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時習 (1435 ~ 1493. 서울出生. 學者. 文人. 字 悅卿. 號 梅月堂 • 淸寒子. 法號 雪岑. 本貫 江陵)
(1) 嘉蔬 (좋은 나물)
山有嘉蔬澗有樵 ~ 山에는 좋은 나물있고 溪谷에는 땔나무있어
此生端欲樂陶陶 ~ 이 世上 삶이란 原來 즐거움이 많은 것이라.
雖然靑史無蹤跡 ~ 비록 靑史에는 蹤跡이 없을지라도
爲有英靈特見招 ~ 靈魂은 있으니 特別히 招待받기를 願하노라.
(2) 加平縣
老樹靄如雲 ~ 오래된 나무에 구름같은 아지랑이
重圍古縣門 ~ 옛 고을 門을 거듭 둘르는 구나.
有人耕綠野 ~ 綠色 들판엔 農夫가 밭을 갈고
無犬吠黃昏 ~ 黃昏에도 개 짖는 소리는 들리지 않구나.
樵逕依山麓 ~ 나뭇꾼의 길은 山기슭으로 이어지고
柴扉傍水村 ~ 사립門은 물가 마을 곁에 있다.
吏眠山鳥語 ~ 衙前은 졸고 있고 새는 노래하는데
風景似桃源 ~ 風景은 곧 武陵桃源 別天地로다.
(3) 椵峴
驟雨暗前村 ~ 소나기에 앞 마을 어두워지고
溪流徹底渾 ~ 흐르는 개울은 밑바닥까지 흐려진다.
疊峯遮客眼 ~ 疊疊한 山봉우리는 길손의 눈 가리고
一徑入溪源 ~ 지름길 한 줄기 개울 언덕으로 通한다.
靑草眠黃犢 ~ 푸른 풀밭에는 누런 송아지 잠들어있고
蒼崖叫白猿 ~ 푸른 언덕에서 흰 원숭이 울부짖는다.
十年南北去 ~ 十 年 間 南北으로 다녀보았지만
歧路正銷魂 ~ 갈림길 만나니 또 焦燥한 넋이 되노라.
(4) 看竹 四首. 其一
古寺北垣竹 ~ 오래된 절 北쪽 담장의 대나무
種來知幾春 ~ 심어 온지 몇 봄인지 모르겠다.
僧居不記箇 ~ 스님들 머물며 이것을 적지 않아
客來無看人 ~ 손님이 와도 보는 사람 없구나.
老根斜起糾 ~ 늙은 뿌리는 꼬여 비껴 일어나고
風葉細生皴 ~ 잎은 바람에 가늘게 주름졌구나.
(皴. 주름/틀 준)
愛爾移時坐 ~ 너를 사랑하여 때맞게 자리 옮겨 와
殷勤與汝隣 ~ 殷勤히 너와 더불어 이웃하리라.
(5) 看竹 四首. 其二
歲寒不改操 ~ 한겨울 추위에도 節操를 아니 고쳐
葉葉藏靑春 ~ 잎마다 푸른 봄을 감추었구나.
我是新知伴 ~ 나는 이것이 새로운 벗임을 알기에
君爲舊住人 ~ 그대 爲해 오래도록 머물던 사람이라.
自誇蒼節勁 ~ 푸른 마디 굳셈을 스스로 자랑하고
應笑白眉皴 ~ 주름진 흰 눈썹으로 웃으며 和答하네.
對卿殊有意 ~ 그대를 對하여 決心한 뜻이 있어
得錢買山隣 ~ 돈을 求하여 이웃의 山을 사야겠네 그려.
(6) 看竹 四首. 其三
巖竇托根日 ~ 바위 구멍의 햇빛에 뿌리를 맡기고
邇年多少春 ~ 새해가 가까우니 때마침 少春이라.
定能知客性 ~ 定해진 能力과 나그네 性品을 알기에
應自厭塵人 ~ 俗世의 사람을 따라 스스로 和答하네.
琅玕新粉滑 ~ 대나무는 새롭게 化粧하여 반들하고
箁箬舊皮皴 ~ 竹筍 껍질과 오래된 거죽이 트는구나.
寂歷靑山晚 ~ 寂寞함이 지나자 푸른 山은 저무는데
携筇乞卜隣 ~ 지팡이 들고 이웃에 무를 빌린다.
(7) 看竹 四首. 其四
山中糜歲月 ~ 山 속에서 歲月을 虛費하면서도
行樂十年春 ~ 즐거이 다닌지 十 年째 봄이라.
竹祖書年記 ~ 대 뿌리는 時代를 記憶하니
龍孫問主人 ~ 竹筍에게 主人이 물어보네.
地寒無奈苦 ~ 찬 땅속에서 어찌 괴로움 없으랴
風勁不應皴 ~ 强한 바람에 應해도 트지 않는구나.
我欲移君培 ~ 나는 그대를 북돋아 옮기려 하는데
幽居必擇隣 ~ 조용히 살며 반드시 이웃으로 擇하리라.
(8) 感時
千村萬村蕎花開 ~ 千 萬 村엔 메밀꽃 피어있고
一聲兩聲鴻雁來 ~ 한 소리, 두 소리 기러기 떼 날아온다.
節物崢嶸人已老 ~ 철 만난 事物들 뛰어난데 사람은 늙어가고
感時騷客心悠哉 ~ 時節을 느낀 詩人은 마음이 悠長 하여라.
已聞村舍收新稌 ~ 마을 집에는 이미 새 穀食 걷었다는데
復道火菑種牟來 ~ 火田에 보리 심고 온다며 다시 말하는구나.
老子山中有生涯 ~ 山中에도 늙은이 生計 있으니
小圃紫豆垂纍纍 ~ 작은 밭에 붉은 콩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十年爲客西復東 ~ 十 年을 나그네 되어 東西로 다니다가
不覺寒暑相推移 ~ 추위와 더위가 바뀌어 온것도 몰랐도다.
如今衰病臥山丘 ~ 只今처럼 衰하고 病들어 山 언덕에 누워
細觀一歲春復秋 ~ 한 해가 봄 되고 가을 됨을 細密히 보았도다.
功名世上好事耳 ~ 世上 功名이란 좋은 일인데
我獨無心空白頭 ~ 나만 홀로 無心히도 덧없이 白髮로 늙었도다.
壯志未磨歲月遒 ~ 큰 뜻 닦지 못하고 歲月만 빨리 흐르는데
亭畔蟪蛄鳴啁啾 ~ 亭畔엔 쓰러라마와 땅강아지가 울어대는구나.
(9) 甘泉 (甘泉에서)
客路雙鬢星 ~ 나그네 길에 두 귀밑머리 희어지고
長亭復短亭 ~ 긴 驛亭, 짧은 驛亭 거듭 거쳐왔다.
望雲何縹緲 ~ 구름 바라보면 어찌 그리도 아득하고
顧影大伶俜 ~ 발자취 돌아보면 너무나도 孤獨하였다.
古柳千絲碧 ~ 오래된 버드나무 올올이 실처럼 푸르고
遙岑一髮靑 ~ 멀리 山봉우리는 한가닥 터럭처럼 푸르다.
還嗟人世事 ~ 그러나 歎息하노니 사람의 世上 일이여
誰識屈原醒 ~ 그 누가 屈原이 깨어있는 사람인 줄 알아주었던가.
(10) 感懷. 1
事事不如意 ~ 일마다 내 마음 같지 않아
愁邊醉復醒 ~ 시름 속에 醉하였다 다시 깬다.
一身如過鳥 ~ 이 한 몸 나는 새와 같아
百計似浮萍 ~ 많았던 내 計劃 浮萍草 身世로다.
經史莫饜腹 ~ 經書와 史書 너무 배워 배 채우지 말게
才名空苦形 ~ 才주와 名譽 헛되이 몸만 괴롭힌다네.
唯思高枕睡 ~ 다만 베개 높이 베고 잠잘 생각이나 하며
更載夢虞庭 ~ 꿈속에서 舜임금 만나 和答해보리라.
(11) 感懷. 2
窮通聖難豫 ~ 窮하고 通함은 聖人도 豫測이 어려운데
懶慢更如何 ~ 懶慢하다면 더욱 어떠하리오.
午夢驚林鵲 ~ 대낮의 꿈도 숲 속 까치소리에 놀라고
年光怕暮鴉 ~ 歲月의 흐름은 저녁 까마귀도 두려워한다.
事隨人物變 ~ 일이란 사람에 따라서 變하고
雲向海天斜 ~ 구름은 해를 向해 기울어지는구나.
百歲悲歡事 ~ 平生의 슬프고 기쁜 일들
還同水上波 ~ 도리어 물 위의 물결과 같은 것이로다.
(12) 感懷. 3
四十三年事已非 ~ 四十三年의 일은 이미 그릇되어
此身全與壯心違 ~ 한창 때 마음과 全的으로 틀어진 이 내 몸이여.
神魚九變騰千里 ~ 神靈한 물고기 아홉 番 變해 千 里를 날으니
大鳥三年欲一蜚 ~ 큰 새도 三 年이 되면 한 벌레가 되려 한다.
洗耳更尋東澗水 ~ 귀를 씻고 東쪽 골짝물 찾아가
療飢薄采北山薇 ~ 北山의 고사리를 캐어 療飢하리라.
從今陟覺歸歟處 ~ 이제부터 돌아가 있을 곳을 알았으니
雪竹霜筠老可依 ~ 눈 속 대나무, 서리 속 竹筍은 늙어 依支하리라.
(13) 感興. 1
東寺躄浮屠 ~ 東쪽 절에 다리 저는 浮屠
中廏病顙駒 ~ 마굿간엔 이마에 病든 망아지.
起廢各有時 ~ 일어나고 衰함은 各其 때가 있고
失得且勿憂 ~ 잃고 얻음에 있어 將次 근심하지 말라.
漆以用而割 ~ 옻은 쓰임이 있어 갈라지고
膏以明而煎 ~ 기름은 밝음이 있다하여 태워진다.
棄置勿復慮 ~ 내버려진다고 다시 憂慮말고
福兮禍所牽 ~ 福받는 것은 災殃에 끌리게 된다.
人生天地間 ~ 天地間에 사람이 태어나
爲樂將何事 ~ 즐거움을 위해 將次 무엇을 섬기나.
鼎鼎百年內 ~ 盛大히 百 年을 살면서
不作形驅使 ~ 物質에 쫓기지 말어라.
出則爲小草 ~ 나가면 작은 풀이라하나
處則名遠志 ~ 차지하면 遠大한 志士라 한다.
遺臭與傳芳 ~ 자취와 香氣로운 이름 傳하는 것
不如負朝陽 ~ 아침 햇볕 쬐는 것만 못하니라.
庇身雖襜絮 ~ 몸 가리는 것 비록 누더기라도
是非兩相忘 ~ 是非를 모두 잃어버려라.
大丈夫便軒昂 ~ 大丈夫는 헌걸스러워야 하나니
豈肯屑屑趨名場 ~ 어찌 즐겨 區區하게 벼슬자리를 쫓으리.
欲進未進徒彷徨 ~ 나가려해도 나가지 못하고 한갓 彷徨 할 뿐이리니
百步九折路羊腸 ~ 百 걸음 되는 꼬불꼬불한 길이 羊의 창자 같도다.
豺虎當關今憧惶 ~ 시랑이와 호랑이들 길목에서 號令이 무서운데
達固欣然窮亦可喜 ~ 잘 되면 元來 좋고 窮해도 기뻐할 것이다.
男兒未蓋棺 ~ 男子가 棺 뚜껑 덮기 前에는
莫道事己巳 ~ 일이 이미 끝났다 말하지 말라.
立心勿草草 ~ 마음을 세우고 焦燥하지 말고
愼終常如始 ~ 終了까지 愼重하며 恒常 처음 같이 하여라.
浩歌一長笑 ~ 浩湯하게 노래하고 한 番 길게 웃나니
軒外暮山紫 ~ 처마 밖의 저문 山이 紫色으로 빛나누나.
(14) 感興. 2
二鳥避行路 ~ 두 새가 가는 길을 避하니
義士西山飢 ~ 義士가 西山에서 굶주려 죽었다네.
物固各有遇 ~ 萬物은 元來 各各 만남이 있고
遇固各有時 ~ 만남에는 各其 때가 있다네.
窮達竟難詰 ~ 窮하고 達함을 따질 수는 없으니
問天天不知 ~ 하늘에 물어도 하늘도 모른다네.
朝避猛虎穽 ~ 아침에 사나운 호랑이가 陷穽 避하여도
夕竄長蛇林 ~ 저녁에는 긴 뱀이 사는 숲에 숨어든다네.
人道險而難 ~ 사람 사는 길 險하고도 어려우니
天道杳難尋 ~ 天道는 아득하여 찾기도 어렵다네.
永懷坐申朝 ~ 깊은 생각에 낮까지 앉았더니
悄悄傷我心 ~ 근심스레 내 마음만 傷하였다네.
且把模稜手 ~ 가시 어루만지던 손으로
自守臃腫節 ~ 스스로 壅拙한 節槪나 지키려네.
直木必先伐 ~ 곧은 나무는 반드시 먼저 베이고
甘井必先竭 ~ 단 우물은 반드시 먼저 마른다네.
人喜鵬擊溟 ~ 남들은 鵬새가 바다를 치는 것 좋아한다하나
我喜龜藏六 ~ 나는 거북이 六爻를 간직하는 것을 좋아하네.
人誇犬戲麋 ~ 남들은 개가 사슴을 戱弄하는 것 자랑하나
我笑微聲鹿 ~ 나는 작은 소리 내는 사슴에 微笑짓는다네.
拍手歌紫芝 ~ 손뼉치며 紫芝歌를 노래하는데
紫芝何曄曄 ~ 붉은 芝草는 어찌 그렇게 光彩로운가.
貧賤足肆志 ~ 가난하고 賤해도 뜻 펼치기에는 充分하니
南谿且卜築 ~ 南쪽 개울에 將次 집이나 지으려 하노라.
(15) 感興. 3
雲自茫茫山自高 ~ 구름은 절로 茫茫하고 山은 절로 높은데
興亡百變水滔滔 ~ 興亡이 百 番 變해도 물은 滔滔히 흐르네.
是非坑裏若一夢 ~ 옳고 그른 일이란 구덩이 속의 한 바탕 꿈
榮辱窠中知幾勞 ~ 榮辱의 窟 속은 너무나 疲困한 것이라네.
得句無端空拍手 ~ 詩句를 얻고서 부질없이 拍手치고
感時不勝自揮毫 ~ 時節의 感賞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글을 지었네.
無人說却羊裘隱 ~ 좋은 옷 입고 숨어 살아도 말하는 이 없지마는
擬向金門着紫袍 ~ 大闕 向해 붉은 道袍도 입어볼까 생각했다네.
(16) 江山白雲
白雲曉羃秋江斂 ~ 새벽녁 흰 구름 덮여 가을 江을 감추고
江上孤峯螺一點 ~ 江 위로 외로운 봉우리는 한 點 소라같구나.
毿毿霜蕊粘葦花 ~ 길고길어 나풀대는 갈대꽃 꽃술엔 서리가 붙고 (毿. 털이 길 삼)
湛湛江楓猩血染 ~ 맑고맑은 江가의 丹楓은 피빛으로 붉게 물들었구나. (湛. 즐길/ 잠길 담)
晚來白雲渡江去 ~ 저녁이 되니 흰 구름은 江을 지나
渺渺江滸征冉冉 ~ 아득히 江邊따로 漸漸 멀어져 간다.
白雲不是無心者 ~ 흰 구름은 無心함이 아니니
往來舒卷長自在 ~ 가고 오고 펼치고 말림은 늘 自由롭구나.
寄語白雲須訪我 ~ 흰 구름에 부치는 말 반드시 나를 찾아주길
過我松關吾且待 ~ 소나무 빗장을 지나며 나 또한 기다린다네.
旣與汝曹俱得意 ~ 이미 너의 무리와 더불어 함께 뜻을 얻고
朝暮相從終莫改 ~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로 따르며 늘 바꿈이 없다네.
君不見 ~ 그대 보지 못하였나
通明只可自怡悅 ~ 通達하여 밝으니 다만 스스로 즐겁고도 기쁠 뿐
魯直看汝時拄笏 ~ 魯하고 곧은 너를 보며 때맞춰 笏을들어 가리키네.
古人曾與爾爲歡 ~ 옛 사람들 이미 기려 너를 사랑하게 되었고
我亦與爾盟已寒 ~ 나 또한 너와 더불어 이미 冷情히 盟誓하였네.
只恨往來了無迹 ~ 다만 恨하노니 오고 가는 明白한 자취가 없으니
相對須臾難盡歡 ~ 마침내 暫時 서로 마주해도 기쁨을 다하기 어렵구나.
俄然風起掃長空 ~ 갑작스레 바람이 일어 높고 먼 하늘을 쓸어버리니
但看萬里峯巑岏 ~ 다만 萬 里에 보이는건 뾰족뾰족한 봉우리 뿐이구나.
(17) 開窓寓言. 1
靑山如畫刮雙眸 ~ 푸른 山은 그림같아 두 눈이 트이고
芳草春深歲月遒 ~ 香氣로운 풀에 봄은 짙어가고 歲月은 빠르다.
七字篇章歸劇語 ~ 七言節句 한 篇 이룬 글 演劇의 臺詞 되니
一年行樂付閑遊 ~ 一 年 즐거운 일들 閑暇한 놀음에 부치노라.
滔滔擧世狗投骨 ~ 술렁이는 온 世上이 개에게 고기뼈 던진 듯
薄薄人情兔入罦 ~ 刻薄한 人情이야 토끼가 그물에 든것 같구나.
莫歎無成添白髮 ~ 이룬 것 없이 白髮만 늘었다 歎息하지마라
仲尼盜跖一林丘 ~ 孔子도 盜跖도 한 숲의 무덤이 되어버렸다네.
(18) 開天寺
碧雲深洞裏 ~ 푸른 구름 깊은 골짜기에
喜見古招提 ~ 옛 절을 보니 반갑구나.
寥落山門靜 ~ 寂寞한 山門 안은 조용하고
盤廻石逕迷 ~ 좁은 돌길을 따라 서성이네.
兩山松櫟老 ~ 兩쪽 山엔 오랜 솔과 상수리나무
半壁夕陽低 ~ 石壁으로는 저녁빛이 내린다.
到處皆佳麗 ~ 이르는데 마다 아름다우니
禪心未易擠 ~ 禪靜에 드는 마음 떨칠수 없네.
(19) 居茸長寺經室有懷
茸長山洞窈 ~ 풀잎 우거진 山 골짜기 깊숙도 하여
不見有人來 ~ 사람이 오는 것을 볼 수가 없구나.
細雨移溪竹 ~ 시냇가의 대나무는 가랑비에 자라고
斜風護野梅 ~ 비낀 바람은 들판의 梅花를 지켜 준다네.
小窓眠共鹿 ~ 작은 窓가에서 사슴과 함께 잠자고
枯椅坐同灰 ~ 마른 椅子에 앉아 있으니 이내몸이 재와 같구나.
不覺茅簷畔 ~ 草家집 처마의 뜨락에서
庭花落又開 ~ 꽃이 떨어지고 또 피어남을 깨닫지 못하겠구나.
(20) 憩絶澗中盤石
(낭떠러지 골짝물 속 盤石에서 쉬며)
盤石鋪澗底 ~ 盤石이 골짝물 바닥에 깔려 있는데
磵水流不鳴 ~ 골짝물이 흘러도 소리나지 않는다.
分流不浸處 ~ 갈라져 흘러도 젖지 않는 곳에는
石面如砥平 ~ 돌머리가 숫돌처럼 平平하구나.
可以坐十人 ~ 十如 名이 앉을 수 있고
亦可安茶鐺 ~ 茶 냄비도 便히 놓아둘 수 있다.
我喜投筇枝 ~ 나는 기뻐서 지팡이 던져 버리고
或坐又復臥 ~ 앉기도 하며 다시 누워보기도 한다.
枕流慕古人 ~ 흐르는 물을 베개 삼고 옛 사람 思慕하며
可洗塵土涴 ~ 塵土에 더럽힌 몸을 씻을 수도 있다네.
耽遊忘却還 ~ 노는 데 빠져서 돌아갈 길 잊어
不覺日西過 ~ 西山에 해 넘어감을 까맣게 몰랐네.
起起懵憧骸 ~ 일어나라 일어나거라, 骸骨이여
(懵. 어리석을 몽)
咄咄木上座 ~ 허허, 물 위에 그냥 앉아 있으려느뇨.
(21) 京洛僑居記事寄四佳亭
(서울에 살던 일을 四佳亭에게 부치다)
僑居無一事 ~ 僑居하니 할 일도 없었는데
寄傲北窓涼 ~ 倨慢히 붙어사니 北窓이 서늘하였다.
隔壁人聲鬧 ~ 壁 밖에선 사람 소리 시끄러운데
傍簷蛛網長 ~ 처마 곁 거미줄은 길기만 하였다.
詩情閑裏好 ~ 詩情은 閑暇한 때 좋으며
客夢靜中忙 ~ 나그네 꿈은 忙中閑이라네.
永日垂簾坐 ~ 긴 하루 발 내리고 앉았으니
莓苔染短墻 ~ 이끼마저 낮은 담장을 물들였구나.
(22) 鏡浦臺
萬里抺桑望眼賖 ~ 萬 里의 해 뜨는 곳 바라는 눈길은 멀고도 먼데
蒼波森森蘸朝霞 ~ 푸른 물결 아득히 아침노을에 잠겼구나.
泰皇謾愛三山藥 ~ 秦始皇은 한갓되어 三神山 藥草 좋아하고
漢使空浮八月槎 ~ 漢나라 使臣은 헛되이 八月에 뗏목 띄웠네.
白浪滔天虌背抃 ~ 흰 물결은 하늘 넘칠 듯 자라 등을 치는데
紅雲插地蜃樓斜 ~ 붉은 구름 땅에 꽂혀 蜃氣樓가 비끼었네.
從今度學仙遊壯 ~ 이제 忽然히 仙遊가 壯함을 깨달아
杯視東溟碧海涯 ~ 東海 푸른 바다가 술棧처럼 보이누나.
(23) 古柳
古柳蟬聲急 ~ 오래된 버드나무에 多急한 매미 소리는
他鄕此日情 ~ 오늘의 他鄕살이 내 마음같구나.
長天列峀碧 ~ 먼 하늘에 늘어선 山은 푸르고
疎雨半江明 ~ 성긴 비에 江은 半쯤 밝구나.
晝永移書榻 ~ 긴 낮 그늘 따라 冊床을 옮겨놓고
天晴洗酒罌 ~ 맑은 샘물에 술甁을 씻는다.
爾來來訪少 ~ 요즘 와서는 찾는 이도 적어지고
牢落轉無營 ~ 쓸쓸히도 갈수록 할 일이 없어지는구나.
(24) 高眠
拋冊高眠夏日長 ~ 冊 던지고 베개 높이 베니 여름날은 긴데
扶疏樹影映書床 ~ 듬성한 나무 그늘은 冊床 위로 비춰든다.
要知自有淸虛福 ~ 나에게 맑고 호젓한 福이 있음을 아나니
爐上熏殘一炷香 ~ 火爐 위에는 피다 남은 한 심지 香불이 있다.
(25) 孤雁
一聲相失萬重雲 ~ 萬 겹 구름 속에서 한 소리 잃으니
紫塞天高何處分 ~ 萬里長城 하늘 높은데 어느 곳에서 나뉘었나.
片影獨尋湘水闊 ~ 작은 그림자 홀로 찾은 湘水는 드넓어
遙音偏向旅窓聞 ~ 아련한 소리 나그네 窓가를 向해 들려온다.
低回暮雨誰相念 ~ 나직이 고개 돌려보니 누가 서로 생각하나
欲下寒塘不見群 ~ 차가운 못에 내리려도 제 무리들 보이지 않는다.
應羨晚鴉無意緖 ~ 저녁 까마귀 아무런 생각 없음을 부러워하리니
荒城棲聚噪紛紛 ~ 거친 城 위에 깃들어 시끄러이 조잘거린다.
(26) 鼓巖泥滑
稻畦雨足水亂漂 ~ 논두둑에 洽足한 비내려 물은 넘쳐 흐르고
沙石塡街浮溪橋 ~ 모래와 돌이 거리에 차고 개울다리 뜬다.
濁浪汨汨沒馬蹄 ~ 흐린 물결 출렁이고 말발굽도 묻히고
靑泥滑滑齊牛腰 ~ 푸른 진흙 미끄러워 소 허리에 닿는다.
燕子銜將喜輕趫 ~ 제비들 먹이 물고 가볍게 날아가고
蛙兒鼓吹恣騰跳 ~ 개구리들 울면서 마음대로 뛰어다닌다.
世路宦途亦如此 ~ 이 世上 벼슬길도 이와 같으니
何當一洗令其澆 ~ 무슨 方法으로 한 番 씻어 갈아낼 수 있으려나.
(27) 古風十九首. 1
山中何所有 ~ 山 속에 무엇인 있을까
白雲縈長松 ~ 흰 구름은 높은 소나무에 얽혀있네.
只可尋常親 ~ 다만 늘 親密해 찾을 뿐
不可追其蹤 ~ 可히 그 蹤跡을 追測할 수 없다네.
物外託交契 ~ 世上 밖과 交分을 맺었으나
始終如駏蛩 ~ 始終如一 駏虛와 蛩蛩 같다네.
(★ 駏蛩 ~ 駏驉와 蛩蛩이라는 두 짐승을 말하는데, 이들은 늘 蟨이라는 짐승의 扶養을 받고 살면서, 蟨은 잘 달리지 못하므로 蟨에게 危險한 일이 생기면 이들이 蟨을 등에 업고 달아난다고 한다)
變化頗閑妙 ~ 變化가 자못 閑暇하고 奇妙해서
可以怡心胸 ~ 마음 속을 便安하게 해준다네.
(28) 古風十九首. 2
上古結繩治 ~ 上古에 結繩으로 政治할 때
民物何煕皥 ~ 百姓들은 어찌 그리도 밝았는가.
天地相交泰 ~ 하늘과 땅 서로 太平했고
日星垂顥顥 ~ 해와 별 밝고 밝은 빛 드리웠네.
聖人繼天極 ~ 聖人들은 天極을 이어받아
從容履中道 ~ 조용하게 中道를 밟아왔도다.
裁成而輔相 ~ 輔相의 도음으로 일을 이루어
參贊乎天造 ~ 하늘의 造化에 參與하여 왔어라.
(29) 古風十九首. 3
虞唐法天運 ~ 堯舜 두 임금은 天運을 받아
玉衡齊七政 ~ 玉衡으로 七政을 가지런히 했네.
都兪一堂上 ~ 한 자리에 모여 모두 贊成하고
未施民先敬 ~ 미처 施行하지 않아도 百姓이 恭敬했네.
奈何周衰後 ~ 어찌하여 周나라는 衰滅한 뒤
貿貿趨華競 ~ 夢寐하게도 奢侈를 다투었는가.
素王如不作 ~ 素王 公子님이 爵位하지 않았다면
誰能繼前聖 ~ 누가 能히 옛 聖人을 繼承하였겠는가.
(30) 古風十九首. 4
闊袖曳長裾 ~ 넓은 소매 긴 옷깃 끌고 다니신
巍巍東魯翁 ~ 높고도 높은 東魯나라 어른이시여.
率其三千徒 ~ 三千 弟子 거느리고 다니시며
啓迪民顓蒙 ~ 百姓의 어리석고 어두운 곳 열어주셨네. (顓. 어리석을 전)
彈琴杏壇下 ~ 살구나무 아래서 거문고 타며
郁郁揚儒風 ~ 聖스럽게 儒學의 氣風 드날렸다네.
吁嗟道不行 ~ 아, 그 道가 實行되지 못하여
擬欲浮海東 ~ 바다에 배 띄우고 바다 東쪽 가려했다네.
(31) 古風十九首. 5
鳳兮何德衰 ~ 鳳凰은 어찌 德이 衰하였고
麟也被西狩 ~ 麒麟은 어찌 西쪽에서 잡히었나.
列國競呑噬 ~ 列國이 다투어 빼앗아 삼키며
紛紛相格鬪 ~ 紛紛하게 서로 싸우는구나.
仁義反爲迂 ~ 어짐과 義理는 도리어 迂闊하다 하고
(迂闊하다 → • 곧바르지 아니하고 에돌아서(멀리돌아서)實際와는 거리가 멀다.
• 사리에 어둡고 世上 物情을 잘 모르다.
• 注意가 不足하다)
利名爭輻輳 ~ 名譽와 利益을 다투어 모여드는구나.
聖賢雖復起 ~ 聖賢으로 누가 다시 일어나
委靡莫能救 ~ 衰退해짐을 救해낼 수는 없는가.
所以狂接輿 ~ 그러므로 미치광이 노릇하는 接輿는
歌山木自寇 ~ 山의 나무들 스스로 亂離라 노래했구나.
(32) 古風十九首. 6
皤皤柱下史 ~ 늙은 白髮로같은 기둥아래 史官
出關逢尹喜 ~ 函谷關에 나가다가 尹喜를 만났네.
授以道德經 ~ 道德經을 가르쳐 주고서
仙遊終不死 ~ 神仙이 되어 놀다보니 죽지를 않았네.
至言和天倪 ~ 하늘과 함께 하리라 斷言하고
高談亂朱紫 ~ 高尙한 말로 朱色과 紫色빛 어지럽혔네.
大道自此歧 ~ 큰 眞理가 그때부터 나누어져
紛然異端起 ~ 紛紛하게 異端들이 일어났다네.
(33) 古風十九首. 7
始皇倂六國 ~ 秦始皇이 六國을 統一하니
時號爲強秦 ~ 그 때는 强秦이라 國號를 지었네.
焚蕩先王書 ~ 先王의 글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리니
四海皆鼎新 ~ 世上이 모두가 새롭게 바뀌었다네.
自稱始皇帝 ~ 스스로 始皇帝라 부르고
率土皆稱臣 ~ 땅을 다 차지해 天下 百姓을 臣下 삼았네.
防胡築長城 ~ 오랑캐 막으려 긴 城을 쌓아두고
望海勞東巡 ~ 바다를 바라보며 受苦로이 東쪽을 다녔네.
驪山宮闕壯 ~ 驪山의 宮闕들 壯大하여
複道橫高旻 ~ 複道는 높은 하늘로 가로질러 있었네.
楚人一炬後 ~ 楚나라 사람 횃불 한 番 들고 일어난 뒤
空餘原上塵 ~ 언덕 위에는 흙먼지만 헛되이 남아있다네.
(34) 古風十九首. 8
隆準隱芒碭 ~ 코 높은 劉邦이 芒碭山에 숨었는데 (碭. 무늬있는 돌 탕)
雲物騰蒼空 ~ 祥瑞로운 구름이 푸른 하늘에 떠 올라 있었네.
竟斬白帝子 ~ 끝내는 白帝의 아들을 베어버리고
巍峨坐法宮 ~ 의젓하게 法宮에 앉았도다.
三章除秦苛 ~ 세 가지 法 條項으로 秦나라 惡法 없앴으니
炎祿何渢渢 ~ 漢나라 王朝의 運數가 어이 그리 길었던가.
皇天無私阿 ~ 저 하늘님 公平하고 事心이 없어
有德必立功 ~ 德行이 있으면 반드시 功을 세우게 하심이라.
(35) 古風十九首. 9
休言莽卓姦 ~ 王莽과 董卓, 姦兇하다 말하지 말라
便是人主頑 ~ 이는 곧 임금이 못나서 그러하니라.
勿言房杜良 ~ 房氏와 杜氏, 賢良하다 말하지 말라
便是君德昌 ~ 이는 곧 임금의 德行이 昌盛해서 이니라.
源淸流益潔 ~ 根源이 맑으면 흐르는 물도 깨끗하고
鑑空照逾徹 ~ 거울이 깨끗해야 잘비추어 지느니라.
頃刻如少弛 ~ 暫時 조금이라도 解弛하면
危亡從此始 ~ 危殆하고 亡하는 일이 여기서 始作된다네.
(36) 古風十九首. 10
人性無不善 ~ 사람의 性品은 善하지 않음 없으니
可以爲堯舜 ~ 堯舜 두 임금처럼 될 수도 있도다.
只緣氣稟拘 ~ 다만 氣稟에 拘束되어서
有賢愚逆順 ~ 賢明하고 어리석고 거스르고 適應하나니.
聖人拔乎萃 ~ 聖人은 많은 사람 中에 뛰어나시어
道之以忠信 ~ 忠과 信으로 이끌어주셨다.
行之則貞吉 ~ 그것을 行하면 곧고 吉한 것이 되나
否之則悔吝 ~ 그것을 否定하면 後悔하고 恨歎하게 된다.
(37) 古風十九首. 11
上智不思得 ~ 上級의 智慧로운 者는 생각지 않아도 알고
不勉而中道 ~ 힘쓰지 않아도 眞理에 맞게 된다네.
困知親善人 ~ 困한 知人은 착한 사람과 親하여
力行而自保 ~ 힘써 行하고야 스스로를 保全한다네.
下愚終不移 ~ 下級의 어리석은 이는 고치지 못하여
頑嚚多草草 ~ 어리석고 頑固하니 受苦롭고 바쁨이 많도다.
禮樂與刑政 ~ 禮樂과 刑政이 생겨난 것은
從此而肇造 ~ 이런 理由에서 發端이 始作되었다네.
(38) 古風十九首. 12
大道何寂寥 ~ 큰 眞理가 어찌하여 寂寥하며
鳳兮何德衰 ~ 鳳凰은 어찌 德望이 衰하는가.
往者不可諫 ~ 지나간 것은 諫할 수 없지만
來者猶可追 ~ 오는 것은 아직 고칠 수 있도다.
携筇泣路歧 ~ 지팡이 짚고 갈림길에서 泣하며
踽踽何所之 ~ 쓸쓸히 어디로 가야하는가.
聖人如復起 ~ 聖人이 다시 일어난다면
敷衽陳其辭 ~ 옷깃 여미고 그 말씀 다시 여쭈련다.
(39) 古風十九首. 13
嗟嗟均賦命 ~ 아, 처음 賦與받은 生命은 같았는데
愚智涇渭分 ~ 智人과 愚人이 涇水와 渭水처럼 나뉘었구나.
擾擾百年內 ~ 어지러운 人生 百 年 동안에
何足以云云 ~ 어찌 足히 이러쿵저러쿵 하겠는가.
不如脫屣去 ~ 신 벗어던짐만 같지 못하니
僻處遠囂紛 ~ 窮僻한 곳에서 시끄러운 일 멀리함이 나으리. (囂. 떠들썩할 효)
掬水可以飮 ~ 물도 움켜 마실 수 있고
煮藜充飢窘 ~ 나물 삶아 주린 창자 채울 수 있으리니.
胡爲乎遑遑 ~ 어찌하여 急하고 急하게도
與世相矛盾 ~ 世上과 함께하여 矛盾되게 살겠는가.
(40) 古風十九首. 14
君子無所思 ~ 君子는 마음에 둔 것 없으니
所思期保全 ~ 마음에 두는 일은 몸 保全하는 일.
碌碌逐風塵 ~ 어리석게 風塵 世上 쫓아다님은
不如歸林泉 ~ 차라리 自然으로 돌아감만 못하다네.
木以直而戕 ~ 나무는 곧아서 죽임을 當하고
膏以明而煎 ~ 기름은 밝은 빛을 내어서 태워진다네.
無用足可用 ~ 用途가 없는 것도 可히 必要하니
謂之羲皇天 ~ 이것이 伏羲氏의 太平聖代라 한다네.
(41) 古風十九首. 15
古人何所樂 ~ 옛 사람 즐긴 일이 무엇이었나
魚鳥忘其形 ~ 물고기건 새들이건 그 形像을 잊었네.
機心如或忘 ~ 機會에 動하는 마음이 或是라도 잊다면
喧靜應無名 ~ 시끄럽건 조용하건 이름마져 잊었을 것이네.
名相旣兩立 ~ 名實相符 다 생각하다가
厭嗜生乎情 ~ 싫고 좋음이 마음 속에 생겨난 것이네.
偉哉君子人 ~ 偉大하여라, 君子님들이여!
存順沒吾寧 ~ 있어도 좋았고 없어도 마음 便했었다네.
(42) 古風十九首. 16
坐久不能寐 ~ 오래 앉아 있어도 잠은 오지않고
手翦一寸燭 ~ 한 치 남은 촛불의 심지를 잘랐노라.
霜風聒我耳 ~ 서리바람 내 귓가에 들려오니
微霰落床額 ~ 싸락눈은 침대머리에 떨어지는구나.
心地淨如水 ~ 내 마음 물처럼 깨끗하여
翛然無礙隔 ~ 홀가분하여 막히고 떨어짐이 어뵤구나. (翛. 날개찢어질 소)
正是忘物我 ~ 이것이 바로 物我를 잊는 것이니
茗椀宜自酌 ~ 혼자서라도 盞 가득 술 마심이 좋겠다.
(43) 古風十九首. 17
大樹何臃腫 ~ 큰 나무는 어찌 그리 혹투성이며
大瓠何濩落 ~ 큰 박은 어찌 그리 쉽게 떨어지는가.
雖不通時用 ~ 비록 그것들이 쓰이지 못해도
自喜抱幽獨 ~ 스스로 깊은 孤獨을 안고 즐긴다.
逍遙天地間 ~ 天地間을 閑暇히 거닐어 보노니
得失誰能逼 ~ 得失이 누가 能히 逼眞하게 하겠는가.
(44) 古風十九首. 18
仲尼亦何人 ~ 孔子는 또한 어떤 사람이기에
喃喃說東北 ~ 이런저런 소리로 여기저기서 말했으나
阿誰聽爾言 ~ 어느 누가 그대 말 들어줄까
空塡一丘壑 ~ 空然히 한 언덕 골짜기 메울 뿐이
었다네.
牟尼亦何人 ~ 釋迦牟尼는 또한 어떤 사람이기에
吧吧千萬說 ~ 이말저말 온갖 말 說破하고
空演十二部 ~ 空然히 열 두 佛經 풀이하였어도
死化爲枯灰 ~ 죽어서는 마른 재로 되어버렸다네.
平生謾多事 ~ 平生에 부질없이 일만 많았지만
不如無事哉 ~ 結局 아무 일 없는 것만 못하였구나.
(45) 古風十九首. 19
我語大迂闊 ~ 내 말이 크게 迂闊하지만
嚼來有滋味 ~ 씹어 맛보면 더욱 맛있으리라.
譏我亦由此 ~ 나를 辱함도 이 때문이요
賞我亦由是 ~ 나를 稱讚함도 이 때문이리라.
已矣不須說 ~ 말아라, 말할 必要도 없나니
紙窮且止止 ~ 쓸 종이도 떨어졌으니 그만 두련다.
(46) 古呑 (古呑에서)
渺渺靑山遠 ~ 靑山은 멀고도 아득한데
行行綠水濱 ~ 가고 또 가도 푸른 물가로 구나.
高峯留晩照 ~ 높은 봉우리엔 黃昏빛 머물고
小路礙荒榛 ~ 거칠은 개암나무는 小路에 障碍가 되는구나.
萬里乾坤闊 ~ 萬 里 먼 길 하늘과 땅은 廣闊도 한데
平生落魄人 ~ 이 몸은 平生을 精神줄 놓고 살았구나.
始知爲客樂 ~ 비로소 알겠으니 나그네 길 즐거움이란게
不及在居貧 ~ 가난해도 집에서 사는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47) 觀物
南枝花發北枝寒 ~ 南쪽 가지 꽃 피고, 北쪽 가지 차가운데
強道春心有兩般 ~ 억지로 春心에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一理齊平無物我 ~ 한 理致는 平等하여 너와 내가 없는데
好將點檢自家看 ~ 잘 가져다가 點檢하여 自身을 살려보아라.
(48) 灌蔬
蕭散遺人事 ~ 쓸쓸히 人生 萬事 잊고
持瓢灌小園 ~ 바가지로 작은 밭에 물을 준다.
風過菜花落 ~ 바람이 스치니 나물꽃 떨어지고
露重芋莖飜 ~ 이슬이 甚하게 내려 土卵 줄이 뒤집히네.
地險畦町短 ~ 땅이 險해 밭 두둑 짧고
山深草樹繁 ~ 山이 깊어 草木은 茂盛하다.
晩年勸學圃 ~ 늙어서 菜蔬栽培 배우기를 勸하나
不是效如樊 ~ 樊祗를 本받으라는 것은 아니라오.
★ 樊祗 ~: 三韓時代 君長(部族社會 우두머리)
(49) 怪事
世事足可怪 ~ 世上事 너무도 奇怪하여
心中何一鬱 ~ 마음 속이 어찌 이리도 沓沓한가.
似鉤得恩榮 ~ 갈고리 같은 恩惠와 榮光
如弦遭崇孼 ~ 활 줄같은 큰 罪惡을 만나는구나.
世事皆以甘 ~ 世上 일은 모두 달게 여기고
肯向傍人說 ~ 기꺼이 곁 사람 向해 말해야 하나.
僦屋又倩人 ~ 집 빌리고 또 에쁜 사람도 빌리니
(僦. 貰낼 추)
杜門復捫舌 ~ 門 닫고서 다시 혀도 깨무는구나.
緬懷楚些章 ~ 楚나라의 些라는 글 아득히 생각하니
不覺聲嗚咽 ~ 목이 매여 우는 소리 깨닫지 못하노라.
古來勁直者 ~ 예부터 굳세고 곧은 사람
蓋棺立名節 ~ 棺 뚜껑 덮고서야 名譽와 節槪 드러난다.
咄咄且揚眉 ~ 혀를 차더라도 눈썹을 치뜨고
莫愁時運臲 ~ 時運이 어긋남을 근심하지 말아라.
(50) 久雨
茅簷連日雨 ~ 草家에 連日 비 내려
且喜滴庭際 ~ 처마에 물방울지니 于先은 기쁘구나.
底事消淸晝 ~ 무슨 숨겨진 일로 깨끗한 하루 보낼꺼나
窮愁著隱書 ~ 窮塞하고 근심스러우니 隱書나 지어보리라.
(51) 窮愁
窮愁如絮着旋粘 ~ 窮乏속에 근심은 솜 같이 착 달라 붙으니
除却淸吟不可砭 ~ 閑暇히 읊어 없애야 可히 境界 없으리라.
懶性已如棲木鳥 ~ 게으른 性質은 이미 나무에 깃든 새 같고
營生何異上竿鮎 ~ 삶을 꾀함은 낚시대 앞의 메기와 무엇이 다른가 ?
閑刳竹筧添寒井 ~ 대나무 홈筒 閑暇히 쪼개어 찬 우물을 보태고
爲折松枝補短簷 ~ 소나무 가지를 꺾어서 짧은 처마를 고친다.
閉戶著書聊自慰 ~ 門 닫고 글 쓰며 오직 스스로 慰勞하니
一庭疏雨正廉纖 ~ 온 뜰에 성긴 비가 곧장 보슬보슬 내린다.
(52) 歸雁
數聲歸雁點淸虛 ~ 맑은 虛空에 몇 點 기러기 돌어가는 소리 들려오는데
遙憶瀟湘萬里餘 ~ 아득히 瀟湘江 생각해보니 萬 里도 넘어라.
關塞風高鳴漸遠 ~ 邊方의 바람은 높이 불어 기러기 소리 漸漸 멀어지고
江潭木落影偏疏 ~ 江가의 잎 떨어진 나무들 그림자도 성글구나.
曾離朔漠辭邊雪 ~ 일찍이 北方 沙漠을 떠나 邊方의 눈을 下直하니
應帶天山寄遠書 ~ 반드시 天山으로 부치는 먼 便紙 가지고 있을 것이다.
好向洞庭深處宿 ~ 좋아라하며 洞庭湖 깊은 곳으로 가서 묵겠지만
楚人矰繳不饒渠 ~ 楚나라 사람의 화살은 너에게 너그럽지 않으리라.
(53) 金溪魚躍
圉圉洋洋吹細波 ~ 막힘없이 아득한 잔잔한 물결에 (圉. 馬夫/邊方/監獄 어)
兩兩相戲遊盤渦 ~ 짝이뤄 戱弄하며 여울진 물에 논다.
有時聚藻飜金尺 ~ 때때로 마름에 모여 金빛 몸 들척이니
忽沫淸瀾拋玉梭 ~ 갑자기 맑은 泡沫 일어 玉같은 베틀북 던진다.
綠荇深處避人影 ~ 사람 그림자 避하여 푸른 미나리 속에 숨고
碧草磯邊依蟹窠 ~ 푸른 풀 낚시터에서는 게 구멍에 숨는다.
知汝得所濠梁間 ~ 너가 濠水 위 다리 사이에서 얻는 줄, 내 안다마는
香餌微緡其如何 ~ 가는 줄에 매인 香氣나는 낚시밥, 이를 어찌하나.
(54) 禽鳥向榮木以隨鳴 (새들은 茂盛한 나무를 向해 따라 운다)
洞口百禽號 ~ 洞口 밖에 온갖 새들 노래하는데
洞裏無鳥聲 ~ 洞네 안에 새 우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樹木漸向榮 ~ 나무들 漸次 우거져가니
漸入高峯鳴 ~ 조금씩 높은 山에 들어 우는구나.
百舌語千般 ~ 지빠귀는 千 가지 일을 말 하는데
杜宇呼自名 ~ 소쩍새는 한결같이 제 이름만 부른다.
一一叫年光 ~ 하나하나 목매이게 歲月을 부르며
催換令人老 ~ 철 바뀜 재촉하니 사람만 늙게 한다.
韶華倏以變 ~ 아름답던 봄철이 훌쩍 바뀌면
幾人生懊惱 ~ 몇 사람이나 근심 걱정 생길까.
懊惱勿復道 ~ 근심이며 걱정일랑 다시는 말 말고
宜修超世道 ~ 世上 일을 超脫할 道를 닦아야 하리.
(55) 紀山名
雨洗瘦皆骨 ~ 비에 씻겨 바위만 남은 건 皆骨山이고
煙收露五臺 ~ 안개 걷히자 五臺山이 드러나는구나.
香峯桂子落 ~ 香露峯엔 桂樹나무 열매 떨어지고
雪嶽玉簪開 ~ 雪嶽山엔 玉簪花가 활짝 피었네.
長白遙兼聳 ~ 長白山은 저 멀리 높이 솟았고
頭流壯且魁 ~ 頭流山은 雄壯하고도 크구나.
名山窮眼界 ~ 名山을 남김없이 보았으니
不必往蓬萊 ~ 반드시 蓬萊山에 갈 必要는 없어라.
(56) 祈石嶺
山泉石齧足 ~ 山泉 길엔 돌이 발에 걸리고
草露沾人衣 ~ 풀잎 이슬은 사람옷을 적신다.
長歌行路難 ~ 行路難을 길게 부르며
欲采西山薇 ~ 西山 고사리라도 캐어보련다.
世故何偪側 ~ 世上일 어찌 그리도 刻薄한지
雲林無是非 ~ 구름 낀 숲엔 是非도 없는데.
何如拂袖去 ~ 어떠한가, 소매 떨쳐버리고
穩臥靑山扉 ~ 푸른 山 작은 집에 便히 누워사는 삶누림이.
(57) 寄友. 1
望中山水隔蓬萊 ~ 눈 앞에 山과 물은 蓬萊山을 가리고
斷雨殘雪憶幾回 ~ 그친 비와 殘雪 속에서 얼마나 그리웠는지.
未展此心空極目 ~ 이 마음 펴지 못해 空然히 눈만 부릅뜨고
夕陽無語倚寒梅 ~ 夕陽에 말없이 차가운 梅花나무에 기대어 있다.
(58) 寄友. 2
爲因生事無閑暇 ~ 살아가는 일로 閑暇할 때가 없어
孤負尋雲結社期 ~ 구름 찾아 結社하는 期約을 홀로 저버렸다.
走殺紅塵何日了 ~ 달려가 世上 紅塵 없애는 일 어느 때나 다할까
碧山回首不勝思 ~ 푸른 山을 돌아보니 그대 생각 못잊겠네.
(59) 寄友. 3
落盡閑花春事去 ~ 꽃 진 閑暇한 꽃나무에 봄날은 가는데
一封消息却來無 ~ 한 通의 消息조차 오지를 않는구나.
想思夢罷竹窓靜 ~ 그리운 꿈을 깨니 대나무 窓은 고요하고
望帝城中山月孤 ~ 서울 바라보는 山 위의 달은 외롭기만 하구나.
(60) 寄友. 4
東望鷄林隔片雲 ~ 東쪽으로 조각구름에 가린 鷄林 바라보나니
胡然未易得逢君 ~ 어찌하여 그대 만나기 이렇게도 쉽지가 않은가.
請看天外孤輪月 ~ 請컨대, 하늘 밖 외로운 둥근 달을 보시게나
兩地淸輝一樣分 ~ 두 곳에 맑고 밝은 빛 꼭 같이 보내주고 있지않은가.
(61) 洛山丈室座下 (洛山寺 住持에게)
難水亭前狎泛鷗 ~ 難水亭 앞 東海는 갈매기 떠있고 (狎. 익숙할 압)
義湘臺畔看扁舟 ~ 義湘臺 옆에는 거룻배 보이누나.
禪心淡저如蒼海 ~ 參禪하는 맑은 마음은 蒼海와 같고
法相雍容似白牛 ~ 法相의 穩和한 모습은 白牛(시바神이 타는 소) 같도다.
老去頂寧頁應有眼 ~ 늙어가니 머리에는 應當 識見이 飛翔하고
閑來雲月更無儔 ~ 閑暇한데는 구름과 달은 다시없는 짝이로다.
波聲山色微塵偈 ~ 티끌 없는 山色은 波濤소리 잠재우고
無智人前說夢休 ~ 無智한 사람 앞에서 吉夢을 說破하네.
(62) 落葉
落葉不可掃 ~ 落葉을 그냥 쓸어서는 안 되네
偏宜淸夜聞 ~ 맑은 밤 그 소리 듣기가 좋아서 라네.
風來聲慽慽 ~ 바람 불면 우수수 소리 내고
月上影紛紛 ~ 달 떠오르면 그림자 紛紛하다.
鼓窓驚客夢 ~ 窓을 두드려 나그네 꿈 깨우고
疊砌沒苔紋 ~ 섬돌에 쌓이면 이끼 무늬도 지우네.
帶雨情無奈 ~ 비에 젖은 落葉을 어찌할꺼나
空山瘦十分 ~ 늦은 가을의 빈 山이 너무 초라하구나.
(63) 蘆原草色
長堤細草何毿毿 ~ 긴 뚝방길 풀빛은 어찌 그리도 짙은가
萋萋風際香馣馣 ~ 풀 茂盛한 곳에 바람 이니 香氣가 그윽하다.
江淹別浦色愈碧 ~ 江淹(中國 南朝 梁나라 文學家)이 離別하던 浦口 더욱 푸르고
李白漢曲思何堪 ~ 李太白은 漢江 구비 생각을 어찌 견딜까.
蒙茸壟上沒黃犢 ~ 풀이 수북한 언덕 위에 송아지 누워있고
蔥蒨橋邊含翠嵐 ~ 검푸른 다리 가에는 푸른 아지랑이 끼었네.
惹得王孫多少恨 ~ 王孫의 얼마나 많은 恨을 자아냈던가
淡煙疏雨懷江南 ~ 淡淡한 안개비 속에 江南쪽이 생각난다.
(64) 蘆原卽事
草綠長堤小逕斜 ~ 긴 언덕 풀은 푸르고 작은 길 비탈진데
依依桑柘有人家 ~ 山뽕나무 茂盛한 곳에 人家가 나타난다 (柘. 산뽕나무 자)
溪楓一抹靑煙濕 ~ 시냇가 丹楓나무 문지르니 푸른 안개에 젖어있고
十里西風吹稻花 ~ 十 里 길에 西風이 벼꽃에 불어든다.
(65) 魯仲連
周轍東遷王綱揉 ~ 周나라가 東쪽으로 옮기니 王室 紀綱 무너져
列國爭雄相格鬪 ~ 여러 諸侯國이 雌雄을 다투어 서로 치고 싸웠다네.
不施仁義稱帝王 ~ 仁義는 베풀지 않고 帝王이라 일컬었으니
紛紛紜紜莫之救 ~ 시끄럽고 어지러워도 救하지 못하였다네.
縱橫之徒又邀利 ~ 縱橫家의 무리들이 또 利益을 圖謀하니
枉己辱身猶不恥 ~ 自己를 굽혀 몸이 辱되어도 부끄럽지 않다네.
堂堂拔萃魯先生 ~ 堂堂하게 그 무리에서 벗어난 魯仲連 先生
可堪稱爲天下士 ~ 天下의 선비라 일컬어도 充分하여라.
一言解紛不受封 ~ 한 마디로 紛亂을 解決하고도 封爵을 받지 않고
一札約矢下燕壘 ~ 便紙 한 張 화살에 묶어 燕나라 城 降服 받았네.
不肯帝秦不仕齊 ~ 秦나라를 皇帝 삼지 않고 齊나라에 벼슬 않고
嘉遯海上終不起 ~ 海邊으로 멀리 가서 끝내 나오지 않았네.
人言濟河深且闊 ~ 사람들은 濟河焚舟의 뜻 깊고도 넓음을
可比先生三寸舌 ~ 先生의 세 치 혀에 比할 수 있다고 말하네.
人言泰山高且截 ~ 사람들 泰山이 높고도 가팔라
可比先生一片節 ~ 先生의 한 조각 節操에 比할 수 있다고 말하네.
貧賤乃肆志 ~ 가난하고 賤함은 뜻대로 할 수 있게 하나
富貴爲人詘 ~ 富裕하고 貴하게 됨은 사람을 卑屈하게 하네.
磊磊落落丈夫心 ~ 막힘없이 드높은 大丈夫의 마음
萬古千秋猶不滅 ~ 萬古千秋에도 없어지지 않으리라.
孰能與之配高風 ~ 누가 能히 그와 함께 높은 風道에 짝하리오.
茫茫滄海一輪月 ~ 茫茫한 푸른 바다에 하나의 둥근 달이로다.
(66) 農家
禾黍離離瓜瓞垂 ~ 벼와 기장 뚜렷하고 오이 덩굴 늘어지고
野人籬落豆花初 ~ 農夫의 울타리를 두른 콩꽃도 피기 始作했네.
山城薄酒墻頭過 ~ 山城의 薄酒는 담장 넘어 풍기고
水國香菰月下炊 ~ 물가 마을 줄 香草로 달빛 아래 불때네.
庭有落花慵執帚 ~ 뜰에 있는 떨어진 꽃 빗자루 잡기 게으르고
門無劇飮懶當楣 ~ 생각없이 甚하게 마시니 遮陽 막을 意欲도 없네.
田家一味眞坦率 ~ 시골집의 참된 맛은 참으로 너그럽고 疎脫하여
賽罷場頭笑語時 ~ 굿을 마치고 마당 머리에서 웃고 말할 때라네.
(67) 凌虛詞. 1
碧落無雲天氣淸 ~ 碧空에 구름 없어 하늘 氣運 맑은데
蹁躚時聽步虛聲 ~ 너울너울 하늘을 걷는 소리 때때로 들려오네.
十二樓上吹長笛 ~ 十二 層 樓閣 위에서 긴 피리 부는 건
便是神仙白玉京 ~ 그게 바로 그대로 神仙의 白玉京일세.
(68) 凌虛詞. 2
朝餐沆瀣暮流霞 ~ 아침엔 널린 이슬 먹고 저녁엔 흐르는 노을 먹으니
須信凌虛有作家 ~ 하늘을 걷는 것을 모름지기 믿어야 하리.
下視塊蘇嗟渺渺 ~ 아래를 보니 흙덩이 뒤집어 지는 것 아득도 하고
大鵬飛少䘊蠓多 ~ 大鵬은 적개 날고 하루 살이는 많이 날구나.
(69) 凌虛詞. 3
淸晨騎鶴上淸虛 ~ 맑은 새벽에 鶴을 타고 上淸宮 하늘에 올라 가니
洞闢紅雲玉帝居 ~ 붉은 구름 활짝 열린 곳이 玉皇上帝 居하는 곳이네.
特命弄臣宣紫詔 ~ 臣下들에 特名 내려 자줏빛 詔敕 쓰게 하고
朗吟天篆一行書 ~ 하늘 글字로 한 줄의 글을 쓰며 朗朗하게도 읊구나.
(70) 凌虛詞. 4
左界無雲種白楡 ~ 왼쪽 境界에 구름 없어 흰 느릅나무 심었는데
廣寒宮裏舞仙妹 ~ 廣寒宮 안에서는 仙女들이 춤을 추네.
泛槎銀海波爛闊 ~ 銀河水에 땟목 띄우니 물결이 밝게 트이고
金闕玉樓是帝都 ~ 金大闕 玉樓閣 보이니 그게 玉皇上帝 都邑이라네.
(71) 凌虛詞. 5
人間無地不風波 ~ 人間世界엔 風波 아니 이는 땅이 없는데
八翼凌風是大家 ~ 여덟 날개로 바람 타고 올라가니 바로 큰 집이네.
下界蜉蝣寰宇窄 ~ 아랫 世上엔 하루살이 꽉 차서 天下가 좁고
塵埃萬丈賺君何 ~ 俗世 티끌 萬丈이나 쌓였으니 그대 俗人들 어찌하리.
(72) 達朝不寐向曉偶作
(아침까지 잠들지 못하다가 새벽에 偶然히 짓다)
向曉紙窓明 ~ 새벽 되어 종이 窓 밝아져도
雲林高臥情 ~ 雲林에서 便히 지내길 좋아한다네.
翛然一室小 ~ 自由自在하면 房 한 칸이 작았겠고 (翛. 날개찢어질 소)
優我百年榮 ~ 스스로에게 厚하였더라면 百 年은 榮華로웠으리.
貧似陶彭澤 ~ 가난한 것은 陶淵明 닮았고
酣如阮步兵 ~ 술을 즐기는 것은 阮籍 같구나.
此生吾已判 ~ 이 生을 내 이미 判決하였으니
不必負功名 ~ 쓸데 없이 功名에 애 태울 必要 없다오.
(73) 潭上有感 (못 위에서 느낀 바 있어)
峯上靑楓千萬枝 ~ 山 위에 푸른 丹楓 千萬 가지
傷春情緖亂如絲 ~ 애달픈 봄 心情은 실날같이 어지럽다.
巖花灼灼應無主 ~ 활짝 핀 바위의 꽃에는 임자가 없으리니
胡蝶雙雙亦可悲 ~ 雙雙이 나는 범나비도 슬퍼할 만하도다.
人事那能如水鏡 ~ 사람의 일도 어찌 能히 물과 거울 같을까
烏雛誰復識雄雌 ~ 까마귀 새끼를 그 누가 암수를 區別할 수있나.
秦坑漢錮皆如此 ~ 秦나라 선비 묻음과 漢나라 선비 가둠은 다 이와 같아
孰是眞吹孰竊吹 ~ 그 누가 眞짜 피리 불고 누구가 가짜로 피리 불었겠는가.
(74) 大言
碧海投竿釣巨鼇 ~ 푸른 하늘에 낚시대 던져 큰 자라 낚으니
乾坤日月手中韜 ~ 하늘과 땅, 해와 달이 내 손 안에 담겨있다.
指揮天外凌雲鵠 ~ 하늘 밖 구름 위 나는 따오기 거느리고
掌摑山東蓋世豪 ~ 山東을 덮은 世上 豪傑 손바닥에 쥐었다.
拶盡三千塵佛界 ~ 三千塵土 부처 世界에 다달아 보니
呑窮萬里怒鯨濤 ~ 萬 里 성난 고래같은 물결 삼켜버렸다.
歸來浪笑人寰窄 ~ 돌아와 人間世上 좁음을 헛되이 비웃으니
八百中州只一毛 ~ 八 百 고을 가운데 다만 하나의 터럭이었다고.
(75) 渡昇天浦 (昇天浦를 건너며)
(昇天浦 ~: 江華道의 한 浦口, 甲串浦와 連함)
浩渺煙波蘆葦潯 ~ 갈대밭 물가에 넓고 아득한 물결과 안개
舟人晚泊近楓林 ~ 뱃사람은 丹楓 숲 가까이 늦게야 배를 대네.
雲生浦漵晚潮退 ~ 구름 이는 浦口 물가에 저녘 밀물 밀려가고
木落洞庭秋水深 ~ 나뭇잎 떨어진 洞庭湖에 가을 江물 깊구나.
嗚咽一聲何處笛 ~ 어느 곳의 피리가 한결같은 소리로 울리고
丁東雙杵幾家砧 ~ 또드락이는 방망이 한 雙 어느 집 다듬잇돌인가 ?
(丁東 ~: 玉같은 것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乾坤不礙飄萍跡 ~ 온 世上에 막힐 것 없이 放浪하는 浮萍草 길
剩得白雲千里心 ~ 더구나 흰 구름 만나니 마음은 千 里로구나.
(76) 挑燈話舊
(심지 돋우어 불을 밝게하고 오래 얘기함)
夜深山院手挑燈 ~ 山 속 절에 밤이 깊어지니 손으로 燈盞 돋우고
笑語團欒話與僧 ~ 우스운 이야기 團欒하게 스님과 더불어 對話한다.
不是將心來問我 ~ 무릇 本性으로 나에게 와서 묻는것이 아니라면
從敎人世漫騰騰 ~ 날고 뛰며 放縱하는 人間世上 가르침 따르리라.
(77) 陶店
兒打蜻蜓翁掇籬 ~ 아이는 잠자리 잡고, 老人은 울타리 고치는데
小溪春水浴鸕鶿 ~ 작은 개울 흐르는 봄물에 가마우지 멱을 감는다.
靑山斷處歸程遠 ~ 靑山 끊어진 곳에서, 돌아 갈 길은 아득한데
橫擔烏藤一个枝 ~ 검은 藤나무 덩굴 한 가지가 비스듬히 메어있다.
(78) 途中. 1
貊國初飛雪 ~ 貊國에 첫눈이 날리니
春城木葉疏 ~ 春城에 나뭇잎이 듬성해지네.
秋深村有酒 ~ 가을 깊어 마을에 술이 있어도
客久食無魚 ~ 客窓엔 오래도록 고기 맛을 못보았다.
山遠天垂野 ~ 山이 멀어 하늘은 들에 드리웠고
江遙地接虛 ~ 江물 아득해 大地는 虛空에 붙었네.
孤鴻落日外 ~ 외로운 기러기 지는 해 밖으로 날아가고
征馬政躊躇 ~ 나그네 발걸음엔 가는 길 머뭇거린다.
(79) 途中. 2
野逕高低曲轉蛇 ~ 높고 낮은 들길은 뱀처럼 굽어있고
深林日暮有鳴鴉 ~ 저무는 깊은 숲에 까마귀 우는 소리 들리네.
靑山不管是非事 ~ 靑山은 是非의 일을 가리지 않고
白鳥自占深淺沙 ~ 白鳥는 저마다 깊고 얕은 모랫벌 차지하였네.
十里尖峯濃似畫 ~ 十 里 이은 뾰족한 山봉우리 그림같고
一溪流水碧於紗 ~ 개울에 흐르는 물 緋緞보다 푸르다네.
紅塵三尺君休返 ~ 紅塵이 석자나 되니 그대는 돌아가지 말게
縱是明珠也有瑕 ~ 비록 明紬라도 티가 있을 것이라네.
(80) 途中卽事
一村蕎麥熟 ~ 온 고을에 메밀이 익어
十里割黃雲 ~ 十 里 길을 누런 구름으로 갈라놓았다.
歸思西風遠 ~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西風은 멀기만 한데
千山日已曛 ~ 온 山에 해는 이미 땅거미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