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 칼럼] 건망증, 질병은 아니지만 막아야죠
/김수인의 세상을 보는 눈
전라도 시골의 어느 할머니가 음식을 조리하면서 며느리에게 “저, 거시기...연탄집게 어디 있냐?” “네? 나물무침하신다면서 연탄집게라니요?” “아, 그 있잖아? 연탄집게...” “아이구, 어머니. 부지깽이 나물을 말씀하시는거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역시 시골에서 올라온 할머니. 서울에 사는 자식들이 판소리 공연을 보여준다고 해서 이쁘게 차려 입고 반포 고속터미널에 내려 택시를 탔습니다. 그리고 호기롭게 “기사 양반, 거시기... 전설의 고향으로 갑시다!” “네? 전설의 고향이요? 공연보러 가시는거죠? 아, 네 알겠습니다~”하고는 서초구에 있는 ‘예술의 전당’으로 잘 모셔다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서울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고교 동창인 70대 할머니들이 한달에 한번씩 동네 식당에서 만나 계(契) 모임을 했는데요. 어느 날 총무 할머니가 “기금도 많이 모였으니 우리 이제 좀 고급스런데서 한번 점심 식사를 하는게 어때?”라고 해서 다음달은 반포 고속터미널에 있는 5성급 호텔 ‘메리어트’의 비싼 식당을 예약했습니다.
“얘들아, 메리어트 호텔이야. 메리어트~” “그래 알았어. 그걸 못 외울까봐. 메리어트~”. 할머니들은 ‘메리어트’를 합창하며 헤어졌습니다.
약속 당일, 회원중 한 할머니가 택시를 타려는데 호텔 이름이 생각나질 않았습니다. “이름이 뭐지? 메리야쓰? 아닌데?” 그래서 엉겁결에 “여보 기사 양반, 란닝구 호텔로 갑시다!” 기사는 이상한 호텔 이름이라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않고 “네, 잘 모시겠습니다~”. 그리고는 메리어트호텔 입구에 택시를 세웠습니다.
“아니, 기사 양반. 내가 메리야쓰가 생각이 안나 란닝구라 일러줬는데 어떻게 귀신같이 알아 맞춰 메리어트호텔에 세워줬어요?” “가끔 그런 할머니들이 계셔서 제가 어림짐작으로 맞췄습니다^^”
나이가 들면 뇌 세포수가 점점 줄어들어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60세가 넘은 이들은 남녀 노소를 막론하고 위와 같은 ‘망각의 실수’를 자주 저지르게 됩니다. 치과 의사를 하며 늘 술을 즐겼던 제 친구는 벌써 50대 초반에 현관을 나서며 구두를 신다 “어, 내가 어디로 갈 작정이지?”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답니다.
60대 초반의 어느 대학교수(남)는 강의중 “허 참, 요즘은 돌아서면 잊어버린단 말이야~”라고 푸념을 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그럼, 돌아서시지 마시고 늘 곧장 가세요~”라고 말해 강의실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습니다.
물론 위에 예를 든 사례들은 일상생활에서 조금 불편할뿐 사는데 큰 지장이 없지만 중요한 약속은 잊어버리면 안되겠죠. 오래전 인터넷에 떠돈 이야기 다 아시죠? 딸 결혼식 당일 미장원갔다가 ‘결혼식 자체’를 까먹어 손님들과 노닥거리다 “어머, 딸 결혼식인데 어떡하지?”하면서 얼굴이 흙빛이 됐다는거요.
서울 시내 유명호텔 사장은 아들 결혼식 당일, 주례에게 확인 전화 한다는걸 깜빡 했고, 그 주례는 골프치고 와서 쿨쿨 자다 결혼식장이 엉망인 된 일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건망증이 더디게 오도록 각자 노력을 게을리 말아야겠습니다. 뇌 세포를 활성화 시키는 동작은 인터넷을 치면 바로 나옵니다. 많이 웃기, 혀 굴리기 동작, 외국어와 악기 배우기, 왼손으로 글쓰기 등등... 그렇지만 실천하는 이들은 많지 않죠? 기억력 퇴화는 6070들에게 해당되는 일이지만 4050들에게는 곧 닥칠 사안이므로 평소에 관련 동작을 소홀히 하면 안되겠습니다.
위에 언급한 동작외, 양말이나 바지를 왼쪽부터 먼저 신거나 입기, 왼손으로 문자 보내기, 쓰레기통에 왼손으로 쓰레기 버리기(오른손잡이의 경우) 등 사소한 노력이 건망증을 다소 늦추니 이를 습관화해야 하겠습니다. 약속이나 중요한 일정은 반드시 수첩이나 핸드폰의 메모장에 꼭 기입하시고요.
첫댓글 논객닷컴에 내일 게재될 칼럼인데, 동기들에게 하루 일찍 서비스합니다~. 하여간 인지능력 저하, 잘 대비하세요~~~
좋은 내용이군요. 무엇보다..아주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서토만 그런 줄 알았더니..그런 분들이 적지않은듯 하여 괜시리 마음이 조금은 놓이네요.
저는 다른 것 보다는.. 근자들어 어휘가 순간적으로 타이밍맞게 잘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잦아
애로를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화 중, '박정희' 혹은 '항생제 '같은 단어들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 말의 흐름이
끊기는 경우도 잦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버벅거리게 되고..모임에서도 뭔가 더듬한 인물로 치부되는 추세가(?) 점차로 진행되고 잇지요.
하기야..원래부터 더듬햇으니..그리 취급당해도 싸긴 함미다만-^^
수인형님 권고를 참고삼아..왼손을 자주 사용하는 노력이라도 배가하도록 하겠습니다.
혀 굴리기도요 ㅎㅎ
얼마전 재민 박사와 점심 약속했는데 약속시간 10분 지나도록 오질 않네. 그래서 전화했더니 "어,오늘이가?"해서 바람맞고 다음날 만났음 ㅎㅎ
할머니의 말을 듣고 메리어트 호텔로 가준 택시 기사 양반이 정말 똑똑합니다
이 양반은 치매도 안 걸릴 것 같아요 ㅎㅎㅎ
택시 기사들, 야간 근무를 오래하면 치매 걸리게 돼 있어요 ㅎㅎ
밤잠 못자면 뇌 손상 ㅠ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지혜로운 기사 양반!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으면以心傳心으로
쿵 하면 뒷담에 호박 떨어지는 소리로 다 알아 듣습니다.
영자, 순자, 복자 삼총사, 하도 칸닝구가 심해서 옆에 못 앉고 한 줄로 앉혀서 미술 시험을 봤는데...
문제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가의 이름을 묻는 거라
맨앞에 앉아 그 중 그래도 똑똑한 영자가 '로댕'이라고 썼것다.
머리는 별로라도 눈은 귀신같은 순자가 이를 어깨너머로 얼핏 훔쳐보고는 '오뎅'이라고 옮겨 쓰고
띨띨한 '복자'가 천신만고 끝에 이걸 보기는 봤는데 도무지 생각이 안 나, 먹는 것 같았고, 튀김 종류 같기도 했는데...
이윽고 답안지에 쓰기를 왈, '덴뿌라!' ㅋㅋㅋ
이 얘기를 아직도 안 잊어먹은 걸 보니 내가 치매는 아닌가배
하기사 이 고전 개그 모르는 할배들은 없을 테지 ㅎㅎㅎ
@이원익 난 처음 들어요 ㅎㅎ
@이원익 치매는 절대 아니무니다!
ㅎㅎㅎ 재미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