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6(토) 괘방산+정동진 1 (남산골 대장님)
해늘에서의 두 번째 산행이다. 산행 짝꿍 썬문님과 함께 간다. 썬문님은 해늘에서의 첫 산행이다. '썬문'은 '해과 달'이라는 뜻인데, 내 꼬리 잡고 따라온 것이니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도란도란 산행할 수 있겠다.
해늘은 오늘도 아침식사 대용으로 떡에다 베지밀까지 준단다. 찬조하신 두 분 조나단님과 붕어님에게 감사하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고운님들 덕분에 아침이 든든하겠다.
점심은 싸가야 해서 새벽 3시에 깨서 약밥에다 시금치나물과 어묵고추볶음을 만들고, 후식으로 한라봉, 이온음료 포카리스웨트를 챙겼다.
나의 집결지는 오전 7시 사당역 10번 출구여서 집에서 1시간 30분 잡고 출발한다. 아침에는 버스가 무지 빨라서 탑승시간 30여 분 전에 도착한다.
'너무 빨리 왔나?'
주변을 둘러봐도 우리가 타야할 차가 보이지 않는다. 2주 전 해늘 첫 산행에서 뵌 산우님들도 어디에 모여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너무 일찍 온 거야.'
요즘 날씨가 낮 기온은 10도가 넘어간다는데, 아침저녁으로는 춥다. 움직여야 덜 추위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왔다갔다 해본다.
탑승시간이 다 되어가니 여산우님 한 분이 나를 알아본다.
"수선화님 아니세요?"
"네. 맞아요."
그래서 남산골 대장님과 함께 모여있는 10여 분 산우님들과 인사를 하고, 조금 기다리니 버스가 와서 탑승을 한다.
썬문님은 군자에서 탄다. 함께 타는 산우님들과도 반갑게 인사한다.
버스에서는 유끼에 대장님 사회로 해늘 오늘의 리딩 남산골 대장님과 임원진 및 수고하시는 분들 소개를 한다. 이어서 앞에서부터 한 사람 한 사람 자기 소개를 한다. 얼굴도 안 보고 소개를 하니 여전히 누가 누군지 아직 매치는 안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알아가는 것이니 기다려야 하리라.
버스는 오전 11시에 강릉 안의진에 도착한다. 철썩이는 푸른 바다가 우릴 맞이한다. 그런데 바다쪽 전봇대에서 쳐진 줄에 '위험 고압전류'라고 써 있어서 저곳은 높아서 아무나 만질 수 없는 곳인데, 굳이 위험 표시를 했구나 싶다.
괘방산 초입은 가파른 데크길로 시작된다. 한바탕 다리와 스틱을 짚은 팔에 힘을 주고 올라가니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왼쪽에 동해바다를 끼고 걷는데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주어 상쾌하다.
"햐! 좋다."
일주일에 한 번 이런 호사를 누린다. 무조건 어디든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난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맘껏 누린다는 것, 이것이 복이 아니고 무엇이랴! 좋은님들과 정겹게 산행하는 일, 이보다 더 값진 일이 있으랴! 나는 정녕 산바람이 난 게 틀림없다.
친목산악회를 오면 자주 쉬어간다. 그래도 보폭이 빠른 산우님들은 앞서가고, 느린 산우님들은 뒤에서 걷는다. 나와 썬문님은 늘 후미 쪽이다. 보폭이 약 2km 정도라서 별로 욕심을 안 낸다. 그런 면에서 썬문님과 나는 산행 짝꿍으로 잘 맞는 편이다. 앞으로도 자주 함산하자고 그런다.
괘방산 산행은 안인진~활공장~삼우봉~정상~정동진 코스로 약 9km, 점심시간 포함 5시간 소요 예정이다.
괘방산 활공장 데크에서 점심을 먹고가기로 한다. 해늘님들이 싸오신 음식을 보니 엄청나다. 모닝빵, 샌드위치 속, 배추부침, 부꾸미, 돼지껍데기, 천혜향, 청포도, 딸기, 두부부침, 도토리묵, 냉이무침, 새싹, 찰밥, 약밥, 김, 고사리나물, 시금치, 쏘시지, 김치볶음 등등 아주 잔치상이 따로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우님들과 함께 먹으려고 정성껏 준비해오신 진심에 고개가 숙여진다.
바다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삼우봉을 지나 괘방산 정상을 향해 간다. 완만한 오름길 내림길이 이어지는 재미난 길이다.
군데 군데 바위 위에서 동해바다와 등대 뷰가 멋진 곳이 나타난다. 두세 분 남산우님들이 한 분 한 분 정성껏 사진을 찍어주신다. 특히나 '반딧불'이라는 뜻의 호타루님은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오셔서 사진에 담아 주신다. 해늘 여산우님들이 아주 신이 났다. 나이가 들어도 예쁘고 싶은 것은 여자들만의 자유이니까 무죄다. ㅎㅎ.
드디서 괘방산 정상이다. 높은 철탑이 몇 개 보이고 정상은 살짝 오른쪽으로 들어가야 나온다. 이정표를 자세히 안 보고 걸으면 자칫 지나칠 수도 있는 위치이다. 서서도 앉아서도 혼자도 둘이도 여럿이도 인증을 남기고 하산 시작한다.
"하산길이 길어 지루해요."
누군가 얘기를 한다.
내림길은 쉬워서 쭉쭉 내려가본다. 그러다가 데크길 오름길이 나타나면서 동해바다가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저기가 우리 목표점이다!"
또 사진을 담고 부지런히 내려간다.
도로길이 나오면서 삼거리 지점이다. 아무래도 도로길로 가면 쉽게 바다가 나오지 싶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정표를 보고 정동진 방향 산길로 들어선다. 많은 이들이 다녀간 흔적을 철조망에 리본으로 달아 놓았다.
트랭글 안내가 나온다. 이제 겨우 4km를 걸었고, 아직도 5.5km를 더 걸어가야 한단다.
"오마나! 그렇게나 많이?"
그래서 하산길이 지루하다고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육산이 좋아서 대체로 만족을 한다. 싼타님도 제법 잘 걷는다.
"이런 길이라면 하루 종일 걸어도 괜찮다."
봄꽃들이 조금씩 벙그는 모습도 관잘하며 천천히 느리게 걷는다.
유끼에 대장님이 가끔 한 번씩 우리가 잘 따라오고 있나 살펴주신다.
"수선화!"
"네."
이름을 불러주면 위치를 알리는 대답을 한다. 나는 큰딸이라 언니가 없지만 유끼에 대장님이 꼭 큰언니 같다.
봄꽃 소식은 지금 막 꽃피울 준비 중이다. 소나무도 오리나무도 초록물이 올라오고 있다. 생강나무, 산수유, 진달래도 여기 저기 꽃망울을 동그랗게 달고 막 피어날 태세다. 조금만 날씨가 따뜻해지면 일제히 터져서 산을 온통 환하게 밝히울 것이다.
유끼에 대장님은 마지막 겨울을 보려고 괘방산에 왔다는데 나는 봄을 찾느라 바쁘다.
당집도 지나고 멋진 소나무길, 우람한 소나무들도 만나며 걷지만 정동진은 아직이다.
그래도 보폭이 느려도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걷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닿는다. 그것이 산행의 묘미이다.
참, 거의 하산 완료 직전에 유끼에 대장님이 노란 생강꽃 두 송이 컦어서 들고 우릴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가 꽃을 모자에 달고 입에 물어보라 하고는 사진을 찍어 주신다.
"꽃순이를 아시나요?"
이런 낭만 멋쟁이가 어느 산악회에 있을까?
정동진1리 <부산덕이 두부>에서 두부전골과 메밀전병으로 뒤풀이를 하고 정동진 바다를 걸어볼 예정이다.
뒤풀이 끝나고는 또 식당 옆에 노오란 수선화가 피었다고 나보다 더 반기면서 그 옆에 나를 앉힌다.
"이거 고마워서 어쩌지요?"
노란 수선화가 이쁜가? 내가 이쁜가 내기를 해본다. ㅎㅎ.
첫댓글 이른아침부터
윈정에&원정산행 동행
하시느라 수고많으셧습니다
맛갈스런 후기 감사합니다
좋은 산악회를 알게 되어 혜택을 누리네요. 즐감 감사해요. 즐건 주말 보내셔요.
새벽부터 점심준비하시고
먼길 마다않고 달려와주신 우리 수선화님!
그대가 진정
미리와 준
봄이였네요!
어제 다녀온길
아침에 누워서 한번더 걷고있는듯한
생생한 후기글에 감동하메
하루 시작합니다!
자주보게되길 바라며
후기글도 늘 기대하게 될거 같습니다!
이뻐요 수선화님!!!
네. 자주 뵈어요. 이쁜 사람 마음은 이쁜 것만 보이지요! ㅎㅎ. 감사해요. 유끼에 대장님 비롯 해늘여님들은 특별히 더 예뻐요. 늘 안즐산하시어요.
수선화님 오랫만에 산행후기글을 보게되네요 ~~
맛깔난 글솜씨에 괘방산의 추억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잘읽었습니다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
참고로 식당이름이 < 정가네두부>가 아니라 <부산덕이> 였지요 ~~
그렇군요. 수정했어요. 즐감 감사하구요. 맛난 거 많이 드시어요.
어여쁜 벤자민님, 성경 속 요셉의 사랑스런 동생 벤야민이신 듯요. 이름도 얼굴도 맘씨도 예뻐서 첫 산행 때부터 잘 기억해 두었지요. 그날 바로 뒤풀에서 옆옆자리 앉으셨지요.
식당 이름 제대로 알려주셔서 수정했어요. 감사해요.
담에 또 반갑게 만나요.
산행후기방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점심밥도 함께 도란도란
이른 아침
사당역에서 만나
수선화님
아는척 한사람이
저 산새 입니다
다음 산행때 또 뵈요
참 다정하고 이쁜 우리 산새자문이셔요!
한번밖에 안봤는데, 어찌 알아보셨을꼬?
눈썰미까지 사랑스러워~~♡
아, 그렇군요. 꼭 기억해서 담에는 이름 불러드릴게요. 김 등 반찬거리 넘 맛났어요. 솜씨가 일품이예요. 날마다 영혼육 영양만점 굿데이!
후기를 읽어보니 가보지않았는데도 생생하네요~^^
글솜씨가 아주 좋습니다.
기록하면 잼나게 읽어주는 이들이 있어서 행복하네요. 감사해요.
@수선화
아름다운
산행후기
수고했어요...작가님
감사히...머물다갑니다..
@노들 기쁘게 머물다 가시니 고맙습니다.
날마다 기쁨 기득하시어요.
아~~~
진달래꽃 새악시 가
예쁘게 웃고 있군요
영상과 산행기 1편 한장씩 넘기다보니 금새
2편으로 손이 갑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즐 머물다 갑니다
늘 행복하세요 ^-^
맛난 떡 찬조에, 해외여행 잘 다녀오시고, 댓글도 정겹게 달아주시고, 맘씨가 어찌 그리 고우실까요? 그러니 늘 고운 분들만 만나며 사실 거 같으네요. 두루 감사해요.
"유끼에 대장님은 마지막 겨울을 보려고
괘방산에 왔다는데
나는 봄을 찾느라 바쁘다."
라고 수선화님이 말씀하시니
"먼길 마다않고 달려와주신 우리 수선화님!
그대가 진정 미리와 준 봄이였네요!"
라고 유부장님이 답하신다.
와~~
두분의 글과 답글이 너무나 아름답고 정겹습니다.
보애님 드뎌 납시었네요. 수선화를 보러 올만에 산행 오셨다는 보애님, 수선화가 봄이라 불러주시는 울 유끼에님, 그리고 알콩달콩 정이 많은 해늘님들 덕분에 살맛 납니다. 즐 저녁 보내시구 산행에서 또 반갑게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