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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시(작가) 스크랩 자작시 고 권정생 아동문학가를 추모하다
麗尾 박인태 추천 0 조회 56 17.07.27 13:18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고 권정생 아동문학가를 추모하다.hwp

 

고 권정생 아동문학가를 추모하다

 

                               麗尾 박인태

 

우라질

나라 없던 시절 일본에서 태어났다

차별받으며 다를 그렇게 살았지만

부지런한 부모님은 늘 가난했다.

안동으로 돌아와서도 그렇게 살았다

그래도 굶지는 않았다

내가 너무 많이 가지면

가난한 어린이가 굶주릴까 필요한 만큼 취했다

하고 싶은 공부는

아버님이 모아오신 헌책으로 채웠다

비록 헤어진 책이지만

희망을 키워주었고 꽃을 발견하게 했다.

 

가능한 하나님 곁에서 살고자 했다

예수님이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천국은 너희 같은 마음의 소유라 하시어

사랑에 목마른 어린이와

굶주림에 허기진 어린이와

고통 중에 병든 어린이와

세상의 폭력에 떨고 있는 어린이와

외면 받는 어린이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늘 기도하며 살았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려

엄동 새벽 미명에도 복음의 종을 울리며

골방에서 날마다 기도했다.

 

 

청년기 폐병이 들어 왔을 때

하나님께서 치유하여 주실 거라 믿으며

아름답고 심성 고운 여인과 결혼하여

예쁜 딸도 낳고 싶다고 기도했다.

내 자식만 사랑하여 가엾은 어린이들 모른 체할까

신이 염려하신 것인지

결국 혼자 살며 어느 날부터 그 기도를 잊었다.

몽실이도 걸리고

벙어리 동찬이

점득이

팔푼돌이네 삼형제

지난번에 본 바닷가 가난한 아이들

알지 못하는 북녘 아이들도,

옆집 강아지

먹구렁이

너구리도 마음에 걸려서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 갈 때까지

연애 이야기만 나오면 덜덜 떨며 살았다

그렇다고 늘 혼자는 아니었다.

술 마시고 돼지 죽통에 오줌을 가끔 누는

목사 친구와 소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잔소리가 심한 신부하고도 비위 맞추며 살았다.

어려운 사람과 함께 사려 애쓰는 변호사

친구도 있었으니

늘 외로웠다는 푸념은 사실 엄살이다.

 

큰 상을 주겠다는 문학단체도 있었다.

내 형편에 과분한 돈푼께나 상금도 따라왔지만

당체 내가 뭐 한일이 있다고

부담 가는 그런 상이 아예 없으면 더 좋다고

그렇게 여유 있으면

몽실이 처지 애들을 위해 사용하라고

되돌려 보내기도 했다.

 

축복인지 벌인지 염려보다 꽤 오래 살았다

늘 쌀 두가마니를 어깨에 지는 고통을 겪으며

차라리 아프지만 않으면 절름발이로

불편하게 사는 것이 좋겠다고 기도했다.

하나님이 그냥 살라 하시니 모를 일이다.

조만간 죽기는 할 것 같다

기왕이면 평안한 천사처럼 눈 감았으면 좋겠지만

아마 입 벌리고 흉하게 죽는 모습이 상상된다.

그래서 나 죽거든

입이 무거운 아랫마을 이()군에게 일러서

소리 소문 없이 화장시켜 무너미 근처든지

마을 뒷산 빌뱅이 언덕 여기 저기 조금씩 뿌리라고

유언하고프나 죽고 나면 내 맘대로 안 되는 일이고.

자연으로 가고난 후 누구 찾아 온 친구 있거든

아주 낭만적으로 떠났다고 거짓말 좀 해주면 좋겠네.

 

가진 거라고는

헐어진 책들과 못 펴낸 원고와 몽실이 이야기 책 등이

전부라 유산이랄 것도 없으나

혹시 필요하면 어린이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죽고 나서 어쩌고저쩌고 호들갑 떨지 마소

동화 몇 편 썼다고 대단하게 보면 안돼요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자네의 악담도 듣지 않고

어머니 계신 곳으로 가니

나중에 혹시 또 보거들랑 손 한 번 더 잡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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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08. 권정생 아동문학관을 다녀오다(팔도문학회)

    권정생(權正生)

     - 아명(兒名)은 권경수(權慶秀),

     - 생몰 : 1937910~2007517

     - 대한민국의 동화 작가, 수필가, 시인

    - 대표작 강아지똥몽실 언니. 140편의 단편동화, 5편의 장편동화,

         5편의 소년소설(단편 1편 포함), 100편이상 동시 동요 외,

     80여편의 옛이야기를 재화 혹은 재창작, 150여편의 산문.

  - 주요 거주지는 경상북도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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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7.07.27 21:54

    첫댓글 지난 이야기 잘 돌려보았습니다
    그분의 소망처럼 위대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새삼 그날을 추억해 봅니다 행복하소서

  • 17.07.28 05:49

    지난번 팔도문학 기행 불참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박인태 회장님 덕분에
    고 권정생 아도문학가의 일대기를 잘 보았습니다.

  • 17.07.28 11:35

    어렵게 힘들게 정직하게 살다 가신 권정생님, 아프지 않는 세상에서
    지금도 어린이를 위한 마음 하나로 열심히 동화를 쓰고 계실 듯합니다.
    깡마른 체구의 사진을 볼 때마다 참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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