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의 풍속화 ‘공원춘효도(貢院春曉圖)’. 71.5×37.5cm, 비단에 담채
괴산에서 찾아본 곳
평생을 도회지에서 살아온 터라 어쩌다 시골 환경을 접하면 반가움을 느끼곤 했습니다. 드물게나마 인적 드문 산골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머릿속이 맑아지고 몸도 가뿐해지는 경험을 한 일은 별도의 즐거움이었습니다. 시골이 고향인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사람들과는 다른 상황이지만 언젠가부터 시골을 찾을 일이 생겼습니다.
10년 전에 막내 동생이 충북 괴산군으로 이사했습니다. 작년에는 어머니가 누님과 함께 동생이 사는 동네에 새 집을 지어 이사했습니다. 괴산읍에서는 거리가 먼 청천면의 한 마을입니다. 자연스레 서울에서 몇 차례 오가게 되었습니다.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감성 같은 걸 느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낯선 곳을 찾는 이의 작은 호기심이 작동됩니다. 수목원 정도는 둘러보았지만 잘 알려진 쌍계계곡이나 화양구곡 같은 데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곳에만 있는 소박한 장소가 마음을 끌었습니다.
괴산읍을 거쳐 청천면으로 향하는 도중에 소금문화관이라는 표지가 붙은 건물이 있습니다. 괴산이 소금 산지라는 말을 들은 적은 없으니 어울리지 않는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몇 차례 그냥 지나치다가 둘러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문광저수지의 한쪽 끝자락에 있는 곳입니다. 문광은 면의 이름입니다. 전체 터는 꽤 넓습니다. 문화관 표지가 있는 건물에서 그곳에서 일하는 이를 만났습니다. 코로나 19 탓에 휴관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찾아오는 이 없으니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괴산에 웬 소금문화관이냐고 물었더니 그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괴산의 대표 산물은 고추, 절임배추, 옥수수, 사과라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그중 절임배추는 소득원은 되지만 절이고 난 소금물은 아무 데나 버리면 환경 오염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곳 농업기술센터에서 실험을 거쳐 소금물 처리장을 만들었습니다. 괴산의 소금물은 이곳에 다 모읍니다. 그 소금물로 이곳에 만든 ‘육지 염전’에서 다시 소금을 추출합니다. 그렇게 만든 소금은 산업용으로 사용합니다.
육지 염전은 문화관 옆에 따로 있습니다. 육지 염전 뒤로는 땅을 깊이 파 만들었다는 소금물 저장고가 있습니다. 그곳 전체의 이름은 소금랜드라고 한답니다. 문화관은 회수한 소금물의 재활용과는 직접적 관계는 없는 곳이고 글자 그대로 소금문화관입니다. 2층은 소금에 관한 안내를 겸한 전시장이고 1층은 천일염을 활용하여 몇 가지 체험을 하는 곳입니다.
체험 활동장 한 공간에는 맷돌이 놓인 탁자들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구워낸 소금을 맷돌로 갈아낸다고 합니다. 안내해준 이의 말로는 이 소금으로 음식을 한번 해 보니 너무 맛있어서 다른 소금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차와 장아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 중 익모초차의 맛을 보았습니다. 소금을 이용해서 쪄낸 익모초로 찻물을 우려낸 것입니다. 커피에 익숙해진 내 입에 보통의 차는 밍밍하다고 느껴지는데 이 차는 마실 만했습니다. 소금 맛은 나지 않는데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장아찌는 간장과 소금을 적당히 배합해서 만들어 독특한 맛을 낸다고 합니다.
문화관을 나와 육지 염전도 살펴보았습니다. 지붕이 있어 바닷가 염전과 달라 보이긴 하지만 염전의 모양은 그대로입니다. 한쪽은 의자를 설치해 체험장도 겸하고 있습니다. 가운데에는 수차도 있습니다. 내륙 한 곳에서 이런 사업을 하고 있는 일이 신기하였습니다. 나오는 길에 소금을 사러 왔다는 나이 지긋한 일가족을 만났습니다.
소금랜드 전경 / 왼쪽 사진의 건물은 소금문화원이고 오른쪽의 낮은 회색 지붕이 육지염전. 오른쪽 사진은 육지염전의 내부.
처음 괴산에 갔을 때 읍에 있는 홍범식 고택을 둘러보았습니다. 홍범식은 금산 군수이던 시절 한일합방이 되자 자결한 분입니다. 이 집은 그가 자란 곳입니다. 그의 아들로서 소설 『임꺽정』을 쓴 홍명희의 생가이기도 합니다. 집은 18세기에 지어졌습니다.
홍범식 고택 / 왼쪽이 사랑채이고 그 오른쪽 뒤편이 안채 맨 오른쪽이 중문
함께 이 집에 간 어머니는 굽은 허리에 지팡이를 짚고서도 집안 이곳저곳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대문과 중문을 지나 사랑채를 둘러보고 다시 안채로 가서는 부엌까지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북에 두고 온 집과는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였습니다. 이제는 세월이 지나 옛 기억이 상당히 흐릴 텐데 광의 모양과 구조, 문 형태가 어떻게 다르다고 찬찬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숲속작은책방’은 칠성면에 있습니다. 산속의 작은 마을에 있습니다. 허리 높이의 정문 안쪽에 소박하게 꾸민 뜰과 평범한 가옥이 있는데 1층이 책방이고 2층이 살림집 공간입니다. 신은 벗고 들어가는 곳입니다. 거실에 해당하는 부분이 책 전시 공간이고 주방에 해당하는 곳에 탁자와 계산대가 있습니다. 부부가 운영하는데, 작은 공간에 나름대로 다양한 책을 갖추어 놓았습니다. 한정된 공간이니 주인의 안목으로 선택한 책들일 터입니다.
주인에게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물었더니 지역 주민도 오고 다른 지방에서도 찾아와서 운영은 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곳은 두 번 찾았는데 그때마다 어머니가 자녀 둘을 데리고 와서 책을 골라 주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한 가족을 두 차례 본 듯하기도 합니다.
책값을 치르면서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큰 서점에서는 발견 못하거나 보고도 그냥 지나쳤을 책을 고르게 되네요.” 작은 책방의 매력입니다. 여행하다가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쉽게 친밀감을 느끼는 경우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북콘서트를 비롯한 행사가 있다는 안내장을 받았는데 때에 맞추어 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소금문화관에서 안내해 준 이에게도 이 책방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주인과 막걸리라도 같이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야 제멋이 나겠지요”라고 했습니다. 언제 여유를 가지고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는 이 책방 가까이에 목각 공예를 하는 이가 있다고 알려주었는데 다음 기회에 찾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숲속작은책방의 외부와 내부
작은책방에서 수백 미터 되는 거리에 산막이옛길이란 곳이 있습니다. 차에서 내려 몇 십 미터 정도 오르막길을 걸으니 1957년에 만들었다는 괴산호의 물빛이 숲에 가려 약간만 보였습니다. 안내도를 보니 물 건너편에 산막이마을이 있는데, 산막이라는 이름은 산밖에 보이지 않는 지역이어서 붙은 것이랍니다.
산막이옛길이며 충청도양반길, 그리고 등산로가 괴산호를 둘러싸고 이어져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오르막길까지에는 식당과 점포가 몇 개 있지만, 인적 드물어 보이는 산속 길을 걸으면 세상 잡념을 잠시 잊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 길들을 일주하는 일은 숙제로 남겨 두었습니다.
괴산을 방문한 횟수가 꽤 되지만 둘러본 곳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풍기는 시골의 냄새가 있고 괴산만의 공간이 있어 좋습니다. 앞으로도 틈틈이 괴산의 작은 명소를 더 찾아보려 합니다.
[옮겨온 글] / 출처; 2020년 09월 15일 (화)에 받은 자유칼럼그룹의 e메일 / 홍승철(고려대 경영학과 졸. 엘지 화학에서 경영기획 및 혁신, 적자사업 회생활동 등을 함. 1인 기업 다온컨설팅을 창립, 회사원들 대상 강의와 중소기업 컨설팅을 하고 있음)
반 고흐? 황금 변기는 어때?
기억할 오늘 / 트럼프와 백악관 예술(9.15)
어느나라나 대체로 그럴 테지만, 미국 백악관은 박물관이자 미술관이다. 복도의 도자기며 집무실과 식당 벽 그림 하나하나가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이다. 전담 큐레이팅 팀도 있다. 1961년 미 의회는 그 직무를 법으로 규정했고, 새 대통령 부부는 새 작품을 선정해 공적 공간을 꾸미는 걸 권리이자 의무로 수행해야 한다. 2018년 현재 백악관이 보유한 예술 작품은 약 6만5,000점. 회화 작품만도 500여 점이다.
2017년 백악관 생활을 시작한 도널드-멜라니아 트럼부 부부는 구겐하임미술관의 빈센트 반 고흐 작품 '눈 덮인 풍경(Landscape With Snow, 1888)'을 골랐다. 백악관 측은 구겐하임에 작품 대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백악관이 청하면 미국 대소의 미술관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작품을 대여하는 게 관례. 힐러리 클린턴은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을 대여받았고, 미셸 오바마는 백악관 최초로 흑인 여성작가 알마 토머스(Alma Thomas)의 추상회화 작품 'Resurrection'을 택해 다이닝룸 벽면을 장식했다. 하지만 구겐하임은 그 청을 거절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백악관의 반 고흐 그림 요청을 거절하며 대신 제안했던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조형 작품 '아메리카'. 위키미디어 커먼스.
구겐하임 큐레이터 낸시 스펙터(Nancy Spector)는 9월 15일 백악관 큐레이터(Donna Hayashi Smith)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해당 작품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 반출이 금지된 작품'이라며 대신 '대안'을 제시했다. 디자이너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1960~)의 '아메리카'라는, 18캐럿 금으로 만든 황금 변기였다. 황금만능주의를 풍자한 작품이자 실제로 쓸 수도 있는 변기여서, 앞서 구겐하임미술관은 약 1년간 5층 전시실 화장실에 그 작품을 '전시'해 관람객이 이용하도록 했다.
물론 작가의 사전 동의를 받은 제안이었다. 동의의 이유를 묻자 카텔란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죽을 때에나 알려나"라고 동문서답(?)했다. 백악관은 미술관의 제안에 묵묵부답했다.
작품 '아메리카'는 2019년 9월 영국 옥스퍼드셔 블레넘궁(처칠 생가)에서 전시 중 도난당했다.
[옮겨온 글] / 출처; 한국일보 / 최윤필(한국일보 기자) / 2020.09.15 04:30
조롱박
21세기 中體西用과 脫중국 전략
[김경준의 통찰과 전망]
실패로 끝난 19세기 淸의 중체서용 같은 공산당 통제하의 시장경제를 꿈꾸는 中 / 그 본질 꿰뚫어 글로벌 전략 재정립해야
고대 중국의 4대 발명품은 종이・나침반・화약・인쇄술이다. 이외에도 비단・쟁기・도자기 등 당대의 첨단기술 제품이 만들어졌다. 고대 선진국은 19세기 이후 유럽 열강의 군사력에 지리멸렬하면서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저명한 과학사가인 조지프 니덤(1900~1995)이 《중국의 과학과 문명》에서 탐구한 “중국에 과학이 존재했는가?”라는 문제의식의 배경이다.
그는 ‘엄밀한 실험을 수반하는 자연에 관한 가설의 수학화’를 근대과학의 특징으로 봤다. 그런데 중국 수학은 봉건제 관료들의 문제해결용 기술로써 ‘갈릴레오보다는 다빈치’로 평가한다. 다빈치가 비행기 헬리콥터 낙하산 등을 스케치했으나 과학적 이론에는 기여하지 못했고, 갈릴레오는 수학을 매개로 과학적 방법론을 발전시켰다는 관점이다. 유럽의 과학 혁명은 국지적 기술 발전 차원이 아니라 종교, 정치, 관료의 속박에서 벗어난 개인들이 자유롭게 진리를 탐구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본질이다.
명나라의 환관 정화(鄭和・1371~1435)는 1405년부터 7회에 걸쳐 동남아부터 아프리카 동해안까지 항해했다. 1차 항해는 62척의 배와 2만8000명이 동원됐다고 전해진다. 스페인에서 출발한 콜럼버스(1451~1506)가 1492년 3척의 배와 88명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87년 전이다. 그러나 정화의 대규모 선단이 중국사의 에피소드로 끝난 반면 콜럼버스의 소규모 선단은 세계사적 전환점이 됐다.
명나라는 조선술과 항해술은 뛰어났지만 원정 목적이 불분명했다. 그마저도 정화의 사망 후 정책 변화로 해로가 폐쇄되면서 국가주도형 조공체제의 확장 시도는 단막극으로 종결됐다. 반면 콜럼버스는 ‘신앙과 향신료’라는 분명한 목표로 출발했다. 이후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국책 과제와 민간 상인들의 경제적 동기가 결합하는 연속극으로 지속되면서 대항해 시대가 개막됐다.
고대 중국의 발명품, 명나라 정화의 항해를 현재 중국의 경제 구조에 대입하면 시사점이 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세계무역 질서에 편입되면서 급속한 경제 성장이 일어났다. 외국인 투자와 거대한 노동력이 결합돼 각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대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역동적 생태계로 보여지는 외양과 달리 실제로는 정치 권력이 경제 전반을 철저히 통제하는 ‘폐쇄적 동물원’이다. 중국의 대기업 회장들이 갑자기 실종된 후 전 재산을 자진헌납 형식으로 국가에 탈취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개인들의 주택조차 국가적 필요라는 명분하에 사실상 무상으로 강탈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경제구조를 공산주의 통제체제에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접목한다는 의미에서 21세기 중체서용(中體西用)으로도 표현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혼란상은 이런 모순적 접근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시장경제의 전제조건인 자유와 법치, 사유재산의 확립 없이 자생적이고 지속적인 에너지는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청나라가 부국강병을 위해 유교(儒敎)를 중심으로 서양 문물을 도입하려던 중체서용 정책은 참담하게 실패했다. 기존의 봉건적 구조는 온존하면서 외부의 선진적 기술만 수용하려는 방식의 한계였다. 시장경제의 본질은 도외시하고 형식만 도입하는 현재 중국의 경제정책과 일맥상통한다.
중국 경제의 향방은 우리 기업에도 초미의 관심사다. 비현실적인 낙관도 비관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에 팽배했던 과도한 기대와 낙관에서 탈피해 중국 경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냉정하게 재평가해야 한다. 이는 국가적으로는 물론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앞으로 예상되는 세계 무역질서의 변화와 결부해 글로벌 전략을 재정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전개된 글로벌 경제의 1단계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 방향은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사활의 분기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옮겨온 글] / 출처; 한국경제신문 / 김경준(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 2020.09.15 00:07
부겐벨리아꽃
호흡기와 방어기전
[정기석의 환경과 우리 몸]
호흡기는 코, 인두, 후두, 기관, 기관지, 폐포로 이어지는 해부학적 통로를 말한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고 숨 쉬는 필수기관인 위장관과 폐는 음식과 공기가 바로 내장 깊숙이 들어오게 되므로 특별한 방어기전을 가지고 유해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한다.
들이쉰 공기가 가장 먼저 통과하는 곳은 코이다. 코의 내부는 겉에서 보기보다 더 크고 복잡하다. 코 가운데 비중격을 중심으로 양쪽에 직각삼각형 모양의 공간에 3개의 뼈가 3층으로 배열돼 그 사이로 공기가 지나가는 구조이다. 우리가 들이마신 공기는 코를 통과하는 동안 먼지와 균을 걸러내고, 체온으로 데워서 깨끗하고 따뜻한 상태로 폐로 들어가게 된다. 코는 공기청정기와 가습기 구실을 동시에 한다. 그래서 숨을 쉴 때는 코로 쉬어야 한다.
차고 건조한 공기는 기도 자극을 일으켜 심한 기침과 호흡곤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인두는 근육성 관으로 길이는 약 12㎝로 식도까지 연결된다. 인두는 코 뒤의 코인두, 구강 뒤의 입인두와 후두 뒤의 후두인두로 나뉜다. 인두와 후두에는 균이 많이 침범하므로 인두염과 후두염은 매우 흔한 질환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예외는 아니어서 코인두와 입인두에서 증식한다. 인두에는 평시에도 수많은 균이 살고 있는데 이를 상재균이라 한다.
우리 몸의 면역이 떨어지거나 특정 병원균이 다량 침범하면 인두에서 감염병이 시작돼 심한 경우 인두를 뚫고 핏속으로 들어가 패혈증을 일으킨다. 인두에 이어지는 후두는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후두덮개와 소리를 내는 성대를 가지고 있다. 성대는 폐로 들어가는 입구인데 공기 외의 이물질이 들어오면 기침 반사 작용을 통해 성대를 닫아 방어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사래 걸렸을 때 심하게 기침을 하는 것도 성대가 일시적으로 폐쇄되면서 일어나는 방어 현상이다. 기관지에 도달한 이물질 역시 기침 반사 작용으로 배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성대를 통과한 이물질은 대다수 기관지내시경을 통해서만 제거가 가능하며 필자도 약포장지를 비롯해 달걀 껍질, 틀니 등 다양한 이물질들을 제거한 경험이 있다.
성대를 지나면 폐가 시작돼 기관과 기관지로 분지되면서 수없이 많은 모세기관지로 연결돼 마침내 폐포에 다다른다. 코와 기관, 기관지는 거짓중층 원주섬포상피가 덮고 있는데 섬모는 들판에 벼가 물결치듯 움직이며 항시 코 쪽을 향해 섬모운동을 하므로 각종 불순물을 물리적으로 밀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폐포는 공기에 섞여 들어온 미세먼지와 병원균이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장소이다. 폐포에는 산소를 섭취하는 세포가 주를 이루지만 방어를 위한 대식세포를 비롯한 림프구, 중성구, 호산구 등의 세포들이 세포면역과 항체면역으로 우리 몸을 지키고 있다. 코에서 시작해 폐포에 이르는 방어기전이 모두 무너지면 폐렴이 진행되고 폐암이 발생하며 간질성 폐질환이 생기는 등 다양한 폐질환과 전신질환으로 이환된다.
[옮겨온 글] / 출처; 서울신문 / 정기석(전 질병관리본부장) / 2020-09-15 02:00
미나리아재비과의 덩굴 식물 야생화 사위질빵(질빵풀)
벨트 대신 멜빵 맨 중년 남자…패션 아닌 건강 때문
[김철중의 생로병사]
발목 관절 불안하면 군화로 보완…멜빵은 허리 통증 감소 효과
패션과 의학의 만남 ‘칭병패션’ 시대…수술 흉터는 스카프로 가려
화려한 옷차림 기분 상승 효과..코로나 우울증도 완화 가능
질병과 패션, 입고 신는 것에 의학이 숨어 있다.
중년의 회사원 M씨. 그는 매일 워커를 신고 다닌다. 워커는 발목 위로 올라온 구두다. 작은 형태의 군화 같은 것을 한여름에도 신는 걸 보면, 나름 특이한 패션이다. 남들은 신선한 시도라 평하지만, 실은 M씨는 발목 관절 불안정증 환자다.
고등학교 시절 축구하다 발목을 접질렸다. 한의원서 침 맞고 이내 붓기와 통증이 사라졌다. 침은 생리학적인 치료는 가능하나, 늘어난 인대를 되돌리는 해부학적 처치에는 부족하다. 통증이 사라졌다고 걸어 다녔기에 인대가 늘어난 채로 고착화됐다. M은 발목 관절이 인대로 단단히 잡혀 있지 않고 느슨하게 흔들리는 상태가 됐다.
파란 신호등이 꺼질 때 빨리 뛴다든지, 다가오는 지하철을 놓치기 싫어 갑작스레 달려갈 때 영락없이 발목이 휘청한다. 그래서 나온 해결책이 워커였다. 참고로 운동량이 왕성한 청소년 시기에는 발목을 접질리는 일이 많은데, 반드시 작은 뼛조각이 찢겨 나온 게 있는지 엑스레이로 확인하는 게 좋다. 최소 2주 이상은 크고 작은 깁스를 하길 권장한다.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는 40세 K씨는 동네서 멋쟁이로 통한다. 허리 벨트 대신 다양한 멜빵을 매고 다닌다. 어느 날부터 허벅지 바깥쪽 피부가 시렸다. 때론 화끈거리고 따가웠다. 척추 디스크 탓인가 해서 병원에 가봤더니, 그게 아니었다. 원인은 넓적다리 감각 이상증이었다. 허벅지 바깥쪽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은 척추에서 나와 골반뼈 앞쪽을 타고 내려가는데, 이 부위가 눌려서 생긴 현상이다.
K씨는 평소 벨트를 매고 다녔는데, 최근 뱃살이 불면서 허리춤이 타이트해졌다. 그로 인해 골반 앞으로 지나가는 신경이 눌렸던 것이다. 느슨한 허리 바지와 멜빵으로 바꾸자 신경통은 금세 사라졌다. 이런 현상은 갑자기 살이 찌거나 임신부, 각종 공구를 허리 벨트 춤에 줄줄이 매달아 놓고 일하는 인부에게 잘 일어난다.
질병과 패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입고 신는 것에 질병이 감춰져 있고 의학이 자리 잡은 경우가 꽤 많다. 워커 M씨도, 멜빵 K씨도, 질병을 핑계로 새로운 옷차림에 나선 ‘칭병(稱病)' 패션이다.
항상 스카프로 멋을 내는 L씨. 그녀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환자다. 목 앞에 난 수술 흉터를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참에 다양한 스카프로 멋을 낸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아저씨가 사타구니에 바싹 달라붙은 삼각 팬티를 입고 있다면(대중 목욕탕에서 종종 그런 경우를 본다), 남다른 사연이 있다고 봐야 한다. 고환이 유난히 아래로 늘어진 사람은 움직일 때 위쪽 ‘고환 줄기’가 당겨져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그런 남성에게는 사각 대신 ‘삼각’이 처방전이다. 고환 수술을 받았으면 출혈을 줄이기 위해 한 사이즈 작은 삼각 팬티가 권장되곤 한다.
이른 아침 출근길 버스서 마주친 선글라스 여성은 퇴근길 간호사일 수 있다. 밤샘 근무를 하는 사람은 일 마치고 집에 갈 때 햇빛 노출을 최소화해야 빨리 잠들 수 있다. 아침 햇살은 깨어나라는 신호이기에 낮 근무자에게는 좋으나, 밤 근무자에게는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다. 날밤 샌 자에게 선글라스는 수면 보호기다.
폭염에도 반팔 소매보다 긴 와이셔츠를 입는 사람 중에는 감추고 싶은 과거가 있는 이들이 있다. 어린 시절에 한 자살 시도로 손목 안쪽에 칼자국 상처가 있거나, 철 없던 시절에 한 과한 문신이 남아 있는 경우다. 인생의 모든 행적은 몸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는 법이다.
당뇨병 클리닉에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고 오고, 얼굴이 햇볕에 그을려 있다면 혈당이 잘 관리되고 있다는 신호다. 우울증 클리닉에 곱게 화장을 하고 나타났다면 기분이 좋아지고 있다는 표시다. 어르신이 매일 같은 옷만 입으려 한다면 치매 징조일 수 있다. 스키니진 매니아 젊은 여성이 속을 쓰려 하면, 복압 상승으로 인한 역류성 식도염일 가능성이 높다. 긴 넥타이 자락에는 세균이 잘 붙는다. 진료 의사가 나비 넥타이를 매고 있다면, 감염 관리를 신경 쓰는 의사로 보면 된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장기적으로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가 옷차림을 화려하게 하고 다닐수록 치료 결과가 더 좋았다는 연구가 있다. 차려 입으니 기분이 좋아지고 병을 극복하려는 기운도 북돋았다는 얘기다. 패션이 투병 수단인 셈이다. 코로나와 마스크로 지쳐가는 요즘이다. 멋도 살리고, 몸도 살리는 패션을 가져보자.
[옮겨온 글] / 출처; 조선일보 / 김철중(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 2020.09.14 19:13
히에로니무스 보슈(Hiëronymus Bosch, 1450년경~1516년, 네덜란드의 화가) / Christ Carrying the C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