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민족의 운명과 진보통합-야권연대 노선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
한반도 평화 실현에 앞장서는 진보대통합
요즘 남북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몇 차례 물밑접촉이 실패한 경험이 있어 국민들의 신뢰가 높진 않지만, 시중에는 남북고위급회담 개최에 이어 11월말 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당장 9월 21일 남측의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과 북측의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 북경에서 만나 2차 비핵회담을 갖고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타진하게 된다. 얼마 전 불교 조계종 인사들과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 감독의 방북이 있었고 9월 21일부터 3박4일간 7대 종단 대표들이 한꺼번에 북으로 들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까지 만날지도 모른다는 뉴스다.
비핵개방3000, 대북전단 살포, 5.24조치, 한미합동군사훈련, 천안함∙연평도 사태 등 이명박 정권의 반민족 반통일 정책이 얼마나 많은 피해와 고통을 가져다주었는가.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줄곧 어려워진 남북관계의 변화 발전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는 남과 북, 해외 7천만 동포들이 이명박 정권을 끈질기게 포위, 압박한 결과인 동시에, 지난 3년 8개월 동안 온갖 실정으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권력교체기에 늘 그래 왔듯이, 저들은 2012년 총선∙대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긴장고조냐 대화모색이냐, 공안탄압이냐 회유기만이냐를 놓고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지속적인 중재 노력, 7월 북미고위급회담에서 북의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라는 강력한 견인과 미국의 사전조치(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 핵·미사일 실험 중지, 남북관계 개선)요구 사이의 조율, 8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관련 북 입장 지지와 러-북-남 가스관 연결사업 합의 등으로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 수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더구나 내년 11월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에서 바닥을 기고 있으니 외교에서 실적을 올리고자 대북 특사 파견-6자 회담 재개-북미정상회담(아니면 북미고위급회담)-한반도 평화 4자회담을 모색하는 미국의 대북정책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만일 11월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6.15, 10.4선언의 이행과 러-북-남 가스관 연결 사업을 포함한 폭넓은 경제협력이 합의되고, 뒤이어 내년 상반기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려 한반도의 평화문제가 논의된다면, 우리민족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12년 총선, 대선의 큰 변수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복지, 경제, 생태와 결합된 ‘평화문제’가 핫이슈로 등장하게 될 것은 불문가지. 반대로 안팎의 냉전수구세력의 도발에 의해 북미-남북 대화와 6자회담이 위기를 맞아 서해안에 긴장이 고조되고, 안으로는 공안탄압이 가중되어도 여전히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협력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평화문제’는 중요한 의제로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번에 위킬릭스 폭로 외교전문에서도 생생하게 드러났듯이, 미국의 대한 지배간섭에 부화뇌동하여 나라를 팔아먹고 민중을 도탄에 빠트리는 한나라당 류의 친미 보수 세력에 맞서 외세의존과 우리민족끼리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민주당 류의 중도세력까지도 야권연대 차원에서 견인하여 이 땅의 자주와 평화와 통일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는 정치적 대표체, 2012년 격변기에 화해협력에도 긴장고조에도 항상 준비되어 있는 강력한 진보대통합당의 건설이 더욱 절박하게 요청되고 있지 않는가.
보편복지 실현하고 경제위기 극복하는 진보대통합
또한 세계경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부도 위기를 넘겼지만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고 그리스 등 유럽의 재정위기도 현재 진행형이다. 중국은 인플레이션 압박에 경착륙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일본 역시 대지진 이후 성장이 정체되면서 '잃어버린 10년'을 반복할 것이라는 우려다. 브라질도 금리를 전격 인하해 신흥개도국 경기마저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 속에 신흥개도국들의 성장세에 힘입어 수출 증가세를 유지해왔으나 이것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진단이다.
미국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일단 넘겼으나 재정적자 극복을 위한 긴축 고삐로 인해 실물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특히 경제 회복을 이끌었던 제조업이 붕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물가가 높였을 뿐 별다른 효과로 이어지지 못했던 2차 달러증발(양적완화)이나 국채 매입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둘러싼 신용등급 강등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는 악화일로다.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으로 한 숨을 돌렸지만, 그로 인해 스페인의 재정위기가 심화되는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시장은 여전히 어렵다. 기업·소비자 경기체감지수가 5개월 연속 하락함에 따라 유로존의 하반기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로존 경제를 이끌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등의 지수도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물가상승률은 3개월 만에 최고인 2.4%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이 연내에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은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가 장기화하면서 전력대란에 따른 생산 차질, 자동차와 전자부품 수출 침체가 예상되고 있다. 엔화 강세는 일본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으며 저출산·고령화로 시장이 위축돼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도 200%대로 재정 투입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으로 만성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빠져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강력한 긴축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경기회복세는 둔화되고 물가는 여전히 높다. 막대한 규모의 지방 부채와 부동산 버블 우려도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을 더하고 있다. 지방정부 부채가 은행 대출 부실화와 이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중국 발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는 어떠한가. 8월 소비자물가가 5%이상 폭등했다. 전반적으로 산업, 수출 지표들도 둔화되는 모양새다. 경기부양을 하자니 물가가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정부가 수정 제시한 '성장률 4.5%, 물가 상승률 4%' 달성도 힘들어 보인다. 가계대출은 크게 늘어나고 전세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며 소득은 정체되어 있다. 이명박 정권은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쇠고기 시장을 추가로 내주더니 오는 10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불평등한 한미FTA 비준 동의안을 직권상정하는 매국행위를 일삼고 있다.
한국의 현재 청년실업율이 9.5%에 육박하고 대졸 비경제활동인구가 2001년 164만 4천명에서 2011년 295만 2천명으로 늘었다. 1,600만 명의 노동자 중에서 비정규직이 약60%, 850만 명을 차지하고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이하이다. 농촌인구는 고령화에 300만 명으로 줄어 곡물자급률은 27%에 그치고 있다. 신규사업체 중에서 1년 만에 30%, 3년 만에 절반, 5년 만에 70%가 망해 영세상공인들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다가 사교육비는 1인당 월평균 유치원생 29만원, 초등학생 43만원, 중학생 57만원, 고등학생 66만원이 들어간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도 2004년 75만 명에서 2009년 88만 명으로 늘었다. 자기 집을 장만하려면 연봉 2,757만원 소득자는 16년, 연봉1,295만원 소득자는 34년 걸린다. 가계부채 896억 원, 국가부채 400억 원, 공공기관 부채 740억 원으로 1가구당 부채가 평균 1억 1,700만원이나 된다. 그런데도 국세수입 중 간접세 비중이 2007년 48.33%에서 2010년 53.20%로 늘어나 조세정의에 역행하는데 더해 부자감세 정책까지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민중의 생활처지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이상, 향후 경제위기 심화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 특단의 대책이란 무엇일까? 바로 노동존중, 민생복지, 경제개혁, 생태환경의 가치와 정책을 비타협적으로 관철할 새로운 진보대통합당의 건설이 아닐까. 그 새로운 진보대통합당이 앞장서 광범한 민중이 참여하는 대중정치투쟁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2012년 총선, 대선 승리를 통해 민생, 민주, 평화도 실현하고 경제위기도 극복하는 좋은 법, 제도,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아닐까.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한 진보대통합
사대매국세력이자 반민중 반개혁 친미 보수 세력인 한나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앞세워 우리아이들 점심 한 끼 먹는 무상급식을 반대해 시민혈세 약400억 원을 낭비하며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이것이 서울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으로 실패로 돌아가자 곧바로 검찰을 동원해 후보단일화 금품수수 의혹을 제기해 곽노현 서울교육감을 구속 수사하는 등 연쇄적인 반개혁적 기도를 벌이고 있다.
이는 진보교육감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혁신교육을 파탄내고 진보진영의 도덕성과 야권연대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계획적인 도발이자 음모다. 타임 오프제와 복수노조를 통해 민주노조 약화를 기도하고 한진중공업의 대량 정리해고를 방조하는가 하면, 소액정치후원 건으로 교사, 공무원과 민주노동당을 탄압하더니 공안사건을 조작하여 색깔을 칠하는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민중들을 현혹하는 기만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바로 추가 감세 철회, 비정규직 대책, 등록금 부담 완화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명박 정권의 추가 감세철회는 내년 실시 예정인 소득세-법인세 최고 구간 감세를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실시된 부자감세를 원상복구 하는 것이 아니므로 감세 유지에 다름없다. 또 법인세의 경우 최고구간을 쪼개어 과표 500억 이상 기업만 종전 세율을 유지함에 따라 절반의 감세 철회에 그친다. 소득세 법인세 인하, 종부세의 사실상 폐지와 4대강 사업으로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한나라당 패거리들은 이렇게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발표한 비정규직 대책도 그렇다. 말인 즉은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4대 보험을 확대 적용하고 일부 재정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균임금의 50%도 못 받는 최저임금 이하 노동자들이 월 1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에서 보험금을 추가 부담하는 것은 실질임금의 하락을 초래한다. 불편파견을 근절하고 비정규직을 줄이는 노력 없는 비정규직 지원책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상시 업무까지 무분별하게 허용하는 현행 비정규직 악법부터 고쳐야 할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생 등록금 인하 대책도 마찬가지다. 1조 5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대학생 등록금을 5% 인하하겠단다. 반값 등록금은 어디로 갔는가? 더구나 등록금을 소득 별로 차등 지원하되, 대학의 등록금 동결 등 자구노력에 대한 인센티브로 그 비용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사립대학들이 소액의 국가보조금을 거부하고 등록금 인상을 선택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학부모가 입게 된다.
이와 같이 친미보수정권의 반개혁적이고 기만적인 정책으로 인해 고통 받는 민중들을 구하는 길은 무엇일까. 진보대통합과 범야권연대를 통해 민중들이 승리의 희망을 안고 민중의 요구를 그들 자신의 힘으로 쟁취하는 동시에 2012년 4월 총선에서 진보정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과 야권의 국회 과반의석 획득, 이를 기반으로 12월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저지하고 진보적 정권 교체를 실현하는 길이 아닐까.
야권통합이 아니라 진보통합에 기초한 야권연대
그런데 범 민주당 세력은 2012년 총선, 대선 승리의 길이 야권통합=야권단일정당 건설에 있다며 진보정당의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념도 가치도 정책도 문화도 방식도 다른 정당들이 하나로 합치는 게 바람직한가? 그리고 가능한 일인가?
우선, 이념에서 민주당의 중도자유주의와 민주노동당의 진보민주주의, 진보신당의 사회민주주의, 참여당의 진보자유주의는 편차가 크다. 둘째, 가치와 정책에서 노동존중, 자주평화, 보편복지, 생태환경의 실현 방도와 이를 가로막는 외세와 재벌에 대한 태도가 분명히 다르다. 셋째, 조직운영원리에서 민주당은 당직-공직 출마에 돈이 많이 들고 지명 대의원이 후보를 선출하는데 반해, 진보정당은 선거공영제를 실시하고 후보를 당원들의 손으로 뽑는다. 넷째, 활동방식에서 민주당은 4년 내내 다음 선거의 당선을 위해 득표 활동을 하지만, 진보정당들은 일상시기 민중의 요구와 이익을 실현하는 다양한 대중정치활동을 벌이면서 선거 시기의 득표활동을 결합하고 있다.
이렇게 당을 함께 하기 어려운 조건인데도 “야권연대로는 총선시기 후보단일화가 어려우니 야권통합당을 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파등록제에 기초한 야권통합당이나 야권선거연합당을 고안해 마치 진보정치의 정체성과 독자성이 보장되는 것인 양 호도하고 있다.
과거 평민연, 민연, 신민연, 통일시대국민회의 등 재야입당파, 386 인사들이 민주당에 숱하게 들어가 진보정파를 형성해 진보 목소리를 제대로 냈는가? 의원 뺏지를 달려고 뿔뿔이 흐터져 보수계파 수장 밑에 줄서지 않았는가? 비정규직법, 한미FTA, 이라크파병, 평택 미군기지 이전확장, 대북송금특검 등이 추진될 때 언필칭 그들 진보인사들이 무엇을 했는가?
정파등록제에 기초한 야권통합론은 반 한나라당을 명분으로 한 중도세력의 진보세력 흡수전략에 다름 아니며 진보정당을 보수야당내의 한낱 계파로 전락시키는 짓이다. 97년 국민승리21 이후 지난 14년의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역사를 부정하고 진보정치의 소멸로 귀결되는 한국정치의 명백한 후퇴이다.
야권통합당으로 한나라당정권을 교체한다 하더라도 중도자유주의세력이 주도하는 그 집권여당은 향후 세계경제위기와 불안정한 동북아정세의 도래로 또 다시 고통 분담 아닌 고통 전담을 호소할 게 아닌가. 이럴 때 강력한 진보야당 없이 어디에서 우리 민중과 민족의 요구와 이익을 온전히 대변할 수 있단 말인가.
과연 온갖 이질성으로 말미암아 끊임없이 분열갈등을 일으킬 야권통합당 건설이 국민의 명령인가? 선거 때 1명의 반 한나라당 후보를 만들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 아닌가. 야권통합론은 2012년 총선 연대연합에서 민주당이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에게 지역구 후보를 양보하기 싫어 벌이는 정치적 사기다.
야권통합이 아니라 진보통합에 기초한 야권연대를 통해 얼마든지 국회 과반 의석확보도 정권교체도 가능하다. 관건은 민주당-친노그룹이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에 2012년 총선후보를 일정하게 양보할 수 있느냐 이다. 대선구도 속의 총선이므로 대권주자들이 책임지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53년 체제, 87년 체제, 9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쟁에서 평화로,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실질적 민주주의로, 신자유주의와 사회양극화에서 노동존중과 민생복지로 전환하는 2013년 체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만이 아니라 정치혁신이 필요하다. 그 실현 경로는 야권통합당이 아니라 진보대통합당에 기초한 야권연대연합이 가장 바람직하고 현실적이다.
참여당까지 포함하는 진보대통합
야권통합론과 정반대로 비참여당 진보통합을 주장하는 좌편향도 있다. 민주노동당과의 통합도 거부한 진보신당 독자파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찬성하는 진보신당 통합파의 다수도 참여당 배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참여당은 자유주의 정당이며 노무현 정권을 계승하는 정당인데, 어떻게 진보대통합에 합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미FTA 추진, 비정규직법 통과 등 노무현 정권의 과오에 대한 성찰과 진보적 정책으로의 노선 전환이 부족하고 아직 실천적 검증이 덜 되었으며, 특히 유시민 대표의 자유주의적 행태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것이 그 주요 논거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노동, 농민, 빈민, 여성, 청년, 시민, 교수 등 각계 진보단체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가 근 4개월 동안 공을 들여 어렵게 채택한 5.31합의문에는 오늘의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개조하기 위한 진보적 가치와 정책이 비교적 잘 반영되어 있다. 또 ‘연석회의’는 이 5.31 합의문에 동의하는 모든 정당, 세력, 개인이 함께 9월 말까지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래서 참여당은 7월 10일 중앙위원회를 통해 이 5.31합의문을 92% 찬성으로 통과시키고 진보대통합 합류의사를 밝혀왔다. 그리고 특별결의문, 인터뷰 등 여러 차례 참여정부의 한계와 오류에 대해 성찰했으며, 각종 현안 투쟁에도 헌신적으로 참여하여 진보정당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유시민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2012년 대선에 불출마할 수도 있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그런데도 진보신당, 진보교연 등 ‘연석회의’의 일부 단위는 참여당의 합류를 거부했다. 불가피하게 참여당 합류문제를 잠시 보류하고 우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문제를 일단락 짓는 추가 협상를 통해 8.28합의문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를 민주노동당은 8.28 임시당대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한 반면, 진보신당은 9.4 임시당대회에서 또 다시 부결시킴으로써 당 대 당 통합을 물 건너가게 만들었다. 그 후 진보신당 통합파는 ‘새 진보 통합연대’로 집결하고 있으나, 비참여당 진보통합 입장을 확인하여 스스로 고립의 길을 자초하고 있다.
참여당 합류는 진보주의세력의 진보적 자유주의세력의 흡수 동화 과정이다. 그만한 힘이 진보민중세력에게 있고 또 제어할 장치도 마련돼 있다. 가령 참여당은 몇 차례 성찰과 5.31합의문을 승인하는 좌회전이 있었는데, 이에 벗어나면 비판되고 되풀이하면 징계될 것이다. 8.28진보양당 합의에 따르면 각 정당과 주요 부문단체 대표로 구성되는 공동대표 약10명 중 참여당대표 1인이 참여하는데 어떻게 진보적 자유주의 당론으로 흐른단 말인가. 물론 참여당의 좋은 점은 기존 진보정당 사람들이 따라 배워야 한다.
브라질 노동자당도 민주노총 격인 구찌(CUT)가 중심이 되어 과거 도시, 농촌 게릴라 출신부터 토지점거 및 재분배 운동(MST), 카톨릭 풀뿌리 공동체운동에다가 자유주의세력까지 포괄하고 있다. 남아공 ANC도 민주노총 격인 코사투를 주요 기반으로 공산당, 사회당 등의 당원을 이중멤버십으로 받아들여 강력한 집권당을 형성하고 있다. 이념과 가치와 정책이 달라도 얼마든지 당을 함께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이념, 어떤 세력이 주도하는가 이다. 진보대통합은 반신자유주의, 6.15선언 지지 세력의 총단결이다. 반신자유주의 안에는 반자본주의, 반제국주의, 반시장만능주의(사회민주주의, 진보적 자유주의)가 포괄되어 있으나, 세력관계의 격차로 인해 진보적 자유주의 세력이 진보대통합당을 주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민중의 견해는 간단하다. 먹고 사는데 실제 도움도 되고 사회의 근본 변혁도 추진하는 힘 있는 진보대통합당을 만들라는 것이다. 참여당을 매개로 시민사회 일부와 개혁적 중간층을 견인하는 것은 그 일환이 아닌가. 과거와 감정에 사로잡혀 마치 자신들만이 진보인양 참여당을 배제하는 것은 진보의 성숙된 자세가 아니다. 민노당+신당 통합파로 몇% 지지율을 올리며, 그 것으로 민중의 삶에 어떤 보탬을 줄 수 있겠는지 노동자, 민중에게 물어보라. 진보진영의 대국민 약속인 5.31합의문을 통과시키지도 못한 세력이 5.31합의문을 통과시킨 세력을 무슨 염치로 가로막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진보신당 통합파 일부가 신념으로 참여당 합류에 동의하지 못하면 각계 진보진영이 모인 새통추 전체 추진위원 2/3 결정에 따르거나 민주노동당+신당 통합파 이후 10월중 당원총투표 2/3 결정에 따르는 것이 진보대통합에 임하는 기본 태도가 아닐까. 그러나 그 어느 것도 답변을 하지 않고 비참여당 진보통합 운운하며 세 집결과 지분에만 집착하여 세월을 축내고 있어 더욱 유감이다. 일부는 진보신당에 잔류할 의사를 갖고 있어 언제까지 얼마나 탈당하여 진보대통합에 합류할지도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계속 기다려야 하는가. 고통 받는 민중과 엄중한 정세가 시간낭비를 허용하지 않는다.
안철수-박원순 효과를 견인하는 진보대통합
최근 진보대통합이 우여곡절을 겪고 안철수 신드롬에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까지 부상하자 진보정치에 대한 비관론이 퍼지고 있다. 안철수-박원순 효과로부터 심각한 교훈을 얻어야 하지만 그 한계도 직시해야 한다. IT산업 등 사회경제적 변화, 진보와 보수 기성정치 모두에 대한 불신, 성공신화에 대한 대중적 신뢰, 신세대 변화의 열망,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정책대안 준비 등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공정경쟁, 기회균등의 따뜻한 자본주의, 중소기업 옹호, 청년실업 극복 등을 강조하지만, 그 것조차 방해하고 우리사회의 근본개혁을 가로막는 외세와 재벌, 관료, 보수언론 등의 국내 지배권력에 대한 태도가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진보정치가 원칙과 중심을 견지하면서도 변화의 물결을 예민하게 수용하는 진보대통합당을 건설해야 안철수-박원순 효과의 긍정적 측면을 살릴 수 있다. 무소속이 아니라 민주당 이외의 강력한 진보야당의 출현은 노동자, 민중의 여전한 바램이 아닌가.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진보신당 통합파에 당적 대우를 하는 대신에 참여당과 시민사회 일부를 동참시켜 보다 높은 지지율의 진보대통합당을 만들어야 한국정치의 마이너리로 전락하지 않고 노동자, 민중에게 실익도 줄 수 있고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도 이룰 수 있다.
만일 참여당과 시민사회 일부라도 동참시키지 못하면, 2012년 원내교섭단체 구성과 진보적 정권교체라는 전략적 목표 실현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4월 총선에서 특히 수도권 대응이 곤란해질 것이다.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참여당조차 야권통합 분위기에 기울어지고 보수 대 중도의 양강 구도를 강화하여 진보는 고립을 면치 못한다. 이런 정치환경에서 이명박 정권의 공안탄압, 정치자금 탄압, 기층 민중조직 탄압이 들어오면 진보정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9월 25일 임시당대회에서 1) 진보신당의 유감스런 9/4 통합 거부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합의정신에 따라 54% 진보대통합을 바라는 분들을 존중할 것이며 2) 5.31합의문에 동의한 참여당이 통합 대상임을 확인하되, 3) 진보신당 통합파와 먼저 통합할지, 참여당까지 한꺼번에 통합할지는 수임기관에 위임해 실정과 조건에 맞게 추진하며 4) 단계적으로 하든 한꺼번에 하든 11월 전국노동자대회 이전에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완료한다는 내용의 향후 진보대통합 추진방안을 결의한다. 그리하여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와 노동존중, 민생복지, 자주평화, 경제개혁, 생태환경의 가치 실현을 위한 진보대통합을 반드시 완수해낼 것이다.(월간<민족21> 2011년 10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