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어느날 "블라디미르 돈스코이"라는 이름이 한국신문의 경제면을 장악했다.
그는 제정 러시아의 황제이면서, 그의 이름을 딴 함선 "돈스꼬이 호"의 명명자 이기도 했는데, 문제의 함정
"돈스꼬이 호"는 희망봉을 돌아 블라디보스톡으로 가기위해 대한해협을 지나던 중 "도조 히데키"의
일본해군에 괴멸당한 러시아 발틱 함대의 일원으로 독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 문제의 돈스꼬이 호가 갑자기 2001년 한국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유는 그 배에 러시아가 러일전쟁에 쓸
군자금이 실려있었다는 루머 때문이었다.
블라디미르 돈스꼬이...
러시아에 혁명이
일어나고 공산화 되면서, 역사속에 묻혀버렸던 잊혀진 전제 군주의 이야기는 엉뚱하게도 21세기 한국땅에서
동아건설이라는 한 파산기업의 이름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했다,
"돈스꼬이"가 등장하기 얼마전 시장에는
동아건설의 부도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동아건설의 주가는 며칠간의 하한가와 함께 조만간 휴지조각으로 바뀔 운명에 처한 듯
했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부도기업이면서 파산이 불가피하던 동아건설 주식이 갑자기 대량거래가 이루어지더니 소위
동아건설의 "신화"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동아건설의 주가는 수직으로 상승하면서 1000 퍼센트라는 기록적인 수익률을 기록했고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그것은 2000 년대 한국 주식시장의 최대 사기극으로 밝혀졌고, 당시에 돈스꼬이에 실린 금괴의 양이 우리나라 국가 예산을
넘어선다거나, 심지어 그것이 국제 금값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리포트를 써낸 분석가들의 어리석음은 차라리 애교에
불과했다.
돌이켜보면 이때의 군중심리란 무서운 것 이었다.
건강한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누구나 가당치 않은 소리라고 외면하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 지속되면,
"설마,,!" 라는 감정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이 "설마"는 머지않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집착할 때는 무엇인가 있지
않을까,,? 라는 호기심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단계에서 고개를 흔들게 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래도 이성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것이 언론처럼 자신이 신뢰하는 다른 경로로 반복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것은 결국 무언가 있지 않고는 저럴리가 없다는 자기검증을 거치면서, 대중의 기대는 극에 달하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설마"에서 "확신"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신뢰하는 경로란 무척
다양하다.
해양연구소라는 기관의 이름이 등장하고, 러일전쟁을 연구한 역사학자가
가세하며, 거기에 보물선의 금괴의 가치를 분석하는 실없는 경제 학자와 동아건설 주식이 주당 80-100만원의 가치가 있다는
가당찮은 분석기사를 만드는 경제 분석가도 한 몫 거든다.
마지막에는 일부 성급한 언론이 가세하면서 러시아와의 외교문제 발생 가능성이 조명되고, 일부 국제관계 전문가는 국가간
보물분배 문제까지 제기하는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그리고는 그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과거의 사례를 들며 국가가 몇%,
발견자가 몇% 에 심지어 외국의 사례에서 원 소유국의 소유권 인정범위에 대한 판례까지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 푸틴 대통령의 방한에서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는 황당한 분석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오르내렸다.
이쯤되면 아무도
그들을 말릴 수가 없는 것이다.
투자자들에게는 그간의 엄청난 손실을 이것으로 극복할 수 있을 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기 시작하고, 이 주식을 사기만 하면 일거에 부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작전세력이 노리는 인간 심리의 허점이다.
그러나 이것은 환상이자, 환각이었다.
돌아보면 누가 봐도 황당한 이야기이며, 한편의 황당한 사기극이었다.
그러나 이 희대의 사기극에
대해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범과 공범, 그리고 미필적 고의에의한 종범이 확연하게 존재했던 이 사건은, "주식시장은
자본시장이며 자본시장에서 모든 투자의 책임은 자기에게 있다"는 절묘한 귀책논리에 의해 투자자의 책임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러한 면책은 그 의도가 악의적이지 아니할 때로 제한되어야 한다.
당시 동아건설의
사례에서, 투자자들을 피해자라고 본다면, 이들을 유혹한 일차적 책임자가 존재하고, 그 다음에 각종 언론, 방송
등 대중매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공범이며, 당국 역시 법적 하자는 없을지 모르나 역시 공범이거나
종범에 준하는 직무태만을 행하였음이 분명하다,
그때 당국은, 혹은 전문가들은, 또 언론은 정말 보물선에 금괴가
가득하고, 그 금괴의 양이 전세계 금값을 위협 할 만한 수준이라고 믿었던 것이었을까?,
해양수산부장관이 국회에서 보물선은
사실이 아닌듯 하다라는 발언을 한 것은 이미 파산 선고가 내려지기기 위해 주권거래가 정지된 다음이었고, "바다속 깊은 곳에 금속으로
보이는 (어쩌면 군함일지도 모르는 - 그 연유가 6.25 전쟁때인지 과거 일제때인지 모르지만,,) 물체가 탐지되었다는 것은 사실"이라는 황당한
후일담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또 무엇이었을까? 또 TV 카메라에는 수중 탐지기에 잡힌 "블라디미르 돈스코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등장했고, 그안에 황금이 번쩍거리는 장면이 여과없이 방송되었는데, 왜 그것이 갑자기 "무엇인가의 금속반응"으로
둔갑되어 졌을까?
이 슬픈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5년전의 일이지만 우리는 지금도 새로운 보물선을 향한
신기루를 쫓고있다.
기술은 있지만 자본력이 부족한 벤쳐기업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코스닥 시장은 천박한 외부 자본들의
머니게임장으로 변질되었다.
시장은 실적과 전망이라는 잣대보다 "테마"라는 이름의 보물선에 더 귀를 귀울이고, 전자부품을
만들거나, 고무제품을 생산하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한다, 자고나면 연예인의 지분 매입이 공시되고,
나중에는 유명 연예인이 주가조작에 연루되거나 심지어 배우 "이영애"씨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딴 기업이
탄생하기도 한다.
그런면에서 최근 불거진 "주식회사 이영애" 사건은 이런 흐름에서 단연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어두운 시절, 냉각 캔. 보물섬, 물로가는 자동차 사건들이 자본시장을 어떻게 파괴하였는지를 기억한다면 최근에 불거지는
우회상장이나 테마주 열풍등이 조만간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자명한 일인데, 지금도 우리가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다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건강한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될지 모른다.
때문에 당국은 이번에 발생한 "주식회사 이영애" 사건을 계기로 삼아서 전말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응분의 책임을
물음으로서 이제 한국시장에서 더이상의 불공정 거래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서민을 울리는 천박한 자본들의 횡포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