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 ․ 수(水) ․ 화(花) – 용문산(장군봉,가섭봉,문례봉)
1. 왼쪽 멀리는 추읍산, 그 뒤 오른쪽은 남한강
연둣빛 물감을 타서 찍었더니
한들한들 숲이 춤춘다.
아침안개 햇살 동무하고
산허리에 내려앉으며 하는 말
오월처럼만 싱그러워라
오월처럼만 사랑스러워라
오월처럼만 숭고해져라
오월 숲은 푸르른 벨벳 치맛자락
엄마 얼굴인 냥 마구마구 부비고 싶다.
오월 숲은 움찬 몸짓으로 부르는 사랑의 찬가
너 없으면 안 된다고
너 아니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네가 있어 내가 산다.
오월 숲에 물빛 미소가 내린다.
소곤소곤 속삭이듯
날마다 태어나는 신록의 다정한 몸짓
살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
오월처럼만
풋풋한 사랑으로 마주하며 살고 싶다.
―― 오순화, 「오월 찬가」
▶ 산행일시 : 2024년 5월 11일(토), 흐리고 비
▶ 산행코스 : 연수리 연안마을 백운암,수득골,부재골,장군봉,가섭봉,문례봉(천사봉, 폭산),조계골,
용문사 입구 버스종점
▶ 산행거리 : 도상 13.6km
▶ 산행시간 : 6시간 55분(07 : 50 ~ 14 : 45)
▶ 갈 때 :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 타고 용문으로 가서, 택시 타고 연수리 연안마을 백운암 입구로 감
(택시요금 12,400원)
▶ 올 때 : 용문사 입구 버스종점에서 버스 타고 용문역으로 와서, 무궁화호 열차 타고 청량리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50 – 청량리역
07 : 28 – 용문역
07 : 50 – 연수리 연안마을 백운암 입구, 산행시작
08 : 16 – 수득골 Y자 계곡 갈림길, 이정표(백운봉 2.2km, 연수리 1.9km)
08 : 22 – ┳자 갈림길, 이정표(쉬자파크 8.7km, 백운암 1.2km, 상원사 4.4km)
08 : 27 – 부재골, 폭포
08 : 31 – 임도 산모퉁이, 능선 진입
09 : 15 – 바위지대
09 : 25 – 상원사 갈림길
09 : 44 – 장군봉(1,065m)
10 : 05 – ┳자 배너미고개 갈림길, 용문산 1.0km
10 : 53 – 용문산 가섭봉(1,157m), 휴식( ~ 11 : 00)
11 : 26 - ┫자 갈림길, 이정표(싸리재 5.8km, 용문산 0.9km)
12 : 21 – 문례봉(천사봉, 폭산, 1,004m)
13 : 32 – 큰재개골, 폭포
13 : 45 – 조계골
14 : 26 – 북진유격장
14 : 45 – 용문사 입구 버스종점, 산행종료
2. 백운암 뒤쪽 부재골의 이름 없는 폭포
3. 상원사 갈림길 능선 가기 전의 바위지대에서 잠깐 조망이 트였다
4. 멀리 왼쪽은 고래산과 우두산
5. 추읍산, 미세먼지가 나쁘다
연수리 연안마을 백운암 뒤쪽 부재골의 이름 없는 폭포이지만 보고 싶고, 용문산 가섭봉 가는 길섶의 참꽃마리도
보고 싶고, 한강기맥 문례재 가는 길의 얼레지도 보고 싶고, 천사봉의 덕순이 안부도 궁금하고, 천사봉 내린 다음
큰재개골의 쌍폭포도 보고 싶었다.
오늘 오후 4시경 비 내린다는 예보가 오후 2시경으로 앞당겨졌다. 하늘은 아침부터 우중충하다. 비가 내리기 전에
용문산 산행을 마칠 요량으로 서둔다.
백운봉이나 장군봉의 들머리이기도 한 연안마을을 보통 택시로 갈 때에는 연안교 앞에서 내려서 걸어가는데 오늘은
백운암까지 들어간다. 1km. 좁은 비포장도로다. 20분 정도 시간을 절약한다. 백운암 입구에서 백운봉이나 부재골
을 가는 길은 계류 바로 왼쪽 철조망 옆에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자칫하면 헤매기 쉽다. 물론 백운암 절집으
로 들어가서 마당을 지나 그 왼쪽 계곡으로 내려가는 소로로도 갈 수는 있다.
등로 옆 큰물로 흐르는 계류는 깊어 다만 먼발치로만 바라본다. 하늘 가린 숲속 물소리와 새소리가 한가롭다. 흔히
홀딱벗고새라고 불리는 검은등뻐꾸기와 함께 간다. 지저귀는 그 경쾌한 박자에 내 발걸음 맞춘다. 그러다 Y자 계곡
의 오른쪽 부재골로 가는 길을 놓치고 만다. 가다 보니 길은 튼튼한데 어쩐지 낯설다. 백운봉 가는 길이다. 뒤돈다.
이정표 백운봉 2.2km, 연수리 1.9km 뒤로 흐릿한 소로가 부재골로 가는 것을 놓쳤다. 왕복 0.6km를 허비했다.
오룩스 맵에도 표시되지 않은 길이다.
돌 섞인 넙데데한 풀숲 길을 잠시 오르면 ┳자 잘난 갈림길과 만난다. 오래전에 야자매트를 깐 길이다. 그리고 길옆
에 내가 보고자 했던 폭포를 만난다. 비록 이름 없지만 아담하고 아름다운 폭포다. 수량도 적당하다. 어느새 4년이
되었다. 4년 전 이맘때 봄날이었다. 그때 캐이 님의 안내로 아사비 님, 연어 님, 나와 함께 왔다. 그때 캐이 님이 말씀
하시기를 이 폭포를 양평에 사시는 동그라미 님이 알려주었다고 했다. 오늘은 그때의 산행 코스를 나 혼자서 가는
것이다.
폭포 위쪽의 가늘어진 계류 건너고 임도와 만난다. 임도는 산모퉁이에서 아래쪽 능선을 따라 내려가고 나는 위쪽
인적 드문 능선을 오른다. 검은 구름 속에서 비행기 굉음이 들린다. 그 굉음이 비를 부르는 우레 소리로 들려 조금은
불안하다. 잰걸음 한다. 거친 숨에 땀난다. 잡목 숲 헤친다. 철쭉은 다 졌다. 오를 수 없는 암벽과 맞닥뜨리고 오른쪽
가파른 사면을 길게 트래버스 한다. 가파름이 잠시 수그러든 능선이다. 4년 전 그때 여기 노송 아래에서 휴식했었지,
반갑다.
바위 슬랩을 오른다. 조망이 트일까 가급적 직등한다. 두 번째 바위 슬랩을 오르니 잠깐 조망이 트인다. 추읍산은
언제 보아도 단아하다. 미세먼지가 점점 심해져 가물가물하게 보인다. 약간 사나운 암릉을 오른다. 손을 뻗어 바위
턱 붙잡을 때는 혹시 똬리 튼 독사를 잡지나 않을까 무척 조심스럽다. 상원사를 오가는 산자바위 근처 주등로에
올라선다. 이제 길이 풀린다. 비로소 허리 편다. 장군봉 남릉인 암릉 암벽을 왼쪽 사면으로 길게 돌아간다.
6. 백운봉
7. 큰앵초
9. 멀리 왼쪽은 청계산, 그 앞은 대부산, 그 오른쪽은 마유산(유명산)
10. 참꽃마리
14. 천남성
15. 참꽃마리
16. 족두리풀
이 길 또한 밧줄 달린 슬랩이 나오고 가파른 너덜 길이다. 골짜기 트인 데를 지나면서 곁눈질로 보는 추읍산과 백운
봉이 연꽃 모양이다. 긴 한 피치 올라 칼날 바위에 기대면 중원산 쪽으로 조망이 트이는데 오늘은 미세먼지로 가렸
다. 다시 한 피치 오르면 장군봉 정상이다. 데크 전망대가 오늘은 무망대다. 장군봉에서 ┳자 배너미고개 갈림길까
지 0.5km 왼쪽 사면은 비교적 넙데데한 초원이다. 미역줄나무 덩굴 숲 헤쳐 그리로 간다.
풀꽃 혹은 산나물을 볼 수 있을까 해서다. 봄날 산정의 초원은 그냥 걸어도 좋다. 걷다 보면 내가 대체 무엇을 찾으
려고 이러는지 그만 까맣게 잊고 만다. 큰앵초가 반긴다. 큰앵초가 수대로 얼굴을 내민다. 너덜 골짜기 건너고 지능
선 오르고 미역줄나무 덩굴 숲 헤쳐 ┳자 갈림길이다. 배너미고개 쪽 산모퉁이 돌아 용문산 서봉 격인 1,150m봉
아래로 가본다. 예전에는 군사보호지역이니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방송을 요란스레 해댔는데 언제부터인가 조용해
졌다. 여기가 또한 경점이다. 오늘은 흐릿하다. 청계산, 그 뒤로 문안산, 대부산, 마유산, 중미산, 어비산 등을 일람한다.
용문산 가는 길 1.0km. 봄날이면 이 길섶에 참꽃마리이며 광대수염, 남산제비꽃, 족두리풀 등이 산재했었다. 가만
가만 살펴 걷는다. 참꽃마리 꽃을 본다. 앙증한 모습이다. 참꽃마리는 홀로 있지 않고 군데군데 떼로 모여 있다.
참꽃마리 학명은 Trigonotis radicans (Turcz.) Steven var. sericea (Maxim.) H.Hara이다. 이 조그만 꽃에
저명한 식물학자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영문명은 Korean trigonotis이다. 트리고노티스(trigonotis)는 삼각형
(trigononum)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는데 열매 모양에서 비롯한다.
이다음은 차례로 광대수염, 천남성, 족두리풀 꽃을 본다. 이 사이사이에 참꽃마리가 있다. 남산제비꽃은 졌다. 오가
는 등산객들이 내가 이들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고 자기들도 궁금한지 들여다본다. 더러 내가 비키기를 기다렸다
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등산객도 있다.
용문산 가섭봉 정상을 들른다. 찬바람이 인다. 바람에 등 떠밀려 오른다. 미세먼지가 가경을 다 가리지는 못했다.
어쩌면 이를 씻어내려는 바람의 분투인지도 모른다.
17. 삿갓나물
18. 용문산에서 바라본 추읍산
19. 앞은 용문봉, 그 뒤는 도일봉, 그 오른쪽은 중원산
20. 왼쪽 앞은 용문봉, 그 뒤 오른쪽은 중원산
21. 왼쪽은 문례봉, 앞 오른쪽은 용문봉, 그 뒤는 도일봉
22. 중간 왼쪽은 청계산, 그 뒤는 고래산과 문안산
23. 중간 오른쪽은 도일봉, 앞은 중원능선
24. 추읍산
25. 노루삼
26. 산괴불주머니
정상 바로 아래 데크전망대에서 바람 피해 배낭 벗어놓고 휴식한다.
바라보아 날이 흐려도 ‘일만 구렁은 바위 언덕 골짜기(萬壑巖崖谷)’이다. 백담 구봉령(柏潭 具鳳齡, 1526~1586)의
「龍門山」이라는 시다.
공중 뜬 듯 푸르게 쌓인 것이 바로 용문산인데
눈을 씻고 살펴보니 향하는 무리는 많지 않다
산중턱에 신광은 맑게 갠 출렁이는 물결이요
날이 갠 일만 구렁은 바위 언덕 골짜기요
가을에 일천 봉우리 물들었으니 비단에 수놓은 듯 명산일세
어떻게 하면 긴 바람을 얻어 한가롭게 피리 불꼬
몇 번 불고 파하니 산에 구름이 가득하다
浮空積翠是龍門
洗眼看來逈不群
半腹神光晴湯漾
全身秀氣晝氳氛
日晴萬壑巖崖谷
秋染千峯錦繡分
那得長風一閒笛
數聲吹破滿山雲
가섭봉을 내려 한강기맥을 향한다. 가파른 데크계단 내리고 왼쪽으로 사면 도는 길이 잘 났다. 작년 겨울 눈 속에서
는 등로가 없다며 막아놓았던 길이다. 얼레지가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여기저기 살핀다. 아, 졌다. 그 잎마저
말랐다. 오가는 사람이 없어 적적한 산길이다. 산비둘기 구구 울어 더욱 적막하다. 쭉쭉 내려 야트막한 한강기맥 ┫
자 갈림길 안부다. 등로 벗어나 오른쪽으로 잡목 헤치고 20m쯤 가면 바위 절벽이 나오고 그 위가 경점이다. 용문산
남릉 너머로 보이는 추읍산이 기경이다.
문례재 가는 길. 봄이면 얼레지가 발 디딜 틈 없이 만발한 사면인데 올봄은 내가 너무 늦게 왔다. 그가 없으니 초원
이되 황량하다. 그러니 줄달음 할 수밖에. 등로를 비틀어 간다. 963.5m봉 직전에 왼쪽 넙데데한 사면을 질러 천사봉
을 오르는 것이다. 박새 초원이다. 곰순이는 다섯 손가락에 셀 정도이고, 덕순이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얼빠
진 자가 천사봉 정상표지석을 쓰러뜨려 멀리 사면 아래로 굴러 버렸으니 천사도 아울러 가버렸다. 덕순이라고 남았
을 리 없다.
천사봉 텅 빈 공터를 둘러보고 내린다. 바람이 워낙 정신없이 불어대 갈 길을 놓친다. 헬기장에서 몇 미터 내려 오른
쪽 지능선을 타고 내리려고 했는데 바람에 쫓겨 한강기맥 잘난 길을 쭉쭉 내려버렸고 뒤늦게 골로 간다. 여기 또한
오룩스 맵에 아무런 표시가 없다. 수적(獸跡) 쫓는다. 어렵사리 계류에 다다라서는 다행인 것은 고로쇠 수액 채취하
는 검은 색 파이프가 등로를 안내한다. 계류를 건너갔다가 건너오고 잡목 숲 뚫고 산막(?) 터에 내린다.
곧 인적과 만나고 좀 더 내리면 큰재개골 쌍폭포가 나온다. 이 폭포는 등로 왼쪽에 멀찍이 떨어져 있어 녹음이 우거
진 지금은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 쉽다. 너덜 잡목 헤치고 다가간다. 배낭 벗어놓고 쌍폭 이쪽저쪽 관폭하기 좋은
암반에 오른다. 이때는 내가 신선이다. 탁주를 가져오지 않은 게 아쉽다.
길 좋다. 얼마 안 가 작은재개골이 합류한 조계골이다. 조계골 돌길이 걷기 여간 사납지 않다. 군부대 위수지역이라
서 일반인의 출입을 막는 가시철조망이 곳곳에 있다.
지난여름 많은 비로 산사태 나서 바위가 굴러 내린 곳이 여러 곳이다. 움찔하여 얼른 지난다. 큰물이 나면 오가지
못할 조계골이다. 오늘만 해도 암벽 오르듯 하고 슬랩을 트래버스 하여 계류를 건넌다. 북진유격장 너른 연병장을
지나 철조망 문을 통과한다. 유격훈련 철조망 통과코스이기도 하다.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등을 밀어 나가야 한다.
이때가 오후 2시 26분이다.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마치 내가 산행을 마치기를 여태 기다린 것 같다. 우산 받친다.
28. 오른쪽은 추읍산, 멀리 왼쪽은 고래산과 우두산
29. 애기나리
30. 박새 초원
31. 큰재개골 이름 없는 폭포
34. 조계골
36. 천남성
37. 고광나무
39. 금낭화
첫댓글 박새 군락이 오대산보다 좋습니다...천사봉 정상석은 휴양림에서 자진 철거한 게 아닌가 보군요.
천사봉 정상 표지석은 어떤 못된 놈이 쓰러뜨렸습니다.
중원산 정상표지석도 그랬고.
굴러 떨어진 정상석좀 원위치 시키시지 ㅋㅋ
너무 무거워서 감당 못합니다.ㅠㅠ
추읍산 조망 일번지이군요. ㅎㅎ
용문산 정말 좋은 산입니다.
산(山) ․ 수(水) ․ 화(花) 딱 맞는 표현입니다.
날이 맑으면 치악산 연봉과 백운산이 보이는데
아쉬운 날이었습니다.
요즘은 용문산에서의 조망이 제대로 안나오네요...그래도 숲을 거니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입니다^^
숲길 거닐기 딱 알맞을 때입니다.
풀 냄새도 향긋하고...
고생하셨네요
저는 전날 다녀갔읍니다
하긴 캐이 님 구역이니.
원추리는 너무 쇠었더군요.
저도 보이지않는 바윗턱을 오를 땐 먼저 스틱으로 손잡이 근처를 여러번 긁지요. 몸을 끌어올리자 똬리튼 뱀이 기다리고 있었던 적이 있었기에.ㅎㅎ. 그나 저나 탁주 생각이 간절하셨겠습니다. ㅋ
저도 축령산 남이바위 오를 떄 독사를 집을 뻔해서 식겁한 적이 있습니다.
탁주는 조계골 내릴 때 험로라서 혹시 넘어질까봐 아예 가지고 가지 않았습니다.