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소감】
다시 읽어도 재미있어요!
- 박진용 작가의 창작동화
■ 필자의 말 :
계절마다 또는 매달 부쳐오는 문예지에 실린 수많은 작품을 빼놓지 않고 모조리 다 읽진 못한다. 나이 탓인가. 이제 책을 보는 일도 눈이 침침해서 오래 읽질 못한다. 그런데 박진용 작가의 창작동화는 꼭 빼놓지 않고 읽는다.
내가 좋아하는 박진용 동화작가(교육자, 전 대전문학관장)가 평소 즐기는 막걸리처럼 그분의 동화는 술술 목으로 잘도 넘어간다. 동화책이 막걸리처럼 목으로 술술 넘어가다니? 그게 말이 되나? 말이 안 되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말이 안 되지. 그런데 ‘말이 되는 이유’를 나는 일찍이 일간지 칼럼으로 쓴 바 있다.
[※ 관련 칼럼 : 아래 덧붙임]
최근에는 순수 계간 문예지 《한국문학시대》에서 박진용 작가의 창작동화를 읽었다. 그분의 동화가 실린 문예지를 만나면 나는 반갑다. 즐겁다. 요즘은 <병순이(뺑순이)>가 꼭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한국문학시대》 2020년 겨울호에 실린 박진용 작가의 동화 <꽃순아 놀자>에도 ‘병순이’가 주인공이다. 《한국문학시대》 2021년 봄호에 실린 박진용 작가의 동화 <도깨비방망이는 어디에 있을까>에도 ‘병순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며칠 전 배달된 《한국문학시대》 2021년 가을호에 실린 박진용 작가의 동화 <뺑순이와 아기 고라니>에도 어김없이 ‘병순이’가 주인공이다.
병순이! 순박하면서도 심성 착한 병순이! 현대 첨단 문명 속에서 약삭빠르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삶과는 상관없는 순수한 세상. 거기 힘들게 살아가는 어른들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해주는 천진한 동심이다.
독자가 주인공 이름 ‘병순이’에게 주목하는 이유가 뭔가. ‘병순이’가 만들어 가는 따뜻하면서 정겨운 삶의 이야기는 박진용 작가의 옛 고향 집 풍경과 영락없이 닮았다. 여기에 ‘고라니’가 등장하니, 요즘 반려동물을 한 가족처럼 애지중지 보살피는 도시인들의 삶에 비교가 된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시골 소녀 병순이의 눈을 통해 박진용 작가가 궁극적으로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심오하게 따질 일이 아니다. 순수라는 동화 속 우물에 풍덩 빠지면 된다. 순박하고 따뜻한 내 이웃을 그저 정겹게 바라보면 된다. 창작동화의 매력이다.
오늘은 10여 년 전 박진용 작가의 출판기념회 풍경을 더듬어 보았다. 아, 즐거워라, 역시 재미있다니까, 다시 보아도 재미있어. 그 당시에도 즐거움을 참기 어려워 일간지에 칼럼을 썼으니까. 다시 읽어봐도 웃음이 나온다.
박진용 작가는 왜 그렇게 재밌는 겨? 왜 그렇게 웃기는 겨? 정말!
칠순을 넘긴 할아버지이신데도 여전히 귀여운 동자승(?) 같은 미소만 봐도 독자는 엔도르핀이 팍팍 솟구친다니까.
2021.10.01. 윤승원 記
■ 덧붙임 : 관련 칼럼
※ 금강일보 『윤승원의 세상풍정』 2010년 11월 8일자
윤승원의 세상風情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화의 신기한 힘'
- 감명 깊었던 <박진용 동화작가 창작동화집 출판기념회> -
윤승원 논설위원,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동화작가 박진용 선생(대전 가수원중학교 교장)의 창작 동화집《말을 먹고 사는 새》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그 흔한 초대장도 없었다. 행사를 주관한 문학단체에서 친분 있는 문인들에게만 알렸다고 한다. 축하금이나 화환도 일절 사양했다. 평소 작가의 넉넉한 인품과 교직자로서의 소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떠들썩한 이벤트도 없었다. 하지만 행사가 시종 재미있고 즐거웠다.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간 듯 꾸밈없는 진솔한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다.
◆ 막걸리 좋아하는 소탈한 동화작가의 진면목
진행은 김명아 시인(대전 신계중학교 교장)이 맡았다. “저자의 문단경력이 30여 년인데 이렇게 오랜만에 책을 낼만큼 과작(寡作)인 것은 그가 막걸리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농담하여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시종 폭소가 끊이지 않았던 '박진용 창작동화집 출판기념회' - 지난 주말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는 박진용 동화작가의 창작동화집《말을 먹고 사는 새》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떠들썩한 이벤트도 없었지만 행사가 시종 재미있고 즐거웠다.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간 듯 꾸밈없는 진솔한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다.
▲ 진행자인 김명아 시인(대전 신계중학교 교장) - 저자인 박진용 작가와는 각별한 사이로 30여년전 결혼식 사회를 자신이 맡아보았는데 공교롭게도 이런 뜻 깊은 기념행사에 또 다시 진행을 맡게 되었다면서 저자와의 끈끈한 우정과 오랜 세월 문단과 교단에서 변함 없이 이어가고 있는 남다른 인연을 밝혀 부러움을 샀다.
저자의 고교시절 은사였던 송하섭 문학평론가와 대학원시절 지도교수였던 송백헌 박사의 구수하면서도 유머 넘치는 축사와 김영훈 작가의 세밀한 서평, 대전문인총연합회 김용재 회장(시인)의 정이 넘치는 축사는 한 가족과 같은 따뜻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저자의 인사말’이었다. 동화작가 다운 순수함과 특유의 익살스러운 인사말에 폭소가 끊이지 않았다. 그는 5학년 때까지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방과 후 공부를 했다고 한다. 아내와 성장한 두 자녀도 함께 한 자리였지만 조금도 부끄러움 없이 자신의 유년시절 남달리 개구쟁이였던 모습을 고백했다.
◆ 옛 은사 '연애편지 배달사연' 전격 공개한 '만년 개구쟁이 소년'
당시 ‘증인’이 내빈석에 앉아 계셨다. 작가의 초등학교 5학년 때 은사님이었다. 유년 시절에는 구구단도 중요했지만 작가는 친구들과 뛰어 노는 일이 더 신났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유독 키가 작고 행동이 민첩한 자신에게 ‘연애편지 심부름’을 시켰던 사실도 고백하여 장내를 긴장시켰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그 쪽지를 그대로 전달했을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착실한 학생이었을 것으로 보여요?”라고 반문한 뒤, “선생님이 전달하라고 한 쪽지를 죄다 읽어보았다”고 술회하는 게 아닌가. 참석자 모두 박장대소했다.
꼭꼭 숨겨진 비밀이 뜻하지 않게 전격 공개되는 순간, 옛 은사님의 난감한 표정이라니… 누구보다 착실한 학생이라 믿고 ‘연애편지 심부름’을 시켰던 자신을 뒤늦게 책망(?)하지는 않았을까? 작가는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오늘 날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기실 그 시절 선생님의 연애편지를 통독한 덕분”이라고 말해 또 한 번 박수가 터져 나왔다.
◆ 독자들이 진정으로 공감하고 감동하는 것
독자들이 공감하는 것은 화려한 찬사 일색 축사나 자화자찬 식 과거사가 아니다. 속살을 드러내는 소탈한 고백이 더 큰 감명을 준다. 저자는 현직 교장선생님이다. 과거 5학년 때까지 구구단을 외우지 못했다는 고백이나, ‘연애편지 배달 소년’이었음이 새삼 알려지기라도 하면 놀림거리가 될까? 그렇지 않다.
교육은 바로 이렇게 선생님 자신의 진솔한 체험이 용해되어 ‘사랑’으로 분출될 때, ‘놀기 좋아하는 학생’, ‘말썽 피우는 학생’들도 선생님의 진면목을 이해하고 친숙하게 따르게 된다. 선생님이 ‘체벌’을 한다고 해서 학생지도가 제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인사말은 마무리가 더 인상 깊었다.
최근 시골집에서 개를 기르면서 느낀 바를 오늘의 교육현장에 대입시켰다. 개의 밥을 일주일에 한 번쯤 주게 되는데, 요즘 개는 영리해서 일주일 분치를 한꺼번에 다 먹고 ‘짜구(자귀)’가 나는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나눠먹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에게도 표정이 있다’고 했다.
주인이 예뻐해 주면 개의 얼굴이 밝아지면서 한 없이 꼬리치고 달려들지만 주인이 노상 꾸짖기만 하고 큰소리치면 ‘개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주인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고 해도 슬슬 피하면서 숨어버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물며 집에서 기르는 개도 이럴 진대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 것인지는 ‘사랑’이란 말 이외엔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 세상을 변화 시키는 창작동화의 '신기한 힘'
동화는 꼭 어린이만 읽는 글은 아니다. 어린이에게는 즐거움과 꿈을 주고 어른에게는 인생을 새롭게 관조하게 만든다.
▲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창작동화집' - 어떤 물리적인 자극과 타율 보다는 스스로 각성하여 심성을 바르게 키워나가게 하는 '신기한 힘'을 보여주는 박진용 동화작가의 창작동화집《말을 먹고 사는 새》
창작동화《말을 먹고 사는 새》에는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 속에 새를 한 마리씩 기르고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 ‘마음속에 자라는 새’가 살아가면서 어떤 놀라운 힘을 보여주는 지 신선한 깨달음을 준다.
체벌논란이 커지는 현실에서 어떤 물리적인 자극과 타율보다는 ‘학생 스스로 각성’하여 심성을 바르게 키워나가는 ‘신기한 힘’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창작동화집을 감명 깊게 읽으면서 동화 한편이 잘만 활용하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
※ 박진용 동화작가의 신작 동화 감상 소감과 과거 제가 쓴 박진용 작가의 출판기념회 참석 소감[칼럼]을 페이스북과 카페에도 다시 링크합니다.
엊그제 저의 블로그 ‘청촌수필’에 쓴 소감인데, 존경하는 송하섭 교수님께서 보시고 박진용 작가님께도 전하셨군요. 저의 보잘것없는 소감은 제쳐두고, 칼럼 속에 등장하는 두 분의 사진을 자세히 보셨으면 합니다.
박진용 작가님 창작동화집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가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인데, 가슴에 꽃을 꽂은 박진용 작가님 밝은 표정도 보기 좋고, 행사 진행자이셨던 김명아 시인님의 웃는 표정도 일품이어서 필자 혼자 간직하기 어렵습니다. 사진 속 주인공이신 두 분 문인과 추억의 사진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동화 작품 속의 배경인 대평리 시골집에서 방금전 직접 전화를 주신 박진용 작가님과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소감 필자 윤승원, 2021.10.03. 페이스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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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댓글
◆ 낙암 정구복(역사학자, 문학박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21.10.03. 15:42
장천 윤승원 선생의 문학인과의 폭넓은 인연을 상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박진용 작가님(선생님)의 동화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런 선생님 아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참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윤 선생이 보내주신 ‘한국문학시대 66호’에서 박 선생님의 동화를 다 읽었습니다. 참으로 병순이가 새끼 고라니의 엄마가 된듯한 맺음말은 우리에게 순순한 동심의 넓고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주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읽게 해주신 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정 박사님께서 박진용 선생님의 동화를 다 읽으시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공감해 주시는 따뜻한 소감까지 올려 주시니, 작품을 소개한 보람을 느낍니다. 과거 박진용 선생님 창작동화집 출판기념회에서 느낀 소회를 칼럼으로 쓴 뒤, 많은 독자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신문의 정치면과 사회면은 거칠고 삭막한 이야기로 도배를 해도 오피니언 면에서는 순수한 동심을 담은 글도 자주 소개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독자 반응이었습니다. 문학지에서도 시나 소설, 수필에 대한 소감이나 이런저런 형태의 언급은 자주 대할 수 있어도 동시나 동화에 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인색한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동시나 동화를 즐겨 읽는 독서 풍토가 확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 박사님의 귀한 댓글이 그런 측면에서 문단과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주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페이스북 댓글
◆ 박진용(동화작가, 전 대전문학관장) 2021.10.04.23:10
졸작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쑥스럽습니다. 칭찬해 주시니까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네요.
저는 아직도 달고나를 좋아하는 소년인가 봅니다.ㅎㅎ
윤승원 선생님, 고맙습니다.
▲ 답글 / 윤승원 2021.10.05.07:50
박 작가님 동화를 재미있게 읽으셨다는 정 박사님 귀한 댓글도 감사하고,
세상을 아름답고 순수하게 바꾸는 '동화의 힘'을 믿는 독자 여러분들께도 감사합니다.
숨어 있는 박진용 작가님의 창작 동화를 세상에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병순아, 놀자. 고라니야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