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울음 / 이정록
빗방울이
연잎 위로 뛰어내릴 때
긴 발가락을 신나게 차올리는 까닭은
미끄러져도 통통 받아주는
아래 이파리 때문이다.
함박눈이
밤새워 새벽까지 내려올 때
흰 양말을 조심스럽게 내딛는 까닭은
무거워도 끙끙 받들고 있는
엊저녁 숫눈 때문이다.
점심시간인데도
뒤꿈치 들고 고개 숙여 걷는 까닭은
흰 국화 꽃다발과 초콜릿과
깨알 같은 손 편지를 받들고 있는
책상 때문이다.
누구 하나 빗방울 소리를 내면
수백 수천의 연잎에
소나기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책상서랍 가득
파도소리 울먹이기 때문이다.
하늘로 날아올라 가는
꽃눈이
다시, 땅바닥에 떨어질까 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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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울음 / 이정록
은빛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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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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