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지병목)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관장 한형조)은 2018년 6월 27일부터 9월 2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2층과 1층 기획전시실에서「조선왕실 아기씨의 탄생-나라의 복을 담은 태항아리-」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공동전시에는 조선왕실의 출산과 안태(安胎)에 관련된 국립고궁박물관의 왕실유물과 장서각의 다양한 문헌자료를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조선왕실의 새 생명 탄생에 대한 염원을 시작으로, 왕실 여성의 임신과 태교, 아기씨의 탄생과 양육 그리고 태실(胎室) 조성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 안태(安胎): 아기의 태를 항아리에 담아 길지(吉地)를 찾아 태실을 만드는 것. 장태(藏胎)라고도 함.
전시는 4부로 구성되었다.
조선왕실에서 새 생명의 탄생은 왕실 가족을 넘어 온 나라의 기쁨이었다. 아기씨를 바라는 기원에서부터 태교, 출산, 양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정성껏 준비하였고 아기씨의 탄생과 관련된 모든 것을 소중하게 여겼다. 특히 아기씨에게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고 성장하게 한 태胎는 출산 후에도 함부로 하지 않고 귀하게 다루었다. 조선왕실에서는 아기씨 앞날에 복과 건강을 기원하며 태를 씻어 항아리에 보관하였다가 땅의 기운이 좋은 곳에 태실을 만들어 묻는 안태安胎의례가 규범화되었다. 특히 왕위를 이을 원자나 원손의 태실胎室은 전국에서 가장 좋은 일등지一等地에 만들어졌고 후일 아기씨가 왕이 되면 태실에 석물을 더하여 위엄을 갖추는 가봉加封절차가 진행되었다. 현대에 태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생명의 탄생은 우리의 미래와 닿아 있기에 출산과 관련된 일은 여전히 사회적인 관심과 주목을 받는다. 생명과 그 근원인 태를 각별하게 대하였던 조선왕실의 출산과 안태문화를 소개하는 이번 전시가 생명 탄생의 귀중함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 1부 ‘종사지경(螽斯之慶), 왕실의 번영을 바라다’에서는 조선왕실의 아기씨 탄생에 대한 염원을 보여준다. 종사(螽斯)는 한 번에 많은 알을 낳는 ‘베짱이과’의 곤충으로 부부의 화합과 자손의 번창을 상징하며, 나라의 경사를 뜻하는 ‘종사지경(宗社之慶)과 뜻이 통하는 말이다. 왕실에서 대를 이을 아들이 탄생하는 것은 단순한 가계(家系)의 계승을 넘어 국가의 기반을 다지고, 왕실의 영속성이 보장됨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왕실의 태교와 출산 관련 유물들이 전시되며, 이들의 생활 유물들을 보며 일상생활 속에 깃든 자손 탄생에 대한 염원을 살펴본다. 왕실의 태교와 출산 관련 유물들이 전시된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인 ‘백자도(百子圖)’는 다양한 놀이 장면을 보여줌과 더불어 여러 상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백자도는 백동자도(百童子圖), 백동도(百童圖)라고도 하는데, ‘백(百)’이 많은 수, 충만함을 의미하듯 그림 속에는 여러 명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해맑게 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지 상징하는 바는 무엇인지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 백자도병풍(百子圖屛風), 19세기~20세기 초, 비단에 채색, 병풍 세로: 96cm, 가로: 296.8cm | 화면 세로: 74.3cm, 가로: 291.2cm 6폭 병풍이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백자도(百子圖)는 어린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백동자도(百童子圖)라고도 한다. 자손 번성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각 장면마다 아이들이 연못이나 건물 내부, 마당 등에서 무리지어 놀고 있는 광경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붉은색 · 녹색 · 청색의 상의를 입고 있으며, 상의에는 금으로 문양이 그려져 있다. 괴석과 나무가 전형적인 화보풍(畵譜風)으로 표현되었다. 건물에 여러 가지 색을 입혔으며 기둥의 장식에는 금박을 사용하였다.
매화꽃을 따기 위해 나무에 오르는 아이들, 버드나무 아래에서 손목 때리기 놀이하는 모습, 아기를 업은 큰 아이에게 나도 안아달라며 팔 벌려 떼를 쓰는 아이 등 귀여운 모습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호화로운 전각, 괴이한 태호석(太湖石), 오색 구름, 홍살문, 흰 사슴 등 성스러운 기운과 길상적인 상징들에 둘러싸인 환상적이고도 이상적인 공간 속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전각 앞의 넓은 마당에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행차를 하고 있습니다. 선두에는 깃발을 들고 징과 북을 치는 아이들, 목마(木馬)를 타고 따르는 아이, 바퀴달린 수레를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아이들은 마치 고위 관리를 호위하며 행차하는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아이들의 행렬은 관리 행차 모습을 흉내낸 것으로 장차 아이가 커서 입신출세(立身出世)하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입니다.
행렬하는 아이들 옆에는 원숭이 한 마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무리의 아이들이 모여 있습니다. 줄에 묶인 원숭이는 북 소리에 맞춰 마치 재주를 부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며 구경하는 아이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구경꾼 아이 중 한 아이는 꽈당 넘어지면서 신발이 벗겨지고 엉덩이가 드러난 채 엎어져 있는데, 넘어진 아이를 걱정하며 측은하게 바라보는 또 다른 아이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원숭이의 ‘후(猴)’는 제후의 ‘후(侯)’와 동음으로 높은 관직에 봉해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먼저 연못에는 발가벗은 채 서로 연꽃을 차지하기 위해 손을 뻗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연꽃을 쥔 아이의 다리를 들어 올려 넘어뜨리려 안간힘을 쓰기도 하고, 연꽃을 쥔 아이는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른 아이의 머리채를 잡는 등 몸싸움을 하는 모습에 웃음이 납니다. 통통한 아이들이 연꽃을 빼앗느라 야단법석입니다. 그림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백자(百子)는 많은 자손을 의미하는데 연꽃의 ‘연(蓮)’은 잇다르다는 의미의 ‘연(連)’과 음(音)이 같아 연달아 자식을 낳는 것, 즉 다남(多男), 다산(多産)에 대한 소망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 옆의 다른 무리의 아이들은 바지를 무릎 위로 걷어 올리고 그물로 물고기를 잡고 있습니다. 물고기가 그림에 보이지는 않지만 머리를 맞대고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에 마치 잉어가 파닥거리는 장면을 상상하게 됩니다. 잉어의 ‘이(鯉)’와 이익의 ‘이(利)’는 동음(同音)으로 물고기 잡기 놀이는 부를 얻는 것, 즉 풍요와 번영을 의미합니다.
화려한 전각, 다소 이색적인 아이들의 머리 모양과 복식은 중국풍으로 백자도의 연원을 중국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99명의 아들이 있던 주나라 문왕이 한 명의 아이를 주워와 100명의 아들을 두어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는 이야기, 유목민이 혼인에 사용했다는 백자장(百子帳, 아이가 노는 모습을 수놓은 침상의 커튼)과도 관련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림 속 놀이는 송나라 영희도(嬰戲圖)에 등장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백자도는 병풍의 형태로 제작되어 왕비가 동뢰연(同牢宴)을 치르기 전 왕실 법도를 배우며 머무는 별궁에 놓였고, 궁중연향에서 왕세자와 왕세자빈이 머무는 곳에도 설치되었습니다. 창덕궁에서 전래된 이 백자도 병풍에는 왕자의 탄생을 염원하는 왕실의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참고문헌: 박정혜,『조선 궁궐의 그림』, 돌베개, 2012년/ 김선정,「조선후기 백자도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사학위 논문, 2001년)
◆ 2부 ‘고고지성(呱呱之聲), 첫 울음이 울려 퍼지다’에서는 왕실에서 새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고고지성’은 아기가 세상에 나올 때 내지르는 힘찬 첫 울음을 뜻한다. 조선왕실의 출산문화는 출산시점을 기준으로 산전의례産前儀禮, 산후의례産後儀禮로 나눌 수 있다. 산전의례에는 왕실의 자녀기원, 임신과 태교, 출산 전 준비과정, 출산 등이 속하며, 산후의례에는 출산 후 삼일, 초칠일, 삼칠일, 백일, 첫돌 등 아기씨 탄생 후 특별한 시기마다 행하는 의례가 속한다. 왕실의 출산의례는 산모의 안전한 출산과 신생아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엄중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
전시에서는 출산을 위해 설치한 산실청(産室廳), 삼일‧초칠일‧삼칠일‧백일‧돌 등 출생 관련 의례들, 아기씨 양육을 공식적으로 담당한 보양청(輔養廳), 아기씨를 실질적으로 돌보는 유모 ‘봉보부인(奉保夫人)’ 등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특히, 장서각이 소장한 궁중 발기(發記)는 상세한 물품 내역이 적혀 있어 아기씨의 탄생과 양육에 관한 궁중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알려준다.
* 발기(發記): 주로 궁중에서 사용되었던 물품의 목록과 수량을 열거한 문서
▲ 왕세자탄강진하도병풍(王世子誕降陳賀圖屛風, 보물 제1443호), 1874년, 비단에 채색, 병풍 세로: 269cm, 가로: 43.3cm | 화면 세로: 133.5cm, 가로: 37.5cm,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1874년(고종 11) 2월 원자[(元子), 순종(純宗)]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진하(陳賀) 행사 광경을 그린 궁중행사도이다. 전체 10폭의 병풍으로 장황되어 있다. 제1폭과 제10폭에는 관원들의 이름과 관직, 품계 등이적혀 있고, 제2폭에서 제9폭에 걸쳐 창덕궁(昌德宮) 인정전(仁政殿)에서 열린 행사 장면이 그려져 있다. 행사 장면 묘사에는 부감법(俯瞰法)과 평행사선구도를 이용하였으며, 인정전 건물의 기둥과 벽면을 높게 표현하여 실내 광경이 들여다보이도록 하였다. 행사에 동원된 인원과 여러 기물들이 선명한 색채로 표현되어 있다. 좌목(座目)의 내용으로 보아 순종이 태어날 때 설치된 산실청(産室廳)에서 일했던 관리들의 주도로 이 병풍이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 3부 ‘좋은 땅에, 태실을 만들다’에서는 아기씨의 태를 정갈하게 갈무리하여 좋은 땅을 찾아 묻고 태실을 조성했던 안태문화安胎文化를 소개한다. 태실에는 새로 태어난 아기씨 앞날의 건강과 복, 나아가 나라의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태가 좋은 땅에 묻히면 태의 주인이 건강하고 지혜로울 것이라 여겼기 때문인데, 왕위를 계승할 원자(元子)나 원손(元孫)의 태는 길지吉地 중에서도 가장 좋은 땅을 택하여 묻었다. 후일, 태실의 주인이 왕위에 오르게 되면 석난간 등의 석물 등을 더하여 설치하고 가봉비를 세우는 가봉(加封)의 절차를 통해 국왕 태실로서의 위엄을 나타냈다. 왕손의 태를 묻은 지역에는 백성들이 거주하거나 농사를 지을 수 없었으며, 태실의 석물이 파손되면 일정한 법식에 따라 개수改修하였다.
태실 조성과 관련된 의궤 등 문헌자료, 태실 가봉 후 왕에게 올렸던 태봉도(胎封圖)와 태실비의 탁본, 태를 담은 태항아리와 태지석을 모두 한자리에 모은 3부는 조선왕실 특유의 안태 문화를 시각적으로 재구성하여, 이번 전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 가봉(加封): 태실의 주인공이 왕위에 오른 이후 추가로 석물과 비석을 설치하는 것
◆ 4부 마지막으로 ‘태항아리, 생명을 품다’에서는 조선왕실 아기씨의 태를 담았던 다양한 도자기들을 조명한다. 태를 땅에 매장하기 위해 사용된 도자기는 조선 초기 도기를 시작으로 분청사기를 거쳐 백자에 이르며 태항아리로서 일정한 형식을 갖추게 된다. 특히, 경상북도 성주에 있는 세종의 왕자들 태를 안태(安胎)하기 위해 사용된 도자기들은 이 시기에만 사용된 특별한 형태로 커다란 뚜껑모양이다. 태를 담았던 도자기는 성종(成宗, 탄생: 1457년, 재위: 14691494년)대에 이르러 내·외항아리를 갖춘 백자로 변화하며, 조선 후기까지 꾸준히 제작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서삼릉 태실에서 발굴한 태항아리를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이중에서 성종과 인성대군(仁城大君, 1461~1463년)의 외항아리 등은 소재가 분명치 않았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소장처를 확인하게 되었다. 역사의 굴곡에서 유전하던 유물들이 90여 년 만에 다시 모인 것이다. 이를 계기로 태실과 태항아리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특별전 기간에는 전시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7월 26일에는 ▲ 조선왕실의 출산과 태(胎)의 의미(신병주, 건국대학교 사학과 교수) ▲ 17세기 중엽 조선백자 태항아리의 편년 및 제작 양상(김경중 경기도자박물관 학예연구사) ▲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조선왕실 태항아리(백은경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8월 9일에는 ▲ 조선왕실의 장태문화와 태실 관련 회화자료(윤진영 장서각 왕실문헌연구실장) ▲ 조선시대 국왕의 탄생이야기(박용만 장서각 책임연구원) ▲ 조선 시대 왕실의 안태와 가봉의식(이욱 장서각 전임연구원) 등 6개의 강연이 마련된다.
이밖에도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활동지를 통해 알기 쉽게 학습하는 ‘활동지와 함께 하는 전시해설’(7.23.~8.17.), 초등학생을 포함한 가족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소중한 우리 가족 생일 떡 만들기’(7.28./8.4./8.11./8.18.) 등 특별전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 행사도 진행된다. 전시와 행사에 관한 더 자세한 사항은 전화(☎02-3701-7654)로 문의하면 된다.
자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