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내가 살 차례인데, 그렇다면 내가 전화를 하는게 맞을텐데 도리어 A한테서 전화가 온다.
"오늘 약속있어?"
"아니, 없어."
"저녁 같이 할까?"
"그러지 뭐."
"뭐 먹을까?"
"순대국밥 어때?"
"좋지 뭐."
A가 사는 곳 근처에 순대국밥 집이 있긴 하다. 이름하여 할메 순대국밥 집이다. 약속 시간은 5시였다. 오후 4시 조금 넘어서 도서관을 나온다. 집을 먼저 들린다. 그 때가 시간은 4시 반을 지난다. 간편한 복장을 하고서 집을 나온다. 시내 버스를 기다린다. 좀처럼 오지 않던 601번 버스가 온다. 버스를 타고 빈 자리가 있어 앉는다. 운전석 옆 위에 있는 전자 시계를 보니 10분전 5시다. 두 번째 정거장에서 내린다. 그런데 A는 와 있지는 않다. A와 통화를 하고 알려주는 방향 따라 가다가 오고 있는 A와 만난다. A가 가는 데로 따라간다. 도로를 건너고 쭉 가다가 큰 건물 1층에 있는 할메 순대국밥 집을 들어간다. 그 집은 전에도 가 봤는데 주방 일은 나이든 여자가 하고 서빙은 젊은 남자가 하는데, 장모와 사위 사이로 보인다. 나이든 여자는 전혀 나이가 들어 보이질 않는다. 언뜻 보면 젊은 여자 같기도 하다. 차림새로 보면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비단, 내 눈에만 그럴까?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여겨질것 같다. 서빙을 하는 사위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우리한테 다가 온다. 순대국밥 하고 막걸리 한 병을 주문한다. 그랬더니 순대국밥 하나요? 하길래 나는 예, 라고 한다. 그 말을 나는 각자 하나로 알아 들었는데 조금 후에 순대국밥을 들고 오는데 하나만 들고 온다. A앞에 놓게 하고 기다리는데 A는 순대국밥을 먹고 있는데 내 것이 안 나온다. 혹시, 하는 마음에 여기 순대국밥 하나 더요. 했더니 서빙하는 젊은 남자 왈, 하나만 시키지 않았나요? 한다. 사람이 둘인데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굳이 내색은 안하고 하나더 해 달라고만 한다. 그 바람에 내 것은 나중에 나온다. A가 나 보다도 먼저 먹는다. 막걸리 한 병을 놓고 A하고 주거니 받거니 한다.
커피숍을 가기로 하고 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도로를 건너고 빽다방으로 간다. 빽다방은 그 유명한 백종원 씨가 운영하는 커피 체인점으로 알고 있다.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양이 많다. 천천히 마시다가 나는 다 마신다. A는 커피를 남긴다. 테이크 아웃으로 해 달라고 하고 A는 마시다 남은 커피를 든채 나온다. 그 근처에 있는 도서관을 가자고 한다. 책 한권 빌리고 싶다고 한다. 도서관 근처에 앉을 만한 곳이 있길래 A하고 나란이 앉는다. 얘기좀 나누다가 바로 그 앞에 있는 도서관을 같이 간다. 책을 고르고 있기에,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몰라해 하길래 이 책 읽어 보라고 내가 선택을 해 준다.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이란 책이었다. 같이 그 곳을 나온다. 사방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같이좀 걷자고 해본다. A도 같이 걷는게 싫지는 않아하는 표정이다. 그 길로 쭉 걷다가 큰 도로를 건너고 냇가가 있는 곳으로 간다. 냇가 길을 같이 걷는다. 걸으면서 얘기한다. 가다가 잠깐 벤취에 앉아서 쉬었다 가기도 한다. 아까 보다도 더 어두워 진다. 한참을 더 걷는다. 그러다 보니 내가 가야할 방향이 더 가까워 진다. 벤취에 같이 앉아 있다가 그 지점에서 각 자의 방향으로 가기로 한다. A는 왔던 길로 다시 가겠다고 한다. 그렇게 걸으니 더 덥게 느껴진다. 집에 온후 더워서 문을 닫고 선풍기를 틀고 에어컨도 켜 놓는다. 누워서 TV를 보며 쉬고 있는데 A한테서 전화가 온다. 집에 도착했고 땀이 나서 샤워를 하고 나니 개운 하다고 한다. 9,600보 걸었다고 하길래 그 정도면 만보 걸은 셈이라고 해준다.
누워 있다가 깜빡 잠이 든 것도 같은데 비몽사몽이다. 자정이 지나고 깊어가는 밤은 새벽으로 가고 있다. 세월은 지금 이 시간에도 가고 있다. A를 만나러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때 어느 어르신이 지나치다가 나를 보더니 아는 체를 하신다. 알고 보니 고향 사람이었다. 누구 만나려고 버스 기다린다고 하고 어디 갔다 오시냐고 했더니 병원 갔다가 오는 길이라고 하신다. 올 해 연세가 얼마나 되셨느냐고 여쭈니 86세 되었다고 하시는데 예전에 고향에서 살때 보다도 더 많이 연로해 지셨다. 언뜻 볼 때는 몰라볼 정도였다. 어르신이 오히려 나를 알아 보신다. 그 때 마침, 버스가 오는 바람에 그 이상은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 어르신을 뵙는 순간, 세월이 많이 지났음을 느끼게 된다. 그 어르신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진다.
첫댓글 원수산님 글귀는
정교하고
솔직담백하고
평소생활사를
잘표현해주셔서
저는항상글을잘보고있습니다
좋은글많이올려주세요~^^
부족 하기만 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