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반도체 혈관" 설계 기술 보유, 창업 7년차 한국기업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최대 기업인 대만 TSMC의 힘은 반도체 설계자산(IP)에서 나온다.
반도체 IP는 복잡한 칩의 특정 부분을 미리 회로로 구현한 일종의 블록이다.
레고 블록을 만들 때 기본 블록이 필요하듯이 복잡한 반도체를 설계할 때 곳곳에서 사용되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구성 요소다.
TSMC 힘의 근원 독보적 IP
엔비디아와 퀄컴 등 세계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TSMC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TSMC에 등록된 IP는 6만 건 이상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의 10배 수준이다.
많은 설계 기본 블록에 대응하므로 고객이 원하는 칩을 더 빠르고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IP를 만드는 곳도 따로 있다. 가장 유명한 회사가 영국의 암이다.
현재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거의 모든 저전력 중앙처리장치(CPU)가 암의 IP를 기초로 만들어진다.
반도체 설계에 특정 IP를 사용해 칩을 생산하면 IP 회사는 설계회사로부터 로열티를 얻어 수익을 내는 구조이다.
설계상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상품이므로 물리적인 재고 관리도 필요 없다.
공장도 자원도 필요 없는 철저한 두뇌 싸움이다. 기술 장벽이 높아 영국의 암 등 소수 기업의 과점 시장이 되고 있다.
메모리와 NPU의 IP 가진 세계 유일 회사
오픈 엣지 테크놀로지는 한국에서 몇 안 되는 반도체 IP 회사다.
반도체 칩 설계에 필요한 IP를 만들어 세계 반도체 회사에 공급한다. 지금도 직원의 90%가 연구개발 인력이다.
주력 설계 영역은 메모리 반도체와 신경망처리장치(NPU)의 IP.
두 영역에 걸친 IP를 모두 보유한 세계 유일의 회사다.
이 회사 이성현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두뇌(NPU)가 일하려면 영양(데이터)을 공급해야 한다.
비유하자면 우리는 심장(메모리 반도체)과 두뇌를 연결하는 혈관을 만드는 회사"라고 말했다.
NPU는 인공지능(AI)의 성능을 좌우하는 칩이다.
작동 원리가 사람의 뇌신경망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 이름이 붙었다.
신경세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것처럼 신호를 주고받으며 동시에 데이터를 처리한다.
무엇보다 최근 AI 학습에 많이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전력 소비가 적고 효율적이어서
스마트폰과 PC에 탑재돼 기기로 AI를 움직이는 데 쓰인다.
NPU가 떠오른다.
오픈엣지는 삼성전자 LSI사업부에서 반도체 설계 연구개발을 하던 이 대표와 동료가 독립해 2017년 창업했다.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로 구동하는 엣지용 반도체 설계의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회사 이름을 '오픈 엣지'로 정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채팅 GPT의 등장으로 AI 혁명이 시작되면서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고도
개별 기기로 AI를 구동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월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S24' 시리즈가 대표적인 온디바이스 AI폰이다.
올해 삼성뿐 아니라 애플, 퀄컴, 인텔 등이 모두 NPU를 탑재한 제품을 내놓는다.
이성현 대표는 "생성 AI는 혁신적인 기술이지만 소비전력과 비용 문제가 크다.
개인이 소유한 컴퓨팅 파워를 나눠 써온 디바이스 AI 기술이 본격적인 대안으로 주목받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AI 반도체 시장이 열리면서 NPU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사이의 보틀벡 현상이 문제로 떠올랐다.
어느 쪽에서 두뇌가 빨라도 메모리가 제때 데이터를 공급하지 못하면 성능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양측을 연결하는 IP 블록 만들기 전문인 오픈엣지에 거대 시장이 열린 것이다.
차세대 수익원으로 꼽히는 차량용 자율주행 반도체 시장도 노리고 있다.
NPU는 성능과 속도가 동시에 요구되는 완전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이상적인 칩으로 선정된다.
관련 IP를 응용할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이와 관련 오픈엣지는 지난 4월 새로운 NPU용 IP인 '인라이트 프로'를 내놨다.
기존 제품보다 칩 성능이 4배 이상 개선됐다.
차량용 자율주행뿐 아니라 카메라나 모바일 칩에 적용할 수 있는 IP다.
이성현 대표는 "이미 고객에게 IP가 전달됐다.
올해 말 테이프아웃(칩 설계를 마치고 생산 공정으로 넘어가는 단계)할 예정"이라며,
"최근 용량과 대역폭을 고객의 용도에 맞추는 맞춤형 메모리 시대가 시작되면서 관련 IP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아직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대부분 제조 공정에 집중돼 있지만, IP 개발이 전 생태계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만큼
세계적인 IP 기업인 암, 시놉시스, 케이던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댓글 대한민국에도 이런 기업이 있구나 앞으로 많은 연구와 함께 영국의 암과 같은 존재가 되어 크게 성장하길
음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