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의회 의원들끼리 벌이는 진흙탕 싸움을 보면 기초의회 무용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고작 9명으로 구성된 기초의회 싸움판을 들여다보면 의장 자리가 화근이다. 최근 진보당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이 제명까지 거론하며 이전투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실 그 바탕은 지난해 7월 제8대 의장단 구성에서부터 시작됐다. 풀뿌리 民意를 대변하겠다며 한 표를 당부했던 사람들이 표리부동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7일 북구청장과 공무원, 그리고 북구의원들이 공원 조성 관련 현장 답사차 일본으로 떠난다고 한다.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언제는 제명해야 한다며 서로 으르릉거리더니 시민 혈세로 진행되는 해외 방문에는 서로 모른 채 동참하니 말이다.
지난해 8월 발생한 강진희 북구의회 의장 강제추행 혐의는 사실상 덮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이 결국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만 봐도 그렇다. 민주당 박재완 의원이 강 의장 행동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물론 행동 폭에 따라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명이 동석한 공개 석상에서 여성인 진보당 강진희 의장이 남성 박재완 의원을 강제 추행했다는 사실에 선뜻 공감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보다는 앞서 7월에 있었던 의장 선출과정에서 발생한 앙금이 보다 깊은 요인이라고 봐야 합리적이다.
감투에 대한 과욕이 출범 1년 반도 안된 민선 8기 북구의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초대 의장에 선출된 강진희 의장도 단초를 제공한 사람 중 하나다. 당시 북구의회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4명, 더불어 민주당 4명, 진보당 1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강 의원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의장단 구성이 180도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수 의석을 확보한 정당 쪽에서 의장이 선출되는 게 상례다. 그런데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의장직을 제안한 국민의힘과 적과의 동침을 수용했다. 그러니 내심 강 의원의 지원을 받아 의장 선출을 기대했던 민주당 측이 강 의원을 향해 감정의 골을 키웠다고 봐야 한다.
북구의회 의원들은 우선 깊이 자성해야 한다. 자신들의 다툼이 정책 대결의 일환이나 지역 현안에 대한 견해차서 비롯된 것이라고 자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지방선거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것 같지만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 유권자들에게 뭐라면서 다시 한표를 호소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