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순 제 1주일 강론 : 광야에서 받으신 유혹(마르 1,12-15) >(2.18.일)
*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세 번이나 유혹을 받으셨지만, 하느님의 말씀으로 잘 극복하셨습니다. 예수님처럼 유혹을 잘 극복할 수 있기를 청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우리가 가장 많이 겪는 유혹은 ‘해야 할 일을 자꾸 미루는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을 매일 충실히 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그룹 창업자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겠습니다.
정 회장은 젊을 때 인천 부둣가에서 막노동을 했습니다. 노동자 합숙소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서 비위생적이라 빈대들이 들끓었습니다. 밤마다 빈대들이 물어뜯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그는 빈대들을 잡아보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다리 긴 나무 침상 위에 자면 빈대들을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빈대들은 상다리를 타고 올라와 물어뜯었습니다.
그러자 곰곰이 생각한 후에, 물을 가득 채운 세숫대야에 나무침상 다리 4개를 담가놓았습니다. 빈대들이 세숫대야를 타고 올라와도 물에 빠질 거라는 예상대로 며칠간은 조용히 잘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빈대들이 또 물어서 잘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물 때문에 빈대들이 상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없자, 빈대들은 다른 쪽 벽을 타고 친정으로 기어 올라가, 침상에 누운 사람을 향해 뛰어내렸습니다.
정 회장은 빈대들의 악착같은 노력에 깜짝 놀랐고, 그 후 죽을 때까지 평생 빈대의 끈질김을 떠올리며 살았습니다. ‘빈대만도 못한 사람’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빈대의 교훈을 늘 생각하면서 악착같이 노력한 덕분에, 정 회장은 ‘현대그룹’을 만들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주영 회장과 달리 게으르게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경을 살펴보면, 사탄은 부지런한 사람들을 유혹하지 않고, 오히려 게으르고 불성실한 사람들을 골라 유혹해서 이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다윗이 죄를 지은 것도, 부하들이 전부 전쟁터에 나가서 국가를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을 때, 혼자 지붕 위를 걷다가 사탄의 유혹을 받아 죄지었습니다. 지도자로서 성실치 못했을 때 죄를 지었고, 성서의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농기구 중에 낫이 있는데, 낫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놔두면 녹이 슬지만, 이상하게도 늘 사용하면 녹이 슬지 않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사탄은 불성실한 사람에게는 여러 방법으로 유혹할 수 있지만, 성실한 사람을 유혹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성실한 사람들을 늘 보호하시기 때문입니다. 사탄의 유혹을 차단하기 위해 늘 성실하게 살아야겠습니다.
2.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탄으로부터 3가지 유혹을 받으셨지만, 하느님의 말씀으로 그 유혹들을 잘 이겨내셨습니다. 그분은 하느님의 뜻에 반대되는 거짓 구세주가 되라는 유혹을 종종 받으셨습니다. 군중이 당신을 왕으로 모시려 하자 산으로 피신하셨고, 또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표징을 보여 달라고 했지만 단호하게 거절하셨습니다.
1) 예수님이 받은 유혹 중에 공생활 첫 순간의 유혹과, 십자가에서의 마지막 순간의 유혹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세례받자마자 광야로 가신 예수님이 받은 유혹은 당신의 사명과 연관됩니다. 즉 돌을 빵으로 변화시켜보라는 첫 번째 유혹과,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도 안 다칠 거라는 두 번째 유혹은 군중이 기대하던 거짓 구세주가 되라는 유혹이었습니다.
백성들을 억누르는 구세주가 되라는 셋째 유혹도 예수님 사명과 반대되는 것이었습니다. 악마는 세 번이나 예수님을 유혹했지만 실패하자, 다음 기회를 노리며 떠나갔습니다.
2) 예수님의 마지막 유혹은 게쎄마니 동산에서였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의 죽음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고통의 잔을 거둬 달라고 하느님께 애원했습니다. 하지만 당신 뜻대로가 아니라 하느님 뜻에 따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유혹이 다가와도 예수님 모습을 명심하면서 유혹을 잘 이겨내야겠습니다.
3. 미국의 어느 중환자 병동에 아주 심한 화상을 입고, 생사의 길에 서 있던 10대 초반의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처음 자원봉사를 나온 대학생 1명이 중환자 병동에 들어갔습니다.(규정상, 자원봉사자들은 중환자 병동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 대학생은 소년의 병원기록과 나이를 확인한 후, 중학교 2학년 과정에 해당하는 영어 동사변화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이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대학생 자원봉사자는 며칠 동안 그 소년을 아주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회복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고 의사들이 판단했던 소년의 건강상태가 기적처럼 나아졌습니다. 한 주, 두 주가 지나면서 완전히 고비를 넘겼고,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에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 회복원인이 뭔지 궁금해 했습니다.
얼굴 붕대를 풀 때 소년에게 그 원인을 묻자 “저도 가망이 없다고 포기했는데, 한 대학생 봉사자 형이 다음 학기 영어시간에 배울 동사변화를 가르쳐줘 놀랐어요. 그 형은 “네가 나아서 학교에 돌아가면 이것들을 알아둬야 뒤쳐지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더군요. 그때 저는 이렇게 확신했죠. ‘내가 치유될 수 있다고 의사 선생님들이 판단했나 보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붕대를 칭칭 감은 내게 다음 학기 영어를 가르쳐줄 리가 없지!’ 그때부터 마음이 기뻐지고, 살아야겠다는 소망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이것은 미국에서 일어난 실화입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한 대학생의 행동이 엄청난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이렇게 심한 화상을 입었는데, 살아서 뭐 하겠노?”라는 생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소년은 대학생 봉사자 덕분에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가졌고, 결국 새 삶을 얻었습니다. 이처럼 어떤 유혹이 있더라도 하느님 은총으로 잘 극복하고, 주위사람들도 유혹을 잘 극복하도록 도우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