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테마여행 - 일각고래 사냥 그들은 오늘의 생존만을 위해 고래를 사냥할 뿐이다.
영원한 인간사랑 ・ 2024. 1. 20.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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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테마여행
일각고래 사냥
그들은 오늘의 생존만을 위해 고래를 사냥할 뿐이다.
고래는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살아가는 동물이다. 그 어느 물고기보다 깊은 심해를 헤엄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물 위로 나와 ‘신화처럼’ 숨을 쉴 수밖에 없는 신비의 포유류, 그런데 이 고래들 중에서도 유독 신화적인 부류가 있으니 그게 바로 그린란드의 일각고래다.
일각고래 사냥을 떠나며 방향을 지시하는 사냥꾼 마마우트
일각고래는 이름처럼 기다란 외뿔(사실은 이빨이다)이 나 있어 전설의 동물인 유니콘에 빗대어 ‘바다의 유니콘’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희귀종에 속하는 일각고래는 북위 70도 위에서만 살아간다고 하는데 주로 북 그린란드의 까낙이 대표적인 서식지이다. 그래서 까낙의 원주민들은 대대로 일각고래를 사냥하며 살아왔다.
우리가 까낙에 온 첫 번째 목적은 물론 탐험대를 픽업하기 위해서였지만, 촬영팀의 가장 중요한 스케줄 목록에는 ‘일각고래 사냥’이 적혀 있었다. 북극의 자연과 신비를 상징하는 동물이 바로 일각고래이고, 세계의 여러 다큐멘터리 제작팀들이 촬영을 시도해왔지만 실제로 성공한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다행히 까낙 최고의 사냥꾼들과 친구가 되는 바람에 우리는 두 척의 배를 빌려 일각고래 사냥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기디언과 그의 열네 살짜리 아들 하시무스와 함께 한 배를 탔고, 촬영팀은 마마우트 가족과 다른 배를 탔다. 주변은 피오르드 안쪽이라 온통 하얀 협곡과 만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계곡마다 얼음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일행은 약 1시간가량 배를 타고 나가 빙산에 닻을 내리고 두어 시간을 기다렸다. 무엇을 왜 기다리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열 마리도 넘는 물개들이 물 위로 고개를 쏙쏙 내밀곤 했다. 일루리사트였다면 벌써 총소리가 수없이 울려 퍼졌을 텐데 이 프로페셔널 고래 사냥꾼들은 물개 따위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충 아무 데나 총을 쏘아 물개 녀석들을 내쫓았다.한참을 기다린 끝에 다시 배가 움직였다. 그렇게 또 한 시간가량 정탐을 하다가 마침내 일각고래를 발견했다. 발견 즉시 기디언과 마마우트는 배의 시동을 껐다. 사방이 적막해지자 고래가 숨 쉬며 이동하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기디언이 먼저 곰털 가죽장화로 갈아 신더니 조심스럽게 카약을 내렸다. 그리고는 우나(창)의 손잡이를 점검하고 아바딱(물개 가죽으로 만든 튜브)에 바람을 넣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그는 아주 민첩하게, 그러나 유령처럼 소리 없이 고래 쪽으로 카약을 저어갔다. 고래와의 거리는 약 5km, 어느새 그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져 갔다. 마마우트도 다른 고래를 찾아 기디언과 반대 방향으로 카약을 젓기 시작했다. 우리는 숨을 죽인 채 두 사냥꾼의 소식을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서 기디언이 먼저 돌아왔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실패했음을 알렸다. 때마침 마마우트로부터 무전이 왔다.
“길라루왁(일각고래), 명중이다!”
우리는 재빨리 배를 몰아 그곳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기디언은 민첩하게 카약을 내리더니 일각고래 등에 두 번째 창을 꽂았다. 역시 명중이었다. 우리는 ‘와아!’하고 함성을 질렀다. 고래는 창과 연결된 두 개의 아바딱을 달고 물속으로 달아나야 한다. 하지만 농구공보다 훨씬 큰 아바딱 두 개를 끌고 잠수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숨을 쉬기 위해 물 위로 올라오는 횟수가 잦아질 수밖에 없다. 그 틈을 놓칠 리 없는 노련한 두 사냥꾼들은 가쁜 숨을 토해내며 올라오는 일각고래의 등에 또 하나의 창과 사냥총 두 방을 쏘았다. 바다 위에 붉은 피가 번지고 일각고래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일각고래는 그렇게 생을 마감했지만 다시 사냥꾼들의 몸과 마음속으로 이어져 다시 그들과 함께 여전히 북극의 얼음과 바다를 누비게 될 것이다.
사냥총과 아바딱(물개가죽으로 만든 부표) | 북극바다에서의 생을 마감한 일각고래 |
일각고래 사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