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에서 와서 영접하다
웨이꽁(惟恭)은 당나라 때 찡쩌우(荊州)의 법신사法信寺의 스님이셨습니다.
그 분은 30년 동안 매일 50편씩 금강경을 독송하셨습니다.
어느 날 같은 절에 사시는 링뀌(靈歸)스님께서 일이 있어 외출하셨습니다.
길을 가시다가 몸이 날렵하게 생긴 5~6명의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데
입은 옷이 평범하지 않고 매우 맑고 깨끗하였습니다.
그들은 모두 악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링뀌스님을 향하여 물었습니다.
“웨이꽁어르신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링뀌스님께서는 그들에게 도리어 물었습니다.
“그대들은 어느 지방에서 오는 것입니까?”
그들이 말했습니다.
“서방에서 웨이꽁어르신을 영접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품속에서 오므린 모양의 한 송이 연꽃을 꺼내었습니다.
그 연꽃의 이파리마다 각각 신비로운 광명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멀리 절이 보이자 한 달음에 달려갔습니다.
그날 웨이꽁스님께서는 곧바로 입멸하셨는데 절에 있는 대중들이 모두
관현악기에서 울려나오는 오묘한 음악을 들었다고 합니다.
4, 칼을 내려놓고 보리의 길을 가다
송나라 때의 일입니다. 후쩌우청(胡州城)의 남 쪽에 리우웡(陸翁)이라고 하는
도살업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가 23세 되던 해에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다니는
운수행각 스님 한 분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이렇게 문 앞에서 외쳤죠.
“인연있는 자를 교화하리라!”
리우웡은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운수행각 스님은 리우웡을 때마침 보고는 곧바로 질문을 했습니다.
“그대가 도살한 돼지와 소와 양의 숫자를 헤아릴 수가 없구나.
어찌하여 그대의 업을 바꾸려고 하질 않는 것인가?”
리우웡은 이렇게 답하였습니다.
“조상대대로 이어받아 익힌 습이라 한꺼번에 버릴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러자 운수행각 스님은 이렇게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대가 살생업을 버리지 못한다면 내세엔 결정코 짐승의 몸을 받게 될 터이다. 그
리하여 그대가 죽인 것과 같은 방식으로 몸을 난도질 당하고 갈기갈기 찢겨져 죽임을 당하리라.
그러면 그대도 원한을 품게 되고 결국 원한과 원한이 서로 보복을 불러오게 되어 고통의
굴레를 벗어날 기약이 없다. 내가 그대를 잘 들여다보니 과거 언젠가 선근을 쌓은 적이 있도다.
그러하니 금강경과 묘법연화경을 부지런히 지니고 외우라.
그러면 업장이 녹아 없어지고 복과 지혜가 늘어나게 되리라.”
말씀이 끝나자 그 운수행각 스님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버리고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리우웡은 그 자리서 즉각 깨달았습니다. 이로부터 살생업을 짓지 않고 몸을 마칠 때까지
채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화공에게 청하여 서방극락세계에 계시는 아미타부처님과 관세음보살님과
대세지보살님 등의 세 분 성인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세 분 성인 앞에서 아침저녁으로 지극정성으로 예배하고 공양하였습니다.
또한 매일매일 부처님 전에 금강경과 법화경을 독송하며 지성으로 간절하게 지난 악업을
참회하였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죽인 중생들이 모두 제도되고 해탈하여
극락정토에 왕생하기를 발원하였습니다.
채 5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리우웡은 금강경을 다 외워버렸습니다.
이렇게 정진하길 오래하다가 81세가 되기 보름 전 쯤에 친한 친우들에게 초청장을 보내었습니다.
“오는 11월 9일에 맛있는 음식을 잘 장만하고 그대들과 장차 고별인사를 나눌까 하니 두루
참석하여 주길 바라네.”
그날이 오자 친한 벗들이 모두 리우웡의 집에 모였습니다.
리우웡은 그들과 낱낱이 이별의 인사를 나누고 나서 목욕을 마치고 노래 한 수를 읊었습니다.
“오십년 전에 익혀왔던 도살업 그만두고
손에 익은 칼과 저울 던지고 그윽히 닦아서
오늘 아침 보리의 길에 척 나서노니
물속에 피던 연꽃 불속에 만발하였구나”
五十餘年離殺業,手提刀秤暗修行,
今朝得赴菩提路,水裏蓮花火裏生
노래를 마치고 단정히 앉아 세상을 떠나니 거기 모였던 사람들 누구나
우러러 찬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