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들이 벌인 최후의 발악
1943년 중반(中盤)을 넘어서면서부터 일본은 극심(極甚)한 물자 부족(物資不足)에 시달렸습니다.
지도상(地圖上)으로는 인도네시아(Indonesia)의 유전(油田), 말레이시아(Malaysia)의 고무농장(農場), 베트남(Vietnam)의 곡창(穀倉)처럼 많은 보고(寶庫)를 점령(占領)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본토(本土)와 수많은 점령 지역(占領地域)을 이어주던 연결망(連結網)이 연합군(聯合軍)에게 철저(徹底)할 정도로 차단(遮斷)당하여 사용(使用)할 방법(方法)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쟁 말기 배급을 받는 일본인들의 모습
일본이 진주만(眞珠灣)을 급습(急襲)하며 태평양 전쟁(太平洋戰爭)을 일으킨 이면(裡面)에는 경제적 이유(經濟的理由)가 상당(相當)하였지만 정작 많은 곳을 힘들게 점령하였어도 아무런 혜택(惠澤)을 입지 못하였고 오히려 물자 조달(物資調達)을 위해 전쟁 이전(以前)보다 더욱 극심한 어려움에 시달렸습니다.
이러한 고통(苦痛)의 대부분은 보통 사람들이 겪었는데, 그중에서도 식민지 조선(植民地朝鮮)이 당한 고통은 혹독(酷毒)할 정도였습니다.
↑수탈(收奪)에 앞장선 동양척식회사(東洋拓殖會社)
일제(日帝)는 열도(列島)보다 상대적(相對的)으로 공습(空襲)으로부터 안전한 한반도(韓半島)에서 물자(物資)를 조달(調達)하는데 광분(狂奔)하였습니다.
특히 곡물 수탈(穀物收奪)은 식민지 조선인에게 엄청난 고통이었습니다.
뼈 빠지게 농사(農事) 지어 쌀을 수확(收穫)했어도 그 자리에서 빼앗기고 대신 만주(滿洲) 등지에서 들여온 잡곡(雜穀)으로 간신히 호구지책(糊口之策)을 면(免)하였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問題)는 일제가 우리 땅에서 나지 않거나 물산(物産)까지도 수탈의 대상(代償)으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미곡 반출 거점(米穀搬出據點)이었던 군산항(群山港)의 모습
철강재(鐵鋼財)가 부족하자 운송량(運送量)이 적은 노선(路線)을 폐선(廢船)시켜 철로(鐵路)를 뜯어간 것은 물론 사찰(寺刹)에 있는 종(鐘)과 집에 있는 숟가락마저도 공출(供出)이라는 명분(名分)을 씌어 강탈(强奪)하여 갔습니다.
이처럼 마른 수건을 짜듯이 전쟁 말기(戰爭末技)로 갈수록 일제의 수탈은 도를 넘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어이가 없던 행위(行爲)가 송진 채취(松津採取)였습니다.
송진은 비누 같은 화공품 제조(火工品製造)에 사용되는 물자(物資)로 당시 연 4만 톤가량을 소비(消費)한 일본은 대부분을 미국에서 수입(輸入)하였습니다.
↑강제로 곡물을 반출하던 군산항 모습
이러한 일제의 뒤집힌 눈에 문화재(文化財) 또한 결코 안전(安全)할 수 없었는데 수많은 철재(鐵材) 문화재가 일본군의 전쟁 물자(戰爭物資)로 사용되기 위해 약탈(掠奪)되었습니다.
이때 전등사(傳燈寺)의 범종(梵鍾), 종로(鐘路)의 보신각종(舊普信閣 銅鍾, Bosin-gak)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수많은 금속(金屬) 문화재가 일제에 의해 약탈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제의 약탈은 한반도뿐 만아니라 중국대륙의 점령지에서도 자행(自行)되었습니다.
↑일제는 물자수탈로도 모자라 강제 징용(强制徵用)까지 하였습니다
당시 중일(中日)전쟁을 통해 일본이 점령하고 있던 중국에서도 위에서 언급(言及)한 것과 같은 범종(梵鍾)을 비롯한 많은 철재 유물(鐵材遺物)들이 약탈(掠奪)되었는데 이러한 동(東)아시아지역에서 약탈한 수집물(蒐集物)이 무기(武器)로 가공(加工)하기 위하여 최종적(最終的)으로 모인 곳이 바로 부평조병창(富平造兵廠) 이었습니다.
최근까지도 조병창터 인근(鄰近)을 파면 중국의 엽전(葉錢)이 출토(出土)될 정도로 많은 중국의 유물이 약탈되어 무기를 만들기 위해 이곳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보신각종도 일제에 의해 부평조병창으로 왔으나 간신히 파괴를 면하였습니다
이때 일제의 항복(降伏)으로 다행히 녹여지지 않은 많은 유물들이 조병창터에 남게 되었습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천시립박물관(仁川市立博物館)에 전시(展示)되고 있는 중국의 범종들과 수많은 종류의 엽전들도 그런 이유로 인천에 남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부평조병창은 일제 말기 대외침략(日帝末期對外侵略)을 위한 그리고 광기(狂氣)의 수탈로 얼룩진 역사(歷史)의 현장(現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