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속음악에 끼친 지영희 선생의 역할

경기민속음악에 끼친 지영희 선생의 역할 -친필 자료집을 중심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김   영   재 1. 序論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일찍이 참 예술인의 길을 걷게 인도해 주신 故 지영희(1909～1980) 선생님께 큰 감사의 마음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올 봄 5월 10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선생님의 20주기 추모음악회를 가진 바 있다. 이 때 직접 연주한 경기민요연주와 해금산조를 통하여 필자는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이 마음속 깊이 스며듦을 느꼈었다. 이렇듯 항상 선생님에 대한 송구스런 마음을 지니고 살던 바, 2000년을 보내며 서울 국악예술고등학교 부설 국악연구소와 한국 전통예술학회에서 개최하는 故 지영희 선생님의 경기음악에 관한 업적을 조명해 보는 자리에 함께 동참을 하게 되어 누구보다 기쁘게 생각한다. 아울러 이 자리를 빌어 주최측과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필자와 지영희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필자가 1961년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자리잡고 있던 국악예술학교에 중학 1년생으로 입학하면서 시작되었다. 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계신 선생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때 들었던 이런 저런 예술인의 자세와 기능에 대한 선생님의 강의는 지금 생각해 보니 모두가 주옥같은 말씀이었다. 그리고 해금과 피리로 들려주시던 경기음악들... 필자는 그저 황홀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 후 우리는 좁은 학교공간에서 경기음악인 민요와 대풍류곡을 차근차근 배워 나갔다. 이 때 음악을 가르쳐 주시면서 초심판(굿하는 곳)이나 환갑집 같은 곳으로 학생들이 맛을 들일까 하여 노심초사 걱정하시던 선생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생각난다. 한편 선생은 과거 우리 음악인들은 사회에서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기에 우리들이 대접받는 예술인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셨다. 선생님이 전통음악 발전에 기울인 많은 노력들은 곧 당신의 고생스런 삶이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대물림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글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선생님이 직접 친필로 정리해 놓으신 민속음악중, 경기음악의 업적에 대해 필자가 보고 느꼈던 바를 자료집을 바탕으로 재검토하였다. 이로써 경기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해 보고, 경기음악을 보다 활발하게 보존․육성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음을 밝혀두고자 한다. 2. 本論 1). 자료집으로 본 경기음악의 성과 成錦鳶編, 『池瑛熙民俗音樂硏究資料集』(1986. 5. 池成子 가야금 연구소)에 의하면 민속음악을 16부분으로 구분해 놓고 있다. 특히 이 자료는 선생이 친필로 밝혀놓은 것이어서 그 내용이 소중한 자료가 되기에 여기에서 다뤄 보려고 한다. (Ⅰ)  1) 피리산조 Ⅰ    진양(우․평조)     8장단 (4장단+4장단)    진양(계면조)       8장단 (4장단+4장단)    중모리(계면조)     12장단 (2,2,2,2,2,2)    중중모리 겸 살푸리 16장단    굿거리            16장단    잦모리            32장단  2) 피리산조 Ⅱ    진양 12장단 (우조)      ″ 12장단 (드렁조)      ″ 16장단 (계면조)      ″ 8장단 (우조) (Ⅱ) 피리 神娥慰    도살푸리 (6관, 중한림) 22장단        ″   (4관 비청)   22장단        ″   (3관 원청)   22장단        ″   (5관 청)     24장단        ″   (민요관)     24장단     살푸리  (단 5관)     48장단      모리   (발뻐드레)   44장단     잦모리  (단5관청)    70장단    굿거리-잦모리(단 5관) 33장단 (Ⅲ) 피리 平調      평조회상  󰠏󰠈       세영산   󰠏󰠋 평조가락        염불    󰠏󰠎 (Ⅳ) 細笛風流 피리 본영산(5장) 중영산(5장) 세영산(52장) 가락도리(3장) 상현(3장) 잔도드리(7장) 하현(3장) 염불도드리(6장) 타령(4장) 군악(7장) 合 48장      뒷풍류    계면(5장) 양청(5장) 우조(5장) (Ⅴ) 피리교본    ① 관악 영산회상 {대영산․중영산․잦영산․삼현도드리(돌도드리)․삼현타령․                         별곡타령}    ② 관악 취타곡 {취타․길군악․길타령․염불타령․삼현타령․별곡타령}    ③ 대풍류 무용곡 {염불․반염불․굿거리․잦은굿거리․느린허튼타령․                      중허튼타령․잦은허튼타령․휘모리(당악)} (Ⅵ) 음악해설    신아위, 무속장고, 三想曲, 산조, 가야금산조, 가야금병창, 창작곡(꽃에 향기) 풍류해설, 해금산조 해설, 해금신아위, 민요해설, 사랑가 해설, 단가와 판소리 해설, 승무 해설, 화관무 해설, 살푸리 해설, 꼭두각시 해설, 부채춤 해설, 알쏭달쏭(탈춤) 해설, 관현합주 해설, 악기 해설(피리․해금․대금), 무용기본 해설(승무․타령․굿거리) (Ⅶ) 민요악보    1. 경기 추석노래           23. 날 오라네    2. 남도 추석노래           24. 들국화    3. 뽕따러 가세             25. 돌림타령    4. 전라도 산타령           26. 양산도    5. 함양 양잠가             27. 남도 방아타령    6. 제주도 남풍가           28. 창부타령    7. 통영 개타령             29. 한림학사등과    8. 멸치잡이 노래           30. 고기잡이 노래    9. 복사꽃타령              31. 국악의 노래    10. 제주도 이야홍타령     32. 까투리 타령    11. 연밥따는 노래          33. 박꽃핀 내고향    12. 옹헤야                 34. 노들강 초록물    13. 둥둥게 타령            35. 울산아가씨    14. 널뛰기                 36. 발림    15. 달맞이                 37. 봄노래    16. 꽃파는 노래            38. 풍년놀이    17. 애수에 가을밤          39. 새봄맞이    18. 추수노래               40. 호적능계    19. 처사 선유가            41. 상사 천리봉    20. 달맞이 님맞이          42. 비가오네    21. 七月 백중              43. 해는져서    22. 김매기 노래            44. 황포돛대 (Ⅷ) 합주곡 채보    염불타령    취타편곡    휘모리- (잦은 휘모리)    가야금 (약산에 진달래)    관악 (     ″   )    호적능계- 잦은모리 메나리조- 느린굿거리              잦은 허튼타령, 잦모리, 잦은 굿거리              (천수바라보) 휘모리,              호적취타 (최인서 연주)              긴염불, 피리무속 노래가락 (Ⅸ) 平調會相奚琴       평조회상  󰠏󰠈        세영산   󰠏󰠋 평조가락      염불도드리 󰠏󰠎 (Ⅹ) 唐笛譜吹打    당적악보 吹打 (G=黃) 채보 (Ⅺ) 洋琴風流    영산회상 전바탕 채보 (Ⅻ) 玄琴風流    영산회상 전바탕 채보 (ⅩⅢ) 대금교본    1. 관악 영산회상 {내용은 피리교본과 同一함}    2. 관악 취타곡 {내용은 피리교본과 同一함}    3. 대풍류 무용곡 {내용은 피리교본과 同一함} (ⅩⅣ) 牙箏교본    1. 관악 영산회상 {내용은 피리교본과 同一함}    2. 관악 취타곡 {내용은 피리교본과 同一함}    3. 대풍류 무용곡 {내용은 피리교본과 同一함} ※ (해금교본은 단행본으로 엮어 국악예술학교에서 출판되었음.) (ⅩⅤ) 巫俗長鼓    1. 배다리(歌)              12. 푸살    2. 배다리 모리             13. 터벌림    3. 부정놀이                 14. 권선    4. 도살푸리                 15. 봉등채    5. 살푸리                  16. 가래조    6. 살푸리 모리             17. 서울노래가락    7. 올림채                  18. 길군악    8. 겻마치                  19. 굿도도리    9. 잦은굿거리              20. 바라놀이    10. 당악                   21. 부정놀이    11. 진쇠                   22. 꺽음 도도리 (ⅩⅥ) 民俗長短    ① 영산회상장단       본영산, 중영산, 세영산, 대영산, 중영산, 잦영산, 관악취타, 길군악, 길타령,       염불타령, 삼현도드리, 굿거리, 살푸리, 잦은굿거리, 타령, 당악, 세마치    ② 산조․민요․병창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엇중모리, 굿거리, 잦모리, 휘모리, 엇모리, 세마치    ③ 창․판소리       진양조, 중모리, 엇중모리, 중중거리, 굿거리, 잦모리, 휘모리, 엇모리    ④ 농악       길군악, 마당일채(길채), 잦은가락, 동리 삼채, 휘모리, 쩍쩍이 가락,       능계굿거리, 부정놀이 2). 지영희 선생의 생애와 그 역할 (1) 지영희 선생의 생애 지영희 선생은 경기도 평택군 포승면 만호리 64번지에서 부친 池龍得과 모친 金基德 사이에서 5남매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모친 金基德님은 평택군 포승면 일대에서 알아주던 巫俗人으로서 대대로 세습무 집안의 후손이다. 5남매중 둘째 池千石(예명 池光禧)선생은 피리 연주자였으며 巫俗音樂으로 잘 알려진 분이다. 또한 長女玉姬씨 역시 巫俗業으로 생활하였다. 이와 같이 그의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어려서부터 무속생활에 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한다. 지영희 선생 역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독학하여 피리․호적․장고 등을 잘 다뤄 동네에서 소문이 날 정도였다. 그러나 지영희 선생은 어느날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인하여 일찍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활동하기에 이르렀다. 제일 먼저 자리잡은 곳이 을지로 입정동이었고, 후에 주자동, 종로3가, 관훈동 등지로 이사다녀야만 했다. 이 때의 서울생활은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그 후 만주 등 각 지방에까지 공연을 다니기도 했다.  선생의 삶은 7명의 딸(수남․수복․성자․미자․순자․윤자․명자)과 2명의 아들(재용․재현)을 기르느라 고달픈 생활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어려웠던 50․60년대 당시 공연수입과 방송출연료 및 학교월급으로 성금연 선생과 힘겹게 생활을 꾸려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에도 예술에 불타는 정열로 現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에서 밤늦게까지 학생들을 지도하셨으며, 그 학생들의 진로를 생각하여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창단에까지 힘쓰셨다. 한편, 그 당시 국악계에서 안일한 국악활동에 대응하여 한국민속예술연구원을 만들어 새로운 국악활동을 모색코자 하였으나, 기존국악인들의 반대 서명운동으로 인하여 심한 갈등을 일으키셨다. 이에 국악활동 및 인간문화재 직을 내놓으시고 1974년에 미국 하와이로 이민을 떠나셨다. 하지만, 하와이에서도 계속 하와이 대학 출강, 민속예술제 참가, 가족 음악발표회 개최, 귀국연주회 등 활발한 국악 활동을 하시다가 1980년 2월 2일, 병환으로 운명을 달리하셨다. 이상은 필자가 2000년 10월 7일 지영희 선생 생가터를 찾아 인터뷰한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한 글이다. 이 날 자리에는 池載興(68세, 池光禧 선생의 장남)씨와 池元熙(66세, 사촌동생, 부모님이 세습무)씨, 지영희 선생의 3녀인 池成子씨와 4녀인 池美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3학년에 재학중인 김귀자(지성자씨의 장녀)양, 그리고 현지에서 70여년간 지영희 선생의 이웃에서 살아오신 정우천(82세)옹 등이 참석했다. (2) 지영희 선생의 역할 지영희 선생의 전통음악 실력은 그야말로 국악 전반을 꿰뚫고 있는 경지였다고 본다. 위 자료집은 친필로 써 놓은 것이지만 10여 년동안 필자뿐만 아니라 여러 제자 혹은 가족들에게까지 전승시켰다. 지영희 선생의 전통음악 계승은 기악․성악․무용․무속․농악․창작․지휘․교육․공연으로 구분하여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가) 기악(器樂) 기악 중에서 지영희 선생님은 특히 피리와 호적, 그리고 해금이 주특기이셨으며 부수적인 악기로 단소, 당적, 대금, 양금, 아쟁, 가야금, 거문고, 장고, 꽹가리, 북, 장고 등에도 매우 능하셨다. 그래서 국악관현악단을 창단하실 수 있었던 것이다.   나) 성악 (口音)   필자가 선생님을 가깝게 모시고 교육받던 중 많은 제자들에게 영향력이 미친 분야가 곧 구음(口音)으로 전수시키시는 모습이었다. 즉, 대풍류나 민요, 혹은 무속음악 지도에 있어서 악기로 듣는 것보다 口音이 그렇게 듣기 좋았다. 특히 경기민요조, 메나리조, 시나위, 호적능계, 해금민요가락, 대금이나 피리 口音은 악기성음을 얻는 데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 전통 무용   선생님은 9세 때 이미 李錫隱先生께 승무․검무․굿거리춤을 배우셨고, 1937년경 조선음악연구소에서 무용과 음악을 연구하시고 韓成俊 무용연구소에서 조교를 하시며 일본공연에도 참가하셨다고 한다. 한편, 1939년경 崔承姬 무용단과 전국을 순회하며 음악을 맡아 활동하였다고 한다.   1965년경에도 남산에 있던 시립국악관현악단에서 단원들에게 무용지도를 하셨다. 필자도 태평무와 기본무의 실제를 직접 배워보기도 했다.   라) 경기 巫俗   필자가 근래 대담한(2000년 9월) 池載興(68세)씨(지영희 선생님의 조카)의 말에 의하면 선생님은 세습무집안이었다고 한다. 지영희 선생님이 무속음악에 대하여 능통하신 것은 어려서부터 집안에서 보고 자랐기에 당연한 것이었다. 옛부터 안성, 평택은 농산물이 풍부하여 서해안을 끼고 굿이 성행한 곳이다. 그래서 지영희 선생님은 경기도당굿의 굿음악에 능통하신 것 같다.   마) 경기 농악   선생님이 젊었을 때부터 경기남부는 대대적으로 농악이 성행하였다고 한다. 그 때 선생님은 1933년경 崔群善氏에게 전반적인 가락과 진법을 다 배워서 꽹가리도 잘 치셨다. 1964년경 시립국악관현악단 초창기에 타악주자였던 김재선, 전사섭, 전사종, 정오동, 김득수, 이영수, 지갑성 등 여러분들 앞에서 농악에 관한 해박한 실무경험담을 설명하시는 것을 필자뿐 아니라 그 당시 단원들이 보았다.   바) 국악 창작   지영희 선생님은 전통적인 깊은 뿌리에서 차츰 새로운 창작곡에까지 영역을 넓혀 나아갔다. 그 예로 1938년경 조선음악연구소에 입소하여 악기와 춤, 노래반주, 소리반주, 창극반주를 통하여 편곡을 하셨고, 1939년경 선방삼화 무용연구소에서 반주곡으로 그 유명한 〈갈까보다〉와 〈滿春曲〉을 작․편곡하셨다. 1964년경에도 국악관현악으로 취타변주곡, 淸河之曲, 청노새, 휘모리, 신민요 등 편․작곡을 하셨고 이 곡들은 시민 위안공연 등 여러 곳에서 연주되었다.   사) 국악 지휘   1961년경 “민속예술대제전”이란 명제아래 국악협회와 국악예술학교가 주축으로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자리)에서 연주회를 가졌는데, 이 때 선생은 서울․수원․인천 등에서 살고있는 민속음악 악사들을 동원하여 대영산-중영산-염불타령 등을 처음으로 의자에 앉아 연주하고 지휘봉을 잡으셨다. 이 때 대중들의 관심이 매우 높았고 5일간이나 공연을 했는데 연일 만원사례였다. 그 후 시립국악관현악단이 창단되었고 선생님이 계속 지휘를 도맡아 하셨다.   아) 국악 교육   선생님은 민속음악의 교육에도 매우 열정적이셨다. 옛부터 알고 계신 음악유산을 아낌없이 학교교육에 투신하였던 결과, 민속음악이 오늘날 각 학교에서 교육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대풍류와 피리․해금산조는 선생님의 큰 업적으로 음악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과거에 천시 받던 민속음악을 악보와 실제실기를 통하여 고스란히 학교교실로 옮겨놓는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밤늦도록 음악을 지도해 주시던 그 열정적 모습으로 볼 때 선생은 교육자의 본분을 다하신 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자) 공연   선생님의 일생을 돌아보면 남을 위한 봉사정신으로 일관한 삶이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크고 작은 공연이 많아 가정도 모르고 오직 학교와 공연뿐인 생활을 하셨다. 국가공연, 시민 위안공연, 세계민속예술제 공연, 각 방송국 공연, 지방공연, 해외공연, 교도소 위문공연, 국군위문공연 등 학교수업에 지장을 받을 지경이라도 선생님의 뜻 있는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존경심이 생기기도 했었다. 자세한 공연내용은 자료집에 실린 이력서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상으로 볼 때 우리는 한 개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크고 소중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선생님은 그야말로 한국이 낳은 훌륭한 음악의 아버지다운 분이라 여겨진다. 우리 민속음악에 끼친 선생의 영향이야말로 매우 값지고 소중히 간직해야 할 문화유산인 것이다. 선생님이 계셨던 그 큰 힘으로 민속음악계뿐 아니라 현시점에서 볼 때, 각 시마다 국악관현악단이 생겨나서 오늘날 우리 음악문화에 꽃을 피우고 있으니 선생님은 그야말로 先見之明이 있으셨던 분이셨다. 3. 結論 오늘날 경기음악은 남도음악의 발전에 비해 매우 미흡한 면이 많다고 본다. 예를 들어 판소리와 경기소리를 보더라도 경기음악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적고, 실기인의 공연도 각 방송국이나 극장무대에서 그 횟수가 현저하게 적은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국악교육 면에 있어서도 각 대학이나 예술고등학교 수업 중 경기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저조한 편이다. 지영희 선생님은 경기도 평택에서 나서 일생을 경기음악에 몰두하신 분이다. 그리고 오늘날 국악관현악단의 씨를 뿌려 놓으신 분이다. 앞으로 국악인뿐 아니라 경기도 내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경기음악 발전에 박차를 가하여 균형있는 음악문화를 지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본다. 여기에 경기도 문화예술 관계자뿐 아니라 실기자들까지도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지영희 선생의 경기음악 업적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첫째, 선생은 경기 남부지역인 평택에서 출생하였으며 세습무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경기음악을 배우고 익혀서 정통적인 경기음악의 혈통을 잇고 있다.   둘째, 선생은 기악, 성악, 무용, 무속, 농악, 창작, 지휘, 교육, 공연에 이르기까지 국악 전반에 걸쳐 통달한 분으로서 현대 국악계에 큰 공헌을 하셨다.   셋째, 1961년경부터 국악관현악단의 필요성을 예견하시고, 서울국악예술학교 내에 학생국악관현악단을 창단하셨으며, 이후 시립국악관현악단을 만드는 데 산파역을 맡으셨다.   넷째, 현재 국악계의 중요한 자리에서 민속음악을 지켜오고 있는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였으며 현 서울국악에술고등학교의 음악교육이 선생의 교육이념을 이어받고 있다.   다섯째, 아직도 고음반이나 방송국에서 선생의 피리, 해금, 관현악곡 등이 연주되고 있으며 각 대학 국악과와 예술고등학교에서 대풍류, 해금산조, 시나위, 민요 등 교육을 활발하게 실행하고 있는 점 등이 특기할 만하다. 이상으로 열거해 볼 때 선생의 업적은 우리 전통음악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영희 선생이 끼친 경기음악에의 영향을 재조명해야 할 것이며, 선생이 세운 경기음악의 업적을 계속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에 후학들은 생가복원 및 경기음악의 특성을 활발하게 연구하여 보다 나은 서울․경기지역 문화발전에 박차를 가하여야 할 것이다. 올해는 지영희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꼭 20년이 되는 해이다. 참으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지만 선생의 고매한 예술 앞에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고 선생님 영전에  명복을 비는 바이다.                                                        2000년 12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김  영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