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테마여행 - 북극 넙치잡이의 삶 배가 다니기엔 얼음이 너무 많고, 개썰매가 다니기에는 얼음이 너무 적다
영원한 인간사랑 ・ 2024. 1. 23.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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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테마여행
북극 넙치잡이의 삶
배가 다니기엔 얼음이 너무 많고, 개썰매가 다니기에는 얼음이 너무 적다
앙아꼬끄는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눈으로 얼마든지 볼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세상은 마음으로 봐야 한다는 사실을 앙아꼬끄는 잘 알고 있었다. 또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바라고 원하는 것들을 쉽게 얻을 수 없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는 이미 그 모든 꿈과 소망이 이루어진 세상이다. 그래서 두 세계를 다 볼 수 있는 앙아꼬끄는 사람들에게 세상의 숨겨진 비밀, 즉 ‘원하는 것을 찾는 법’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린란드의 ‘앙아꼬끄’ 전설 中)
빙산 아래 수심 300미터에서 넙치를 낚아 올리는 그린란드 어부들
북극바다의 선물
탐험대와 연락이 닿았다. 북쪽으로 1,000km 지점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단다. 어느 정도 기온 상승을 염두에 두긴 했지만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모양이다. 얼음 슬러지와 크레바스를 뚫고 나가느라 대원들도 개들도 지칠 대로 지친 것 같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썰매를 밀어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2차 에어드롭까지는 아직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한다. 대원들도 그렇지만 썰매개들이 정말 많이 지쳤을 것 같다. 녀석들을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다가 넙치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2차 에어드롭 때 넙치를 배불리 먹여야겠다. 부둣가로 나갔더니 마침 40대 중반의 어부가 보였다.
“아저씨, 혹시 넙치 있어요?” “지금 낚싯줄을 걷으러 나가려는 참이오.”
“같이 가도 될까요?” “타쇼.”
대답 한번 시원하다. 이름은 이와츠, 강인한 어깨와 팔뚝을 지닌 넙치잡이 어부였다. 올해 45살인데 벌써 세 살짜리 손자가 있단다. 그는 빙산 사이로 능숙하게 배를 몰더니 억센 팔로 낚싯줄을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껴입었어도 빙산의 바다에서 평생 단련된 근육의 굴곡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잠시 후 기다란 낚싯줄에 1미터 간격으로 커다란 북극넙치들이 낚여 올라오기 시작했다. 낚싯줄 하나에 바늘만 700여 개라는데 이따금 홍어나 게 따위가 걸리기라도 하면 ‘에이, 잡것들’ 하며 그냥 바다에 내버린다. ‘아니 그걸 왜 버려요?’ 나는 펄쩍 뛰며 그 귀한 ‘잡것들’을 정성껏 챙겨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