 定慧1685~1741)스님의 비문을 모신 전각이다.
화엄학의 대가인 회암 스님이 주석하면서 청암사는 불교강원으로 명성을 날렸고, 회암 스님이 강설할 때 운집한
학인의 수가 300명이 넘었다고 한다.
▲ 천왕문
▲ 우비천(牛鼻泉)
천왕문을 지나 대웅전 권역으로 드는 길 오른쪽에 작은 샘이 있다. 샘 위에 올려놓은 바위에는 우비천(牛鼻泉)이라
새겨져 있다. 옆의 안내문에는 청암사의 지세가 소가 누워있는 형상인데 샘이 있는 곳이 소의 코 부분에 해당되어
이름을 '우비천(牛鼻泉)'이라 부른다고 한다. 또는 순우리말로 '코샘'이라고 부른단다.
그런데, 예로부터 이 샘에서 물이 나오면 이 일대가 부자가 되고 또한, 물을 마신 사람도 부자가 된다는 전설 때문에
재물을 멀리하는 스님들은 샘 앞을 지날 때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고 한다.
▲ 우비천을 지나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철제다리 왼쪽의 암벽은 소원성취를 갈구하며 한 획 한 획 정성껏
쪼으며 제 살 속을 파고 든 빛바랜 이름들을 보듬고 서 있다. 바위는 애써 그 아픔을 참으며 속으로만 신음하고
있을 것이다.
▲ 대웅전 권역으로 들어서는 오른쪽 계곡은 사방이 초록으로 짙게 물들었다. 맑은 물과 푸른 바위, 그야말로
청류(淸流),청암(靑岩) 일색이다. 저곳에 서면 온몸이 초록으로 물든다.
마음 속 묵은 때가 씻겨나가고 미움과 증오의 칼날이 녹아내린 그 자리에 맑고 푸른 청정한 기운으로 채워지는 것
같다.
▲ 가을...낙엽
▲ 청암사 극락교와 대웅전 권역
청암사는 경내를 가로지르는 계곡을 중심으로 오른쪽의 대웅전 권역과 왼쪽의 극락전 권역으로 크게 나뉜다.
양지바른 곳에 남향으로 자리한 대웅전 권역에는 대웅전,진영각(眞影閣),강원(講院)인 육화료(六和寮),선열당
(禪悅堂)과 율원(律院)인 중현당(重玄堂), 여름철 강당으로 사용되는 정법루(正法樓) 등의 전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 청암사 율원(律院),중현당(重玄堂)
율원(律院)은 불교 생활 규범인 계율이 적힌 율전(律典)을 강설하고 배우고 실천하는 스님들이 있는 전각이다
▲ 정법루(正法樓)
정법루는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의 2층 누각이다. 2층은 여름철 강당으로 사용되며 1층은 판매시설과 사무공간이 있다.
청암사는 산사음식과 다도 등의 다양한 행사를 정기적으로 갖는데, 정법루가 그런 행사의 중요한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 정법루 1층의 참배객을 위한 판매공간에 걸린 물품광고문. 그 중에서 팥빙수가 눈길을 끈다.
절집에서 팥빙수를 판매하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다.
▲ 청암사 다층석탑(靑巖寺多層石塔)
대웅전 앞에 서있는 탑으로, 2층 기단(基壇) 위에 4층의 탑신(塔身)을 올린 모습이다.
탑신의 1층 몸돌은 면마다 아치형의 감실에 불상을 돋을새김하였다. 꼭대기에는 노반과 복발 등 머리장식의 일부
가 놓여 있다. 탑신이 가늘고 그에 비해 지붕돌이 커서 전체적으로 가냘프고 불안정한 감을 준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성주군 어느 논바닥에 있던 것을 청암사 주지였던 대운(大雲)대사가 지금의 자리로 옮겨 놓았
다고 한다.
▲ 대웅전
화재로 소실되었다. 그 이듬해부터 대운대사가 3년에 걸쳐 다시 세운 것이 지금의 대웅전이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로 지붕은 겹처마 팔작지붕으로 꾸몄다.
1976년에는 용마루 양끝을 장식용기와로 장식한 청기와로 다시 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주련(柱聯)이다. 일반적인 사찰의 주련처럼 나무판에 글씨를 새겨 기둥에 걸지 않고,
기둥에 바탕칠을 하고 그 위에다 바로 글씨를 써 놓았다.
- 청암사 대웅전 주련 -
世尊座道場 (세존좌도량) 세존께서 도량에 앉아 계시며
淸淨大光明 (청정대광명) 청정한 대광명을 내놓으시니
比如千日出 (비여천일출) 비유하면 천 개의 해가 뜬 듯해
照耀大千界 (조요대천계) 삼천대천 세계를 밝게 비추네.
첫댓글 세상너머님~묵혀둔 사진이 더욱 느낌이 새롭네요, 저도 청암사 자주 가는데 비구니스님도량이라 넘 아름답지요()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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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
꼭한번 가봐야겠습니다...관세음보살()()()
홍담님~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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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
1년차일때 한번 가본곳이네요,,,,느낌이 넘 좋은 절이라 기억이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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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마음담아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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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
정말 청암사 계곡이 예술입니다...주련이 바로 기둥에 새겨진 것 유심히 보지 않으면 스처지나갈 수있는데...사찰 안내 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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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
청암사는 비구니도량으로 해우소가 청정하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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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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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아름다운 사찰이네요 관세음보살()()()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
잘보고 갑니다. 관세음보살()()()
청암사 승가대학 편집실입니다. 검색하다가 우연히 들르게 되었습니다. 사진과 글 참 좋네요. 여쭐 말씀이 있는데 054-439-9610으로 전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